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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7일 화요일

[책 소개] 빅 픽쳐


더글러스 케네디/조동섭 역, 빅 픽쳐, 밝은 세상(2010)

지난 일요일에 알라딘 중고서점(알라딘 중고서점 노원점)에서 구입한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입니다. 재작년에 이미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이란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을 읽었었는데, 더글러스 케네디란 작가 이름이 너무 친숙한 나머지 "마이클 더글러스"라고 포스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제 예전 포스팅([책 소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을 보다가 깨달았습니다. 부랴부랴 포스팅을 수정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잘못된 정보를 인터넷에 유통시켜서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립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은 말하자면 "페이지 터너"입니다. 소싯적 보았던 시드니 셀던의 소설들 같다고나 할까요. 소재나 주인공의 비범함에 살인사건과 버무려진 심리묘사가 흥리롭게 펼쳐지고, 제2의 인생이 성공하려는 찰라에 제1의 인생이 발목잡는 롤러코스터식 진행은 계속해서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이미 1997년경(이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10년이지만, 처음 발표된 것은 1997년입니다)에 개인정보는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교훈까지 오락소설로서 흠잡을 데가 없다고 하고 싶네요. 직업적인 관심에 미국의 경우,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면 좋은 교도소로 보내주는 것이 경찰의 재량인지(영화에서도 종종 피의자에게 자백을 권유하면서 좋은 교도소로는 보내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와 다른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병으로 뒷덜미를 내려치는 정당방위가 어디 있어? 이봐 브래드포드, 내 말 잘 들어. 내가 경찰 입장으로 네 범죄를 눈감아줄수는 없지만 같은 남자로서 동정심이 없는 건 아니야.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됐을 때 네가 느낀 분노의 감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단 말이야. 넌 분명...... 순간적으로 격분해 참을 수 없었겠지. 가정에 헌신적인 남자였다면 더욱 분노가 일었겠지.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자백하고 선처를 구하는게 좋아. 일단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고백하고 자비를 구하란 말이야. 그러면 법정도 조금이나마 정상참작을 해주겠지. 게다가 우리 경찰이 너를 비교적 경비가 허술한 교도소로 보내줄 수도 있어."
"우리 경찰이 힘을 쓰면 백사십 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의 흑인 악당이 오년 동안 널 마누라로 삼을 일이 없는 곳으로 보내줄 수도 있다는 뜻이야."

더글러스 케네디/조동섭 역, 빅 픽쳐, 밝은 세상(2010), 141면.


2016년 12월 5일 월요일

[책 소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위드덤하우스(2016)

오랜만에 소설 한권을 읽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탄탄한 구성도 아니었고, 등장인물들도 (그 상황들에서)전형적이었으며, 뒷통수를 치는 반전도 없었기 때문에 별점을 준다면 별 다섯개에 두개에서 두개 반정도 라고 할까요. 생각해 보면 장강명 작가가 쓴 소설은 소설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충격적이었지([책 소개] 댓글부대 참조), 작가의 필력이나 등장인물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부분, 구성의 반전 등에서 나오는 소설적 재미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북한의 지도층이 붕괴될 경우, 미국과 중국의 적절한 힘의 균형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남한이 지면서 UN군과 남한군이 함께 진주하게 되는 북한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가장 이상적 상황인데, 그 이상적인 상황에서조차 북한의 주민들은 2류주민으로 격하되고, 마약밀매가 국가적 사업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작가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계 외국인인 롱 대위가 말하는 이 부분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지 않을까요.

"남한의 통일론자들이 통일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신문에서 몇 번 봤어요.  저로서는 납득할 수 없더군요. 특히 남한과 북한이 합쳐지면 내수시장이 커지고 북한의 싼 임금 덕분에 남한 기업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 그건 남한 자본이 북한 사람들을 노동자로, 소비자로도 이용해 먹겠다는 얘기죠. 북한 주민들이 말레이시아 사람들보다 인내심이 더 많을까요?
 그리고 북한에 이런저런 인프라 투자를 하면 몇 십년 뒤에 막대한 경제효과를 낼거라는 이야기도 눈 가리고 아웅으로 들려요. 다른 분야, 예를 들어 기초과학에 그만한 대규모 투자를 해도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거에요. 어느  편이 수익이 더 높을지는 모르는거죠. 게다가 누가 거둬 갈지도 모르는 몇 십년 뒤의 이익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는 거에요. 그런 사업에 투자를 하라고 하면 저는 사양하겠어요."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위즈덤하우스(2016), 333-334면.

