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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6일 목요일

[공유]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목적있는 글들만 난무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다닐 때 이맘 때에는 다음 학년의 새 교과서들을 받아들고 이런 게 있구나 하면서 특히 국어책을 탐독하면서 재밌어 했었고, 피천득 씨의 "방망이깎던 노인"이었던가를 보면서 왠지 모를 만족감,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나 동경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도 같습니다.

문득 트위터에서 "간장 종지"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던 조선일보 한현우 부장의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5년전 글이더군요. 새 국어책에서 피천득 수필을 발견한 것과는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그런 감정을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어서 소개해 봅니다.

조선일보 2015. 12. 26.

[마감날 문득]
대학 4학년 때 학교 후배에게 고백했다. 나, 너 좋아한다. 그녀가 말했다. 알아, 형이 나 좋아하는 거. 아니, 그거 말고. 좋아하는 거 말고. 사랑한다고. 형 왜 그래? 이상해, 형이 그러니까.

그놈의 빌어먹을 형 소리. 아무리 1990년대였지만, 응답해야 마땅한 그 이상한 시대였지만 계집애가 사내놈한테 형이 뭐냐, 라고 말하진 않았다. 오빠도 좋아하기 힘든데 형을 좋아할 수 있겠냐, 하고 속으로 구시렁댔을 뿐이다.

그녀에게 차인 뒤 자취하던 친구 집에 가서 밤새 술을 마셨다. 친구는 소주 세 병 정도 마실 때까지만 상대해주더니 곯아떨어졌다. 안주라곤 자취방 냉장고에 있던 멸치와 김치뿐인데도, 혼자 마시고 또 마시면서 또 간혹 훌쩍거리면서 밤을 새웠다.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그랬다.

지난번 눈 온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말했다. 아빠, 제 친구들은 다 연애하거든요. 근데 저는 남자친구가 없어요. 저도 너무 연애를 하고 싶은데, 저를 좋아하는 남자애가 없어요. 그래서, 그래서, 운동장에 나가서 눈을 막 먹었어요.

나는 이와이 슌지를 낳았다. 어쩌면 김남조나 문정희를 낳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달랑 초등학교 6학년인 주제에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눈을 막 먹었다는 내 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하마터면 그날 결근계를 낼 뻔했다. 얼마나 연애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면 눈을 막 먹었을까. 내 안의 열이 너무 뜨거워서 그걸 식히려고 눈을 먹었을까. 아니면 비든 눈이든 우박이든 심지어 번개라 할지라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무엇을 한껏 삼켜야 내 안의 텅 빈 구멍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일까.

사랑하기 좋을 때다. 특히 연인이 없어 늘 미열(微熱)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체온이 0.5도씩 상승하는 때다. 집구석에 있지 말고 나가라. 나가서 연애를 하라. 연애 못하겠으면 그냥 헤매라. 헤매다가 운이 좋으면 내리는 눈이라도 한껏 삼키라. 그게 멸치 안주에 소주 마시면서 징징거리는 것보다 오 만배 낫다.

2018년 10월 3일 수요일

드래곤 라자 인사말

트위터를 보다가 동아리 선배들의 청첩장 문구에 빵터진 후배의 트윗을 보게 되었습니다.
청첩장 문구에 이렇게 씌어 있었던 것이죠.

아마도 저처럼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드래곤라자"를 읽으면서(관련 포스팅 [책 소개] 파운데이션 참조) 각 집단 소속 사람들이 특유한 인사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던 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이 나서 드래곤 자라의 인사말을 모아놓은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청첩장에 소개된 문구는 그랑엘베르의 인사를 약간 변용한 것이었네요. "마법의 가을"이라는 문구도 소설을 본 사람이었다면 인상적이었을 문구입니다.

오랜만에 책대여점에서 한권두권 빌려보던 만화책, 소설책들이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그랑엘베르의 인사
Grangelber of Elves and Purity.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May travel happily to the setting sun, with the sunlight shining on your ears.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May return with a smile as you started, and be peace at last.
 
카리스누멘의 인사
Kharis Numen of Dwarves and Fire.
 
카리스누멘의 가호가 있기를
May the protection of Kharis Numen be with you.
 
