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창경궁과 경복궁을 가본 적은 있었어도 창덕궁은 별로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창경궁은 창경원이었던 시절 동물원에 가자고 성화를 해서 가본 것이 처음이었고, 이후 동물원이 없어진 다음 횡해진 창경원은 학교에서 답사를 숙제로 내어주어서 몇번 더 갔었던 것 같고, 경복궁도 국립중앙박물관과 광화문 등 볼거리가 많아서였는지 종종 갔던 기억이 있었지만 창덕궁은 그 뒤에 비원이 좋더라는 얘기만 들었을 뿐 실제로 가본 것은 몇년전이 처음이었고, 비원(창덕궁 후원)에 가려했더니 따로 표를 끊어야 하고 들어가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굳이 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첫째의 현장체험학습 중에 비원에서 인증샷을 찍어오라는 게 들어있는 바람에 비로소 비원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비원은 30분 간격으로 일정 수의 인원만 가이드가 인솔하는 투어형식으로 관람하도록 되어 있는데, 모든 프로그램이 한국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 일본어 등으로 가이드하는 프로그램이 중간중간 섞여 있습니다. 내국인은 외국어로 가이드하는 프로그램에는 원칙적으로 참가할 수 없고, 일행 중 외국인이 있는 경우 2명까지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의 투어에 100명이 참가할 수 있는데 그 중 50명은 인터넷으로 사전예약 후(창덕궁 후원 예약 홈페이지) 현장에서 발권해야 하고, 50명은 당일 9시부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발권할 수 있습니다.
원래 창덕궁 자체에 입장하는 데에도 입장료가 있고 후원에 입장하는 데 입장료는 추가로 더 내야 하는데, 2015. 7. 현재에는 창덕궁 입장료는 무료인 상태입니다(메르스로 인하여 주요 고궁의 입장료가 모두 무료라고 합니다).
어쨌든 날씨도 비가 오고 해서 별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인터넷예약분 50명은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였지만 오전 11시 정도에 도착하니 12시에 시작하는 투어 프로그램 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기대가 컸었던 것인지 "와~~"하고 놀랄만한 경치의 정원이 펼쳐지지는 않았습니다. 인공호수와 정자 등의 풍경이 거대해서 사람을 압도하거나 일본식 정원처럼 너무도 정밀하다는 느낌을 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울창한 부분이 많은 것을 보니 오랜 기간 관리를 잘했구나 하는 느낌 정도였는데, 아마도 너무 닳고 닳은 40대의 감수성으로는 그 이상의 감탄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여름에 비오는 날씨여서 제대로 된 경치를 감상하지 못한 것이라면 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와서 진면목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증샷을 찍어야 하는 연경당을 마지막으로 창덕궁 관람을 마쳤는데, 여느 관광지와 달리 출구에 대규모 기념품점을 만들어 놓지 않은 것은(대신 창덕궁/비원 내부에 매점을 겸한 기념품점이 하나씩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한국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 한국적 건축물에 관심이 있다면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찬찬히 관람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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