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1일 목요일
[책 소개]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생각의길(2015)
같이 일하는 변호사님께서 괜찮다고 하셔서 출근하는 길에 고속버스터미널 반디앤루니스(반디앤루니스가 기존의 장소에서 메가박스(이것도 리모델링 중) 옆 푸드코트 자리로 옮겼네요)에서 사서 휘리릭 다 읽어버린 책입니다.
제가 파악하기로 유시민씨가 말씀하시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상론 : 생각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방법론 :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독해력이 좋아야 하며, 발췌요약을 시작으로 많이 써봐야 한다.
기교론 : 단문을 위주로 쓰되, 주의/강조/전달의 목적으로 복문을 사용한다.
자신의 경험 및 글들을 이용하여 예를 들어주는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저는 읽다가 큭큭큭 많이 웃기도 했는데, 옆방의 변호사님께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큭큭거리는 제가 특이하다고 하시네요. 어쨌든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일독을 권합니다.
다음은 제가 인상깊었던 대목들입니다[저도 항소이유서 명문으로(!!!) 대신 써주고 감사해하는 의뢰인이 있었으면 ㅋㅋㅋㅋ].
논증하지 않고 주장만 하면 바보 취급을 당하게 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6면.
논증없는 주장으로는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설득과 공감은 고사하고 기본적 소통과 교감도 하기 어렵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31면.
누군가의 의견에 반감이 들 때는 논리적 반박으로써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 다 안다. 하짐반 그렇게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35면.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59면.
잘 쓰고 싶다면 누구나, 해야 할 만큼의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1면.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2면.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거의 100퍼센트 발췌요약'이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3면.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5면.
주어진 텍스트를 독해하고 핵심을 찾아 요약하는 글쓰기 훈련법은 내가 40년쯤 전 학회라는 '지하대학'에서 한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8면.
독해력과 문장구사력 그리고 요약능력은 서로를 북돋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8면.
텍스트요약은 단순한 압축기술이 아니다. 요약하는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반영하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70면.
블로그에 정치, 영화, 축구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첫문장은 이렇게 쓰는 것이 좋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단문으로 일단 내지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단 내지르고 난 다음에 차분히 설명하면 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84면.
<항소이유서>는 항소심 재판장이 보라고 쓴 글이었다. 피고인 대신 변호인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돈명 변호사가 나더러 직접 쓰라고 했다. 내가 쓰지 않으면 변호인들이 써야 하는데, 무료 변론을 맡아준 변호인들에게 그것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85면.
남에게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혼자 움켜쥐고 있으면 글이 늘지 않는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88면.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00면.
무엇보다도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08면.
우리나라 대학이 교수를 채용할 때 영어 강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지나치게 우대하는 것은 어린이 영어몰입교육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09면.
글을 쓸 때도 번역을 할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15면.
실컷 놀아도 허무하거나 자책감을 느끼지 않는 놀이 또한 독서만한 것이 없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23면.
우리 말이든 영어든, 자주 쓰는 단어 몇백개와 몇 가지 형태의 문장만 잘 구사하면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35면.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찬탄하게 만드는 글도 훌륭하지만, 이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는 글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43면.
밀은 아무리 심오한 철학이라도 지극히 평범한 어휘와 읽기 쉬운 문장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45면.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67면.
'적'은 일본말 발음이 '데키'인데, 받침이 없는 일본말에서는 말의 운율을 살리는 장점이 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72면.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87면.
가끔씩 서너 달 전에 쓴 것을 읽어 보면 열에 아홉은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문장이 유치하고 묘사가 서툴고 논리가 엉성해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축하할 일이다. 글이 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30면.
글은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잘 쓰기'가 어렵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31면.
민간 중소기업에서부터 육군본부와 대통령 비서실까지, 조직사회에서는 읽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분량을 정하는 게 정답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35면.
글을 압축하려면 단문을 기본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 복문을 쓴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37면.
어렵기로 악명 높은 <<순수이성비판>>에서 에마누엘 칸트는 먼저 시간과 공간 같은 보통명사까지 독자적인 정의를 내린 다음 자기의 논리를 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49면.
인생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감정이 여럿 있는데, 허영심도 그중 하나다. 허영심은 아주 고약한 감정이다. 허영심에 빠진 사람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며 의미 없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 글을 쓰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허영심은 지식과 전문성을 과시하는 욕망이다. 이 욕망에 사로잡히면 난해한 글을 쓰게 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50면.
써야 해서 쓰는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면 쓰고 싶어 쓰는 글도 잘 쓸 수 있으며 그 역도 성립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64면.
우리 세대는 국가, 정부, 사회, 정의 , 평등, 민주주의 같은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중대 범죄가 되는 세상에서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 나는 스물 아홉 살이 되어서야 말할 자유, 글 쓸 자유를 얻었다. 이 자유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잘 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7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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