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6일 목요일
대중의 꿈을 '사실'로 만든 허구, 사실보다 큰 영향력
진중권, 대중의 꿈을 '사실'로 만든 허구, 사실보다 큰 영향력, 한국일보 2020. 1. 16.자 칼럼
확실히 현재 한국사회의 대중영합주의를 콕 찝어 비판하는 데에 진중권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꿈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망은 이 땅을 더 정의롭고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로운 세계로 만드는 데에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선동가들은 대중이 가진 이 기술적 상상의 욕망을 악용해 공정과 정의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의견이 다른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사회를 두 편으로 갈라 아마겟돈의 결전을 연출하고 있다"
2020년 1월 14일 화요일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KBS 뉴스 2020. 1. 14.자 기사
요약하자면
장황한 공소장이 피고인에게 엄청난 방어의 부담 지우는 부분 : 공소장일본주의위반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내용이 많음
영장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압수수색 : 헌법위반, 증거능력 없음(영장에 검색어를 2015후2204 15후2204로 제한했는데, 검찰이 "2015", "후", "2204"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를 사진으로 촬영해서 증거로 제출)
제출된 사진-위법한 압수수색에 의한 것으로서 증거능력 없음
제출한 사진으로 기억을 되살린 참고인의 진술 - 위법수집증거의 2차증거로 증거능력 없음
암시적이고 반복적인 유도신문에 의한 피의자신문조서 : 특신상태 인정하기 어려워 증거능력 없음
피의사실공표 : 검찰이 피의사실공표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포토라인 :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위법하다고 볼 수 없음
이 정도가 되겠는데, 중요한 부분은 압수수색 잘못(별건 압수수색)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증거조사결과(참고인진술) 또한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을 뿐 아니라, 검사의 피신조서의 특신성을 부정함으로써 증거능력이 부정된 부분이 무죄의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심도 지켜봐야 겠지만, 어쨌든 형사변호사에게는 의미있는 판결 같네요.
2020년 1월 5일 일요일
[영화] 스파이 브릿지(Bridges of Spies)
스파이 브릿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톰 행크스
넷플릭스에 2015년작 영화가 올라왔는데, 스파이 영화라면서 톰행크스 얼굴 크게 나와 있길래 톰형 무슨 액션 하시나 하고 봤는데... 어윽 톰형 직업이 보험전문 변호사... 냉전시대 변호사라... 하면서 보다가 헌법에 대한 이해를 보고 엇... 하고
My name's Donovan. Irish, both sides. Mother and father. I'm Irish and you're German. But what makes us both Americans? Just one thing. One. Only one. The rule book. We call it the Constitution, and we agree to the rules, and that's what makes us Americans. That's all that makes us Americans. So don't tell me there's no rule book, and don't nod at me like that you son of a bitch.
제 이름은 도노반입니다. 부보님 모두 아일랜드계지요. 저는 아일랜드계이고 당신은 독일계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 둘 모두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까? 단 한가지입니다. 하나. 오직 하나. 룰북. 우리는 이것을 헌법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규칙에 대하여 합의했으며,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전부입니다. 그러니 나에게 이 사건에는 룰북이 없다고 말하지 마시오, 그리고 그렇게 나한테 고개 까딱까딱 하지 말라고 개새끼야.
헛 변호사가 이렇게 멋질 수도 있는거야 ㅎㅎㅎㅎ 하다가
이 부분 보고 심쿵함...
I know this man. If the charge is true, he serves a foreign power but he serves it faithfully. If he is a soldier in the opposing army he is a good soldier. He has not fled the battle to save himself; he has refused to serve his captor, he refused to betray his cause, he has refused to take the coward’s way out. The coward must abandon his dignity before he abandons the field of battle. That, Rudolf Abel will never do. Shouldn’t we, by giving him the full benefit of the rights that define our system of governance, show this man who we are? Who we are: greatest weapon we have in this Cold War? Will we stand by our cause less resolutely than he stands by his?
