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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8일 금요일

"층간 소음으로 법정 가도 손해배상금 29만5750원"



흥미로운 기사가 나와서 스크랩해 둡니다. 제목은 매우 선정적인데 손해배상금이 많아야 200만원이라는 변호사 커멘트가 아니라 개별 사례에서 가져온 것이라서 그런 모양이네요.

"층간 소음으로 법정 가도 손해배상금 29만5750원" 중앙일보, 2019. 2. 8.자 기사

민동환 법무법인 윤강 변호사는 “재판을 진행하면 이웃집도 소음을 측정하는 것을 알게 돼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어렵게 승소해도 손해배상금액이 많아야 200만 원 정도라 변호사 선임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5일 목요일

스포츠 도중 부상 관련 손해배상

*사진은 글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아 돗바 가지고 싶당..)

테니스 치다 상대 실명 7000만원 ... 농구경기 중 어깨로 앞니 손상 0원, 중앙일보 2015. 3. 5.자 기사

운동경기를 하다가 상대방이 심하게 다치는 경우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이나 손해배상비율을 정리해 놓은 기사입니다. 기사본문에서는 "스윙연습을 하다 캐디의 오른쪽 눈을 실명케 한 경우" 손해배상비율이 60%라고 되어 있는데, 표에서 "페어웨이에서 친 공에 왼쪽 눈 실명한 경우" 손해배상비율이 70%라고 정리되어 있네요. 일률적인 기준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캐디이냐 동반자이냐, 피해자가 공의 진행방향에 얼마나 가까이 서 있었느냐, 부상을 입은 곳이 페어웨이인가 스윙연습장소인가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서 손해배상비율을 정하는 것이므로 비율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닙니다.

몸을 맞대고 몸싸움하는 것이 룰로 허용되어 있는 농구, 축구, 권투, 태권도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경기규칙을 준수한 경우 피해자는 사고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데 동의했다고 볼 것이므로 상대방의 책임을 묻기 어려우나, 테니스, 베드민턴, 골프, 배구 등은 신체접촉이나 충돌이 예상되는 경기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배상비율을 사안에 따라 조정한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5년 2월 25일 수요일

위자료 기준금액 인상

교통사고 사망시 위자료 8천만 -> 1억원으로 늘린다, 연합뉴스, 2015. 2. 2.자 기사

오는 3월 1일부터 사망사고 손해배상 소송의 위자료 산정 기준금액이 8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오른다고 합니다. 2008년 8천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7년여동안 인상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위자료 기준금액을 현실화한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위자료 산정의 개별법관의 재량이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서울중앙지법의 교통/산재 손해배상 담당법관들이 정한 기준이 실질적으로 전국의 모든 법원의 실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014년 7월 15일 화요일

은행 직원인 줄 알고 넘긴 통장/비밀번호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경우 민형사상 책임



평소에 자신의 통장과 비밀번호 등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이 무슨 죄가 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 아닌가 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도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다 보니 자신의 통장과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넘기면 그 통장이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도 예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세가 바뀐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상황과 일반인의 인식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통장과 비밀번호 등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은 형사적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고, 민사적으로 그 통장과 비밀번호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어 피해자가 생기게 되면 통장의 명의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는 통장, 비밀번호와 같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동법 제49조 제4항 제1호는 이에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은행직원인줄 알고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긴 것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통장과 비밀번호를 대가를 받고 넘기거나 아르바이트 채용시에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넘기는 등의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초범의 경우에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 등의 경한 처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넘긴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이후, 통장을 사용하여 돈을 이체받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이미 돈을 출금하여 달아나 버렸기 때문에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긴 통장 명의자에 대하여 피해금액을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발생합니다.

이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은 통장 명의자가 통장에 입금된 금원을 실제로 취득하지 않은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으나, 통장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넘긴 행위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방조행위에 해당하고, 보이스 피싱 사기범의 범죄행위와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므로 민법 제760조 제3항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솔히 자신의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긴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가 태반이므로 손해배상액은 피해액 전액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되며, 통장 명의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30% 정도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 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4. 6. 11. 선고 2013나303427 판결).

2014년 6월 16일 월요일

연예인 사진 무단사용


*사진은 걸스데이 유라의 사진입니다.

