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코드란 특정행사에서 요구되는 복장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예컨대 파티를 열면서 파티의 드레스코드를 "가면"으로 정하거나, 어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비지니스 정장" 이상을 요구하는 등이 좋은 예입니다. 특정한 행사나 장소가 아니라 일정한 단체는 그 단체의 품위를 위해서 소속 구성원들에게 암묵적으로 드레스코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체가 바로 "법조인"이 아닐까 합니다.
법조인들 특히 법정에 출입해야 하는 법조인들에게는 격식을 갖춘 복장이 요구됩니다. 법정에 출석하는 판사나 검사는 겉에 "법복"이라고 하는 것을 입어야 합니다. 영국 영화(어바웃 타임(2013))를 보면 법정출석 변호사도 법복을 입고 심지어 가발까지 써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변호사들에게는 "정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사나 검사의 경우에도 평상시에 직장에서 근무할 때의 옷차림은 "정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정장과 정장과 아닌 옷의 경계가 약간 애매한 측면이 있는데 화려한 장식과 색깔이 아닌 블라우스와 재킷과 무채색의 치마나 바지 정도를 정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로워지는 추세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판검사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데, 관공서는 여름에 에어컨을 자유로이 틀지 못하는(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특성상 남자의 여름 정장은 와이셔츠와 정장재킷이 아니라 반팔 와이셔츠가 허용되는 분위기입니다. 예전(약 10년전 정도)에는 비공식적으로 신규임용 판검사에게 요구되는 옷차림과 구두(검정색 또는 갈색으로 하되 꼭 끈이 달린 것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기억나네요)까지 꼼꼼히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변호사의 경우에는, 법원에 출입하는 변호사("송무 변호사"라고도 합니다)와 법원에 출입하지 않는 변호사의 드레스코드가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송무 변호사의 경우에는 판검사님들의 드레스코드에 맞추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반팔 와이셔츠를 입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원에 출입하지 않는 변호사(기업 등에 자문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한다고 하여 "자문변호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의 경우에는 여름 겨울을 가리지 않고 반팔 와이셔츠가 아닌 정장을 착용하는 것이 권장되는 편입니다(물론 여자 변호사의 경우에는 반팔 블라우스라고 해도 문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였던 로펌에는 정식으로 드레스코드가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는 회사 내부에서도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착용하여야 하고(반팔 와이셔츠는 허용되지 않음), 자신의 사무실 내가 아니면 슬리퍼 등 편한 신발의 착용은 지양하여야 한다는 묵시적 가이드라인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외국 로펌의 경우에는 색깔 있는 와이셔츠도 입지 않는 경향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소위 "쿨비즈"라고 해서 엄격한 정장이 아닌 차림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권장되는 분위기에 묵시적 가이드라인은 엄격히 지켜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도 연차가 올라가면서 슬쩍 "회의"나 "출장"같이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아니면 넥타이는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최근에 같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변호사님으로부터, 자신의 동기 변호사 중에 굉장히 특이한 변호사님이 있다고 하면서 법정출석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사무실에서는 "점퍼와 추리닝"과 같이 편한 복장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는 말을 듣고,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에게 "정장"이라는 드레스코드가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의견은 그러한 드레스코드가 필요하고, 법조인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업은 의뢰인에게 법적인 조력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입니다. 의뢰인에게 보이는 변호사의 모습은 변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옷차림이라는 것이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신경써서 의뢰인에게 보여야 합니다. 또한 변호사는 업무수행의 주요한 부분이 법정이나 상대방에게 의뢰인을 대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변호사의 복장은 법정이나 협상에서 의뢰인의 인상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평소(적어도 근무시간에는) 자신의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사치스럽게 보이지 않는 한도에서 좋은 양복과 구두를 골라서 입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변호사생활을 하면서 지켜본 바로는 드레스코드가 가장 엄격한 집단은 로펌의 자문변호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업변호사가 된 지금도 굳이 "쿨비즈"에 동참하여 간이한 복장을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만 사무실에서 가디건을 걸치고 있을 때 상담을 하게 되면 굳이 다시 정장 윗도리를 찾아 입지는 않는 유도리는 발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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