그 모루와 망치의 불꽃의 정수가 그대에게
May the essence of the fire of the anvil and hammer be with you.
 
에델브로이의 인사
Edelbroy of Cosmos and Storm
 
바람 속에 흩날리는 코스모스를
May the cosmos swaying in the wind be with you.
 
폭풍을 잠재우는 꽃잎의 영광을
May the glory of the petal that hushes up the storm be with you.
 
아샤스의 인사
Asyas of Eagle and Glory
 
영광의 창공에 한 줄 섬광이 되어
Being a light to the sky of glory.
 
그 날개에 뿌려진 햇살처럼 정의롭게
As fair the sunshine falling on the wing.
 
테페리의 인사
Tepery of Hobbits and Branch roads.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May a small luck be with you when you need.
 
마음가는 길은 죽 곧은 길
A road of mind is straight.
 
오렘의 인사
Orem of Rose and Justice.
 
정의가 닿는 그 어느 곳에서라도 피어 오르는 장미를
A rose that blooms everywhere the justice can reach for you.
 
열정의 꽃잎처럼 불타는 마음을
The glowing mind like the petal of passion for you.
 
레티의 인사
Letti of Swords and Destruction.
 
칼날 위에 실을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이름의 영광에 의지하여
Depending on the glory of the greatest name which can be put on the blade.
 
창조가 닿을 수 없는 미를 찬미하며
Praising the beauty that the creation cannot reach.
 
닐림의 인사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는 단 하나의 쇠사슬
The only chain that is chosen by its own will.
 
나를 묶어 모든 이 앞에서 당당하게 한다.
Binds me to be dignified in front of every one.
 
콜리의 인사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눈이 그대의 꿈을 보리니
 
어둠속의 꿈이라 해도 그대만의 것은 아니다

2018년 8월 20일 월요일

2018 인싸용어 총정리


"인싸"란 말뜻이 "아웃사이더"(아싸)의 반대말로 무리와 어울려 잘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도 얼마 된 것 같지 않은데, 트위터에 같은 제목으로 용어를 정리한 것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일종의 "올해의 신조어"(물론 오래된 것도 꽤 보이네요)+급식체+줄임말+유행어 인 것 같네요. "별다줄"이란 생각이 계속 나긴 합니다만 따라잡아 봅시다!! (페이스북: 박현진님, 트위터 [ 현생 미워 !!!] 쓰뺌이밍밍 @Seo0723Min 님, 감사합니다.)

1. JMT= 존맛탱 2. 존버 = 존나 버티다 3. 팬아저 = 팬아니어도 저장 4. TMI = 너무 과한 정보 5. 일생가? = 일상생활 가능? 6. 롬곡 = 눈물 7. 노란색사고싶다 = 소리내서 읽어보셈 8. 옷파랑색사고싶다 = 소리내서 읽어보셈 9. 혼코노 = 혼자코인노래방
10. 이생망 = 이번생은 망했다 11. 할많하않 =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12. 법블레스유 = 법이 아니었음 너는 이미 칼 맞아 죽었다 13. 롬곡옾높 = 폭풍눈물 14. 사바사 = 사람바이사람 15. 별다줄 = 별걸 다 줄인다 16. 좋못사 = 좋다 못해 사랑한다 17. 나일리지 = 나이 + 마일리지
18. 제곧내 = 제목이 곧 내용 19. 아아 = 아이스 아메리카노 20. 이다박박 = 이래서 다들 박현진 박현진 21. 복세편살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22. 괄도 네넴띤 = 팔도 비빔면 23. 덕페이스 = 셀카 찍을 때 입술을 내미는 표정 24. 애빼시 = 애교 빼면 시체 25. 발컨 = 발로 컨트롤
26. 영고 = 영원한 고통 27. 마상 = 마음의 상처 28. 비담 = 비주얼 담당 29. 엄근진 = 엄격,근엄,진지 30. 갑분싸 =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31. 갑분띠 = 갑자기 분위기 띠용 32. 렬루 = real루 33. 커엽다 = 귀엽다 34. 와우내 = 놀라움을 나타내는 감탄사 35. 실화냐다큐냐멘큐냐 = 그대로 뜻
36. 톤그로 = 화장한 얼굴이 너무 떠서 어그로 된다 37. 전차스 = 전자파 차단 스티커 38. = 샵지, 시아버지 39. 행복회로 = 현실과 다른 행복한 상상 40. 읽페 = 페북스토리 읽으면 페메 보낸다 41. 좋페 = 좋아요 누르면 페이스북 메세지 보낸다
42. 우유남 =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 차은우 43. 노란마트 = 이마트 44. 핵인싸 = 인사이더 중에 인사이더 45. 머쓱타드 = 머슥하다 46. 막내온탑 = 막내가 윗사람보다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 47. 누물보 = 누구물어본사람? 48. 문찐 = 문화찐따 49. 소확행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50. 번달번줌 = 번호달라하면 번호 줌 51. 삼귀다 = 사귀다보단 덜한 사이 52. 고답 =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53. 혼모노 = 진짜가 나타났다 54. 댕댕이 = 멍멍이 출처 : 페이스북 박현진님