연예인에게 옷을 협찬하여 주었더라도 착용한 사진을 무단으로 광고 등에 사용하면 안될 것입니다. 연예인의 허락 없이 초상과 성명을 의류판매용 광고에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연예인 개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걸스데이의 방민아씨등 3명이 (주)에이션패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연예인에게 의류를 협찬하고 그 의류를 입고 찍은 연예인의 사진을 매장용 팝 광고에 사용하는 것이 업계의 확립된 관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협찬 의류가 실제 연예인에게 증정됐다는 것을 증명해달라는 요청을 이행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 것이지 이를 광고에 사용하도록 허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원고 1인당 100만원씩 300만원을 지급을 명하는 원고 일부승소판결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법 6. 10. 선고 2013가단267743 판결). 더 자세한 사항은 법률신문 관련기사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2014년 6월 11일 수요일

가압류 후 본안패소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 후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문제는, 가압류가 법원의 결정이므로 가압류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이 가압류채권자에게 있는가, 또한 배상범위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부동산에 가압류를 하게 되면 대체로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은행은 가압류가 말소되지 않으면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버리겠다고 하기 때문에, 가압류된 부동산이 본안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경매되어 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 부동산 소유자는 가압류의 집행을 취소하기 위하여 가압류채권금액을 공탁하여 가압류집행취소결정을 받아야 합니다(이를 '해방공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해방공탁을 한 금액에 대한 이자는 민법상 이율(연 5%)보다 낮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가 가압류채권자와의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면 그 차액을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집행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실체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는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되었다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35461 판결),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일반적인 불법행위의 성립에 있어서 필요한 고의 또는 과실 이외에 오로지 채무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하여 보전처분을 하였다는 점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대법원 1995. 4. 14. 선고 94다6529 판결)라고 합니다. 또한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보전처분채권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가압류채무자가 가압류청구금액을 공탁하고 그 집행취소결정을 받았다면, 가압류채무자는 적어도 그 가압류집행으로 인하여 가압류해방공탁금에 대한 민사법정이율은 연 5푼 상당의 이자와 공탁금의 이율 상당의 이자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다8453 판결) 한다고 합니다.

가압류가 받아들여진 다음 본안 소송에서 전부패소한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가압류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가압류채권자가 본안에서 일부 승소한 경우에 대하여 판례는 "가압류신청에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결정이 된 경우 본안판결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는 가압류채권자의 고의 과실이 추정되고,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의 과실이 부정된다. 가압류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하여 그의 과실이 추정되는 경우, 그 금액은 가압류채권자에게 귀책사유 있는 잘못된 충당행위로 인한 손해임이 본안소송에서 확정된 이상 가압류채무자가 업무상배임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거나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가 복잡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부당한 보전처분에 대한 가압류채권자의 과실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대법원 1888. 8. 3. 선고 98다3757 판결)고 하고 있어서 가압류채권자가 일부승소하더라도 패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2014년 5월 21일 수요일

드라마 '별그대' 표절시비 억대 소송으로 비화



드라마 '별그대' 표절시비 억대 소송으로 비화 법률신문 2014. 5. 20.자 기사


만화 '설희'의 작가 강경옥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지난 2월 종용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작가 박지은씨와 HB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3억원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당일 제기한 사실이 보도된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강경옥씨측에서 소송제기사실을 언론에 알린 것으로 보입니다. 강경옥씨측은 만화 '설희'와 드라마 '별그대'가 줄거리, 주인공의 신체적 특징,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 사건 전개과정 등의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여, 작가 박지은씨 등이 강경옥 작가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경옥씨는 이미 20년도 전부터 유명한 만화가였습니다. 순정만화를 그리 즐기지 않는 저조차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딸들'과 강경옥 작가의 '별빛속에'는 다 보았을 정도이니 강경옥 작가를 우리나라 순정만화계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강경옥 작가로서는 드라마 '별그대'를 자신이 발굴해서 작품화해낸 설정에 약간씩만 변형을 가하여 "동일한 작품의 드라마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자신의 저작물이 표절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 소송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 expression dichotomy) 입니다. 하나의 저작물을 구성하는 요소를 아이디어와 표현으로 나누어, 그 중 저작권의 보호는 표현에만 미치고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에는 미치지 아니한다는 원칙으로, 미국의 법원에서 저작권침해 소송의 판례를 통하여 발전해 온 법리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저작물의 보호범위를 정하는 기본 원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아니하고 표현만을 보호한다는 명제는 외관상 명쾌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사건에서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저작물에서 아이디어는 표현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에 내재되어 있거나 혼합되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작물의 어느 부분이 아이디어인지 표현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인데, 우리 법원은 이 두가지를 구별함에 있어 법리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정책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를 줌으로써 창작의욕을 고취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은 표현이라고 하고, 만인 공유의 영역에 두어 누구라도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판단되는 부분에는 이를 아이디어라고 하여 저작권의 보호를 부인하는 것이 실무적 관행입니다.

구체적으로 개념(concept), 문제의 해법(solution), 창작의 도구(building blocks) 등을 포함한 저작자의 사상이나 감정을 아이디어라고 하고, 아이디어를 작품 속에서 구체화하고자 하는 저작자의 노력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표현이라는 형태로 발현된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구별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케바케 ㅡㅡ), 추상성과 구체성, 독창성과 비독창성, 유일성과 다양성, 소재성과 비소재성 등이 일응의 구별기준이 됩니다.

