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8일 수요일

하향평준화

공무원 노조 겁내다 국민한테 버림받는다, 중앙일보 2014. 9. 30.자 사설
밥값도 못한 국회의원들, 무슨 낯으로 세비 올리나, 동아일보 2014. 10. 2.자 사설

아무래도 서서히 변해온 것이겠지만 요새 사회분위기를 가만히 살펴보면 공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직역이나 지위 등에 인정되어 왔던 좋은 대우나 처우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일반적인 생활인 수준 이상의 대우나 처우를 받는 것에 대하여 반대의견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일간신문의 사설에서 공무원연금 삭감 논의나 국회의원 세비인상에 반대하는 논조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데, 복지부동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공무원들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조건이 좋은 공무원연금을 받는 것은 불평등한 처사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고,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가 보여준 헛발질과 무능을 생각하면 세비인상을 반대하고 세비를 깎자고 하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공무원에게 안정적인 임금과 노후를 보장하고, 국회의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세비를 지급하고 물가에 연동해 인상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그들은 성과에 따라서 성과급을 받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이 일을 잘한다 잘못한다를 기준으로 처우를 달리하려 하는 시도를 하게 되면, 민간회사와 같은 부패나 불평등한 처우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결과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무원과 국회의원은 사회의 유지와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대우하는 분위기가 필요한 측면도 있습니다. 공공의 일을 한다는 자긍심, 우리 지역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자존감과 같은 것은 소위 '정신승리'같은 것만으로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 상당한 경제적 지원은 그것을 받는 당사자들이 소리내어 요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경제적 지원이 사라졌을 때 사회구성원들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에게 "불편부당하게 일처리해 달라", "국가의 대사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할 근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도 하나의 생활인이므로 그들로부터 기존에 보장받던 경제적 혜택을 하루아침에 박탈한다는 것은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고통분담"일 뿐이라면 그것은 그저 사회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를 하자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의원 세비삭감 관련하여 읽어볼만한 트윗(엄청난 대하트윗임)을 소개해 봅니다.











공무원 복지에 관한 읽을만한 트윗도 소개합니다.


재벌2세도 아닌 이상 과연 그렇 게 잘 살지도 않는 사촌 땅 빼앗으면 나중엔 나 자신의 차례가 되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불안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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