2018년 2월 26일 월요일

2018년 신조어 모음



2014년부터 인터넷 신조어를 알아듣기 어려워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요.

인터넷 신조어
[은어/속어] 20대가 많이 쓰는 용어 10개

겹치는 게 좀 있기도 하지만 2018년판을 트위터에서 보고 옮겨 봅니다.
발컨이나 현타, 케바케는 신조어는 아닌데 말입니다...

갑분싸 ➡️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혼코노 ➡️ 혼자 코인 노래방
롬곡옾눞 ➡️ 폭풍눈물
사바사 ➡️ 사람바이사람
케바케 ➡️ 케이스바이케이스
문찐 ➡️ 문화찐따
번달번줌 ➡️ 번호 달라고하면 번호 줌
이생망 ➡️ 이번 생은 망했다
팬아저 ➡️ 팬이 아니여도 저장
존버 ➡️ 존나버틴다
렬루 ➡️ real루
복세편살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괄도 네넴띤 ➡️ 팔도 비빔면
덕페이스 ➡️ 셀카찍을때 입술을 내미는 표정
애빼시 ➡️ 애교 빼면 시체
발컨 ➡️ 발로 컨트롤
할많하않➡️ 할말은 많지만 하지않는다
영고 ➡️ 영원한 고통
마상 ➡️ 마음의 상처
현타 ➡️ 현실 자각 타임
비담 ➡️ 비주얼 담당
톤그로 ➡️ 톤 어그로
법블레스유 ➡️ 법이 아니였으면 너는 이미 칼맞아 죽었다
엄근진 ➡️ 엄격,근엄,진지
TMI ➡️ 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

이걸 줄여야 하나, 생긴거 뒤집어 놓은 말을 해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새로 알게 된 것도 좀 있고 ㅎㅎㅎ
원출처는 여기입니다.
열심히 외워서 청소년(멀은 것 같죠? 조금 있으면 애들이 청소년됩니다)과 소통하도록 합시다. 커엽게 봐줄지도 모릅니다.







2015년 12월 18일 금요일

재혼금지기간

트위터를 하다보니 다음과 같은 소식에 깜짝 놀라시는 분을 발견했습니다.
일본에 여성의 경우 이혼 후 6개월동안 재혼이 금지되는 조항이 남아 있었는데, 올해에야 그 조항이 삭제된 것을 알게 되자 우리나라에도 없는 제도를 일본이 유지하고 있었던 것에 충격을 받으신 모양입니다.  그러나 우리 민법도 일본법을 계수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2005년까지는 일본법과 동일한 재혼금지조항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호주제도 폐지와 함께 일본보다 먼저 사라진 것 뿐입니다.

2005. 3. 31. 개정되기 전 민법 제811조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자는 혼인관계의 종료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지 아니하면 혼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혼인관계의 종료후 해산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2005. 3. 31. 개정으로 민법 제811조를 삭제합니다. 그 이유는 "부성추정의 충돌을 피할 목적으로 여성에 대하여 6개월의 재혼금지기간을 두고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규정으로 비쳐질 수 있고, 친자관계감정기법의 발달로 이러한 제한 규정을 필요성이 없어졌으므로 이를 삭제"한다는 것입니다.

