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미 외, 2022 제45회 이상문학상작품집, 문학사상(2022)
오랜만에 소설들을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냉혹한 현실을 그리는 소설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거부감이 옅어진 것을 보니 시간이 많이 흐르긴 흘렀구나 하는 생각도 소설들을 다 읽고 난 짤막한 소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대상수상작의 문학적 성취에 공감 보다는 우수작들의 소재나 형식에서 느껴지는 새로움이 더 컸는데, 아무래도 기성세대가 갖게 되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건 올해들어 처음 한권의 책을 독파했는데, 갈수록 책을 안 읽는 사람이 되어가는 차에 그래도 일년에 한번 어쩌다 서점에 가면 집어들 만한 소설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구절들입니다(대상작에서는 인상적인 구절이 없다는 것도 특이하네요).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209면.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 <작은 것들의 신> 이후 넉살의 <작은 것들의 신>이 있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이후 넉살의 <1Q87>이 있었으니, 외국문학과 넉살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 이후 화나의 <그날이 오면>이 있었고, 손창섭의 <잉여인간> 이후 화나의 <잉여인간>이 있었으니, 한국문학과 화나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버지니아 울프의 <3기니>와 원슈타인의 <3기니>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서이제,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 230면.
생각이 많고 양면성을 강조하고 사태의 복합적 측면을 고려하며 아우르려는 사람들이야말로 무기력하다는 것을 공은 알고 있었다.
-이장욱, 잠수종과 독, 3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