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9일 금요일
당연한 것은 없다
올초에 맡았던, 어떻게 보면 흔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피고를 대리해서 승소했습니다. 보증금가액이 크기는 했지만, 1심에서도 승소한 사건이었고, 임차인이었던 원고가 떼를 쓰는 수준의 사건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이 '당연히' 이길 사건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사 모르는 일이라고 상대방이 선임한 소송대리인이 '김앤장'에다가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어가는 것을 이용해서 기일을 가능한 한 최대한 연장하고, 서면을 제출한 것을 보니,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 것이더군요.
어처구니 없는 사실관계와 그에 기반한 주장을 하나하나 근거를 대어서 반박하고, 공제주장할 때에는 숫자 틀리지 않게 표를 만들어서 계산-검산 쉽게 만들어 서면을 제출하고, 상대방 마지막 준비서면에 대한 참고서면까지 제출하였지만, 그래도 선고기일에 일말의 불안함도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처음 생각한 것과 같은-추가된 예비적 청구에 대한 기각과 더불어- 결론으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방어하는 데에도 어느 한군데 부족할까 노심초사하시는 의뢰인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은 소송이었습니다.
사자가 토끼 한마리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하듯이, 어떤 소송이든 우리가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으므로, 겸손하게 판단을 내리는 재판관을 최선을 다해 설득하는 것. 그것이 변호사의 임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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