저는 이 사람을 압니다. 기소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외국열강에 복부하지만, 그는 그것도 진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적대 군대의 군인이라면 그는 좋은 군인입니다. 그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전투에서 도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붙잡은 측에 봉사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조를 배반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겁쟁이의 길로 나서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겁쟁이는 전장을 버리기 전에 자신의 존엄을 버리는 자입니다. 루돌프 아벨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통치체제가 정의하는 완전한 권리들의 수혜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람에게 우리가 누군지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누구인지가 이 냉전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위대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그가 자신의 신조를 지키는 것보다 우리의 신조를 지킴에 있어 덜 단호할 것입니까?
뭐 이후 전개는 소련에 억류된 미국정찰기 조종사와 동독에 억류된 예일대 대학생과 루볼프 아벨과의 교환을 위해서 동독에서 고군분투해서 성공했다는 그런 이야기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중반에 나온 대법원에서의 변론장면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이야기할 때에는 그 체제의 기본적인 권리가 가장 부여되지 않는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함.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소수자 보호)와 법치주의의 수준을 확인시켜 주는 것.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혜택을 현재 누가 제일 잘 누리고 있는가. 적어도 신문기사나 포토라인에 서는 것 같은 사소한 것부터 전직 법무부장관인가? PC방 살인범인가?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수준이 드러나는 것임
2020년 1월 3일 금요일
[새해여행] 목포해상케이블카 여행
2019년의 마지막날, 큰넘은 계절학기 듣는다고 대전에 있고, 둘째넘은 저녁 9시에 영어학원이 끝난다고 합니다. 다행히 두넘 다 2020년 1월 1일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하길래, 며칠전에 새해맞이 가족여행을 계획해 보았습니다.
둘째넘이 영어학원이 끝나는 9시에 출발해서 대전에 도착해 큰넘을 픽업하고 호텔에서 1박, 그리고 다음날은 작년 9월에 개장했다는 따끈따끈한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목포에 가서 점심을 먹은 후, 대전에 와서 큰넘을 내려주고, 다시 서울로 귀경하는 1박2일 여행이었습니다.
일단 마눌님의 윤허를 얻은 다음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예약은 호텔스닷컴 앱을 이용했는데, 한 2-3년 전에 큰넘 면접보러 가서 한밤 잘때 이용했던 토요코인대전청사점 이 "비밀특가" 라고 하면서 추천되어 있었습니다. 연말에 대전에서 숙박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는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어서 바로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그리고 목포에서 점심은 며칠 전에 블로그에서 찾아놓았던 목포의 가성비 백반집 "백성식당" 또는 그 앞집인 "돌집" 또는 둘다 문이 닫거나 하면 "남경식당" 이 정도를 찾아놓고, 여행준비는 완료!
토요코인대전청사점에 큰넘과 둘이 묵었을 때에는 방에 들어가면 바로 침대가 있고, 그 너머로 창문이 덜렁 있으며, 침대에 누워서 발 쪽에 있는 벽걸이 TV를 보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이번에 예약을 할 때 더블베드 2개인 스위트룸 을 예약하면서도 들어가면 침대로 꽉찬 방이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어랏? 완전히 큰 거실에다가 욕조가 있는 화장실의 2룸형태의 방에 더블베드가 넉넉히 들어가고도 4명이 한칸씩 옷을 쓸 수 있는 대형옷장이 있는 큰 룸이었습니다. 토요코인에서 가장 큰 룸이 아니었을까 싶었네요. 주전부리를 싸가지고 가서 동백이랑 강하늘 밖에 나오지 않는 연기대상 와중에 새해 카운트다운을 맞이했습니다.
대전 엑스포 공원쪽으로 뻥 뚤린 경치가,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사막이 횡댕그레하던 모습을 생각하게 하더군요.
방이 큰게 인상적이어서 나올 때 한장 더 찍어 보았습니다.
호텔인지, 레지던스인지 냉장고, 세탁기, 전기레인지, 싱크대까지 없는 것이 없네요.
