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8일 화요일
겨울연가? 가을동화
다니엘 튜더, 노정태 역,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문학동네(2013)
Daniel Tudor, Korea : The Impossible Country, Tuttle Publishing Ltd., 2013
박노자의 글을 읽을 때도 느꼈었던 것인데 한국화된(?) 외국인의 시선은 우리를 참으로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니엘 튜더의 이 책은 너무도 당연해서 그에 대해 생각을 하거나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활자화된 결과물을 보았을 때 그 기술의 대상인 자신도 놀라운 그런 책입니다. 굳이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지만 굳이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 자신이 읽어도 남는 것이 많을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을 소개하기 위한 많은 카피들이 이 책의 훌륭함을 대변합니다.
"다니엘 튜더의 글은 한국인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것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다시 살펴보게 만든다. 좁은 시야로 눈앞의 이익, 오랜 관행에 사로잡혀 사는 우리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시선." - 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그리고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긴 노정태씨의 말도 귀담아 들을 만 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를 읽는 것은 일차적으로 한국인인 독자에게 신선한 자기객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인인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는 그의 시야와 통찰은 실로 놀랍다. 너무도 익숙해서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우리의 모습이, 사랑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이해하려 했던 다이엘 튜더에게는 결코 당연하지만은 않았다.
....
그리하여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는 '우리'가 바라본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드디어 우리는, 10여 년 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한 벽안의 청년을 통해, '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거울 하나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453-454면(옮긴이의 말)
책 내용은 굳이 또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저자가 한류열풍의 주역으로 "겨울연가"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을 읽으며 다른 생각이 떠올라 적어 봅니다.
"최초로 성공을 거둔 한류드라마는 <겨울연가>(2002)로, 드라마에서 욘사마는 최지우와 주연을 맡았다. <겨울연가>는 큰 인기를 끌어 일본 NHK에서는 겨울연가를 두차례나 방영했다.이에 부응해 제작진은 일본 관객을 대상으로 책, DVD 등의 상품을 판매해 발빠르게 자금을 회수했다. 드라마 원작 소설의 일본어판 역시 백만부 이상 팔렸다." -247면.
사실 겨울연가는 윤석호 PD가 "가을동화"의 흥행에 힘입어 연작 비슷한 성격으로 제작한 작품 중의 하나로 속편필패의 원칙을 답습한 그저 그런 드라마일 뿐이었습니다. 적어도 가을동화에 비해서 한국인의 정서를 뒤흔드는 한방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을동화"야 말로, 아역이었던 문근영을 스타로 만들었고, 원빈의 "얼마면 돼" 명대사와 신파의 정수인 불치병 마무리로 기억되는 (송승헌의 숯댕이 눈썹은 덤) 멜로 드라마의 전형이 될만한 작품이었죠. 그러나 일본시장의 힘은 놀랍게도 한국에서 망한 드라마를 살려 역수입하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그 이유로 겨울연가가 가을동화보다 더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2000년 가을 문근영을 국민여동생을 만든 가을동화는 겨울연가보다 더 한국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윤석호 PD는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 왈츠 등 계절 4부작을 만들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가을동화만큼의 인기를 끈 작품은 없었습니다.
이 책은 한국의 정치, 역사, 문화, 음악, 대중문화에 대하여 친절히 소개하는 역할에 있어서 웬만한 지식을 가진 한국사람보다 훨씬 낫습니다. 심지어 상당부분 정확하기까지 합니다. 읽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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