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1일 금요일
[책 소개] 댓글부대
장강명, 댓글부대, 은행나무(2015)
부지불식중에 인터넷이 삶에 파고들어왔지만, 개개인으로서는 그것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고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가 이 소설에 대해서 소개하며 던지는 말도 묵직합니다('댓글부대'의 소설가 장강명 "현실과 소설의 경계 위에서 읽는 모두가 불편해지기를 바랐다", 경향신문 2015. 11. 24.자 기사). 기자 출신 작가의 독특한 구성방법과 이야기 자체의 몰입감이 장난 아닙니다.
감상이라면 학교에서 뭘 조사해오라는 숙제를 받으면, 인터넷에서 네이버 검색결과를 찾아놓고 숙제 다했다던 아들넘들을 보면서 느꼈던 당혹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도, 그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인터넷도 생각한 것과 같이 이상적으로 작동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과연 장강명은 어느 정도의 사실에 어느 정도의 허구를 섞는 방법으로 독자들을 독하게 낚았네요(2장 제목과 같이 말입니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미성년자에게는 절대비추, 30-40대 이상의 때가 묻을대로 묻은 연령층에게 추천합니다.
'처음에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내 또래들은 정말 엄청난 도구가 왔다, 이걸로 이제 혁명이 일어날 거다, 하고 생각했지. 모든 사람이 직위고하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으로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지. 인터넷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권위를 타파해서 민주화를 이끌 거라고도 믿었어. 거대 언론이 외면하는 문제를 작은 인터넷신문들이 취재하고, 인터넷신문조차 미처 못 보고 넘어간 어두운 틈새를 전문 지식과 양식을 갖춘 블로거들이 파고들어갈 줄 알았어. 독재국가에서는 지금도 인터넷이 그런 고발자, 감시자 역할을 해.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가? 인터넷신문이나 블로거들이 과연 그런 역할을 하냐고. 아니지. 그냥 거대 언론이 하던 나쁜 짓을 아마추어들도 소자본으로 하게 됐을 뿐이야. 거대 언론이 점잖게 기업에 겁을 주며 광고를 따냈다면 인터넷언론들은 대놓고 삥을 뜯지. 블로거들은 동네 식당을 상대로 협찬을 요구하고, 이것도 민주화라면 민주화지. 협박, 공갈, 갈취의 민주화, 누구나 더럽고 야비한 짓을 할 수 있게 되는 민주화. 그런 대신에 인터넷신문들과 블로거가 기존 언론이 쓰지 않던 무슨 좋은 기사를 내놓느냐면, 이런거야. 누구누구 아찔한 뒤태, 남녀 생각 차이 열네가지, 노래 따라부르는 일본 강아지 화제....'
-장강명, 댓글부대, 은행나무(2015), 54-55면.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