이번 소설은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은 현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댓글부대"같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각각 너무도 유려하게 풀어져 나오니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자각이 너무 심해진 것이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네요.  소설적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죽여마땅한 사람들([책 소개] 죽여마땅한 사람들)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만, 어쨌든 근미래를 그리고 있는 소설일 뿐 아니라, 술술 막힘없이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도 아울러 밝혀둡니다.

2016년 8월 22일 월요일

[책 소개] 야망의 시대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새로운 중국의 부, 진실, 믿음, 열린책들(2015)

이미 작년 여름에 나왔던 책이었는데 1년이 넘은 시점에야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 유인촌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던 "야망의 세월"과 비슷한 제목의 중국을 소재로 한 책에 관심이 간 이유는 몇년전부터 부쩍 중국이 미국에 이은 No. 2의 강대국으로 평가받고 있을 뿐 아니라, 머잖아 세계최강국의 지위에 오를 지로 모른다는 전망이 심심찮게 들려서였기도 하고, 최근 사드와 관련하여 중국이 보여준 반응에 민감해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처지에서는 중국을 잘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것입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지만, 또 구별되는 점도 많은 그런 나라입니다. 하지만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는 대신, 중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연결되면 연결되는 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연결되지 않는대로 "보여"줍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법, 제도, 사상 때문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사건들을 외부인의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뚜렷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 대한 이러저러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을 어느 정도로 알게 해주는 "르포르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책이라고 할 것입니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중국에서 일어난 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사건부터, 해외에 대서특필된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중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합니다.

서양 문화를 대하는 중국인의 태도에는 동정과 질투, 분노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요컨대 문명의 중심인 중화권 밖에 있는 미개인들에 대한 동정과 그럼에도 그들이 가진 부당함에 대한 질투, 그들의 중국 침략에 대한 분노이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140면.

텐안먼 사건 이후 20년동안 중국의 젊은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했다. 기초적인 생활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1990년대의 반체제 문화가 끔찍하고 절망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248면.


나는 우리 나라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한 나라가 될 날을 고대한다. 또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이 똑같이 존중받는 나라가 되기를, 서로 다른 가치관이, 생각이, 믿음이, 정치적 관점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도 서로 경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다수는 물론이고 소수의 관점도 안심하고 표현될 수 있으며 특히 권력자의 그것과 다른 정치적 관점도 전적으로 존중되고 보호되는 나라가 되기를, 모든 정치적 관점이 하늘 아래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어 국민의 선택을 받고 모든 국민이 일말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관점을 표현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피력했다고 박해를 받은 일이 불가능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는 말을 범죄로 취급하는 중국의 오랜 역사에서 내가 마지막 희생자이길 희망한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276-277면.

중국에 머무는 동안 나는 역사가 왜곡되는 경우 이를 알아차리는 법을 터득했다. 이를테면 카세트테이프에 오물이 묻어서 음악이 끊겠다가 잠시 후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노래가 나올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런 식의 편집 중 일부는 위에서 정해졌다. 공산당은 텐안먼에서의 강력한 탄압이나 대약진운동에 의해 촉발된 기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들 스스로가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거나 인정하지 않았고 그런 일들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논의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일반 중국 시민들도 망각을 위한 당의 노력에 일조했다. 가난해서 먹고살기 바쁜 이유도 있었지만 그들 대다수가 어느 순간에는 피해자였다가 어느 순간에는 가해자였기 때문이었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406면.

9월에 들어서자 중국 정부는 인터넷이라는 통제하기 어려운 힘을 길들일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최고 인민 법원에서 <거짓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5천번 이상 조회되거나 5백번 이상 전달되면 최고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는 법규를 제정한 것이다. 이제 중국은 사람들의 공개적인 발언을 막기보다 들은 말을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511면.

2016년 7월 22일 금요일

[책 소개] 캐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김미정 역, 캐롤, 그책(2016)

영화 캐롤의 흥행으로 덩달아 인기를 얻게 된 (것으로 보이는) 동명의 원작 소설 캐롤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원래 책을 사 놓은 것은 영화가 흥행한 직후인 4-5월달이었는데, 중반까지 책장을 넘기기 힘들다보니 7월이 되어서야 다 읽게 되었네요.

소재가 파격적(1950년대 미국이라는 배경에서)이어서 그런지 작가도 처음 출판할 때는 필명을 사용하였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실명을 밝힐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요새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1950년대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영화화와 함께 흥행을 하지 않았나(영화를 보지는 못하였지만 영화평도 좋은 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생각합니다.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혼 합법화 결정(미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  포스팅 참조)이 우리에게도 시사해 주는 바가 컸던 것도(그러나 아직 갈길은 멀어보입니다) 하나의 이유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 자체는 파격적인 소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큰 사건도 많지 않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주된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서 교과서적인 연애소설이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교과서적인 소설들과 다르게 현실의 암울함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열린결말식 해피엔딩이라는 점이 약간 다른 느낌이기도 합니다. 막장 드라마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전개와 반전에 익숙해 있는 아저씨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아저씨가 너무 나이들어 버린게 아닐까요.

