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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일 일요일

섣불리 사건을 판단하면 안되는 이유

 


표면적으로 보면 정말 명백한 '음주운전'이나 '업무방해' 사건 으로 보여도, 사정을 조곤조곤 따져보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또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곳에 나올 만한 사건들이 종종 있습니다. 오늘 본 신문기사도 그런데요. 예전에 한 공용주택 주차장에서 차량을 입구에 세워두어서 업무방해로 차주가 처벌받게 되었다는 내용의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기소된 그 차주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뉴스를 오늘 확인했는데요. 차를 주차장입구에 방치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5시간 주차장 막은 벤츠의 반전...법원 '그럴만했다' 무죄선고, 조선일보 2021. 5. 2.자 기사

주차장 관련해서 감정이 좋지 않던 다른 입주자(엄밀히 말하면 입주자의 피고용인)가 벤츠 차주가 주차장에 병행주차를 해놓자,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고 신고를 해놓고, 차를 빼달라고 연락을 했고, 차를 빼던 벤츠 차주가 신고사실을 알고 더이상 운전을 하지 않고 차를 주차장 입구에 놓고 집에 올라가 버렸던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주차장 입구에 차를 놓아둔 것을 가지고 업무방해로 기소된 것이 이 사안이었다는 것이지요.

차만 덩그러니 주차장 앞에 놓여 있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는 당사자 아닌 다른 사람들은 차주의 무개념만을 탓할 사안 안에 이런 속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무나 생각하기 어려운 사정이지만, 이런 게 세상 아닐까요. 

2017년 7월 21일 금요일

우럭매운탕과 업무방해



오늘 북부지방법원에서 국선변호를 한 사건에 대해서 무죄선고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전달받았습니다. 올들어 두번째 무죄네요.

첫번째 무죄사건은 자동차 휠을 청소용 쇠집게로 흠집을 냈다는 것에 대한 손괴죄 사건이었는데, 제 차에다가 실험을 한 동영상(청소용 쇠집게로 휠을 두드려도 흠집은 안난다는 취지)을 참고자료로 제출하였었는데, 선배 변호사님께서 페북에 소개해 주셔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습니다(황규경 변호사님 페이스북 포스팅). 그게 지난 달 일이었군요.

오늘 사건은 횟집에서 우럭매운탕을 시켰고, 원래 우럭매운탕에는 "통우럭"이 한마리 다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나온 매운탕에는 이미 해체된 생선만 들어 있는 "서더리탕"이어서 주인에게 항의를 하다가, 손님과 주인이 모두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출동 후 손님은 횟집 문 앞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하였는데, 경찰이 손님을 현행범체포하고 업무방해로 기소한 사안이었습니다. 공소사실은 음식점 내부에서, 그리고 음식점 입구에서 손님이 업무방해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식점 내외부 모두 CCTV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음식점내부에서 업무방해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CCTV 동영상이 제출된 것이 아니라 CCTV의 캡쳐사진만 증거로 제출되어 있고, 음식점 외부상황에 대해서는 동영상이 제출되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손님은 출동한 경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동안에 다른 손님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손님이 업무방해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결정적으로, 실제 우럭매운탕을 시켰는데, 우럭이 안들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그 정도 항의를 하는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횟집주인과 이 손님은 주방에서 주방장이 우럭을 넣는 모습이 찍힌 주방 CCTV 영상을 보고, 횟집주인은 "이게 우럭을 넣는 모습이다", 손님은 "우럭을 넣는 모습이 없다"고 옥신각신하였고, 출동한 경찰은 횟집주인의 말이 맞다고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경찰과 손님이 횟집 외부에서 대화한 내용을 손님의 일행이 찍은 동영상은 저희 쪽에서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횟집주인과 출동 경찰의 말이 맞다면 공판단계에서 "주방 CCTV"를 제출해서 우럭넣는 모습이 찍혀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손님에게 업무방해가 성립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수사단계에서 우럭을 넣는 것을 찍은 "주방  CCTV"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고, 공판에서도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손님은 얼마나 억울했으면 횟집에서 자신이 주문한 우럭매운탕을 그대로 가져가서 냉장고에 냉동보관하고 있다면서 판사님께서 말씀하시면 가져오겠다고 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아직 판결문을 본 것은 아니지만, 우럭이 실제로 들어간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손님의 항의가 업무방해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하시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이런 스토리를 피고인 본인께서 열심히 몇번에 걸쳐서 서면으로 써서 제출하였지만, 다시 의견서로 정리하고, 제출된 증거물도 다시 번호 붙여서 냈습니다. 공판과정에서는 출동 경찰관과 횟집 주인에 대해서 증인신문까지 마쳤습니다. 하지만 변론종결된 후 피고인에게는 여느 사건과 다름없이 우리나라 형사사건 중 무죄확률은 1%도 되지 않으니 기대는 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렸던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내용 자체가 억울한 케이스였고, 제가 신박한 법논리를 개발해 낸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 본인 분이 내신 서면들을 보면, 왜 변호사라는 전문가가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피고인 본인이 낸 서면은 보기도 불편하고, 헌법소원 관련 내용까지 인터넷에서 복사한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억울한 피고인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불필요할 뿐 아니라 나아가 피고인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었습니다. 사안 자체에 집중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증거에 대해 분석해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공소사실 입증에 불충분하고,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이 더 실체적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일반 사람으로서는 이게 매우 어려운 것이니까요.

어쨌든 형사사건을 진행하는 변호사로서 피고인의 무죄를 받아낼 수 있는 기쁜 날이었기 때문에, 법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같이 고생한 사무실 직원들분들에게 카페라리에서 초콜렛치즈 케익을  사서 돌렸습니다. 무죄 턱을 낼 일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