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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4일 월요일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불가분적 사후행위라 함은 범죄에 의하여 획득한 위법한 이익을 확보하거나 사용 처분하는 사후행위가 이미 주된 범죄에 의하여 완전히 평가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컨대, 도둑이 핸드폰을 훔친 다음, 훔친 핸드폰을 부숴버린 경우, 첫번째 행위는 절도죄를 구성하고 두번째 행위는 손괴죄를 구성하지만, 핸드폰을 훔치는 행위에 의하여 소유자(또는 점유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가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를 부수는 행위로 인한 소유권에 대한 침해는 주된 범죄인 절도죄에 의하여 완전히 평가되는 것이므로, 핸드폰을 부수는 행위는 절도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도둑의 행위는 절도죄를 구성할 뿐이며, 손괴죄 부분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범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횡령죄에 있어서 특히 명의신탁을 받아 부동산을 보관하는 수탁자가 자신의 개인적 채무의 담보조로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횡령죄가 성립한 다음, 그 수탁자가 별도의 채무의 담보조로 당해 부동산에 다른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당해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여 버린 경우 등과 관련하여 종래 우리 대법원은 두번째 근저당권 설정행위나 매각행위는 앞에서 살펴본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처벌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5 판결,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1755 판결,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310 판결 등). 그런데 대법원은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판결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종전 판례 8개를 폐기하고, 일단 첫번째 근저당권 설정행위로 횡령죄가 성립한 뒤에도 두번째 근저당권 설정행위나 매매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하는 것이 주된 범죄와 보호법익을 같이하고 침해의 양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526면], 근저당권 설정행위 후에 다른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나 매각하는 것은 적어도 침해의 양을 초과하는 것이므로 이를 사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판례로 확인하여 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 중요 판례들을 보면서 위 판례를 발견하였는데,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와 관련하여 종전의 대법원 입장도 확실히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는 의미로 기록해 둡니다.

참고 :
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신동운, 판례평석 : 횡령 후의 횡령죄 성립 여부 -2013. 2. 21.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판례공보 2013상, 599-, 서울대학교 법학, 54권 4호(2013)

2014년 3월 31일 월요일

법감정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판결이 소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의 "황제노역" 판결입니다. 이건희 회장도 벌금에 대한 1일 노역의 일당을 1억원 정도로 계산했는데, 허재호 회장의 경우 5억원 정도로 계산하는 판결이 나왔다니 가당치 않다는 것이 그 취지입니다. (법 감정 외면한 판결하고도 "법대로 했다" 당당한 법원, 중앙선데이 제368호 2014. 3. 30.자)

허재호 회장에 대한 판결을 "황제노역"으로 네이밍하자 언론에서 십자포화를 뿜어대고 있고, 항소심에서 이 판결을 한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은 대주그룹계열사와 아파트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다음날 사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제 삐딱한 시선이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제게는 언론의 이 판결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도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언론의 논조는 단지 이 한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허재호 라는 대주그룹 회장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는데, 이 "벌금형에 대한 환형유치금액(벌금을 노약장유치로 대신할 경우 일당으로 계산하는 금액)이 5억원으로 정해졌고, 이것은 일반인은 보통 5-10만원으로 정해지는 것에 비하여 특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위 사실 이외에 위 판결의 벌금형에 그렇게 높은 환형유치금액이 정해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중앙선데이의 위 기사가 법원의 설명을 그대로 실어 주었는데, 그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조세범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탈세액의 2~5배까지의 벌금을 반드시 함께 부과하도록 돼 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가산세까지 더해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했고, 지분 100% 기업이어서 횡령범죄도 실질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가지 않았다고 봤어요. 이를 감안해 신체형은 집행유예(징역 2년6월, 집유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특가법이 벌금형도 병과하도록 규정했단 말입니다. 검찰은 벌금까지는 너무 과하다면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구형했잖아요. 재판장도 고민을 했겠죠. 벌금형 선고유예는 너무 형이 가볍다고 생각해서 254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환형유치(換刑留置·벌금을 내지 못하는 범죄자에게 노역으로 대신하게 하는 제도) 기간은 50일로 정한 거예요. 유치기간을 너무 늘리면 신체형에서 집유를 받은 피고인에게 벌금형 명목으로 신체형을 살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까요.”

