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0일 목요일

RIP 움베르트 에코


얼마전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학자인 움베르트 에코가 사망하였습니다(2016년 2월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장미의 이름은 엄청난 양과 수시로 인용(또는 창조)해대는 중세 문헌으로 지루함을 참아가면서 어찌어찌 읽어내기는 했지만 과연 그만한 찬사를 받을만한 것인지 개인적으로 의문(중세에 대한 지식이 많아지면 감탄해 마지 않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이긴 합니다. 이런 단견을 깨기 위해서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어볼 용기도 아직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2012년에 조선일보의 어수웅 기자가 움베르트 에코와 한 인터뷰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저작들을 모두 읽어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와의 인터뷰(종이책이 사라진다고? 인터넷도 사라진다 조선일보 2012. 7. 6.자)에서 나타나는 견해를 보면서 과연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4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탁견이다 싶은 부분 전부를 인용해 봅니다. 뒤늦으나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지만 인터넷 덕분에 정보는 평등하게 분배되고, 접근이 쉬워졌다는 반박도 많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요. 가령 부자와 빈자가 있다고 칩시다. 돈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지적인 부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으로 불러보자고. 이 경우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 전 총리)는 가난하지. 나는 부자고(웃음). 내가 보기에 TV는 지적 빈자를 돕고, 반대로 인터넷은 지적 부자를 도왔어. TV는 오지에 사는 이들에겐 문화적 혜택을 주지만 지적인 부자들에게는 바보상자에 불과해. 음악회에 갈 수도 있고, 도서관을 갈 수도 있는데 직접적 문화적 경험 대신 TV만 보면서 바보가 되어가잖소. 반면 인터넷은 지적인 부자들을 도와요. 나만 해도 정보의 검색이나 여러 차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 하지만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분별할 자산을 갖지 못한 지적인 빈자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쳐요. 이럴 때 인터넷은 위험이야. 특히 블로그에 글 쓰는 거나 e북으로 개인이 책을 내는 자가 출판(Self Publishing)은 더욱 문제요. 종이책과 달리 여과장치가 없어요.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선별과 여과의 긴 과정이오. 특히 쓰레기 정보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지적 빈자들에게는 이 폐해가 더 크지. 인터넷의 역설이오."
...

―인터넷, 포털, SNS는 우리의 직접 경험을 제한하고 통제합니다. 인터넷이 백과사전이자 학교인 손자 손녀들에게 인터넷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면 뭐라 하렵니까.

"학교에서 정보를 여과하고 필터링하는 법, 분별력을 가르쳐야 해요. 인터넷 정보를 이용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반드시 '비교'를 해봐야 하오. 하나의 정보 소스만으로는 절대 믿지 말 것. 같은 사안에 대해, 가령 열 개의 정보를 찾아본 뒤 꼭, 꼭, 꼭 비교할 것. 이것이야말로 교사들이 먼저 실천하고 가르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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