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수 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법문사(2018)
얼마 전 대학원 후배가 근처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었다고 해서 만나서 환담하던 중에 이런 책이 나왔다고 해서 냉큼 주문해서 읽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대부분 로스쿨 교수님들이셔서 쉽게 쓰신다고 대중의 눈높이를 맞춘다고 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컨사이스 법서 아닌가 합니다. 다만, 사회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맞추어 법제도 또한 기존의 다수설 판례와 다른 선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항상 다수설/판례에 유리한 입장만 대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니, 이런 내용도 매우 반갑네요. 양이 상당하고, 내용은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미궁속을 헤매게 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밑줄 그어놓은 부분이 상당해서 두편으로 나누어 인상깊은 문구를 적어두고자 합니다. 법이나 법제도에 관심있는 분들, 법학의 기초가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거버넌스란 개인과 제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공동의 사안을 관리해 나가는 여러가지 방식의 총체이다. 거버넌스는 그 지속적 과정을 통해 상충하는 이해관계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협조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윤진수 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국제적 법치주의는 실현 가능한가?(김부찬), 64-65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직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규정의 공공복리도 마찬가지이다.
윤진수 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72-73면.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단계설의 욕구와 그 충족에서 오는 즐거움을 공리주의적 즐거움을 판단하는 데에 하나의 단서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생리적 욕구의 충족은 다른 것보다 우선하지만 그렇다고 생리적 욕구가 고급한 욕구는 아니고 그러한 충족에서 오는 즐거움이 고차원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 생리적, 육체적 욕구는 기본적이고 1차적인 욕구이며, 사람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 경시될 수 없다. 나아가 이처럼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대단히 크므로 다른 욕구보다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77면.
그러므로 정의, 법치주의, 자유, 인권, 사적 자치, 기본적 소유권과 같은 원칙이나 권리에 대한 예외는 신중하게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예외 자체가 하나의 원칙이 될 수 있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83면.
만약 합리적인 사람이 "나는 지금 이 순간은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열정적 사랑은 1년 정도밖에 지속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1년 뒤에도 당신을 지금처럼 사랑할지는 불확실해"라고 고백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분명이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솔직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이 사람의 애인은 불안과 실망에 빠질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85면.
2016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동안 연 평균 접수된 형사사건은 150만-200만건에 달하고, 2016년 1심 공판사건 중 유죄건수는 구속 33,323건, 불구속 235,187건으로 매년 법원의 판결로 확정된 범죄만 26만-27만건 이라고 한다. 그 수치는 매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형법, 형벌폐지론은 극복되었는가?-자유형에 대한 하나의 대안-(김성룡), 93면.
2016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이 접수한 형사사건은 총 1,644,804건이고, 공판사건 중 판결에 이른 243,781건 중 집행유예를 제외한 자유형이 61,000건, 재산형이 79,000건 이상이다. 자유형의 형기를 보면 1년 미만(24,844명)과 1년 이상 3년 미만(27,416명)의 자유형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형법, 형벌폐지론은 극복되었는가?-자유형에 대한 하나의 대안-(김성룡), 94면.
롤즈는 "우리가 결함있는 이론을 그나마 묵인하게 되는 것은 그보다 나은 이론이 없을 경우인데, 이와 마찬가지로 부정의는 그보다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참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03면.
형벌은 과거의 행위를 전제로 한 책임주의가 한계로서 작용하여 왔고, 보안처분은 장래의 재범여부에 관한 위험성판단이 기준으로 제시되어 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05면.
책임은 책임비난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불법에 관하여, 행위판단의 의사능력이 있는 행위자가 규범에 반하는 반가치태도를 형성함으로써 그러한 범죄행위를 선택하였다는 점에 대한 비난가능성 여부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07면.
즉, 우리의 인상은 범죄를 범하는 자는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체 범죄자의 92% 이상은 교도소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는다. 그리고 발을 들여 놓은 자들 중에서도 다수는 1년 이하의 단기형에 불과하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13면.
만약 성매매에 수반되는 당사자의 경제적 사정만으로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불법이자 범죄라고 한다면, 경제적인 대가를 매개로 자신의 육체와 감정을 소모하며 노무와 용역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경제활동과 고용활동도 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은지 반문할 수 있다. 성매매보다 더 강도가 높고 침해가 클 수 있는 육체노동과 심신을 피폐하게 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감정노동이 합법적인 영역에서 널리 존재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양자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분하여 불법과 합법으로 나누는 근거는 무엇인가?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46면.
성매매는 결국 인간 존엄성을 형성하는 성이라는 소중하고 특별한 것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 남용하는 일이 된다. 거칠게는 다음과 같은 명제로 구체화할 수 있다. i) 성은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어서 성과 관련된 신체는 지키고 아껴야 하며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ii) 성은 가급적 사랑에 결부되거나 특정한 상대로 절제되어야 하면 감정적 교감없이 방종해서는 안된다. iii) 성은 금전으로 교환될 수 없는 것이므로 돈벌이의 수단이나 경제적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 같은 금지명령이 성도덕 문란화와 성 상품화의 주요한 내용을 차지한다. 성매매는 이런 금지명령이 결합된 형태로서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침해하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가 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48면.
달리 말하면 성매매를 금지하면서 내세우는 말과 그 배경을 이루는 생각이 혹시 남성중심의 성차별적인 사고의 연장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성은 타인의 간섭과 개입이 최대한 배제되어야 할, 자기결정에 기반한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성이 자유화되고 개방화된 오늘날에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일시적 유흥을 위한 관계나 애정과 무관하게 혼인이나 취업, 승진과 같은 다른 목적에서 성을 수단으로 삼는 "정서적 교감이 배제된" 관계는 물론이고,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나거나 경제적 지원에 의탁한 관계. 간통처럼 혼인 바깥에서 이뤄지는 불륜적인 행위까지도 도덕이나 사회윤리적 비난은 차치하고 법의 개입은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에 합의를 보고 있다. 타인이 도덕적 잣대를 들어 비난할 수 있을지라도 공적인 영역에서 금지나 처벌의 선상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정치적 올바름으로 여겨지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0면.
