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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책 소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의 2015 '올해의 책 10' 키워드 ... 광속의 삶 속, 성숙과 성찰(조선일보, 2015. 12. 5.) 기사에서 전문가들이 올해의 책으로 가장 지지한 책입니다. 주제도 그렇고 표지도 편집도 딱 재미없게 생겼기 때문에 손에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기까지가 오래 걸리는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정도로 내용 자체는 굉장히 흡입력이 있습니다. 저자 이름이 묘하게 익숙해서 찾아봤더니 1년 전에 제가 읽은 책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의 저자였습니다([책 소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아무래도 올해 들어 건강하시던 아버지께서 북유럽여행을 가셨다가 무리하시자 몸에 이상이 생겨서 일찍 귀국하신후 예전같이 거동을 하시는데만도 4-5개월이 걸리는 걸 옆에서 지켜봤고, 작년에는 장인어른께서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시는 걸 지켜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가슴에 울리는 게 많았습니다.

저자 본인이 의사면서도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는데 의사가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를 하는 경우를 담담하게 이야기해주고, 노년의 삶이 불과 100년 정도 사이에 엄청나게 변화했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주거/요양원/서비스 형태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도 꼼꼼히 짚어줍니다. 비단 미국 뿐 아니라 현재 우리 부모님 세대 결국엔 우리 세대가 직면하게 될, 그러나 누구도 내놓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문제-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해결해 놓는게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아직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나 건강상의 문제, 친한 또래의 죽음 등만 보더라도 이 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의 끝에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게 단지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해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355-356면.






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프리샷 루틴


점수도 줄이고 매너있게…프리 샷 루틴 방법

골프용어 중 프리샷루틴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골퍼들이 스윙을 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을 말하는 것입니다. 골프장에 처음 가서 사람마다 약간씩 다른 프리샷루틴을 구경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 중에 하나이지요. 사실 골프장에 처음 갔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드라이버 스윙을 하려면 장갑, 골프공, 티 등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장갑을 끼고, 티잉 그라운드에 가서 티와 함께 공을 놓고, 빈스윙을 몇번 한 후 드라이버를 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처음 가서는 이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장갑도 항상 일정한 곳에 두고, 공도 미리 챙겨놓은 다음 자신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프리샷루틴에 따라 스윙을 하게 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 프리샷루틴을 정해 놓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 생각을 하였었습니다. 물론 시간단축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골프장의 사정상 각 팀의 티오프 사이의 간격을 여유있게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골퍼가 샷을 하는데 시간을 끌게 되면 뒷팀이 금방 따라와서 눈치를 주고, 그 경우에 통상 아마추어 골퍼들은 동반자들 외에 갤러리가 생겨서 그렇지 않아도 자신없는 샷에 힘이 더 들어가기 일쑤여서 미스샷의 확률이 높아져서 당해 팀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프리샷루틴을 행함으로써 시간단축이 된다는 것은 프리샷루틴을 해야 하는 한가지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골프장에 왠만큼 나가본 지금에 와서 "프리샷루틴"에 대해서 드는 생각은 시간단축 뿐 아니라 프리샷루틴 그 자체로 샷의 일관성과 골퍼의 퍼포먼스에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행위를 반복할 경우에 그 행위가 있을 때마다 미리 생각하고 준비를 하는 것보다 준비하는 예비동작을 습관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행위 중에서도 핵심적인 동작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비단 골프 뿐 아니라 어떠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는 다른 운동에도 적용되고 나아가 일상생활에서도 프리샷루틴에 해당하는 습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아침에 집에서 나올때 항상 네개의 주머니에 네개의 물건을 넣고 그 물건이 들었는지 확인을 합니다. 왼쪽 양복주머니에는 지갑, 오른쪽 양복주머니에는 명함지갑, 왼쪽 바지주머니에는 자동차키, 오른쪽 바지주머니는 핸드폰이 그것입니다. 네군데를 확인해서 빠진 것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현관문을 나서게 되면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지갑을 놓고 왔다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집에 돌아가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도 출근이라는 샷에 대한 프리샷루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써놓고 보니 일상생활도 골프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무엇인가 한가지의 취미에 몰두하는 것도 삶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자기합리화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