복도도 밝고 깨끗하니 맘에 들었습니다. 미역국에 밥말아서 먹은 다음 토스트까지 야무지게 조식(숙박비에 포함)을 먹고 8시가 조금 넘어 목포로 줄발했습니다. 약 200km 정도라 서울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덜했습니다.
대전에서 목포까지는 호남고속도로로 광주까지 내려가서 광주-무안 고속도로를 타고 무안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목포까지 이어지는 경로였습니다. 호남도 고속도로가 상당히 정비되었네요.
11시가 조금 넘어서 목포해상케이블카 북항스테이션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각각 주차장이 있는 북항스테이션과 고하도스테이션 사이를 왕복하는 구조인데, 중간에 유달산 중턱에 유달산스테이션을 거쳐 갑니다. 유달산 스테이션에 내려서 30분 정도 등산을 하면 유달산 정상에 올라가볼 수 있습니다. 유달산스테이션과 고하도스테이션 사이가 바다라서 바다위를 케이블카를 타고 횡단하는 것과 유달산의 모습을 케이블카에서 구경하는 것이 백미입니다.
북항스테이션은 이미 주차장 만차에 케이블카를 타려면 30-40분의 대기해야 합니다. 공휴일에 이정도 대기는 애교라고 생각하고, 오뎅 하나씩 먹으면서 기다렸습니다. 목포 북항 스테이션에 입점한 부산미도어묵 이라...
케이블카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캐빈과 바닥이 막힌 일반캐빈으로 구별되고, 크리스탈캐빈이 3,000원더 비쌉니다. 크리스탈캐빈과 일반캐빈은 대기하는 줄 자체가 다른데, 기다리는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일반캐빈으로 표를 끊었습니다.
유달산 가는 동안은 목포 구시가지를 구경하고, 유달산에 가까이 와서는 유달산 정상 부근의 기암괴석을 구경하면 됩니다.
유달산을 넘어서 고하도까지는 바다에 여유롭게 떠가는 배와 멀리 보이는 바다를 구경하면 시간이 잘 갑니다.
하얀색이 크리스탈 캐빈입니다.
2번 오라고 할인 탑승카드 주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음... 2번 오는 것은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왕복에 대인 22,000원입니다.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정상에 다녀오거나,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고하도 둘레길을 돌렴 각각 +1시간씩 더 걸리는 헤비한 여행이 되지만, 돌아올 때 필히 하차해서 다시 30-40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내려 바로 다시 줄을 섰습니다. 돌아올때는 타임랩스로 영상도 남겨봤습니다.
타임랩스 영상
덕분에 오후 2시가 안되어서 북항스테이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 탑승객은 3시간 주차시간 무료입니다.
2시가 조금 넘어서 미리 찾아놓은 목포 백반맛집 백성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서 식당은 한산했습니다. 백반에 고등어구이+김치찌개가 나오는데 인당 8,000원입니다.
반찬이 깔끔하고 맛있어서 갓성비 맛집이라는 평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하고 왔습니다.
다음날 첫째넘이고 둘째넘이고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오후 3시 정도에 대전으로 출발했습니다. 새벽에 넷플릭스 영화, 우리 한석규 형 주연의 프리즌 보고 자느라고 너무 늦게 잔 때문인지 졸음이 쏟아져서 백양사휴게소에서 10분 정도 낮잠을 자고, 오면서 대전CGV 에서 6:10 에 상영하는 "미드웨이"를 예매해서 도착하자마자 팝콘 사서 영화관에 입장했습니다.
처음 생각은 전쟁영화라는 데 졸리면 2시간 영화관에서 자면 다시 서울로 복귀하는데 지장 없겠지 했는데.... 상상외로 영화가 재미있었습니다. 끝나고 나서 감독이름이 재난영화의 대가 "롤랜드 애머리히"였다는 걸 보고 무릎을 탁 쳤네요. 이래서 내가 졸 수가 없었구나...
