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5일 화요일

은행 직원인 줄 알고 넘긴 통장/비밀번호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경우 민형사상 책임



평소에 자신의 통장과 비밀번호 등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이 무슨 죄가 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 아닌가 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도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다 보니 자신의 통장과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넘기면 그 통장이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도 예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세가 바뀐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상황과 일반인의 인식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통장과 비밀번호 등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은 형사적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고, 민사적으로 그 통장과 비밀번호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어 피해자가 생기게 되면 통장의 명의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는 통장, 비밀번호와 같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동법 제49조 제4항 제1호는 이에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은행직원인줄 알고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긴 것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통장과 비밀번호를 대가를 받고 넘기거나 아르바이트 채용시에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넘기는 등의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초범의 경우에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 등의 경한 처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넘긴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이후, 통장을 사용하여 돈을 이체받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이미 돈을 출금하여 달아나 버렸기 때문에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긴 통장 명의자에 대하여 피해금액을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발생합니다.

이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은 통장 명의자가 통장에 입금된 금원을 실제로 취득하지 않은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으나, 통장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넘긴 행위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방조행위에 해당하고, 보이스 피싱 사기범의 범죄행위와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므로 민법 제760조 제3항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솔히 자신의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긴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가 태반이므로 손해배상액은 피해액 전액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되며, 통장 명의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30% 정도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 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4. 6. 11. 선고 2013나30342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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