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9일 수요일
[책 소개] 황혼의 들판(견인도시 연대기 4)
필립 리브, 김희정 역, 황혼의 들판(견인도시 연대기 4), 부키(2011)
견인도시 연대기 4부작(모털엔진, 사냥꾼의 현상금, 악마의 무기, 황혼의 들판) 중 마지막 권을 3권을 읽은 여세를 몰아 바로 다 읽어버렸습니다. 탄성이 붙으니 4권중 가장 두꺼웠는데도 가장 빨리 읽었네요.
필립 리브라는 작가가 핵전쟁을 모티브로 한 60분 전쟁 이후로도 한참 후의 세계를 묘사하는 방법이 매력적이지만, 제한된 등장인물들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다 보니 너무나 우연적인 전개(비행선에서 떨어져도 주인공급은 살아난다든가..)와 여러 주인공들을 만나게 하기 위한 억지 설정 같은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1권 모털엔진에서 사라진 견인도시 런던이 4권에 와서 자기부상 도시로 재탄생하는 것이라든지, 1권 모털엔진에서 죽은 안나 팽이 스토커로 살아나서 4권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든지, 주인공들에게 행운이 퍽 따르긴 하지만서도 능력 자체가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설정은 아니어서 전쟁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운명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주인공 부부(톰 내츠워디, 헤스터 쇼) 덕분에 인류의 멸망은 하지 않게 되고(그렇다고 주인공 부부가 맹활약한 것은 또 아님), 주인공들의 죽음을 목격한 슈라이크라는 스토커가 또 세월이 많이 지난 후, 1권의 서두를 읊는 것으로 4권이 마무리되는 것도,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전형적인 결말이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약간은 가볍지만 흥미있는 SF 소설로 추천합니다. 영화화된 모털엔진에서 보여주었던 견인도시 등의 엄청난 비주얼이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2, 3, 4권에서 나오는 견인도시들이 영상화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2019년 1월 1일 화요일
[책 소개] 모털 엔진(견인도시 연대기 1)
필립리브, 김희정 역, 모털엔진(견인도시연대기1), 부기(2011)
지난 12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보았던 영화 "모털엔진"의 화려한 비주얼을 보고, 이런 세계관을 만들어낸 원작소설이라면 당연히 재미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시리즈 4권을 한꺼번에 사서 그 중 1권을 새해 첫날 마루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다 읽었습니다.
솔직한 감상은 영화의 비주얼이 소설을 통해서 상상한 것보다 훨씬 잘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원작 소설을 보고 영화만큼 생생하게, 오히려 그보다 더 견인도시와 해상도시, 공중도시를 재현해 낸 감독과 제작자 "피터 잭슨"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화된 1권의 내용과 영화 자체에서도 꽤나 많은 다른 점이 발견되는데, 영화화하면서 클리셰를 많이 넣으려다 보니,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인물들이 쩌리화되는 문제가 좀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주인공도, 악역(테디우스 발렌타인)도 일관된 신념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기에 영웅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황을 운좋게 타개해 나가는 것에 그치고 있는 느낌 밖에는 주지 못해서, 비주얼에 매우 만족했던 영화에 비해 소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스포주의)
특히 영화에서 주인공(톰)을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처럼 그려 놓았는데, 원작에서는 런던을 파괴하는 주역이기는 커녕, 런던은 메두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자기 혼자 터지는 것이었다는 점, 영화에서 런던이 일단 메두사를 가동해서 샨구오를 만신창이를 만들어 놓는데, 소설에서는 다른 큰 견인도시 한개를 날려버린 것이었고, 샨구오의 벽은 날리지 못하고 끝난다는 점, 영화에서는 슈라이크가 톰과 헤스터가 사랑한다는 것을 보고 개과천선(?)하면서 기능이 정지하는데, 소설에서는 그래도 톰이 엉겁결에 한칼 해서 헤스터를 구해낸다는 점 등 중요한 부분에서 많은 부분이 달랐는데, 영화는 영화대로 뭔가 여기저기서 짬뽕해 내어 어울리지 않게 되는 문제가, 소설을 소설대로 뭔가 시원하게 결말을 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 자체는 쉽고 편안한 문체로 술술 읽히는 라이트노벨(?) 같은 느낌이어서 하루키 같은 소설이 주는 깊이(?!) 같은 것이 별로 없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추천을 한다면 소설보다는 영화쪽을!!(헤스터가 예쁜 설정!!!)
2018년 1월 7일 일요일
[책 소개] 아르테미스
앤디위어, 남명성 역, 아르테미스, RHK(2017)
크리스마스 선물로 둘째놈에게 사준 책인데... 제가 먼저 읽어버렸습니다.
앞 부분 1/3 정도를 넘어가면 엄청난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앤디위어는 영화화되어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영화 마션의 원착인 소설 마션([책 소개] 마션)의 작가로 달에 만들어진 개척도시 "아르테미스"에서 펼쳐지는 내용의 SF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역시나 급박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경쾌한 느낌의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만듦새라는 측면에서 여기저기 허술한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이 천만을 돌파하는 이유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ㅎㅎㅎ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기회를 갖는 사람은 정말이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45분이면 끝날 작업을 아빠는 3시간 하고도 30분에 걸쳐서 해냈다. 아빠는 다른 모든 것보다 나를 366퍼센트 더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다.
-앤디위어, 남명성 역, 아르테미스, RHK(2017), 327면.
2014년 5월 9일 금요일
[책 소개] 파운데이션
아이작 아시모프, 파운데이션, 황금가지(2013)
작년(2013년) 한해동안 읽었던 책 중에 가장 감명깊었던 책을 꼽으라면, 저는 파운데이션 7부작을 꼽고 싶습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번역되어 있었던 것을 모아서 다시 번역하여 나왔기에 SF 소설을 나름 좋아한다고 했지만 들춰보기에는 너무 유명한 작품이었던 파운데이션 씨리즈를 독파해 보기로 마음먹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감명깊은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20대 초반일 당시 이영도 작가가 "드래곤라자"라는 소설로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의 서막을 열었을 때, 그가 이 소설을 참조했구나 하는 것을 거의 20년이 지나서나마 깨달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소설의 각 장을 "---사전"에서 인용하는 형식을 드래곤라자에서 처음 보았고 매우 맘에 들었었는데, 이런 형식은 이미 1960-1970년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서 쓰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떠한 세계 자체를 통째로 창조해 내는 것, 창조해낸 세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발전상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이를 통해서 우리가 살 미래는 어떨 수 있겠다고 예측해 보는 것(그리고 작가가 창조해 낸 것과 비교하는 것) 모두 이 책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감흥들입니다.
6부의 아래 부분을 읽을 때는 소름이 돋았는데,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스포일러가 될테니 자제하겠습니다. SF 거장의 수십년에 걸친 창작의 결과물은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셀던은 두 팔을 벌려 그녀를 포옹했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지 가져갔다. 그녀가 외면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고 있었다.
도스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천천히. 부드럽게. 그러다가 아주 정렬적으로. 그러자 그녀의 팔이 갑자기 그를 꽉 끌어안았다.
그가 입술을 떼자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한 번 더 해주세요. 해리."
아이작 아시모프, 파운데이션의 서막(파운데이션 시리즈 6권), 6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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