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3일 목요일

현직 대통령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가

*정치에 입문하시자 교수시절 견해와 다른 입장이 문제가 되시는 정종섭 장관님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이슈가 온 나라를 휘감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이 자신의 위법행위 일부를 자인한 듯한 발표를 한 상황이 되자, 헌법학 교과서에서만 논의되던 "현직 대통령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수사를 하게 될 주체인 검찰 일각에서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조항의 해석상 수사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여러 법조인들에게조차도 자신이 공부한 헌법교과서의 내용에도 반하는 것이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문제되는 헌법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직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관한 학설이 있을 뿐인데, 헌법학 관련 저서들을 찾아보면 무엇이 다수설인지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적어도 제가 공부한 바에 따르면, 당시 수험생 상당수가 보았던 교과서는 권영성, 김철수 교수님의 헌법학원론, 헌법학개론이었고, 저도 두 교과서를 모두 보았지만 헌법 제84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통령은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을 뿐 수사의 대상은 되는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JTBC에서 2010년 이후 나온 헌법학교과서를 대부분 찾아서 헌법 제84조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였네요([팩트체크] 헌법으로 본 '현직 대통령수사 가능한가?', JTBC 2016. 11. 3.).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 책은 19권이었는데, 수사가능 3, 중립 4, 불가능 12 였다고 합니다. 검찰의 대통령 수사불가능 입장은 적어도 교과서를 집필한 헌법학자들 중 다수설에 따른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수사기관이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고려에 따르면 수사가능하다는 입장은 이상론에 가까운 것도 사실입니다(이 와중에 정종섭 장관님 저서의 견해는 수사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는 대통령 궐위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수사가능하다는 입장에서도 임의수사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게 됩니다.

JTBC의 위 보도 중 헌법 제84조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습니다. 헌법재판소 1995. 1. 20. 선고 94헌마246 불기소처분취소 사건에서 이와 관련하여 판시한 적이 있네요. 관련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국민주권주의(제1조 제2항)와 법앞의 평등(제11조 제1항). 특수계급제도의 부인(제11조 제2항), 영전에 따른 특권의 부인(제11조 제3항) 등의 기본적 이념에 비추어볼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헌법의 규정(제84조)이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일반국민과는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헌법 제84조의 규정취지와 함께 공소시효제도나 공소시효정지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비록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 헌법이나 형사소송법 등의 법률에 대통령의 재직중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명백히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위 헌법규정은 바로 공소시효 진행의 소극적 사유가 되는 국가 소추권행사의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므로, 대통령의 재직중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