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31일 월요일

남편의 의사에 반하지만 아내의 허락에 의하여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판결] 남편 몰래 내연녀 집 드나들며 간통..."주거침입죄 아니다", 법률신문 2020. 8. 31.자 기사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80년대의 대법원 판례가 공동거주자인 남편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므로 주거의 평온이 해쳐졌다고 보아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었습니다(대법원 83도685 사건).

그런데 동일한 사안으로 보이는 사건에서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가 나왔네요. 검사는 확실히 상고할 것으로 보이는데 25년 이상 지난 지금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2020년 8월 24일 월요일

범죄단체와 범죄집단

 


[판결] 대법원,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 첫 인정... 관련 법리 제시, 법률신문 2020. 8. 20.자 기사

형법 제114조가 2013년경 범죄단체 뿐 아니라 범죄집단 을 구성요건으로 추가한 이래, 범죄집단 을 인정한 첫번재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고 합니다.

형법 제114조는 '범죄단체 등의 조직'이라는 제목으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 '

개정전 조항은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한다. 단,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 2013년 개정형법은 범죄단체의 목적되는 범죄를 제한하면서, 범죄단체 뿐 아니라 범죄단체보다 조직성이 덜한 범죄집단을 구성요건으로 추가하는 것이었네요.

범죄집단의 성립에 대해서 대법원 판례에서 법리를 설시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며 "외부 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 및 역할 분담, 범행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추어 보면 외부 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형법이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



2020년 8월 13일 목요일

"검찰 기소가 직권남용" ... '사법농단' 연루 전 법원장의 최후진술

 


"검찰기소가 직권남용" ... '사법농단' 연루 전 법원장의 최후진술, 2020. 8. 13. KBS뉴스

판사 자신이 피고인이 되었을 때 재판부에 대한 존경을 잃지 않으면서도 할말을 다 하는 최후진술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최후진술 전문을 옮겨봅니다.

[목 가다듬은 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

그동안 피고인의 주장을 경청해주시고 충실하게 심리해주신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이 법정에서 증인신문과 서증조사가 충실히 이루어졌습니다. 이 법정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사실관계는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서부지법에서 당시 집행관실의 비리 상황을 접하고 얼마나 충실하게 감사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얼마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공직자의 직분이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일원으로서 문제가 생기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왔습니다.

제가 서부법원장으로 있을 때 집행관실 비리 문제가 터졌습니다. 해당 업무담당자에게 맡기고 보고만 받을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국가 법 집행 기능을 저해하는 반드시 고쳐야 할 본질적 비리라고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감사해 비리가 있으면 책임을 묻고 제도 개선점이 있으면 고쳐나가기로 했습니다.

대법에서 발간한 ‘법원 사람들’ 중에 제가 한 인터뷰에도 나와 있지만, 누군가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서 잘해놓으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평소 제 소신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그 결과 단순히 책임 있는 집행관들에 대한 징계에 그친 것이 아니라, 법원행정처에 제도개선책을 건의해서 서부지법 의견대로 관련 예규가 개정되어 집행관실 비리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한 수사가 시작되고 압수된 임종헌 차장의 USB에서 나상훈 판사가 보낸 보고서 파일 5개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보고서 파일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마침 담당 검사가 2016년 서부집행관실 비리 사건 담당 검사여서 이 부분을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헌법과 법률은 검사 제도를 두어 검사에게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공익의 대변자로서 객관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절차에서 객관의무에 위배해서 2016년 당시 서부지법에 근무한 법관이나 직원들을 조사하면서 앞서 변호인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소한 흠을 잡아 겁을 주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며, 위축되고 겁에 질린 그들로부터 원하는 진술을 얻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저와 같이 서부지법에 근무하면서 지극히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검찰에 불려가 고초를 당한 우리 직원들이나 법관들을 제가 지켜주지 못해서 참담한 마음입니다. 그들이 검찰 조사 시 받았을 두려움, 모멸감, 수치심 등을 생각하면 법조 선배로서 당시 기관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수사 절차뿐만 아니라 공소 사실 구성에 있어서도 검찰은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이 사건 공판절차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의 밀행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검찰이, 이 사건 수사 당시에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 사실과 혐의 사실을 거의 실시간 언론에 흘려 마치 그 혐의가 사실인 양 중계되도록 하고 심지어 영장이 기각된 사실까지 언론에 제공하여 여론몰이로 법원의 영장 발부를 압박하였습니다.

검찰은 검찰 조직 내부도 아닌 언론에까지 정보를 흘리면서 나상훈 판사가 임종헌 차장의 요청으로 압수수색 사실을 조직 내부에 있는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인 양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부지법에서 집행관실 비리를 감사하면서 작성된 문답서에 당시 진행되던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이 불가피하게 파악된 걸 보고서는, 역으로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 파악을 위해 감사했다고 뒤집어씌웠습니다.

검찰은 이처럼 법과 상식에 위반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어갔고 마침내 피고인이 법원장 직책에 있었단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하였습니다. 행위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직위책임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법정에서 재판 진행한 결과, 검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전부 탄핵되었고 정상적으로 진행된 감사절차와 그 결과만이 나타났을 뿐입니다.

이 사건 수사와 기소라는 검찰권 행사가 제대로 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고 이것이야말로 검찰권과 공소권을 남용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모든 증거조사와 법률적 공방이 마무리되고 진실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둡고 길었던 터널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검찰이 아무리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몰고 간다 하더라도 없는 사실을 만들어낼 수는 없고, 진실을 감출 수도 없을 것입니다.

현명하신 재판부께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바라던 결론이 나온다면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재판해 온 한 법관의 훼손되고 침해된 명예나 자긍심이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회복될 것입니다.

피고인의 말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 8월 11일 화요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하는 개혁위 권고안 등, 학계와 사회 각계 논의 수렴해 재고해야 한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에서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고검장 등을 통해 사건을 직접 지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혁위 권고안 에 대해서 반대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법무부장관의 검찰 직접지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을 막기 위한 기존 법제도의 입법취지가 무엇이었는지만 생각해 보면, 권고안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당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지요. 권력을 잡은 일당이 국가의 모든 중대사-결국 사소한 것까지 모두-를 결정하는 나라가 어떤지는 북한과 중국만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형사소송법학회의 의견을 지지합니다.




2020년 8월 5일 수요일

구속피고인 ‘전자’ 보석 5일부터 본격 시행







법률신문 기사를 보다가 전자보석 이 뭔가 해서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민사소송절차는 전자소송이 가능하지만 형사소송절차는 전자소송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보석제도만 전자소송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지 궁금했거든요.

살펴보니, 구속피고인 에 대해서 전자발찌와 비슷한 전자시계 착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기소가 된 구속피고인에 대해서 전자보석을 고려하고 있고, 아직 수사절차가 진행 중인 '구속피의자'에게는 적용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군요.

기사 내용에 따르면 구속피고인 중 보석허가비율이 우리나라는 4% 가 안되는데, 미국이나 EU같은 경우 구속피고인 보석허가비율이 30-47%까지 된다고 하는데, 미국이나 EU가 구속피고인 보석과 구속피의자 보석을 나누어서 취급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아마도 미국은 (전자보석의 도입 이전부터도) 수사단계의 피의자에 대한 보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전자보석 도입은 그러한 보석을 통한 석방 이후 피의자나 피고인의 도주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적극 도입된 측면이 있지만, 애초에 우리나라는 구속피의자에 대해서는 보석제도가 크게 활용되지 않고, 이번에 도입된 전자보석제도 도 그 대상이 '구속피고인'이므로 보석의 활성화 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느낌이 크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