성매매의 보호법익은 건전한 성풍석과 성도덕의 보호라고 하는 사회적 이익에 집중된다. 그런데 성매매가 범죄로서 요건을 갖추려면 그 행위가 추상적인 수준에서 성풍속이나 성도덕에 반한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성풍석이나 성도덕에 반한 결과 구체적으로 사회질서나 안녕에 해가 된다거나 위험하게 한다는 점이 필요하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3면.
법정형이 두 배나 무거우면서 어느 모로 보나 성매매보다 중한 죄라 할 간통죄조차 한 순간에 사회적 도덕률이나 건전한 성풍속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도덕적 비난과 민사적 챔임의 영역에 남게 되면서 건전한 성풍속이나 성도덕을 근거로 형사처벌하던 시각으로부터는 벗어난 것이다. 성매매를 떠받치고 있는 건전한 성풍석이나 성도덕에 관한 통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변적이며 실체를 잡아두기 어려운 개념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4면.
자신의 자발적 결정에 기초하여 상호 합의한 성매매는 타인의 이익을 특별히 침해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사회적 유해성도 구체적으로 찾아보기가 힘들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6면.
형법은 최후수단으로서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지 사회적 갈등해결의 첨병으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형법이 위험에 대한 관리도구, 그 가운데에서도 최고의 신속한 직접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7면.
일반적으로 책임비난이나 형벌은 인간의 '자유의지(free will)'에 따른 의사결정을 전제한다. 그런데 도킨스는 생리, 유전,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인간의 행동이 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면 그러한 것들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도킨스가 말한 '도덕원칙으로서의 응보와 과학적 관점의 양립불가능성'은 '자유의지와 과학적 결정론의 양립불가능성'으로 재해석될 수도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67면.
임마누엘 칸트에 의하면 자유는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그 성격이 드러난다. 첫째, 스스로가 인과계열의 한 원인이 된다는 '자발성'으로의 자유, 둘째, 현상계에서의 감각적 충동의 강제와 경향성을 극복하고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선의지'로서의 자유,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편타당한 도덕법칙을 스스로 세우고 따를 수 있는 '자율성'으로서의 자유가 그것이다. 그는 인간에게 실천이성에 의해 바로 그와 같은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 즉 자유의지가 있다고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79면.
라플라스의 악마-18세기에 활동했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그는 우리의 지성이 우주만물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전지하다면 천체의 움직임은 물론 작은 원자의 움직임까지도 공식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가설에 의하면 자유의지는 설 자리를 잃는다. 그가 말한 전지전능한 지성을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80면.
물리적 우주가 의식을 발생시키긴 하지만, 물리법칙은 의식을 예측하지 않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85면.
출생이 수반되지 않는 가족의 형성과 세대의 계승이라는 변화는 이미 우리 눈 앞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195면.
일부일처제의 기원을 다양한 관점에서 찾을 수 있으나 "혼인 중에 수태된 아이의 아버지는 남편이다"라는 나폴레옹 법전 제312조의 선언이 3,000년에 걸친 일부일처제의 최종결과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197면.
'인류가 농경사회에 진입하여 부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 내에서 남편이 아내보다 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고, 남자는 가정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었으며, 결국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이행되고, 이러한 모권의 전복은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였다'는 엥겔스의 관점은 새로운 생산력의 시대가 도래하는 현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201면.
영국의 경우에 법률상 부를 포함한 당사자 전원의 협력하에 이루어진 유전자 검사결과를 제시하여 생부가 있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여 규범적 부성 추정 제도에도 불구하고 제3자의 자녀를 출생신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206면.
우리는 일부일처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맹아를 이른바 '졸혼'이라는 낯선 풍조에서 최근 발견하고 있다. 법률상으로는 혼인이라는 명분을 유지하여 배우자로서의 상속이나 각종 대외적 관계에서 부부로서의 지위 등의 법적 효력은 향유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애정공동체나 경제공동체로서의 부부관계는 해체하여 새로운 낭만적 사랑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혼인관계도 등장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214면.
결국 부부관계는 부부가 협의하여 그때그때 정하여야 할 일이고 법이 정해줄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까지 나아가게 될 것이다. 혼인법이 지난 수십 년간 여러 국면에서 이루어온 발전의 상당부분은 이러한 것이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혼인을 법이 규율해야 하는가?(이동진), 225면.
유류분 제도의 존속 필요성에 대해서는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속인들의 부양필요성이 존재하거나 상속인들이 상속재산형성에 기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는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 .... 2018년의 시점에서 우리는 1958년 민법 제정시 유류분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입법자의 결단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유류분제도는 존속되어야 하는가?(최준규), 237면.
요약하자면, 분명히 재산이나 이익을 이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상속세도 증여세도 물릴 수 없다는 결론은 부당하며, 이러한 재산, 이익에 대하여는 빠짐없이 과세가 가능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완전포괄주의의 이론적, 현실적 배경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얼마나 '완전포괄적'일 수 있는가?(윤지현), 241면.
무엇보다 법에서 과세범위를 막연히 넓게 정하여놓고, 과세관청이 그렇게 하고자 하는 때에만 그러한 과세를 정당화시켜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아니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얼마나 '완전포괄적'일 수 있는가?(윤지현), 2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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