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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9일 금요일

연명의료



아침에 신문을 보다가 문득 눈물이 났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신 장인어른 생각이 나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0살 백혈병 소년이 1년 넘게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계속 나빠졌다. 부모가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집에 데려가도 되겠느냐'고 요청했다.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면서. 그 소원이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었다. 그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혹시 탈이 날까 봐 들어주지 못했다면서. 소년은 퇴원했고 한 달 후 강아지를 안고 집에서 편안하게 숨졌다.
 잠시 인터뷰가 중단됐다. 수없이 죽음을 목도해온 의사인데도,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허 교수는 "말기환자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별 게 아니다"고 말한다. 한 유방암 환자는 가족을 위해 밥 해주고 설거지를 하고 싶어했다. 힘든 몸을 이끌고 집에 가서 가까스로 소원을 풀고 병원에 와서 숨졌다. 20대 말기 여성 신장암 환자는 교사가 꿈이었다. 임용고시에 합격한 상태에서 교사가 되려면 2주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걸 받으러 퇴원했다. 연명의료는 이 같은 소원 풀기를 가로막는다. 

[출처: 중앙일보] "가족과 상처,다 풀고 떠나야 좋은 죽음" 존엄사 전도사 허대석 교수 인터뷰 도중 눈물

2017년 2월 16일 목요일

웰다잉법


우리나라에도 존엄사 관련 입법이 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확인하였습니다. 관련기사(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가능... '존엄사' 법으로 허용, 경향신문 2017. 1. 18.자 기사) 웰다잉법이라고 불리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시행시기인 2018. 2. 4.부터 사망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서서히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에 대하여 [책 소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참조)와 관련하여 환자 본인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지만 무의미한 연명 또한 환자에게 고통만 주게 되고, 환자의 존엄사를 인정할 경우 의사나 가족의 형사처벌 문제로 비화되는 문제를 차단하는 데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환자 본인이 담당의사에게 연명의료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환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 가족 2명 이상(가족이 1명일 때에는 1명)이 '연명의료 중단이 평소 환자의 뜻'이라고 말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됩니다. 가족간에 의견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습니다. 임종과정의 환자가 아니더라도 만 19세 이상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원하는 환자의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확인한다.
1. 의료기관에서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는 경우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
2. 담당의사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내용을 환자에게 확인하는 경우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 담당의사 및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이 다음 각 목을 모두 확인한 경우에도 같다.
가.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내용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의사능력이 없다는 의학적 판단
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제2조제4호의 범위에서 제12조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사실
3.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19세 이상의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의사로 보기에 충분한 기간 동안 일관하여 표시된 연명의료중단등에 관한 의사에 대하여 환자가족(19세 이상인 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환자가족이 1명인 경우에는 그 1명의 진술을 말한다)이 있으면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 다만, 그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의 다른 환자가족의 진술 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 배우자
나. 직계비속
다. 직계존속
라. 가목부터 다목까지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형제자매
② 담당의사는 제1항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확인을 위하여 관리기관에 등록 조회를 요청할 수 있다.
③ 제1항제2호나 제3호에 따라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담당의사 및 해당 분야의 전문의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확인 결과를 기록하여야 한다.

 ① 제17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해당 환자를 위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담당의사 또는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환자가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원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1. 미성년자인 환자의 법정대리인(친권자에 한정한다)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확인한 경우
2. 환자가족(행방불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확인한 경우
② 제1항제1호·제2호에 따라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확인한 담당의사 및 해당 분야의 전문의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확인 결과를 기록하여야 한다.


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책 소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의 2015 '올해의 책 10' 키워드 ... 광속의 삶 속, 성숙과 성찰(조선일보, 2015. 12. 5.) 기사에서 전문가들이 올해의 책으로 가장 지지한 책입니다. 주제도 그렇고 표지도 편집도 딱 재미없게 생겼기 때문에 손에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기까지가 오래 걸리는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정도로 내용 자체는 굉장히 흡입력이 있습니다. 저자 이름이 묘하게 익숙해서 찾아봤더니 1년 전에 제가 읽은 책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의 저자였습니다([책 소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아무래도 올해 들어 건강하시던 아버지께서 북유럽여행을 가셨다가 무리하시자 몸에 이상이 생겨서 일찍 귀국하신후 예전같이 거동을 하시는데만도 4-5개월이 걸리는 걸 옆에서 지켜봤고, 작년에는 장인어른께서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시는 걸 지켜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가슴에 울리는 게 많았습니다.

저자 본인이 의사면서도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는데 의사가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를 하는 경우를 담담하게 이야기해주고, 노년의 삶이 불과 100년 정도 사이에 엄청나게 변화했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주거/요양원/서비스 형태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도 꼼꼼히 짚어줍니다. 비단 미국 뿐 아니라 현재 우리 부모님 세대 결국엔 우리 세대가 직면하게 될, 그러나 누구도 내놓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문제-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해결해 놓는게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아직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나 건강상의 문제, 친한 또래의 죽음 등만 보더라도 이 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의 끝에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게 단지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해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355-35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