재산법 분야의 개정에 비해 가족법 분야는 개정이 잦긴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 문제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개정된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일본에서의 소식으로 우리 민법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네요.

2015년 6월 2일 화요일

[책 소개] 아무 날도 아닌 날



트위터를 하다가 톡 쏘는 문구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트위터에 대한 소개와 사용법에 대해서는  파워 트위터리언  참조). 대부분 그 문구를 쓴 사람을 팔로우를 하고 그 사람의 지금까지의 트윗들을 훑어보게 되는데, 그러면서 발견한 주옥같은 트위터 중의 하나가 이 책의 저자인 최고운씨의 트위터(@toxicalice) 였습니다. 짧은 글들을 트윗에 남기기도 하셨지만 긴 블로그 글도 쓰셔서 이 분의 블로그(앨리스의 화려한 생애)에 종종 들러 보곤 했었습니다. 블로그 글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 "나는 어떻게 비키라인 제모를 망쳤나" 였습니다. 젊은 여성에게서 연애와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이미 저도 K-저씨의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 불안하다는...) 저에게는 이분의 글을 읽는 것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교통사고가 나 입원하셔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다가 요새는 책을 내시고 첫 강연도 하시고 밝아지셔서 저도 덩달아 기뻐졌다고 할까요. 블로그에 올라온 첫 강연에 대한 글(첫 번째 강연에서 했던 말)을 읽고 바로 그날 이 책을 주문했는데 도착한 오전에 휘리릭 다 읽었습니다.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으신 것을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재기발랄한 글들 기대하겠습니다.

다음은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부분들입니다.

인간은 생물학적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나잇값을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26면.

예외인 경우도 물론 있다. 아무리 선머슴짓을 해도, 누나를 자처해도, 심지어 엄마처럼 굴어도 통하는 여자, 바로 예쁜 여자다.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27면.

A relationship, I think, is like a shark. You know? It has to constantly move forward or it dies. And I think what we got on our hands is a dead shark.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41면.

'데이트 지랄'이란 한 번 해야 무서운 것이며, 계속 잔소리를 해대면 있던 미안함도 사라진다는 것을 여자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47면.

나처럼 소름끼치게 예쁘지도 않지만, 그다지 까다로운 구석도 별로 없는 여자들은 평생 마를 날이 없는 법이다.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72면.

내가 아는 게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알며, 더 나아가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120면.

기본 아이템이라는 게 다 그렇다. 옷이든 구두든 가방이든지 간에 알록달록한 걸 구비하려면 이미 많은 밋밋한 것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135면.

따지고 보면 현실에서의 작업 멘트란 건 아무래도 시시하기 짝이 없다. '추운데 몸 좀 녹이고 가자' '술깨고 가자' 아니면 '방 잡고 술마실까'를 지나 '손만 잡고 잘께'로부터 이어져 '오빠 못 믿니'까지.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171면.

갖고 싶은 가방이 있어 동그라미를 쳐 놓은 광고지를 벽에 붙여 놓았다. 저건 술 세번만 안 마시면 살 수 있어. 그렇게 한달이 흘렀다. 광고지는 여전히 붙어 있고, 술은 다섯 번 정도 마셨다.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225면.

팔리지 않는 글을 쓰고, 반응이 없는 그림을 그리고, 기껏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서 음담패설을 올리는 것으로 바이트와 인생을 동시에 낭비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게 좋아서 열중하는 것으로, 그것으로 이미 좋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
-최고운, 아무 날도 아닌 날, 라의눈(2015), 248면.


마지막으로 저자가 외우고 다니셨다는 "나는야 세컨드"도 기억에 남아 남겨둡니다.