위 설명에 따르면 허재호 회장의 죄명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조세범죄(조세포탈)와 횡령죄인 것입니다. 이 중 조세범죄에 대해서는 가산세까지 포함하여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했습니다.
조세범죄의 경우, 포탈한 세액을 그것도 가산세까지 모두 납부한 경우에는 선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조세를 내느라 기업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당해연도 그 다음연도에는 조세를 낼 재원 자체를 마련하지 못합니다. 조세를 내느라 기업이 망하면 그 다음해부터는 조세 자체가 줄어들게 되는데, 포탈한 세액을 모두 납부한 기업의 회장을 구속하거나 벌금을 또 부과해서 부담을 추가적으로 줄 이유가 있을까요? 그래서 조세범죄에서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한 것이 소명되면 벌금형을 "선고유예"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판결 이전에 많은 경우에 선고유예한 사례가 있습니다.

횡령죄에 대해서는 지분 100%기업, 즉 1인회사이므로 처벌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횡령죄는 주주가 여러명인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주주가 회사 돈을 개인적인 용도에 써 버린 경우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고, 피해자는 회사, 실질적으로는 그 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주가 한명이고 그 주주가 대표이사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본인이 되는 것이므로 이를 처벌하는 것은 불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1인 회사의 경우 횡령,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견해가 갈리고 있고, 처벌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상정가능한데, 위 건에서 법원은 처벌필요성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렇게 이 판결의 내용을 따져보면 법원이 선고유예할 수 있었던 사안입니다. 일반적으로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보다 2배를 구형하는 검찰이 벌금형에 대해서 "선고유예"를 구형하였다는 것은 검찰조차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도 부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벌금형의 선고유예보다는 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 고심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되, 다만 환형유치금액을 높여서 실제로 노역을 하더라도 단기간에 끝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언론이 이 판결을 비판하면서 들고 있는 잣대가 "법감정"입니다. 한마디로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여론이 안 좋으니 고치라는 것인데,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법감정은 법원이 따라야할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법이라는 말을 앞에 붙였지만 "감정"이란 말은 그냥 기분이 안 좋다는 말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요. 법원의 설명은 일응의 기준이 있고, 그 이전에 이미 이 판결보다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였던 선례도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대주그룹이 무너진다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선처해야 한다는 지역경제인들의 탄원서도 많이 제출되었으므로 법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법원의 판단이 "일당 5억원", "황제노역"이라는 헤드카피 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감정은 저 헤드카피 2개에서 더 이상의 고려를 하지 않는 일반인의 판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헌법은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법관이 어느 것에서도 독립하여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부의 압력은 폭력이나 회유 그런 것 뿐만이 아닙니다. 법감정이라는 탈을 둘러쓴 "여론재판"의 유혹 또한 외부의 압력인 것입니다.

장병우 광주법원장이 대주그룹과 아파트거래를 하였다는 점도 위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도 뒤를 잇고 있습니다(황제노역 판결 장병우, 허재호가 지은 '대주 아파트' 입주 중앙일보, 2014. 3. 29.자 기사). 저는 이 부분도 너무 한다는 느낌입니다. 대주그룹은 건설회사입니다.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아파트 분양을 하는 회사이므로, 광주에 거주하는 장병우 판사가 대주그룹이 지은 아파트를 매입해서 들어가 살 수 있습니다. 만약 문제를 삼으려면 장병우 판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아파트를 싸게 매입하였다든가,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대주그룹에 비싸게 매각하였다는 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장병우 판사는 2005년 대주아파트를 광주지역 57평 아파트를 4억 5천만원에 분양받아 2007년 입주했고,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2억 5천만원에 매각했는데 매입자가 대주그룹 계열사였습니다. 허재호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06년인데('황제노역' 허재호씨가 총수였던 대주그룹의 부침, 매일경제 2014. 3. 28. 기사) 광주에 사는 장병우 판사는 자신이 대주그룹 사건을 맡을지도 모르므로 대주그룹이 분양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지도 말고, 자신의 아파트는 꼭 대주그룹 계열사를 피해서 매각해야 했단 말일까요? 또한 그 가격이 특별히 싸게 사거나 비싸게 판 것이 아님은 그냥 봐도 알 수 있는데 언론이 굳이 의혹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기사를 쓰는 이유는 그냥 (기사가) 잘 팔리기 때문 아닐까요?

