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30일 수요일

[골프] 80대 진입


2005년 여름경부터 같은 사무실 동료와 골프를 시작해서 2006년 1월 머리를 올렸지만 제대로 치지 못하고 있다가, 2013년 5월부터 3개월 레슨을 받으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한 골프..

2013. 7. 31. 베어즈베스트 GC에서 100을 깬 이래(95타) 2년여만인 2015. 8. 16. 더플레이어스 GC 에서 90을 깼습니다(87타). 그 이후의 7번의 라운딩에서 2번 더 80대 스코어를 기록했으니 컨디션이 괜찮으면 80대를 치는 골퍼 정도의 수준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타수대별 실력을 120+대/110대/100대/90대/80대/70대(싱글) 로 나누어볼 때(마인드골프의 포스팅 타수대별 골프생각 그리고 골프즐기기 참조) 아마추어중에서 중간 이상은 간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마추어 교습가인 마인드골프의 경험으로도 90대에서 80대 들어오는 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데 아직 완벽히 80대에 들어온 것은 아니라고 해도 2년만에 80대에 진입한 것이 대견하기도 합니다. 마인드골프에 따르면 "자신만의 고유한 스윙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샷을 응용해서 칠 수도 있고, 클럽의 특성과 느낌을 몸이 이해하는 시기"라고 하네요. 9월들어 날씨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여러번 나가면서 아마도 지금까지 골프를 쳐온 기간중 지금이 내가 골프를 제일 잘 치는 시기 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80대를 치는 것은 마냥 어려워보이기만 했는데, 생각해 보면 좋은 스코어를 올린 라운딩은 몇가지 특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스코어에 대한 걱정이나 생각 없이 플레이에 열중한 날이었습니다. 쉬운 골프장이 아니라 어려운 골프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샷 하나하나에만 신경쓰고 전체 스코어를 세어보지 않았었죠. 한홀한홀 보기만 하면 잘했다고 하고 넘어가니 어쩌다 파도 하고 실수해도 더블보기 하는 정도로 막고 하면서 라운딩을 끝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고 전반을 41타로 친 것을 깨닫고 긴장하고 잘쳐보려고 후반에 들어서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경험도 하고 나니(결국 그 경기에서는 후반에만 53타를 쳐서 93타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드라이버OB도 줄고, 아이언샷도 그린에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실제 필드에서도 파온(파4에서 2번에, 파5에서 3번에 그린에 올리는 것)을 종종 하게 되어서 더욱 자신감이 붙게 되고, 다시 그것이 스윙을 안정시켜서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는 구력"이라고 하는 말은 실수를 하거나 스윙이 잘 안될 때, 자신을 추스르고 잘 될때의 느낌을 떠올려서 플레이를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은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13년부터 1년에 20회에서 30회 정도의 라운딩을 나가면서 이제는 100회 정도의 라운딩을 소화했으니 경험도 왠만큼 쌓였겠거니 생각되지만 아직도 필드에 나가서 첫 티샷을 하려 하면 설레는 걸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린 위에 제가 만든 "피치마크"를 수리하는 수리기도 가져가서 피치마크도 수리하는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90타대를 치기 전까지는 수리기는 큰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온그린을 시키기 어렵고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신이 피치마크를 발생시킬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피치마크는 50-60미터 이상 되는 거리에서 바로 온그린을 시켰을 때 스핀먹은 공이 그린을 때리면서 파고들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짧은 어프로치로는 발생하지 않지요. 100타를 깨기 어려운 골퍼의 경우 긴거리에서 아이언으로 온그린시키는 경우가 한경기에 한두번 발생하기도 어려워서 때문에 자연히 피치마크 수리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입니다(물론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그린을 보수하는 분이 라운딩 도중에도 그린을 보수하곤 하기 때문에 골퍼 본인이 피치마크 수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퍼팅라인에 피치마크가 있는 경우, 본인이 바로 피치마크를 수리함으로써 플레이시간도 줄일 수 있고, 캐디가 일행의 공을 닦거나 라이를 봐주는 시간을 확보해주게 되어서 매너있는 골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수리기를 가지고 다니게 된 건 로리맥길로이가 자신의 프로 생에 첫 홀인원을 하고 공을 집으러 갈 때, 자신의 공이 만든 피치마크를 수리하고 공을 집어드는 모습을 보고 였습니다. 만약 홀인원을 하시면 바로 공을 집지 마시고 자신의 공이 만든 피치마크를 수리하고 퍼터/또는 발로 꾹꾹 눌러준 다음 골프공을 집는 퍼포먼스도 괜찮을 것입니다. 골프도 역시 실력이 늘면 늘수록, 많이 알면 알수록 즐거운 운동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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