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도둑을 때려 뇌사시킨 20대가 징역형을 받았다는 기사(새벽에 든 도둑 때려 뇌사시킨 20대... 과잉방어 논란)를 두고 네티즌들의 말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YTN도 보도한 모양인데 이걸 받아 쓴 허핑턴포스트의 기사(도둑 때려 뇌사 상태 빠지게 한 집주인 징역형) 가 그래도 추가적인 정보를 더 주는 것 같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대체적인 반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새벽 시간, 가정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이 들자 20대 아들이 덤벼들어 제압했는데, 머리를 맞은 도둑이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원은 지나친 폭행이었다며 20대 아들에게 징역형을 내렸습니다."
— 카라차 (@RealKaracha) October 23, 2014
이제 앞으로 집에 도둑이 들면,
"아이고. 도둑님. 제가 때릴 수는 없으니 어서 나가주십시요."
"엣헴. 좀만 더 털다가 나가겠네."
"도둑님. 제가 님 때리다가 큰일나면 저는 징역 갑니다."
"징역 가기 싫으면 잘 해."
막 이래야 되나.
— 카라차 (@RealKaracha) October 23, 2014
시발. 나같아도 새벽에 우리집에 낯선이가 들어오면 112를 누르기 전에 야구배트부터 찾겠구먼. 저 낯선이가 그저 길을 잃고 흘러든 어린양인지, 뒷춤에서 25센티미터 사시미를 꺼내들지 내가 어떻게 알아.
— 카라차 (@RealKaracha) October 23, 2014
자력구제나 정당방위가 지나쳤다고 해서 저렇게 나온 건가 본데, 이미 오원춘 사건 등을 통해서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한다고 한들 해결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라는 인식이 더 만연하지 않을까 싶고....
— 카라차 (@RealKaracha) October 23, 2014
음... 뭐, 트위터에서 법 많이 공부하신 분들은 저 판결의 정당함을 판례와 여러 법률로 대변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일반인 입장에서는 약간 후덜덜한대? 집에 도둑 든 것도 억울한대, 그거 잡다가 생긴 콜렉트럴 데미지에 내가 깜빵가다니.
— 카라차 (@RealKaracha) October 23, 2014
집에 들어온 도둑 팼다가 도둑이 뇌사가 돼서 팬 사람이 구속됐는데 이거 국민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직관에 어긋날텐데. 법 전문가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정당방위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 퍼스널스페이스 (@perspc) October 24, 2014
트레이본 마틴 살인하고도 정당방위로 풀려나 난리가 났던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게 해야겠지. (마틴 사건은 길거리 돌아다니다가 억울하게 자경단한테 죽은 거니까 오늘 논란이 된 사건하고는 케이스가 다름)
— 퍼스널스페이스 (@perspc) October 24, 2014
도둑놈이 뭔짓을 할지 알 수가 없는데 심한지 안 심한지 어떻게 따져서 방어하나? 많은 국민들은 이 사건이 주객이 전도됐다고 생각할 걸? 설령 2심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당방위가 성립되는 요건이 너무 까다로움.
— 퍼스널스페이스 (@perspc) October 24, 2014
기사와 보도만 보면 위와 같은 트위터리안의 반응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노린 것도 이러한 반응이었을 것이구요. 하지만 기자의 보도태도에 따라서 판결내용이 제대로 잘 전달된 것인지는 약간의 의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와 보도를 보았을 때 저는 적어도 판결문 전문을 보아야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문제가 된 판결은 아직 확정된 판결이 아니었고, 기사와 보도에는 사건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서 찾아볼 수 없었는데, 문유석 부장판사님께서 판결문 중 제가 보고 싶은 부분을 인용한 포스팅(문유석 부장판사님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올려주셨습니다. 기자가 삭제하고 편집하였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다음 부분입니다.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사건 당일 새벽 3시 무렵에 귀가하였는데, 불을 켠 상태에서 절취품을 물색 중인 피해자를 발견하고 피해자를 제압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때려눕힌 사실, 당시 피해자는 흉기 등을 전혀 소지하지 않았고 피고인을 만나자 그냥 도망가려고만 했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계속 피고인을 피해 도망가려고 하자 쓰러져 있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발로 여러 차례 걷어차고, 주위에 있던 빨래 건조대로 등 부위를 가격하였으며, 허리띠를 풀어 피해자를 때린 사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의식을 잃어 응급실에 후송되었고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사실(앞으로도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이 이와 같이 절도범인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아무런 저항없이 도망만 가려고 했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방위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거나,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기자가 위와 같은 사실을 모두 보도하려고 하면 임팩트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 사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관계를 모두 알고도 제목을 선정적으로 뽑는 것은 "클릭수 늘리기", "시청률 높이기"의 방편 아닐까요.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심석태 기자의 글(데스크칼럼 '기레기'의 탄생배경 - 단순화와 선명성의 유혹)을 함께 읽어보면 우리가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를 읽을 때 기자의 시각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 있으신 분은 제 모교 시험문제가 기레기에게 유린당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쓴 포스팅(교묘한 사실왜곡보도)도 들러봐 주세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