나는야 세컨드1 

-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남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 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찌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 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쉿, 나의 세컨드는 - 김경미 시집 
김경미 (지은이) | 문학동네 

2014년 10월 10일 금요일

글쓰는 허지웅


지금은 "마녀사냥"의 흥행 이후로 왠만한 사람은 아는 유명인이 된 터이지만, 허지웅은 일부의 매니아층에게만 이름을 알리고 있었던 글쟁이였습니다. 사실 제가 "허지웅"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아마도 남성잡지 "GQ"에 정기적으로 쓰던 "SEX" 소설(?)을 재미나게 읽기 시작하였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때의 내공을 바탕으로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라는 소설을 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될 만큼 "성"과 관련된 내용을 쓰면서도 그의 글은 "스타일"이 살아 있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관심이 더 확장되지는 않고 몇년이 지나가고 있을 즈음 어느 순간 지인의 페북 포스팅에서 그의 글이 좋다는 평을 읽고 링크를 타고 타고 들어가 그의 블로그(현재는 텀블러로 이주하여 http://ozzyz.tumblr.com/ 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의 글들을 읽어보게 되었고, 그 무렵 그의 트위터(허지웅의 트위터 @ozzyzzz)의 글들을 통해서 더 자주 허지웅의 단상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허지웅의 글은 타인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면서도, 나와 다른 생각의 표현방식만으로도 "신선함"을 줍니다. 새로운 정보나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그 방식의 다름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글. 저는 글쓰는 허지웅의 글을 내용 뿐 아니라 스타일 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에 보지 못하던 스타일의 원천은 아마도 그의 영화에 대한 지식과 많은 영화 섭렵과 분석을 통한 글쓰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타워즈, 다이하드 씨리즈에 대해서 그가 보여주는 열정은 원전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 원전을 확인하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까지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블로그에 그간 올렸던 글들과 책을 내면서 최근에 추가한 글들을 더하여 글쓰는 허지웅은 "버티는 삶에 관하여"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물들어 왔을 때 노저어야 한다는 옛말에 충실하게 아마도 허지웅씨의 지금까지 삶의 궤적을 살펴볼 때 지금이 책을 낼 적기이겠지요.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허지웅씨의 "힙함"이 그가 나이를 먹어감에도 진부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제가 끌린 부분이 그의 스타일 이기 때문에 하는 걱정일지도 모르고, 그의 내면에 깔려있는 영화와 삶에 대한 애정이 계속해서 그의 글을 읽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면, 이런 걱정은 기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나온 책도 성공하시길 빌고, 방송스케줄 바쁜 와중에도 글쟁이의 본분을 잃지 말고 좋은 글들 많이 생산해 내시길 바라 마지 않습니다.  

2014년 3월 11일 화요일

파워 트위터리언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를 살펴보다보면 "트위터에서 누가 어떤 말을 했는데 그것이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상 트위터를 하는 분을 주위에서 찾아보면 손에 꼽을 정도 밖에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트위터와 트위터에서 이슈를 일으키는 "파워트위터리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트위터(트위터 홈페이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에서 시작된 "미니 블로깅 서비스"입니다. 즉, 블로그를 축소시키면서 하나의 포스팅에 담을 수 있는 양이 제한되는 대신 공유, 확산기능이 훨씬 보강된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트위터의 개별 포스팅을 "트윗"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지저귀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일상에서 생각나는 사건, 사고, 생각, 잡담 등을 짧게 짧게 지저귀듯 올려서 다른 사람이 보게 만드는 것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인터넷을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서 쓸 때에는 트위터의 파괴력을 실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을 때 트위터는 가장 빠른 사건의 보고자로서, 소위 "폭풍알티"로 소식을 파급시키는 데 어떠한 매체보다 적합하다는 것이 알려지고 사용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또 주요한 명사들이 트위터에 글을 남길 때 이를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10대에게도 이를 사용케 하는 유인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트위터의 짧은 글들에서 자신만의 "촌철살인" 멘트를 날림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트윗을 구독하게 만드는 트위터리언(또는 트위터러)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들은 트위터를 사용하기 이전에서 셀리브리티였던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트위터를 함으로써 그 영향력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트위터의 사용방식을 설명하자면, 일단 트위터에 가입하면 트위터는 자신의 계정을 만들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계정에서 140자 한도 내의 트윗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정만 만든 상태에서는 그 트윗을 아무도 보지 못합니다(물론 인터넷에서 트윗의 내용이나 계정을 검색하여 팔로워가 아무도 없는 사람의 트윗을 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것은 트위터가 "마이크로 블로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올린 트윗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계정을 "팔로우(follow)"한 팔로워(follower, 즉 나의 계정을 구독하는 사람들)들 뿐입니다.