2016년 7월 21일 목요일

[책 소개] 운동미니멀리즘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짐마일로라는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트레이너가 자신의 운동/헬스/피트니스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은 글입니다. 원래는 3월경에 제 몸매를 적잖이 걱정한 친구가 선물해준 책인데, 헬스나 피트니스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이 생기지 않아서 책장에 잠자고 있다가 눈에 띤 김에 통독을 하게 되었네요. 내용 자체는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것이지만, 새롭게 알게 되거나 역시나 직업인으로 일을 하게 된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생각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너무 늦게 읽은 것에 대해서 선물해 준 친구에게 미안함과 함께 뒤늦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들입니다. 특히 인용한 마지막 부분은 샷을 할 때 "이 공이 제대로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미스샷이 나는 골프와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소득을 늘립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조건들이 모두 같다면 대부분의 면접관은 더 나은 건강과 외모를 가진 사람을 뽑습니다. 그래서 지원자들의 스펙이 비슷해 변별력이 떨어질수록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해온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23면.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몸매는 원시시대의 생존과 번식에 적합(Fit)했던 몸매입니다. ... 그리고 그러한 몸매는 오늘날 우리가 '피트니스(fitness)'를 통해 추구하는 몸매와 다르지 않습니다. 적합함이라는 뜻의 'fitness'가 체형 개선을 위한 운동을 뜻히가도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기원, 운동 미니멀리즘, 올림(2013), 50면.


단순히 먹는 것과 쓰는 것의 차이를 이용한 다이어트로는 빠질 때 근육이 빠지고, 찔 때 지방이 찌게 되는 것입니다.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85면.


몸이라는 자동차는 움직일 때보다 시동을 켠 채로 '대기하며' 버리는 기름이 가장 많은 것입니다. 따라서 몸의 출력량을 늘리려면 몸 자체를 '연비가 나쁜 자동차'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근육입니다.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90면.


몸을 만드는 것은 비디오게임을 배우는 것과 같아서 처음 한두 판을 연습으로 '죽어보면' 더 쉽게 요령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그 후부터는 소소한 변수들에만 잘 대응하면 몸의 변화가 지속되게 할 수 있습니다.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101면.


주기적으로 운동해서 잊을 만하면 또 괴롭혀주고, 나을 만하면 부숴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몸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무인도 같은데 떨어졌나 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원시밀림의 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112면.


어떤 동작에서 우리가 낼 수 있는 힘은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됩니다. 사람은 약점만큼만 강한 것입니다.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160면.

2009년 미국인들은 책을 사는 데 쓰는 돈의 세배에 가까운 72조달러의 돈을 운동 관련 용품을 사는 데 소비했다고 합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인 것입니다.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169면.


결국 웨이트트레이닝을 잘하는 사람은 수백 가지의 운동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몇 가지 핵심 운동을 정확한 자세로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적은 것이 많은 것입니다Less is more.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173면.

슈워제네거는 역기를 보는 순간 10분의 1초라도 '못들지 몰라'라는 의심이 스쳐 가면 들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운동철학으로 늘 이 한 문장을 꼽았습니다. "마음이 우리를 돕게 하라. 방해하게 하지 말라Make your mind work for you - not against you."
-이기원, 운동미니멀리즘, 올림(2013), 228-229면.



2016년 6월 1일 수요일

[책 소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현대문학(2016)

무라카미 하루키[이미 그가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책을 냈을 때 이미 그에 대해서는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쓴지 35년이 다 되었다고 합니다. 소설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그와 비견할 만한 성공을 거둔 소설가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자전적 에세이를 냈네요.

저야 대학생 이래 하루키의 팬이었는데,  본인도 세계 여러곳의 독자들에 대한 생각들을 알 수 있어 흥미진진했네요. 지금이야 문단의 (질투섞인) 비평을 부담없이 흘려낼 위치에 있지만, 오히려 기성 문단으로부터의 홀대가 하루키를 세계적인 작가로 키워낸 것 같기도 하다는 본인의 분석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키워낸 원인을 우연으로부터 꾸준한 육체와 정신의 단련과 노력으로 설명하는 것도 꽤나 설득력 있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일가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근성과 끈기의 표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도 김연수라는 소설가가 쓴 책도 있으니 비교해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책 소개] 소설가의 일).

