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입문하시자 교수시절 견해와 다른 입장이 문제가 되시는 정종섭 장관님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이슈가 온 나라를 휘감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이 자신의 위법행위 일부를 자인한 듯한 발표를 한 상황이 되자, 헌법학 교과서에서만 논의되던 "현직 대통령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수사를 하게 될 주체인 검찰 일각에서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조항의 해석상 수사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여러 법조인들에게조차도 자신이 공부한 헌법교과서의 내용에도 반하는 것이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문제되는 헌법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직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관한 학설이 있을 뿐인데, 헌법학 관련 저서들을 찾아보면 무엇이 다수설인지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적어도 제가 공부한 바에 따르면, 당시 수험생 상당수가 보았던 교과서는 권영성, 김철수 교수님의 헌법학원론, 헌법학개론이었고, 저도 두 교과서를 모두 보았지만 헌법 제84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통령은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을 뿐 수사의 대상은 되는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JTBC에서 2010년 이후 나온 헌법학교과서를 대부분 찾아서 헌법 제84조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였네요([팩트체크] 헌법으로 본 '현직 대통령수사 가능한가?', JTBC 2016. 11. 3.).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 책은 19권이었는데, 수사가능 3, 중립 4, 불가능 12 였다고 합니다. 검찰의 대통령 수사불가능 입장은 적어도 교과서를 집필한 헌법학자들 중 다수설에 따른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수사기관이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고려에 따르면 수사가능하다는 입장은 이상론에 가까운 것도 사실입니다(이 와중에 정종섭 장관님 저서의 견해는 수사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는 대통령 궐위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수사가능하다는 입장에서도 임의수사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게 됩니다.
JTBC의 위 보도 중 헌법 제84조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습니다. 헌법재판소 1995. 1. 20. 선고 94헌마246 불기소처분취소 사건에서 이와 관련하여 판시한 적이 있네요. 관련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국민주권주의(제1조 제2항)와 법앞의 평등(제11조 제1항). 특수계급제도의 부인(제11조 제2항), 영전에 따른 특권의 부인(제11조 제3항) 등의 기본적 이념에 비추어볼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헌법의 규정(제84조)이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일반국민과는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헌법 제84조의 규정취지와 함께 공소시효제도나 공소시효정지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비록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 헌법이나 형사소송법 등의 법률에 대통령의 재직중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명백히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위 헌법규정은 바로 공소시효 진행의 소극적 사유가 되는 국가 소추권행사의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므로, 대통령의 재직중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6년 11월 3일 목요일
2014년 2월 5일 수요일
민법연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면서 기본적으로 보게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제가 공부할 당시(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기본삼법의 기본서로 보았던 것은
헌법 권영성 교수님의 헌법학원론
민법 곽윤직 교수님의 민법총칙, 물권법, 채권총론, 채권각론
형법 이재상 교수님의 형법총론, 형법각론
이 책들이었습니다.
위 세 책들의 저자 가운데 권영성 교수님께서는 학교에 계셨기 때문에 직접 강의를 들을 수 있었지만, 곽윤직 교수님께서는 90년대 초반에 은퇴하셨고, 이재상 교수님은 이대에서 강의를 하셨기 때문에 직접 뵙지는 못했네요.
하지만 그 양의 방대함 때문에 기본서를 1회독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아서, 특히 민법의 경우에는 곽윤직 교수님의 책들(줄여서 "곽서"라고 했습니다)을 요약 정리한 버전의 요약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김준호 교수님의 민법강의가 시험용으로 각광을 받았죠. 몇년 후에 후배가 자신이 공부했다는 책을 가져왔는데 그 책은 지원림 교수님의 책이더라구요. 현재는 곽서를 별로 보지 않는 듯 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당시 민법 교수님은 남효순, 양창수, 김재형, 윤진수 교수님이셨습니다. 저는 그 중 양창수, 김재형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김재형 교수님이 조곤조곤하게 설명을 하시는 스타일이라면 양창수 교수님(현재 대법관으로 재직중이시죠)께서는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고, 다른 법학자들의 의견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셨는데,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으셨습니다. 특히 곽윤직 교수님의 책으로 수업하시면서 곽교수님의 견해에 대해서 정중하게 자신은 다른 입장이라고 하시거나, 이은영 교수님의 견해를 사정없이 비판하시는 걸 은근히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곽서라는 부동의 교과서가 있다보니 양교수님께서는 본인의 교과서를 내시지는 않으시고, "민법연구"라고 하여 본인이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내는 연구물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시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9권까지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2010년, 2011년, 2012년에 로스쿨 교재로 책을 내셨네요(계약법, 권리의 보전과 담보, 권리의 변동과 구제). 그 밖에 민법입문자들을 위해 쓰신 "민법입문"이라는 책이 있는데, 법학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법학에 뜻이 있는 분들이 법학을 시작하면서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어설픈 법학개론 책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일과 관련해서 찾아볼 논문이 있어 민법연구 8권을 사서 보게 되었는데, 그 서문에 양교수님께서 1권을 쓸때 서문을 다시 인용하시면서 아직도 우리 학계의 현실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걱정하십니다. 민법학이 그럴진대, 형법, 헌법 그리고 제가 전공한 행정법학계는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어떻게든 세상에 지식이 쌓이고 더 좋아지고 있는게 아닐까요. 다음은 민법연구 8권에 인용되어 있는 민법연구 1권의 서문 중 일부입니다(한자는 한글로 고쳐서 옮깁니다).
"필자는 그야말로 민법학의 초심자에 지나지 않는다. 멀리 바라보며 나아갈 목표도 바로 눈 앞의 길도 뚜렷하지 아니한 채, 안개 속을 헤매는 암중모색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 [학문의 전통]이 없다는 것이다. 넓은 범위에서 양식 있는 분들의 동의를 얻고 있어 후학들이 일단 의지할 수 있는 방법이 수립되어 있는지 의문이고, 또한 학문적 훈련을 습득하여 가는 과정도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므로 당연히 수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행하여지고 있고, 더욱 중요한 것으로, 우리 나라에서의 민법학의 존재이유와 가치에 대한 회의가 은연 중에 팽배해 있어서 학문의 수행에 필수적인 인적 자원이 제대로 충원되지 못하고 있다. 법학을 일생을 걸만한 대업으로 여기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하나의 단위로서의 민법학계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전통의 부재]는 당연히 학문작업(그 성과는 일단 논문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에 대한 자율적인 평가체계가 기능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것으로 통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언필칭 [논문집]을 펴 낸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의심이 들기도 한다. 다만 여기저기서 [준거]의 획득을 위하여 고투를 계속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이러한 글들이 조금이라도 동병상련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여 보는 것이다."
피드 구독하기:
글 (At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