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7일 월요일

[은어] 빻다

*'시간을 달려서'로 세번째 곡까지 히트시킨 걸그룹 '여자친구'입니다. 포스팅과의 관련성은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새 인터넷을 보다 보니 "빻다"라는 표현을 많이 보게 됩니다(찾아보니 이미 작년부터 쓰이고 있었네요). 원래 사전적인 의미는 "(절구 등에 넣고 공이로) 짓찌어서 가루로 만들다"라는 뜻인데, 외모나 성향을 비하하는 형용사 같은 용법으로도 쓰이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의미불명의 문자열(예컨대 ㅇㅇㅋ굳ㅋ)에 의미를 부여하여 쓰는 단계에서 나아가 기존에 있던 단어를 재발견(?!)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거나 줄임말로 강력한 어감을 가진 말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용법 - 마늘을 빻다.
은어적 용법 - 외모(와꾸)가 빻은 00

국어선생님께서 들으시면 언어생활을 파괴하는 것이므로 지양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기 딱 좋은 은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쩌면 자신의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는 "욕"과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외에도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오지다", "지리다"도 유사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아이들을 이해해 주는 국어선생님 일화도 재밌습니다. 그러나 제 나이 또래에서 따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위촉


지난 금요일, 2018. 2.까지의 위촉기간동안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조정위원으로 위촉되었습니다. 민사재판의 경우 판결이 아니라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화해나 조정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판사가 아닌 직업을 가진 조정위원이 조정을 맡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회경험을 가진 조정위원이 당사자 사이에 조정안을 도출시켜서 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 조정 이후 당사자 사이의 관계나 감정 등을 고려할 때 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중책을 맡겨주신 뜻을 잊지 않고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2016년 6월 1일 수요일

[책 소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현대문학(2016)

무라카미 하루키[이미 그가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책을 냈을 때 이미 그에 대해서는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쓴지 35년이 다 되었다고 합니다. 소설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그와 비견할 만한 성공을 거둔 소설가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자전적 에세이를 냈네요.

저야 대학생 이래 하루키의 팬이었는데,  본인도 세계 여러곳의 독자들에 대한 생각들을 알 수 있어 흥미진진했네요. 지금이야 문단의 (질투섞인) 비평을 부담없이 흘려낼 위치에 있지만, 오히려 기성 문단으로부터의 홀대가 하루키를 세계적인 작가로 키워낸 것 같기도 하다는 본인의 분석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키워낸 원인을 우연으로부터 꾸준한 육체와 정신의 단련과 노력으로 설명하는 것도 꽤나 설득력 있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일가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근성과 끈기의 표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도 김연수라는 소설가가 쓴 책도 있으니 비교해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책 소개] 소설가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