아이디어와 표현에 관하여 대법원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이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며,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일명 '까레이스키 사건'). 지난 번 [책소개] 비명을 찾아서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했었는데, 복거일 작가가  2009로스트메모리즈라는 영화의 제작사에게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영화가 따온 것은 '비명을 찾아서'라는 소설의 아이디어이지 표현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한 것도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설희'라는 작품도 심지어 '별그대'도 드라마 전체를 다 본 것이 아니라서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기는 하나, 강경옥 작가측이 드라마 별그대의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가져다 쓴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표현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이 소송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귀추가 주목되는 사건입니다.

* 참고 : 오승종, 저작권법 3판, 박영사(2013), 73-84면(이 글의 네번째 단락부터 여섯번째 단락까지는 위 책 중 주요부분을 발췌/수정인용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14년 3월 22일 토요일

이부진 사장의 선행 관련 법조인의 반응

며칠 전 신라호텔의 이부진 사장이 호텔 문으로 돌진한 택시기사의 손해배상책임을 탕감해 주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부진 사장, 수억대 호텔문 파손한 택시기사에게…‘훈훈’ 동아일보, 2014. 3. 19.자 기사

일반인이나 기자가 보기엔 택시기사의 딱한 사정을 알아보고 빚을 탕감해 준 것이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다, 사회적인 미담이다, 삼성의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다 등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제 주위의 법조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직업들이 직업인지라 이부진 사장의 행위의 법적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4억원이라는 돈이 (삼성가의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돈일지 몰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에서도 처분하기에는 꽤 큰 돈입니다. 그런데 이부진 사장이 자신의 결정으로 회사가 가지고 있는 손해배상채권을 포기해 버린 셈이니 그로 인하여 회사가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므로, 이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일반인에게는 신라호텔은 이부진 사장 것인데 4억원 정도 포기하는 게 어때서?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라호텔은 호텔신라 라는 상장사가 소유하는 것으로, 신라호텔의 주인은 호텔신라의 주주들이고(물론 삼성가가 대주주일 것이나 혼자 소유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이부진 사장은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일 뿐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재산인 손해배상채권을 이부진 사장이 자의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부진 사장의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우선, 택시기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들, 택시기사는 80세의 고령에 가진 재산이 거의 없으므로 집행해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소액에 그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회사로서는 채권의 행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결손처리하게 될 채권이라면 굳이 보유할 필요없이 포기하되, 다만 포기한 사실을 이용하여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의 이미지 개선은 이미지 광고에 수십억원을 때려부어도 쉽지 않은 일이므로, 수억원의 손해배상채권포기가 그 대가라면 오히려 싸게 먹힌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렇게 회사의 경영진이 일응 회사에 손해가 되는 것으로 보이는 행위를 결의하거나 실행하는 경우에, 여러가지 자료를 가지고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것로 판단한 경우에는 그 결과가 회사에 손해가 된다고 하여도 경영진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이를 "경영판단"이라고 합니다. 이건에서는 경영판단에 가기 전에, 주주들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부진 사장을 형사고소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실제로 형사문제화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법조인들이 업무상 배임에 민감한 것은 이러한 채권포기가 신라호텔과 같은 회사가 아니라 듣보잡 회사에서 일어난 경우에는 경영진이 회사의 자금을 빼돌리는 방편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여, 이를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몇년 전 KBS의 정연주 사장의 경우에는 KBS가 법인세 환급소송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는데, 2심에서 법원의 조정으로 1심 승소판결보다 적은 금액을 환급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정연주 사장의 지시로  KBS가 1심보다 불리하게 조정에 응하여 법인세 환급금을 덜 지급받은 것은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라는 이유로  정연주 사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하고, 법원은 이는 경영판단이므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정연주 전 사장, '국가' 'KBS' 상대로 손배소)한 적이 있었던 것을 보면 업무상 배임죄 여부의 판단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부진 사장의 판단이 이렇게 이슈화된 것은 삼성의 반쯤은 의도된 언론플레이로 인한 것이고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왕 발생한 좋지 않은 사건을 어떤 식으로든 좋은 쪽으로 반전시킬만한 능력을 갖춘 것도 매우 부럽네요. 재벌그룹의 선의나 미담, 기부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그러한 선의나 미담, 기부가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제도를 갖추는 것에 대해서도 언론이나 국민들의 관심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2월 1일 토요일

민법상 이행보조자의 범위

민법상 이행보조자의 범위(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다2142 판결)
판례평석-김영지 변호사(법무법인 (유)율촌)

전형적인 판례평석입니다.

이행보조자의 범위에 관하여 1심과 원심의 해석이 갈렸었고, 원심의 해석에도 기존 대법원 판례 등 근거가 있었던 사안인데, 대법원이 이행보조자의 범위에 대하여 채무이행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 자만을 이행보조자로 보고, 채무이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행위를 하는 자는 이행보조자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본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