2016년 2월 25일 목요일

[책 소개]2016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경욱 외, 2016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6)

쓰던 만년필이 시원찮아져서 새 만년필을 알아보러 폐점시간 거의 다 되어 찾아갔던 교보문고 본점에서 만년필은 꼭 맘에 드는 걸 찾지 못해 구입하지 못하고, 주차요금을 쌩으로 내는게 아까워 고른 책입니다. 아무래도 문학상수상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은 -약간 우울한 분위기를 제외하면 -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큰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작년의 경험([책 소개]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상문학상은 매년 가장 탁월한 소설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표창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며 종래 수상자들(1987년 이문열, 1992년 양귀자, 1998년 은희경, 2000년 이인화, 2001년 신경숙, 2004년 김훈, 2011년 공지영, 2012년 김영하)만 보아도 한국의 가장 오랜 그리고 으뜸의 문학상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제 취향에는 이야기의 구조나 패러디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서인지 몰라도 김탁환 소설가의 "앵두의 시간"이 가장 잘 맞았네요. 너무도 베스트셀러 중심의 책읽기에 함몰되어 있었던 제게 지루함과 인내의 열매를 서서히 건네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종종 문학상 수상작품집들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2015년 12월 30일 수요일

책읽기/글쓰기/남겨두기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는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학교에서 쓰라고 하는 글짓기/독후감은 정말 마뜩찮은 숙제였습니다. 책에 있는 내용을 왜 다시 쓰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고, 줄거리 요약-느낀 점으로 이어지는 구성으로 이루어진 독후감은 저조차도 읽고 싶지 않은 글들 중의 하나였지요. 특히나 쓸 것도 없는데 머리를 쥐어 뜯게 만드는 창작(?!)의 고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머리가 굵어지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즐거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작문숙제로 지금까지 자기의 인생에 대해서 써보라는 주제가 나왔을 때 당시 집에서 읽었던 "한씨연대기"라는 소설(지금까지 이청준 작가의 소설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검색해 보니 황석영 작가의 소설이네요/조작된 기억인가..)에서 제목을 따와 "고씨연대기"라는 제목으로 정해진 분량을 넘어가는 글을 써서 제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글쓰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글을 썼던 최초의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도 여전히 숙제로 내가 쓰고 싶지 않은 주제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한 후 1년만에 필수적으로 사용하게 된 컴퓨터,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또 하나의 세상이 되어버린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글을 쓰고 모아두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쓰고 싶은 글들은 글들을 썼던 서비스가 사라지면서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아졌고, 생업에 바빠지면서 그나마 일과 관련없는 글을 쓰지 못하는 상태로 30대가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건강상 문제로 회사를 쉬다가 개업을 하면서 생각한 것이 바로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이 쓰는 글들을 모아 놓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독서를 하면 인상깊은 구절이나마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그 부분이라도 다시 읽던가, 기억이 희미해지면 찾아보기 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이 블로그에 [책 소개]라는 제목으로 쓰는 글들은 이런 바램을 제 방식으로 구체화시킨 것입니다. 제 나름의 독후감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누구도 시키지 않고, 분량의 제약도 없고, 쓰고 싶은 말만 쓰고, 인상깊은 구절은 그대로 인용하고. 자신의 글쓰기를 조금더 발전시켜서 이런 글들을 모아 책까지 쓸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바로 옆에 책을 내신 분이 계시지요 ㅎㅎ [추천] 우리는 왜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하는가) 책이 안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고, 다시 그 책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의 감상들조차 전혀 남아 있지 않은 20대 30대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쨌건 이 블로그를 통해서 제가 지금까지 남긴 독후감도 상당하네요. 꼽아보니 2년 동안 28권이라.. 한달에 2권 정도의 책을 읽고 감상을 남겨 놓은 것 같습니다.

민법연구
[책 소개] 한국인도 잘못 알고 있는 일본인의 영어
[책 소개] 삼국지강의, 삼국지강의2
[책 소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책 소개] 빠리의 기자들
[책 소개] 로펌 스캐든
[책 소개] 감염된 언어
[책 소개] 비명을 찾아서
[책 소개] 파운데이션
[책 소개] 료마가 간다
[책 소개] 판사유감
[책 소개] 관부연락선
[책] 1984
[책 소개] 소설가의 일
[책 소개] 행복의 기원
[책 소개] 소수의견
[책 소개] 2014년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책 소개] 관촌수필
[책 소개] 한국자본주의
[책 소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State of the Union)
[책 소개] 가면산장 살인사건
[책 소개] 아무날도 아닌 날
[책 소개]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책 소개] 공부논쟁
[추천] 우리는 왜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하는가
[책 소개]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책 소개] 개인주의자선언
[영화/책 소개] THE MARTIAN
[책 소개] 어떻게 죽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