만약 위 기사의 의혹이 제대로 된 의혹이라면 종전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판결을 맡았던 판검사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 보면 됩니다. "삼성그룹 2심 판결을 맡았던 000 판사가 삼성전자에서 만든 갤럭시S3 핸드폰, 삼성 노트북, 삼성 텔레비젼, 삼성 세탁기, 삼성 에어컨을 삼성 디지털 플라자에서 매입하고, 삼성계열사인 삼성물산에서 분양하는 서초동 삼성래미안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자신이 쓰던 구형 전자기기를 삼성디지털 플라자에서 매입하여 처분케 하고, 자신이 종전에 살던 아파트를 매각하였는데 매입자가 삼성계열사인 에버랜드이다" 이 중에 하나라도 걸리지 않는 판검사가 있을까요? 하나라도 걸리면 삼성과 "고가의 가전제품", "아파트"를 거래하였으므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판결을 맡았던 판사는 재판에서 제외되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감정"이라는 말은 신문 외에서는 나오지 않는 조어입니다.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루면 법감정에 반하는 판결이 되고,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법감정에 반하지 않는 판결이 되는 셈입니다. 법관이 "법감정"을 고려하라고 하는 것은, 법에서 정해진 것 외에 "여론"을 감안하라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법원의 재판 때에도 법원을 이런 식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데 그 수장을 엄히 처벌하는 것은 부적당하다는 고려가 법원의 판단에 (묵시적으로나마) 포함되었었지만 이를 크게 문제삼지는 않았죠. 그런데 광주지역의 경제에 한축을 담당하는 대주그룹의 회장을 엄히 처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는 고려가 법원에 판단에 포함되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요? 이건희와 허재호라는 유사한 사건을 비교할 때 유독 후자에게 더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후자의 판결후 처신이 부적당한 점도 한몫 하였겠지만, 언론이 광고가 줄어들 위험없이 비판할 수 있는 꺼리를 만났을 때 얼마나 더 집착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북한의 체제를 "인민재판"을 하는 전근대적인 국가라고 비판하면서, 우리 자신은 특히 언론이 법관의 판결을 좌우하기 위해 "여론재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곰곰히 곱씹어봐야 할 것입니다.

2014년 2월 12일 수요일

명의신탁약정의 효력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면서, 부동산실명법 시행일인 1995년 7월 1일 이후에는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입니다. 그렇지만 종중과 배우자, 종교단체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되므로(부동산실명법 제8조), 종전의 명의신탁이론에 따라 해결되어야 합니다. 종전의 명의신탁이론이란 명의신탁에 대하여 판례가 취하고 있는 소위 상대적 권리이전설에 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소유권 등은 대외적 관계 내지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수탁자에게 이전되지만, 대내적 관계 즉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관계에서는 신탁자에게 보류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대해석으로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명의신탁약정은 유효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부동산실명법 제11조는 부동산실명법 시행일로부터 1년의 유예기간동안 기존 명의신탁자들에게 실명전환의무를 부과하고, 부동산실명법 제12조는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 또는 매각처분 등을 하지 아니한 경우 명의신탁약정의 효력을 무효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1996. 7. 1. 이후 대부분의 명의신탁약정은 무효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의신탁약정은 크게 양자간 명의신탁(단순등기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으로 나뉩니다.
단순등기명의신탁은 신탁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명의를 수탁자 명의로 돌려놓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므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된 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있습니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아직 처분하지 않은 경우 명의신탁자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행사로서 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말소하거나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여 이전등기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의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면, 그 처분행위는 제3자의 악의여부를 불문하고 유효합니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 하지만 명의수탁자는 민사적으로는 신탁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부당이득반환책임을 부담해야 하며, 형사적으로는 횡령죄의 죄책을 져야 합니다.

계약명의신탁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그 일방당사자가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컨대 부동산매매계약의 실매수인이 명의수탁자를 내세워 매도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과 명의수탁자가 매매당사자가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됨으로써 명의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는 약정에 따른 채권채무관계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명의신탁자 및 수탁자는 서로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이행을 청구할 수 없고, 일방이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계약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동산매수대금으로 지급한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신탁자와 수탁자 외에 상대방이 존재하는데, 이 상대방이 선의인지 악의인지에 따라 계약의 유무효가 달라집니다. 부동산실명법은 상대방이 선의인 경우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물권변동을 유효로 하고 있으므로(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부동산의 소유권은 유효하게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합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처분하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나 형사상 범죄(횡령죄)를 구성하지 않게 됩니다.

상대방이 악의인 경우에는 물권변동이 무효이므로 부동산의 소유권은 상대방에게 남아있게 되므로 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수탁자가 부동산을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는 것은 별론, 불법행위책임이나 형사상 범죄(횡령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