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6일 금요일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 범죄
피해자측에게 합의서 작성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합의서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서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었는데, 생각난 김에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 범죄"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범죄의 피해자 등은 수사기관에 수사개시를 요청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수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고소가 있다고 하여 수사기관이 항상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 고소는 수사의 단서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소가 없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수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 등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의 독자적인 수사로 범죄혐의가 밝혀진 사건을 "인지사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범죄 중에는 고소인의 고소가 소송조건이므로 고소가 없으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법원에 피고인을 처벌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없는) 죄가 있습니다. 이러한 죄를 친고죄라고 합니다. 현재 형법상 간통죄, 사자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비밀침해죄, 업무상 비밀누설죄,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를 제외한) 친족간의 권리행사방해죄 또는 절도죄를 친고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형법상 강간죄, 강제추행죄 등도 친고죄였으나 형법개정으로 친고죄 조항이 삭제되어 2013년 6월 18일 이후 저지른 강간죄 등은 비친고죄로 취급되게 되었습니다.
친고죄의 경우 고소가 없거나, 고소가 있었더라도 1심판결 선고 전에 고소취소가 되면 사건이 수사진행중인 경우에는 "불기소처분", 법원에 있는 경우에는 "공소기각의 판결"이 내려지게 됩니다. 또한 친고죄의 경우 고소권자는 범인의 혐의를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합니다.
이와 달리 피해자의 처벌의사와 관계없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나 피해자가 피고인(또는 피의자)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에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있습니다. 이러한 죄를 반의사불벌죄라고 합니다. 현재 형법상 외국원수에 대한 폭행등죄, 외국사절에 대한 폭행등죄, 외국의 국기, 국장의 모독죄, 폭행죄, 존속폭행죄, 과실치상죄, 협박죄, 존속협박죄, 명예훼손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피해자가 피고인(또는 피의자)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표시한 경우(이를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라고 합니다), 친고죄의 경우와 같이 "불기소처분", "공소기각의 판결"이 내려지게 됩니다.
피해자로부터 "합의서", "고소취하서" 등의 제목으로 받는 서면이 고소취소,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피해자측은 이러한 서면을 써주는 대가로 일정액의 합의금을 수령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피해자측에서 요구하는 합의금의 수준이 너무 높거나 무리한 요구일 경우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합의금을 요구하는 방법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 다른 문제가 되어버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2014년 3월 4일 화요일
방송인 강용석
이제 강용석씨는 변호사나 전 국회의원이라기보다는 방송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듯 합니다. 끊임없이 이슈를 재생산해 내면서 그 이슈에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나는 능력은 매우 탁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실수를 자주 하지만 그 직업에 걸맞게 "고소"라는 무기를 잘 사용해서 상황을 반전시키고, 명백한 실수에 대해서는 바로 사과하는 등 결단력 있는 행보도 그에 한몫한 것 아닌가 합니다.
이번에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의 이혼상담 이야기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강용석, 전두환가 비화 폭로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방송내용에 따르면 강용석 변호사는 "10년도 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전재용씨가 박상아씨와 사귀면서 아내와 이혼하려고 자신으로부터 상담을 받았는데, 너무 오래 전 일이고 수임료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방송에서 밝혀도 된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방송 전에 전재용씨 측으로부터 미리 양해를 구하였다거나 하는 조치를 취하여 둔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발언이 아닌가 합니다.
일단 변호사나 의사와 같이 개인의 사적인 정보를 다루는 자들은 고객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를 집니다.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 또는 변호사이었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와 같이 규정되어 있고, 형법 제317조 제1항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제사, 약종상, 조산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공증인, 대서업자나 그 직무상 보조자 또는 차등의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처리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으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면하게 할 사유(대표적으로 비밀유지의무가 면제되는 사유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염병을 발견한 의사에게 신고의무가 있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는 되지 않기 때문에 강용석 변호사는 자신의 고객이었던 전재용씨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를 현재까지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료를 받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는 것 같으나, 고객으로부터 수임료를 수령하였는지 여부는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유무와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형법상 업무상비밀누설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인 전재용씨가 고소를 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고객의 비밀누설을 문제 삼는다면 전재용씨의 문제제기가 없더라도 징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련히 잘 대응하시겠습니다만, 방송에 너무 자주 오르내리면 "설화"를 입게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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