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7일 목요일
[근황] 조정위원 지명장과 감사장 수령
2016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상근조정위원 그리고 2018년부터 임대차전문 조정위원으로 활동해 왔는데요. 이번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그간의 활동에 대한 감사장과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다시 상근조정위원 활동을 지명하는 지명장을 보내주셔서 받아보았습니다.
원래는 일주일 전 정도에 감사장 수여식에서 받을 예정이었는데, 요사이 공식행사는 되도록 피하는 분위기가 되어서 우편으로 받아보게 되었네요.
책장 위에 전시해 보았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오시는 분들 중에서 의외로 관심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앞으로 1년도 임대차전문 상근조정위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2월 19일 수요일
야간에 검은옷 무단횡단 보행자 친 운전자.. 대법 "과실 없다"
야간에 검은옷 무단횡단 보행자 친 운전자.. 대법 "과실 없다" 2020. 2. 19.자 한국일보 기사
교특법위반(치사)죄 관련 해서 원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나왔던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판결로 뒤집혔던 사안인데,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되었다는 것이네요.
블랙박스 영상 등에 따르면 제동하기 어려워 보였던 사정+ 피고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2020년 2월 12일 수요일
[선우정칼럼] "보수가 권력을 잡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조선일보 2020. 2. 12. [선우정 칼럼] "보수가 권력을 잡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보수 야당에 바라는 것은 좌파의 뒷전에서 벌이는 욕설의 성찬이 아니다
사람들은 미래를 묻는다… 답할 실력이 없다면 권력도 주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유명 소설가인 것으로 잘 알려지신 분의 일갈
ㅂㅂㅂㄱ
2020년 2월 6일 목요일
[공유]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목적있는 글들만 난무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다닐 때 이맘 때에는 다음 학년의 새 교과서들을 받아들고 이런 게 있구나 하면서 특히 국어책을 탐독하면서 재밌어 했었고, 피천득 씨의 "방망이깎던 노인"이었던가를 보면서 왠지 모를 만족감,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나 동경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도 같습니다.
문득 트위터에서 "간장 종지"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던 조선일보 한현우 부장의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5년전 글이더군요. 새 국어책에서 피천득 수필을 발견한 것과는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그런 감정을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어서 소개해 봅니다.
조선일보 2015. 12. 26.
문득 트위터에서 "간장 종지"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던 조선일보 한현우 부장의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5년전 글이더군요. 새 국어책에서 피천득 수필을 발견한 것과는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그런 감정을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어서 소개해 봅니다.
조선일보 2015. 12. 26.
[마감날 문득]
대학 4학년 때 학교 후배에게 고백했다. 나, 너 좋아한다. 그녀가 말했다. 알아, 형이 나 좋아하는 거. 아니, 그거 말고. 좋아하는 거 말고. 사랑한다고. 형 왜 그래? 이상해, 형이 그러니까.
그놈의 빌어먹을 형 소리. 아무리 1990년대였지만, 응답해야 마땅한 그 이상한 시대였지만 계집애가 사내놈한테 형이 뭐냐, 라고 말하진 않았다. 오빠도 좋아하기 힘든데 형을 좋아할 수 있겠냐, 하고 속으로 구시렁댔을 뿐이다.
그녀에게 차인 뒤 자취하던 친구 집에 가서 밤새 술을 마셨다. 친구는 소주 세 병 정도 마실 때까지만 상대해주더니 곯아떨어졌다. 안주라곤 자취방 냉장고에 있던 멸치와 김치뿐인데도, 혼자 마시고 또 마시면서 또 간혹 훌쩍거리면서 밤을 새웠다.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그랬다.
지난번 눈 온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말했다. 아빠, 제 친구들은 다 연애하거든요. 근데 저는 남자친구가 없어요. 저도 너무 연애를 하고 싶은데, 저를 좋아하는 남자애가 없어요. 그래서, 그래서, 운동장에 나가서 눈을 막 먹었어요.
나는 이와이 슌지를 낳았다. 어쩌면 김남조나 문정희를 낳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달랑 초등학교 6학년인 주제에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눈을 막 먹었다는 내 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하마터면 그날 결근계를 낼 뻔했다. 얼마나 연애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면 눈을 막 먹었을까. 내 안의 열이 너무 뜨거워서 그걸 식히려고 눈을 먹었을까. 아니면 비든 눈이든 우박이든 심지어 번개라 할지라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무엇을 한껏 삼켜야 내 안의 텅 빈 구멍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일까.
사랑하기 좋을 때다. 특히 연인이 없어 늘 미열(微熱)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체온이 0.5도씩 상승하는 때다. 집구석에 있지 말고 나가라. 나가서 연애를 하라. 연애 못하겠으면 그냥 헤매라. 헤매다가 운이 좋으면 내리는 눈이라도 한껏 삼키라. 그게 멸치 안주에 소주 마시면서 징징거리는 것보다 오 만배 낫다.
그놈의 빌어먹을 형 소리. 아무리 1990년대였지만, 응답해야 마땅한 그 이상한 시대였지만 계집애가 사내놈한테 형이 뭐냐, 라고 말하진 않았다. 오빠도 좋아하기 힘든데 형을 좋아할 수 있겠냐, 하고 속으로 구시렁댔을 뿐이다.
그녀에게 차인 뒤 자취하던 친구 집에 가서 밤새 술을 마셨다. 친구는 소주 세 병 정도 마실 때까지만 상대해주더니 곯아떨어졌다. 안주라곤 자취방 냉장고에 있던 멸치와 김치뿐인데도, 혼자 마시고 또 마시면서 또 간혹 훌쩍거리면서 밤을 새웠다.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그랬다.
지난번 눈 온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말했다. 아빠, 제 친구들은 다 연애하거든요. 근데 저는 남자친구가 없어요. 저도 너무 연애를 하고 싶은데, 저를 좋아하는 남자애가 없어요. 그래서, 그래서, 운동장에 나가서 눈을 막 먹었어요.
나는 이와이 슌지를 낳았다. 어쩌면 김남조나 문정희를 낳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달랑 초등학교 6학년인 주제에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눈을 막 먹었다는 내 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하마터면 그날 결근계를 낼 뻔했다. 얼마나 연애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면 눈을 막 먹었을까. 내 안의 열이 너무 뜨거워서 그걸 식히려고 눈을 먹었을까. 아니면 비든 눈이든 우박이든 심지어 번개라 할지라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무엇을 한껏 삼켜야 내 안의 텅 빈 구멍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일까.
사랑하기 좋을 때다. 특히 연인이 없어 늘 미열(微熱)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체온이 0.5도씩 상승하는 때다. 집구석에 있지 말고 나가라. 나가서 연애를 하라. 연애 못하겠으면 그냥 헤매라. 헤매다가 운이 좋으면 내리는 눈이라도 한껏 삼키라. 그게 멸치 안주에 소주 마시면서 징징거리는 것보다 오 만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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