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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8일 금요일

조선일보 선정 2017 올해의 책 10



한해동안 독서량이 부족했다는 증거는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작품 중에서 읽은 책이 얼마 안된다는 데에서 알 수 있습니다. 독서의 방향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 없다면 언론에서 추천해 준 양서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는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제 잡식상 취향에 따르면 언론에서 추천한 책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웠던 것 같네요.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법원 휴정기간에 독파하는 계획도 즐거운 불금입니다. 조선일보의 정치적 논조를 맘에 들어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기획과 읽을거리라는 미디어의 본령에서의 경쟁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주는 2017 올해의 저자 10 이라는데 이것도 기대되네요.

조선일보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10입니다.

1.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김영사, 18,000원
2. JD 밴스,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 1만 4,800원
3. 안대회, 정민, 이종묵 외 편역, 한국 산문선(전 9권), 각권 2만 2천원
4. 톰 니콜스, 전문가와 강적들, 오르마, 1만 8천원
5.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 1만 5천원
6. 캐시 오닐, 대량살상 수학무기, 흐름출판, 1만 6천원
7. 리처드 호프스태터, 미국의 반지성주의, 교유서가, 3만 5천원
8.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어크로스, 1만 6,800원
9. 김애란, 바깥은 여름, 문학동네, 1만 3천원
10. 이기호, 세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마음산책, 1만 2,500원


2016년 3월 10일 목요일

RIP 움베르트 에코


얼마전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학자인 움베르트 에코가 사망하였습니다(2016년 2월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장미의 이름은 엄청난 양과 수시로 인용(또는 창조)해대는 중세 문헌으로 지루함을 참아가면서 어찌어찌 읽어내기는 했지만 과연 그만한 찬사를 받을만한 것인지 개인적으로 의문(중세에 대한 지식이 많아지면 감탄해 마지 않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이긴 합니다. 이런 단견을 깨기 위해서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어볼 용기도 아직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2012년에 조선일보의 어수웅 기자가 움베르트 에코와 한 인터뷰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저작들을 모두 읽어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와의 인터뷰(종이책이 사라진다고? 인터넷도 사라진다 조선일보 2012. 7. 6.자)에서 나타나는 견해를 보면서 과연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4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탁견이다 싶은 부분 전부를 인용해 봅니다. 뒤늦으나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지만 인터넷 덕분에 정보는 평등하게 분배되고, 접근이 쉬워졌다는 반박도 많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요. 가령 부자와 빈자가 있다고 칩시다. 돈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지적인 부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으로 불러보자고. 이 경우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 전 총리)는 가난하지. 나는 부자고(웃음). 내가 보기에 TV는 지적 빈자를 돕고, 반대로 인터넷은 지적 부자를 도왔어. TV는 오지에 사는 이들에겐 문화적 혜택을 주지만 지적인 부자들에게는 바보상자에 불과해. 음악회에 갈 수도 있고, 도서관을 갈 수도 있는데 직접적 문화적 경험 대신 TV만 보면서 바보가 되어가잖소. 반면 인터넷은 지적인 부자들을 도와요. 나만 해도 정보의 검색이나 여러 차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 하지만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분별할 자산을 갖지 못한 지적인 빈자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쳐요. 이럴 때 인터넷은 위험이야. 특히 블로그에 글 쓰는 거나 e북으로 개인이 책을 내는 자가 출판(Self Publishing)은 더욱 문제요. 종이책과 달리 여과장치가 없어요.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선별과 여과의 긴 과정이오. 특히 쓰레기 정보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지적 빈자들에게는 이 폐해가 더 크지. 인터넷의 역설이오."
...

―인터넷, 포털, SNS는 우리의 직접 경험을 제한하고 통제합니다. 인터넷이 백과사전이자 학교인 손자 손녀들에게 인터넷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면 뭐라 하렵니까.

"학교에서 정보를 여과하고 필터링하는 법, 분별력을 가르쳐야 해요. 인터넷 정보를 이용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반드시 '비교'를 해봐야 하오. 하나의 정보 소스만으로는 절대 믿지 말 것. 같은 사안에 대해, 가령 열 개의 정보를 찾아본 뒤 꼭, 꼭, 꼭 비교할 것. 이것이야말로 교사들이 먼저 실천하고 가르쳐야 해요."




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책 소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의 2015 '올해의 책 10' 키워드 ... 광속의 삶 속, 성숙과 성찰(조선일보, 2015. 12. 5.) 기사에서 전문가들이 올해의 책으로 가장 지지한 책입니다. 주제도 그렇고 표지도 편집도 딱 재미없게 생겼기 때문에 손에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기까지가 오래 걸리는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정도로 내용 자체는 굉장히 흡입력이 있습니다. 저자 이름이 묘하게 익숙해서 찾아봤더니 1년 전에 제가 읽은 책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의 저자였습니다([책 소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아무래도 올해 들어 건강하시던 아버지께서 북유럽여행을 가셨다가 무리하시자 몸에 이상이 생겨서 일찍 귀국하신후 예전같이 거동을 하시는데만도 4-5개월이 걸리는 걸 옆에서 지켜봤고, 작년에는 장인어른께서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시는 걸 지켜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가슴에 울리는 게 많았습니다.

저자 본인이 의사면서도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는데 의사가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를 하는 경우를 담담하게 이야기해주고, 노년의 삶이 불과 100년 정도 사이에 엄청나게 변화했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주거/요양원/서비스 형태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도 꼼꼼히 짚어줍니다. 비단 미국 뿐 아니라 현재 우리 부모님 세대 결국엔 우리 세대가 직면하게 될, 그러나 누구도 내놓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문제-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해결해 놓는게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아직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나 건강상의 문제, 친한 또래의 죽음 등만 보더라도 이 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의 끝에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게 단지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해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355-35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