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8일 금요일

행정소송에서의 조정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ADR(대체분쟁해결절차)이 발달되어 있어서, 조정이나 화해 등의 형식으로 분쟁이 종결되고, 이 경우 법원이 작성한 조정조서/화해조서는 판결문과 동일한 집행권원으로서의 효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소송의 경우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의 조정제도와 같은 조정의 근거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행정법원(또는 행정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은 조정을 통해서 당해 사건을 끝낼 수 없으며, 다만 행정소송 중에서도 조세처분과 같은 금액의 다과를 다투는 것이 쟁점인 사건인 경우에 실제 처분된 금액보다 감경하는 내용의 행정처분이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서, 행정법원이 쌍방 당사자에게 "조정권고"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조정권고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행정법원은 행정처분을 전부 또는 일부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 있으므로, 행정법원의 판결내용이 조정권고와 다르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쌍방 당사자는 조정권고에 동의하고 분쟁을 종결하게 됩니다. 즉, 법에서 정해진 절차는 아니지만, 행정소송에서도 사실상의 조정제도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가 존재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민사소송에서의 조정절차와 달리 쌍방이 조정권고에 동의하게 되면 피고인 행정청이 조정권고안과 동일한 내용의 새로운 행정처분을 하고, 피고는 기존에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하여 분쟁을 종결하게 됩니다. 

따라서 행정소송에서 조정권고에 대하여 당사자 쌍방이 "동의" 의견을 밝힌 경우라도, 행정법원이 조정성립 과 같은 추가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고, 행정청이 새로운 행정처분을 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2021년 5월 26일 수요일

사람에게 침뱉는 것은 폭행죄의 폭행인가 (feat. 무죄판결)

 


사람을 폭행하면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폭행 이라고 하면 상당히 심한 정도로 고통을 주는 신체접촉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형법상 폭행의 범위는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넓습니다. 

기본적으로 폭행은 형법에서만 해도 4가지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죄의 폭행이냐에 따라서 달리 이해해야 합니다.

1) 최광의의 폭행 : 대상 불문 유형력의 행사- 소요죄, 다중불해산죄의 폭행

2) 광의의 폭행 : 사람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공무집행방해죄, 특수도주죄, 강요죄의 폭행

3) 협의의 폭행 :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폭행죄, 특수공무원폭행죄의 폭행

4) 최협의의 폭행 :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강도죄, 강간죄의 폭행

폭행죄의 폭행의 경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하는 방법은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형법교과서에서 열거되는 대표적인 폭행의 방법으로 이러한 것이 열거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

-뺨을 때리는 것

-침을 뱉는 것

-손이나 옷을 잡아당기거나 미는 것

-안수기도를 하면서 가슴과 배를 누르는 것

-모발이나 수염을 자르는 것

국선변호를 하는 사건 중에 실제로 차량을 몰고 가다가 끼어들기로 인해서 말다툼을 하던 중 차량의 열린 창문을 통해 피고인이 침을 뱉어 운전자가 자신의 팔에 침이 뭍었다는 이유로 신고를 해서 폭행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과서적으로 본다면 침을 뱉는 것 또한 폭행에 해당하기도 하고, 실제로 물컵에 든 물을 사람에게 뿌리면 폭행죄가 성립한다는 사례부터 인분을 대문 앞에 뿌린 경우에도 거주자에 대한 폭행이 성립된 사례까지도 있으므로 사람에게 침을 뱉은 이상 폭행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건은 아니었는데요.

일단 이 사건은 피고인이 운전자를 향해 침을 뱉은 것은 인정하는 사안이었지만, 침이 운전자의 팔에 뭍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사안이었습니다. 운전자는 침이 뭍었다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피고인의 침이 차창에 뭍은 사진이 증거로 제출되어 있었던 반면, 자신의 팔에 뭍었던 침은 바로 닦아버렸기 때문에 사진조차 찍어두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침이 신체에 뭍었다는 증거 자체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창에 뭍은 침이 조수석을 넘어 운전석까지 튀어 갔다는 것이 차창의 각도로 볼 때 가능성이 높지 않고, 피고인은 차창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전자에게 화가 나서 자신의 차에서 수차례 탔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차에다 침을 뱉은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법리적으로 사람에게 침뱉는 것이 폭행에 해당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폭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관계에 따라서 실제로 침이 뭍었는가, 침뱉은 사람이 폭행의 고의로 침을 뱉은 것인가 등에 따라 실제 사안에서는 폭행죄의 성립 여부가 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21년 5월 2일 일요일

섣불리 사건을 판단하면 안되는 이유

 


표면적으로 보면 정말 명백한 '음주운전'이나 '업무방해' 사건 으로 보여도, 사정을 조곤조곤 따져보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또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곳에 나올 만한 사건들이 종종 있습니다. 오늘 본 신문기사도 그런데요. 예전에 한 공용주택 주차장에서 차량을 입구에 세워두어서 업무방해로 차주가 처벌받게 되었다는 내용의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기소된 그 차주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뉴스를 오늘 확인했는데요. 차를 주차장입구에 방치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5시간 주차장 막은 벤츠의 반전...법원 '그럴만했다' 무죄선고, 조선일보 2021. 5. 2.자 기사

주차장 관련해서 감정이 좋지 않던 다른 입주자(엄밀히 말하면 입주자의 피고용인)가 벤츠 차주가 주차장에 병행주차를 해놓자,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고 신고를 해놓고, 차를 빼달라고 연락을 했고, 차를 빼던 벤츠 차주가 신고사실을 알고 더이상 운전을 하지 않고 차를 주차장 입구에 놓고 집에 올라가 버렸던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주차장 입구에 차를 놓아둔 것을 가지고 업무방해로 기소된 것이 이 사안이었다는 것이지요.

차만 덩그러니 주차장 앞에 놓여 있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는 당사자 아닌 다른 사람들은 차주의 무개념만을 탓할 사안 안에 이런 속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무나 생각하기 어려운 사정이지만, 이런 게 세상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