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선고된 2건의 국선변호 사건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습니다. 기쁜 일이기도 하고, 두건이 함께 무죄가 나온 경우는 많이 없기도 해서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한 사건은 절도죄로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웨이크보드를 오피스텔 우편함 옆 우편물 쓰레기 버리는 통에 세워두고 잠깐 편의점에 볼일 보러간 사이 피고인이 술을 먹고 귀가하던 중 웨이크보드를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는 다리미판 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자신의 집(같은 오피스텔 거주)으로 가지고 올라갔는데, 피해자가 웨이크보드가 없어진 것을 보고 경비실에 CCTV를 돌려 피고인이 가져간 것을 알고, 돌려달라고 하여 당일 돌려받았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웨이크보드에 흠집이 난 것이 아닌지 트집을 잡아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앙심을 품고 피고인을 절도죄로 고소해서,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절도한 것이라고 벌금을 구형했습니다.
피고인 말씀을 들어보니, 웨이크보드가 다리미판이 아니라는 것도 몰랐고, 놓였던 장소가 선풍기 등 재활용품을 놓아두는 장소이기도 했던 점, 당시 늦은 시간이라 피고인이 경비실에 재활용품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경비실의 연락을 받고 바로 돌려준 점 등을 근거로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다투었는데, 이것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었네요.
다음 사건은 근로기준법 사건이었는데,
피고인이 고소인을 고용해서 한동안 일을 하였다가, 고소인이 독립해서 부산으로 내려가서 피고인과 동일한 업종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전국 각지에 일이 있었던 피고인이 고소인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고소인에게 일당 형식으로 작업의 대가를 지급하는 관계에 있었는데,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약속한 일당을 일부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고소인이 근로감독관에게 피고인이 고소인을 계속해서 고용해서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근로기준법위반 으로 진정했고, 근로감독관과 검사는 그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고소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거의 10여년간 피고인과 고소인은 독립된 사업자로서 거래를 하거나, 프리랜서 형식으로 일을 도와주는 관계였다는 것이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에 나타나고, 특히 고소인이 돈을 주면 자신의 사업자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기로 하였다는 정황이 보였습니다. 이것을 주된 근거로 해서 피고인과 고소인의 관계는 동업 내지 프리랜서 로서 건별로 계약하고 일을 하는 관계이지 고용관계가 아니었다는 점을 주장했고, 고소인을 증인으로 불러서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소인과 피고인 사이의 관계의 법적 성격이 "고용"이 아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법원에 온 피고인들 중 억울하지 않은 분들은 거의 없지만, 피고인이억울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을 재판장님께 설득해서 무죄를 받아내는 것이 형사재판의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올해에도 이런 억울한 사람을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어서 마음 뿌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