 팔로우는 "구독"이라는 개념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떠한 계정을 팔로우하면, 팔로우한 이후에 그 계정의 트윗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팔로우한 계정이 늘어나면 그 계정들의 트윗들이 자신의 트위터의 화면에서 끊임없이 갱신되면서 나타나게 되는데, 그래서 트위터의 이 화면을 "타임라인(timeline)"이라고 부릅니다.


타임라인에서 좋은 글을 발견했을 때 이 글을 자신의 팔로워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기능이 "리트윗(Retweet)"입니다. 줄여서 "RT(알티)"라고도 합니다. 즉, 내 계정은 A계정의 팔로워이고, B 계정은 내 계정의 팔로워일 뿐 A계정의 팔로워가 아닌 상태라도 내 계정이 A계정의 트윗을 리트윗하게 되면, B계정은 A계정의 팔로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계정을 매개로 하여 A계정의 트윗을 자신의 타임라인에서 보게 되는 것입니다(내가 리트윗하였다는 사항도 알 수 있습니다).


트윗은 짧은 글이므로 트위터상의 계정에게 말을 거는 용도로도 사용되는데 계정 이름 앞에 @을 붙여서 트윗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타임라인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멘션(mention)"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트위터에서 고종석 선생님께 말을 걸고 싶다면 @kohjongsok 을 넣어서 트윗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멘션은 기본적으로 트윗이므로 공개될 수 있고, 공개되지 않는 메세지를 보내고 싶다면 "쪽지(direct message)"를 사용하면 됩니다.


트위터를 시작하게 되면 트위터는 추천계정을 알려주고 팔로우할 것을 권합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들을 계속해서 팔로우를 하다보면 자신의 타임라인이 어느덧 좋은 글이나 소식으로 풍성해질 것입니다. 트위터는 자신이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계속 물어다주기 때문에 팔로워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과 취향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 "언팔(unfollow)"하면 됩니다.


하지만 트위터 사용은 조심스러운 것이 트위터는 "글"이긴 하지만 "말"에 가까운데, 말이 일단 입에서 떠나면 남지 않는 반면 트위터는 글의 형식으로 인터넷에 남아 있으므로 "설화"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님이 트윗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것(정태영 사장님 트위터하지 마세요)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말로 했다면 해프닝 정도로 끝났을 일들이 트위터에서는 더 크게 문제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러나 셀리브리티가 아니시면 굳이 위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크게 신경쓰시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트윗의 장점은 사진, 웹사이트 등을 링크하거나 트윗에 첨부하여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자신의 의견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하고, 링크된 정보를 알리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트위터를 처음 접한지 3-4년 되는 제가 트위터에 입문하는 분들께 제가 추천하는 파워트위터리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분들은 트윗을 자주 하셔서 타임라인은 흘러가면 안보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놔두시는게 속편합니다. 팔로워가 100명이 넘어가는 순간 타임라인을 모두 읽는 것은 불가능해지기 시작합니다.


소설가 고종석
보수의 아이콘 낙퍼
조선일보 기자출신의 임정욱 
앱개발자 우성섭
역사대하트윗 전문 바베르크
진보적 IT 업계 종사자 그남자
정유업체 회사원 라이언송
마녀사냥으로 더 유명해진 글쓰는 허지웅
가슴을 유달리 좋아하시는 카라챠(성인에게만 추천합니다)


트윗을 사용하는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신문읽듯이 읽기만 하고, 자신의 이야기는 쓰지 않는 형식으로 사용하는 사람, 드라마보다가 웃기는 장면 나오면 트윗하는 사람(접니다 ㅎㅎ), 회사나 정부기관의 홍보를 위해서 사용하는 사람, 연예인에 대한 소식을 알기 위해 트위터를 보는 사람, 외국사람과 교류를 위해 사용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지요. 최소한의 예의만 지킨다면 신속한 정보전달, 다양한 지식습득, 유명한 사람들과의 쉬운 교류 등 정말 장점이 많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화장실에서 웹툰만 보기에 질렸다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