영화보고 나니 8시 반인데, 한층 아래 식당가에 갔더니 라스트오더가 끝났다네요. ㅜㅜ 늦은 시간에 끼니 때우기 위해서 가까운 맘스터치에서 싸이버거로 요기를 하고, 큰넘을 기숙사에 데려다 주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바로 서울로 출발.
둘째는 집에 도착해서 독후감인지, 뭔지를 써야 한다고 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 뽑아서 서울로 달렸습니다. 신정에는 귀경하는 차량이 거의 없어서 씽씽 달릴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11:45 둘째넘은 컴 앞에 앉고 저는 바로 곯아 떨어졌습니다.
근래 가장 바쁘고 알차게 여행한 게 아닌가 싶네요. 둘째넘 방학해 봤자 학원이나 학교 자율학습 없는 날 하루 나면 이런 식의 여행 밖에는 할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여행이라 피곤했지만 알찬 가족여행이 되었던 것 같네요.
2020년 1월 2일 목요일
[효능과 부작용] 고혈압약+고지혈증약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독자분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작년 12월초에 미루고미루던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근 10여년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혈압이 높다, 지방간이다, 고지혈증이다 주의해라 이런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아마도 나이가 그렇게 들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약처방을 받은 적은 없었고,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받을 때쯤에는 딱히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총체적으로 몸에 무리가 오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서 혈압을 3번이나 재 보았는데도 안정화되 않고 혈압이 높자... 건강검진 당일 의사선생님을 고혈압약을 먹는 것이 좋겠다며 약처방을 해주셨고, 1주일 후에 결과가 나와서 갔더니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 수치도 너무 높으니 여기에 대해서도 약을 먹는게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복용한지 한달이 되어갑니다.
복용 초기에는 너무나 피로감이 와서 한번 더 병원을 찾아서 고지혈증약 처방을 바꾸기도 했는데 2-3주 지나고 나니 그 정도 피로감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약에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요즘 약을 복용하고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근 1-2년 동안 운전을 하고 다니면서 30분-1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피곤하고 졸려서 꼭 쉬어야만 하는 저질체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대전에 있는 큰넘한테 갈일이 몇번 있어서 서울-대전 운전을 하다 보니 예전과 다르게 운전을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측정한 혈압도 최고혈압이 130 정도, 최저 혈압이 80 정도로 떨어져서 요즘 약 효능이 상당이 좋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작용은 초기에 있었던 극도의 피로감인데, 첫주 주말에는 짧은 거리 운전도 할 수 없는 정도여서 마눌님께 운전을 맡기고, 귀가해서 하루종일 누워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약도 바꾸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가끔 컨디션이 나쁠 때 비슷한 느낌이 있을 때가 있는 정도로 빈도나 강도도 줄었습니다.
그리고 약을 먹으면서 식단도 과도한 커피/인스턴트 음식을 줄이고, 왠만하면 밥과 채소 내지 샐러드가 들어간 걸 위주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몸이 조금더 가벼운 느낌이 드는데, 플라시보효과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은 아마도 신체의 메커니즘이 바뀌지 않는다면 평생 먹게 될 가능성이 높은 약이라고 합니다. 뭐 한두달에 한번 약타러 가서 상담하다 보면 의사선생님께서 결정해 주시겠지요. 하지만 어쨌든 건강검진 이전과 비교하면 지금이 더 건강한 느낌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제게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약을 먹음으로써의 효과가 약을 안먹음으로써 발생하는 해악보다 크니까 권장하는 것"이라고 하시는 말씀이 뒤늦게 이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약을 먹는 목적은 10년 20년 이후의 뇌경색이나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목적이 크기도 하지만, 몹시도 먹는 걸 좋아하고, 많이 먹는 습관이 들어있는 제게 생활습관을 고치려는 "트리거"로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2020년부터 조금씩 날씬해져 보는 것도 괜찮은 변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책소개]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창비(2019)
이 소설집을 주문한 것은 약간의 충동 때문이었습니다. 중앙일보의 한해를 결산하는 책들을 소개하는 기사 한켠에 젊은 여류 작가의 소설집에 대한 평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그리고 성탄절 전에 주문해서 성탄절 직후에 도착한 책은 술술 잘 읽혔습니다. 현학적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딱딱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아마도 저보다 10-20살 어린 친구들의 삶과 생활태도가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당근마켓 인 것으로 보이는 중고거래마켓 시스템이 소설에 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아무래도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소설집에 대한 평론가 인아영의 평이 인상적이어서 인용해 봅니다.
