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30일 화요일
가을날씨
일년에 일주일 정도 밖에 볼 수 없다는 날씨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래서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지요. 여름내 전기료에 벌벌 떨던 마눌님으로 하여금 상시 에어컨을 틀게 했던 찌는 듯한 더위가 2주일 넘게 이어진 후라서 그런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공기가 맑아진 것은 비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중국 광저우에서 국제회의가 열리(려서 중국 정부가 공장가동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려옵니다. 어쨌든 오랜만의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공기를 만끽하시기를..
2016년 8월 22일 월요일
[책 소개] 야망의 시대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새로운 중국의 부, 진실, 믿음, 열린책들(2015)
이미 작년 여름에 나왔던 책이었는데 1년이 넘은 시점에야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 유인촌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던 "야망의 세월"과 비슷한 제목의 중국을 소재로 한 책에 관심이 간 이유는 몇년전부터 부쩍 중국이 미국에 이은 No. 2의 강대국으로 평가받고 있을 뿐 아니라, 머잖아 세계최강국의 지위에 오를 지로 모른다는 전망이 심심찮게 들려서였기도 하고, 최근 사드와 관련하여 중국이 보여준 반응에 민감해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처지에서는 중국을 잘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것입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지만, 또 구별되는 점도 많은 그런 나라입니다. 하지만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는 대신, 중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연결되면 연결되는 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연결되지 않는대로 "보여"줍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법, 제도, 사상 때문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사건들을 외부인의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뚜렷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 대한 이러저러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을 어느 정도로 알게 해주는 "르포르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책이라고 할 것입니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중국에서 일어난 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사건부터, 해외에 대서특필된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중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합니다.
서양 문화를 대하는 중국인의 태도에는 동정과 질투, 분노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요컨대 문명의 중심인 중화권 밖에 있는 미개인들에 대한 동정과 그럼에도 그들이 가진 부당함에 대한 질투, 그들의 중국 침략에 대한 분노이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140면.
텐안먼 사건 이후 20년동안 중국의 젊은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했다. 기초적인 생활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1990년대의 반체제 문화가 끔찍하고 절망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248면.
나는 우리 나라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한 나라가 될 날을 고대한다. 또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이 똑같이 존중받는 나라가 되기를, 서로 다른 가치관이, 생각이, 믿음이, 정치적 관점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도 서로 경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다수는 물론이고 소수의 관점도 안심하고 표현될 수 있으며 특히 권력자의 그것과 다른 정치적 관점도 전적으로 존중되고 보호되는 나라가 되기를, 모든 정치적 관점이 하늘 아래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어 국민의 선택을 받고 모든 국민이 일말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관점을 표현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피력했다고 박해를 받은 일이 불가능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는 말을 범죄로 취급하는 중국의 오랜 역사에서 내가 마지막 희생자이길 희망한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276-277면.
중국에 머무는 동안 나는 역사가 왜곡되는 경우 이를 알아차리는 법을 터득했다. 이를테면 카세트테이프에 오물이 묻어서 음악이 끊겠다가 잠시 후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노래가 나올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런 식의 편집 중 일부는 위에서 정해졌다. 공산당은 텐안먼에서의 강력한 탄압이나 대약진운동에 의해 촉발된 기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들 스스로가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거나 인정하지 않았고 그런 일들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논의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일반 중국 시민들도 망각을 위한 당의 노력에 일조했다. 가난해서 먹고살기 바쁜 이유도 있었지만 그들 대다수가 어느 순간에는 피해자였다가 어느 순간에는 가해자였기 때문이었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406면.
9월에 들어서자 중국 정부는 인터넷이라는 통제하기 어려운 힘을 길들일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최고 인민 법원에서 <거짓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5천번 이상 조회되거나 5백번 이상 전달되면 최고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는 법규를 제정한 것이다. 이제 중국은 사람들의 공개적인 발언을 막기보다 들은 말을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에번 오스노스(고기탁 역), 야망의 시대, 열린책들(2015), 511면.
2015년 3월 24일 화요일
창의적인 맞춤법 오류
아마 다음 기사(충격적인 맞춤법 실수 1위, 교육뉴스 2014. 10. 9.자)를 다시 그래픽으로 정리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지금봐도 창의적인 맞춤법 실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일해라절해라에서 빵 터졌습니다. 사실 그렇게 이해해도 전혀 뜻에 지장이 없으니 저렇게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표준어나 맞춤법 자체가 바뀌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듯 싶네요.
감기 빨리 낳으세요. (나으세요)
어의가 없어요. (어이)
얼마 전에 들은 예기가 있는데요. (얘기)
저한테 일해라절해라 하지 마세요. (이래라저래라)
이 정도면 문안하죠. (무난)
구지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굳이)
교수님이 오시래요. (오라셔요)
설앞장이 안 열려요. (서랍장)
무리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물의)
에어컨 시래기가 고장났어요. (실외기)
아무래도 한자가 신문에서 사라지면서 한자단어가 왜 그렇게 발음되어야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 사람이 늘어난 탓도 큰 것 같습니다. 무난의 한자어가 無難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문안"으로 읽을 수 없을 것이고, 물의의 한자어가 物議라는 것을 안다면 이것을 "무리"라고 읽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중국이 중요한 교역국으로 부상하고 거리에 중국사람을 쉽게 볼 수 있게 되고, 지하철역에 한글 옆에 병기되는 한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머지 않아 한자교육도 부활하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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