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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2일 화요일

[책소개] 법정에서 못다한 이야기

 



박형남, 법정에서 못다한 이야기, 휴머니스트(2021)

박형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님은 사법연수원 당시 지도교수님이셨습니다. 책에 나오는 "민사재판에서 사람을 흥부로 보는가, 놀부로 보는가?"라고 묻곤 하셨을 때, 놀부라고 답하면서 얼굴을 붉힌 마음씨 착한 제자들 후보군 중에 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은 기억이 없는 것은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일까요...). 2018년 [책소개] 재판으로 본 세계사 에 이어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판사라는 직업과 그와 관련된 오해를 풀기 위한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판사라는 직업을 선망하거나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추천하고 싶네요.  2022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로 선정될 만큼 술술 읽히는 분량이 매력적입니다.

다음은 제가 인상깊게 보았던 구절들입니다.

-법조문상 처벌대상은 넓지만 실제 처벌은 선별적으로 집행되면서, 시민의 준법정신은 약화되고 법의 실효성은 의심받으며 범죄 예방과 억제기능은 사라진다(27면).

-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하면 '국가형벌권을 동원할 사안이 아님'을 선언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으로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27면).

- 법조계에서 흔히 하는 말대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가 제일 많이 알고, 그 다음은 변호사이며, 가장 사건을 모르는 판사가 결론을 내린다(42면).

- 따라서 실체적 진실은 적법절차라는 틀 속에서 검사와 피고인이 주장하고 반박하며 판사가 판단하는 과정에서, 진실에 가깝게 재구성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다(43면).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는 판사에게 익숙한 사실인정과 법리의 영역이지만, 양형은 판사가 잘 알지 못하거나 꺼리는 감정과 윤리의 영역이다(54면).

- 법리와 판례를 판사의 고유영역이라며 도외시하는 태도는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포기한 것이다(86-87면).

- 다시 말해 법치주의는 권력자가 시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이 권력자에게 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147면).

- 법률가는분쟁을 만나면 그에 맞는 공구를 꺼내 처리한다. 이런 점에서 요건사실은 법률가까리 통용되는 프로토콜(protocol)'이고, 법률가와 시민 사이에 가로놓은 진입장벽이다(166면).

- 전관을 선임했다고 해서 이길 사건이 지고 질 사건이 이기지는 않지만, 재판받는 사람이 절차적으로 전관이 배려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192면).

- 드라마를 보면 판사가 사무실에서 검사나 변호사와 전화하거나 함께 식사하며 유무죄나 형량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런 일은 현실에서 결코 없다(197면).

-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생각과 주장을 바꿀 수 있고 바뀌어야 하는 '카멜레온'이다(198-199면).

- 개인과 집단이 나름대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가치를 일원화하고 법으로 굳혀버리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에 반합니다(220면).



2015년 1월 6일 화요일

변호사는..


*사진은 변호사를 다룬 미드 "Suits" 관련 이미지입니다. 주변에서 꽤 평이 좋았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네요.

실무 관련 책을 넘기다 변호사에 대한 문구를 발견하고 기록해 둡니다. 기다리는 직업이 맞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변호사란 본래 사무실에서는 사건을 의뢰할 당사자를 기다리고, 법정에서는 순서를 기다리며, 최선을 다한 뒤에는 초초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대기업[待機業]이라고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법연수원, 민사실무 I(2013), 303면.

2014년 2월 6일 목요일

법조인이 되는 방법

법조계에서 종사하지 않는 분들과 말씀을 나누다 보면 많이 나오는 주제 중 하나는 "판사, 검사, 변호사"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신문에도 자주 나오고, 로스쿨 도입 당시에는 여기저기 시끄러웠기 때문에 아는 분도 많을 것이지만, 세상사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므로 실제 "변호사"로 업무하고 있는 사람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많이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입학하기 직전 고3과 그 학부모가 대학입시에 대하여 제일 잘 알듯 현재 법조인 양성시스템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분들 또는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분들 및 로스쿨에 재학하고 있는 분들이고, 이미 그것이 자신의 직업이 되어버린 판사, 검사, 변호사들(일부 사법제도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을 제외하고)은 법조인 양성시스템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한도 내에서 아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법조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세상이 매우 좋아져서 인터넷을 서치하면 법조인이 되는 방법에 관한 정보를 정리해 둔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더군요. 일단 법무부 사법시험 홈페이지, 위키백과에서의 사법시험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학적성시험(LEET)에 대한 설명을 훑어보면 현재 법조인 선발시스템의 대략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나라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을 받고 변호사가 배출되기 전까지는 조선변호사시험, 고등고시 사법과를 통하여 법조인을 선발하거나(1963년 이전),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사법연수원에서 교육하고,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며 그 중에서 판검사를 우선 임용하였었습니다(1964년 이후). [예외적으로 군법무관시험을 통하여 군법무관으로서 10년 이상 복무한 자에게도 변호사자격이 부여됩니다(군법무관 임용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신문에서 법조인의 프로필을 소개할 때 처음에 사법시험 0회, 사법연수원 0기라고 나오는 걸 볼 수 있는데, 그것으로 그 분이 언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경력을 시작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지금은 이를 대신해서 변호사시험 1회,  2회 와 같이 경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서 법조인 양성-선발체계는 소위 "미국식"으로 변경되는 과정에 있습니다.[2017년 이후에는 거의 미국식 체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식 체계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수료한 자 중에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하고, 판사와 검사는 변호사자격이 있는 자 중에서 법원, 검찰이 임용하는 것입니다. 종전에는 사법연수원 수료생들 중에서 판검사를 신규임용하였지만, 이제는 로스쿨을 갓 졸업하여 변호사자격을 갓 취득한 사람들이 아니라 전체 변호사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규임용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는 검찰의 경우에는 경력검사를 채용하는 것은 별론 신규검사는 원칙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자 중에서 선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로스쿨 졸업생 중 우수한 자들을 로클럭으로 선발하여 수습을 시키고 있으므로 로클럭 경력이 있는 경우 판사임용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변호사 경력이 있어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판사 임용방식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직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지 않은 상태이기 떄문에 2017년까지는 사법시험을 통해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경우에도 변호사자격의 취득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2017년까지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수료를 통한 변호사자격 취득과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을 통한 변호사자격의 취득이 이론상 모두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해마다 줄이고 있어서 합격가능성도 내려가게 되므로 특별히 이전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주위에 법조인이 되려고 하는 분이 있다면 법학적성시험-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을 통하여 일단 변호사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