어쩌면 그간 한국문학은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나 내면의 거대한 심연을 드러내는 개인에게 유난한 값어치를 부여해왔는지도 모른다. 외부 세계와의 불화를 기꺼이 감당하면서 무언가를 추구하는 개인에게 소설의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을 기대해오면서 말이다. 그러나 장류진의 소설에 등장하는 산뜻하고 담백한 인물들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개인들의 작고 평범한 기쁨을 포착해낸다. 그렇다면 장류진의 소설과 더불어 우리는 이제 한국문학의 개인에 대해 이렇게 사유해 볼 수 있겠다. 이 사회에서 을이자 약자인 여성, 청년, 노동자들이 특유의 생존감각으로 시스템을 체화하고 탄력적으로 구부려, 가장 빠르게 정확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인아영, 센스의 혁명, 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창비(2019), 230-231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고민과 삶의 깊이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로 추천합니다.
2019년 12월 23일 월요일
[책소개]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외,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새삼 소설의 주제나 글감도 여성작가의 약진이 느껴지는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식이 아니라 담담히 하는 이야기를 듣도록 만드는 소설의 힘은 어떤 논문이나 연설보다 더 강력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수상작들의 전반적인 특징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심사위원들이 대상 후복작의 전반적인 특징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언급했던 소설적 경향들은 다음의 네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소설에서 서사적 갈등의 핵심이 되었던 정치적/사상적 이념성이 대부분 제거되고 있다는 점, 둘째, 고통스러우며 견디기 힘든 각박한 현실과 삶의 조건을 문제삼고 있는 작품이 많은 점, 셋째, 개인의 주관성에 갇혀 있는 주체의 내적 고뇌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 넷째, 한국 사회의 변화 가운데 주목되는 다문화사회의 특징을 흥미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작품이 많은 점 등이다."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343면.
소설 중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희은은 그 죽음을 객관화할 수 없었다. 그런 죽음이 실은 지상의 모든 생명에게 평등하게 일어나고, 특별할 것이 없으며, 타인의 애도는 언제나 충분하지 않고, 따라서 아무리 부족하다 한들 그 하나하나의 위로를 겸손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떠올릴 수 없었다.
-윤이형, 그들의 첫번째와 두번째 고양이,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32면
정민은 그 옛날의 건너편 건물 사건과 비슷한 피해의 경험이 모든 여성에게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그것이 그저 간단한 말 한마디, 표현 하나로도 헤집어져 심하게 뒤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자신이 원하던 곳에 있게 된 뒤에야, 삶이 한없이 버겁기만 하다는 감정에서 한발짝 벗어난 뒤에야 그 문제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다.
-윤이형, 그들의 첫번째와 두번째 고양이,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76면
아이 혼자키우기는 젊은 시절 이미 한 번 넘어본 산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젊음 특유의 회복력과 반드시 더 나은 날이 오리라는 대책없이 질기고 바보같은 기대, 그리고 어찌 됐든 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쇳덩어리 같은 각오들이 하루의 틈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어 앞이 안 보이는 전쟁통에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걸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윤이형, 대니,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103면
나는 과잉된 비장함을 장착한 전형적인 90년대 키드였다. 사랑이 세상과 싸우는 가장 적극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이라고 믿었다. 내게 시간과 공간은 대중문화의 필터를 통해서만 감각되고 기억되었다.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키노>를 사랑해서 들고 다녔고, 시네필은 아니었으나 영화 한 편 때문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기도 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졸업하면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몰래 생각하고 있었다.
