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2일 금요일

[책 소개] 공부논쟁


김대식+김두식,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의 공부논쟁, 창비(2014)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을 읽다보면 김대식+김두식 형제의 <공부논쟁>이라는 책을 인용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김두식 교수의 견해는 평소에 많이 접하는 주장이라면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인 김대식 교수의 주장은 약간은 과격한 듯하면서도 설득력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시민의 글쓰기특강을 읽다가 인터넷서점에 바로 이 책도 주문하였습니다. 좋은 세상인 것이 오전중에 주문하니 오후에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이 책 또한 술술 읽히는 책이어서 반나절도 안걸려 다 읽었습니다.

처음엔 김대식 교수의 주장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서 오는 판단을 가장 신뢰하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나 해법도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특목고 폐지와 학력고사 부활을 주장하는 그의 견해는 현재 우리 교육이 많은 문제점이 보이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는 것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발짝 물러서 살펴보면 김대식 교수는 평준화세대로서 학력고사를 통해서 대학에 입학한 세대이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한 평준화가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주장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특목고 영재고에 진학하는 아이들의 번아웃이론,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의 한계에 대한 지적, 국내 대학원이 자립하기 위한 학문적 동종교배의 필요성에 대한 성찰 등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번아웃되지 않게 놀게 좀 두라는 말씀은 초등학교 때까지 놀다가 중고등학교 때 수재-천재로 탈바꿈한 분이 하는 말씀이라 설득력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은 서민 교수의 평(<공부논쟁>을 읽고 김두식 교수를 배신하려 한다)도 재미있습니다. 전적으로 찬성할 수 없더라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누구라도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거기서 얼마만큼 벗어났느냐가 그 인물의 크기를 결정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42면.

변호사 직업은 '천수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처럼 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안되면 당장 굶어야 하거든요. ...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를 평가할 떄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건을 얼마나 많이 수임했느냐 하는거죠.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60-61면.

우리 과학이 그랬어요. 자기 집을 짓지는 못하고 미국의 지도교수가 집을 짓는 데 가서 구멍 나는 곳의 돌멩이만 채워준 거에요. 남의 집 짓는 데 가서 남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 해줬을 뿐이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75면.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의 몇가지 병리적인 면 중에서 두드러지는 게 싸움을 무서워하고 할 줄도 모른다는 거예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89면.

1등이란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제압하는 거에요. 테니스나 공부나 나중에는 정신력 싸움이니까요. 멘탈게임으로 일종의 문화를 만드는 거죠. 누가 1등인지 자리가 잡히고 나면 다른 애들은 '해도 쟤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 때부터는 1등을 유지하기가 쉬워져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96면.

오히려 인도에서 유학온 학생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한국 인프라로 노벨상을 받으면, 그게 우리나라 과학자이고 한국의 노벨상인거죠.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34면.

대학교수는 우리 나라에서 매우 괜찮은 직업에 속해요. 의사는 처가만 좋고, 변호사는 친가만 좋고, 교수는 자기만 좋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52면.

생물학적 자식들은 미국에 맡겨서 살리고, 방학 때마다 한국의 학문적 자식들은 방치해서 다 죽이는 거잖아!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54면.

일본처럼 제 때에 다른 나라 책이 번역되어 나오기만 해도 해외유학의 필요성을 훨씬 줄어들 거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72면.

우리나라는 조선의 과거제도가 일제강점기의 고등문관시험을 거쳐서 거의 그대로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로 계승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73면.

우리나라 교수는 선비에요. 선비들은 공부를 통해서 더 높은 관직에 올라가려고 해요. 공부에 뜻을 둔 학자들도 나이가 들면 관직을 탐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74면.

우리 대기업이 어떤 씨스템이냐 하면 독일, 일본의 대학과 같아요. 센 놈만 올라가는 정말 잔인한 씨스템이야.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89면.

전혀 꽂히는 게 없는데 100점만 계속 맞아온 사람은 전형적으로 장원급제 DNA만 있는 사람이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01면.

문제는 커리어리즘이에요. 자기 커리어를 하나하나 높여가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인 커리어리스트들이 너무 많아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05면.

평소에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그렇게 욕하면서 왜 전교 1등의 성적, 수능 수석의 실력은 그대로 믿는지 모르겠어요. 여기에 모순이 있는 겁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09면.

왜 창의성이 떨어지냐?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에요. 그냥 열심히 산 게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힘이 다 빠진 거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10면.

대부분의 천재니 영재니 하는 애들은 집안의 뒷받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천재'들입니다. 만들어진 천재는 번아웃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12면.

입시를 통해 전국민을 한줄로 세운 부작용을 의대가 거의 다 흡수해 주고 있어요. 이건 좋은 일입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19면.

우리나라는 주입식 교육의 힘으로 이 정도 발전을 이뤄냈어요. 일본도 주입식 교육으로 줄줄이 노벨상을 받고 경제성장도 했어요. 주입식 교육은 무조건 잘못된 거라고 앵무새처럼 떠들며 그 틀을 다 무너뜨린 게 잘못이었어요. 현행 입시에서 고교생들에게 논문을 쓰라고 시키는 게 말이 됩니까? 과거와 똑같은 분량의 공부를 하고 있는 애들에게 논문 쓰는 부담만 늘린 거에요. 부모가 능력이 되는 집은 부모가 대신 써주고, 돈많은 집은 학원이나 입시 전문가들이 대신 써주고 있잖아요. 고등학교는 고등학교 대로 평준화가 완전히 무너져서 중학교가 입시지옥이 됐고, 이른바 명문대학들에서는 특목고 출신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는데, 이게 정상인가요? 특목고를 당장 없애고 대학입시는 학력고사 하나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32-233면.

특목고 뿐만 아니라 입시제도 자체가 불평들을 강화하고 있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38면.

뭐든지 잘하는 사람은 미리 정해져 있고, 그게 누군지는 15세만 되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미숙한 거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44-245면.

우리나라 입시제도 아래에서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좀 심하게 말하자면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에요. 창의적이지 못하고 체제 순응적일 수록 좋은 성적을 거둬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45면.

훌륭한 과학자를 만들려면 기초과학에 폭넓은 투자를 하고 어린애들은 좀 놀게 놔둬야죠.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69면.

서울대는 학부에서 1등을 포기하는 대신 대학원 1등, 연구분야의 1등을 놓치지 않기로 마음먹어야 합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77면.

애 키우기가 힘든 게 아니라 애를 명문대 보내기 힘든 시대일 뿐이에요. ... 애를 명문대 보내겠다는 욕심만 버려도 애 낳아서 키우는 게 훨씬 덜 힘들 겁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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