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9일 일요일

영화잡지 씨네21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 등하교 내지 출퇴근을 하는 2시간 정도의 시간을 견디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스포츠신문이나 영화잡지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블럭버스터 개봉소식을 예고편보다 먼저 알 수 있는 곳은 영화잡지 뿐이었고, 지면의 반 이상이 프랑스의 휴양도시에서 개최되는 영화제 소식으로 가득차 있어 속으로 "이게 뭐야" 하면서도 정훈이 만화같은 쏠쏠한 재미는 씨네21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그러다 영화체인이 들어오고 서울 영화관이 서울극장, 피카디리, 단성사의 삼강구도에서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의 삼강구도로 이행되기 시작할 무렵 씨네21에게  "무비위크"라는 경쟁자가 등장합니다. 무비위크는 3,000원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스포츠신문 2개 값인 1,000원의 가격은 더없이 매력적이었을 뿐 아니라, 기사의 톤이 딱 스포츠신문과 씨네21의 중간 정도를 줄타기하는, 게다가 막간에 들어가는 한마디한마디에 B급이지만 무릎을 치게하는 촌철살인이 흘러넘치는 잡지였습니다(그 중간에 필름2.0이라는 잡지도 있었지만 무비위크와 씨네21 사이를 줄타는 감성은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무비위크도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차례 편집장과 주인이 바뀐 후 폐간할 수 밖에 없었고 지금은 중앙일보 내부의 분과 정도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방송인 허지웅씨의 분석대로 현재는 씨네21 이 근근히 영화잡지 시장에서 살아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영화잡지의 멸종). 

지하철에서의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바뀐다음에도 한참동안 무비위크의 애독자였던 저도 무비위크의 폐간 이후에는 영화잡지에 별달리 눈을 돌리지 않다가, 오늘 결혼식을 다녀오던 길에 스마트폰의 밧데리가 떨어져 손에 무엇이라도 집을 것이 필요했고 결국 "씨네21"을 사서 보게 되었습니다.

보면서 놀랐던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광고의 내용이었습니다. 한때 영화광고를 제외하고는 담배, 술, 화장품 광고가 많았던 그 지면들은 책광고, 경향신문, 한계레의 광고로 채워져 있었고, 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골프채 광고까지 있었습니다. 안타까웠던 것은 골프채 메이커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메이커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골프채 시장을 리드하는 메이커들은 "나이키", "브리지스톤", "던롭", "테일러메이드-아디다스", "미즈노",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정도인데, 이번 씨네21에 난 광고는 그 그룹에 들지 못하는 "야마하"였거든요. 씨네21쪽으로 기업광고 등은 거의 끊긴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영화잡지의 존재가 당위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예술로서 소비하였던 1990년대의 젊은이들이 중장년이 되면서 그저 늙어버리고, 젊은이들은 더이상 유입되지 않는 결과가,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비위크의 발랄함이 불현듯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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