-윤이형, 나의 문학적 자서전,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항(2019), 139면
신뢰할 만한 작가의 젠더인식으로 소설은 결혼제도가 야기하는 억압을 문제삼지만, 그 문제제기가 성별 대결 구도에 갇히는 오류를 피하는 데에서 제도의 억압 자체에 대한 메타적 시야를 확보하는 데에로 나아간다. 소설은 성별과 젠더의 대결로 환원되지 않는 위태롭고도 좁은 틈을 비집고 결혼이 아니라 결혼제도를 서사적으로 문제삼는데 성공한다.
-소영현,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사유(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와 윤이형의 작품세계),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항(2019), 162-163면
새삼 소설의 주제나 글감도 여성작가의 약진이 느껴지는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식이 아니라 담담히 하는 이야기를 듣도록 만드는 소설의 힘은 어떤 논문이나 연설보다 더 강력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수상작들의 전반적인 특징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심사위원들이 대상 후복작의 전반적인 특징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언급했던 소설적 경향들은 다음의 네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소설에서 서사적 갈등의 핵심이 되었던 정치적/사상적 이념성이 대부분 제거되고 있다는 점, 둘째, 고통스러우며 견디기 힘든 각박한 현실과 삶의 조건을 문제삼고 있는 작품이 많은 점, 셋째, 개인의 주관성에 갇혀 있는 주체의 내적 고뇌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 넷째, 한국 사회의 변화 가운데 주목되는 다문화사회의 특징을 흥미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작품이 많은 점 등이다."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343면.
소설 중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희은은 그 죽음을 객관화할 수 없었다. 그런 죽음이 실은 지상의 모든 생명에게 평등하게 일어나고, 특별할 것이 없으며, 타인의 애도는 언제나 충분하지 않고, 따라서 아무리 부족하다 한들 그 하나하나의 위로를 겸손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떠올릴 수 없었다.
-윤이형, 그들의 첫번째와 두번째 고양이,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32면
정민은 그 옛날의 건너편 건물 사건과 비슷한 피해의 경험이 모든 여성에게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그것이 그저 간단한 말 한마디, 표현 하나로도 헤집어져 심하게 뒤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자신이 원하던 곳에 있게 된 뒤에야, 삶이 한없이 버겁기만 하다는 감정에서 한발짝 벗어난 뒤에야 그 문제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다.
-윤이형, 그들의 첫번째와 두번째 고양이,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76면
아이 혼자키우기는 젊은 시절 이미 한 번 넘어본 산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젊음 특유의 회복력과 반드시 더 나은 날이 오리라는 대책없이 질기고 바보같은 기대, 그리고 어찌 됐든 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쇳덩어리 같은 각오들이 하루의 틈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어 앞이 안 보이는 전쟁통에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걸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윤이형, 대니,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103면
나는 과잉된 비장함을 장착한 전형적인 90년대 키드였다. 사랑이 세상과 싸우는 가장 적극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이라고 믿었다. 내게 시간과 공간은 대중문화의 필터를 통해서만 감각되고 기억되었다.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키노>를 사랑해서 들고 다녔고, 시네필은 아니었으나 영화 한 편 때문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기도 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졸업하면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몰래 생각하고 있었다.
-윤이형, 나의 문학적 자서전,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항(2019), 139면
신뢰할 만한 작가의 젠더인식으로 소설은 결혼제도가 야기하는 억압을 문제삼지만, 그 문제제기가 성별 대결 구도에 갇히는 오류를 피하는 데에서 제도의 억압 자체에 대한 메타적 시야를 확보하는 데에로 나아간다. 소설은 성별과 젠더의 대결로 환원되지 않는 위태롭고도 좁은 틈을 비집고 결혼이 아니라 결혼제도를 서사적으로 문제삼는데 성공한다.
-소영현,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사유(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와 윤이형의 작품세계),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항(2019), 162-16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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