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0일 화요일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



미 연방대법원이 5:4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판결(판결문 전문 링크)을 했습니다. 역사적인 판결문이기도 하지만 전문을 읽어볼 생각은 들지 않고, 마지막 부분을 번역한 것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네요. 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없어서 제가 한번 번역해보았습니다.

No union is more profound than marriage, for it embodies the highest ideals of love, fidelity, devotion, sacrifice, and family. In forming a marital union, two people become something greater than once they were. As some of the petitioners in these cases demonstrate, marriage embodies a love that may endure even past death. It would misunderstand these men and women to say they disrespect the idea of marriage. Their plea is that they do respect it, respect it so deeply that they seek to find its fulfillment for themselves. Their hope is not to be condemned to live in loneliness, excluded from one of civilization’s oldest institutions. They ask for equal dignity in the eyes of the law. The Constitution grants them that right. The judgment of the Court of Appeals for the Sixth Circuit is reversed. It is so ordered.

어떠한 결합도 결혼보다 더 심오하지는 않은데, 결혼은 사랑, 충실함, 헌신, 희생 그리고 가족이라는 최고의 이상들을 체화하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결합을 형성하면서, 두 사람은 한 때 그들이 그랬던 것보다 더 위대해진다. 이 사건들에서 일부 상고인들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결혼은 심지어 과거의 죽음조차 견뎌내는 사랑을 체화한다. 이 남자들과 여자들이 결혼의 이상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그들을 오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들의 청구는 그들이 너무도 결혼을 존중하고, 너무나 깊게 그것을 존중한 나머지 그 자신들의 관계들이 결혼으로서 완성되기를 구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희망은, 우리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들 중 하나로부터 배제되어, 외로움 속에서 살도록 운명지워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법의 눈 앞에서 평등한 존엄을 요청하였다. 헌법은 그들에게 그러한 권리를 허용한다. 제6항소법원의 판결을 파기한다. 이상과 같이 판결한다.

로버츠 대법원장의 반대의견 마지막 부분도 옮겨봅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사건들을 모두 법원/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사법소극주의의 입장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f you are among the many Americans—of whatever sexual orientation—who favor expanding same-sex mar- riage, by all means celebrate today’s decision. Celebrate the achievement of a desired goal. Celebrate the oppor- tunity for a new expression of commitment to a partner. Celebrate the availability of new benefits. But do not celebrate the Constitution. It had nothing to do with it.
I respectfully dissent. 

당신이 동성혼을 확대하는데 찬성하는 많은 미국인들 - 어떤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건 - 에 포함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의 결정을 축하하라. 의도한 목적의 달성을 축하하라. 상대방에 대한 서약의 새로운 표현할 기회를 축하하라. 새로운 이익의 가능성을 축하하라. 하지만 헌법을 축하하진 말라. 헌법은 그것과 전혀 관계없다. 나는 정중히 반대한다.

2015년 6월 28일 일요일

[등산] 진안 마이산



전주에 계신 은사님을 뵈러 내려갔다가 토요일 아침 진안 마이산 등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갈 때까지는 "탑사"로 유명한 산인지 몰랐는데, 드라마(옥탑방 왕세자 등)에서 몇 번 나온 유명한 관광지더군요. 전주에서 차로 30-40분 정도 가면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 도립공원입니다.

마이산은 남쪽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고 북쪽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저희 일행은 북쪽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암마이봉 정상에 올라갔다 와서 남쪽에 있는 은수사와 탑사를 구경하고 다시 북쪽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마이산은 특이하게 바다에서 융기한 두개의 봉우리(암마이산/수마이산)로 이루어진 산으로, 암마이산은 정상이 평평해서 등반을 할 수 있으나 수마이산은 등반할 수 없습니다. 암마이산 정상은 해발 686m인데, 300m 정도를 가파른 계단과 돌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험한 산입니다. 길 양쪽에 철봉과 난간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인도 올라갈 수는 있지만 왠만하면 노약자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기 전 수마이산 쪽 모습


암마이산 전망대에서 보는 수마이산 모습

 암마이산 정상(해발 686m)
 암마이산에서 수마이산 반대방향 경치

암마이산에서 진안읍 방향 경치

암마이산은 해발고도에 비해 등산로가 가파르기 때문에 등산로의 길이 자체가 길지는 않습니다. 왠만한 체력을 가진 사람은 1-2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합니다(그러나 저는 매우 힘들었습니다 ㅡㅡ). 암마이산을 정복하고 내려와서는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는 은수사를 들러서 구경하였습니다.

 은수사 무량광전

은수사에서 700미터 정도 더 내려가면 탑사가 있습니다. 성황당에 쌓는 돌을 절 주변에 여러개씩 쌓아놓은 것이 볼거리인 절인데, 불교 관련 달력 같은 곳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탑사를 구경하고 다시 북쪽 주차장으로 고개를 넘어 내려왔는데, 암마이산 등반한 시간까지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바쁜 일정에 압축적으로 구경하고 등산한 느낌까지 충분히 얻기를 원한다면 추천할 만한 산입니다. "압축적 등산코스"라고 부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6월 22일 월요일

[출고기] 제네시스 G380


지난 금요일 울산 현대자동차 출고사업소에 내려가서 신차를 출고받아 서울까지 400km 정도를 몰고 올라왔습니다. 이번으로 네번째 차를 뽑는 것인데, 매니아 정도나 되는 사람/차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하는 일을 평일에 시간을 뺄 수 있는 자유(?)직종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감행해 본 것입니다. 어쩌면 이전이나 이후로도 신차를 출고하기 위해 울산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메르스로 금요일까지 학교가 휴교한 둘째놈을 집에 놔두면 분명히 게임으로 하루를 다 보낼 것이기 때문에, 이왕 그럴거면 아빠 옆자리에서 하라고 데리고 8시 반경 집을 나서서 9:30발 울산행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울산역까지 2시간 20분 정도 소요, 울산출고사무소에 12시 남짓 도착해서 차를 검수하고 서울로 출발한 것이 오후 1시 30분 정도였습니다. 네비게이션에 우리집을 등록하고  HUD의 색상을 초록색(흰색, 주황색, 초록색 중 선택가능)으로 바꾸고 차 시트에 붙어있던 비닐들을 걷어낸 후 매트를 깔았습니다. 처음에는 창문의 모습이나 계기판이 약간 어색했지만 5분 지나니 적응되더군요(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경로는 경부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고속도로 로 잡혔다가 나중에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양평 IC까지 올라와서 6번 국도를 타고 태릉쪽으로 들어가는 코스로 변경되었습니다. 옆좌석의 둘째놈과 함께 자동차가 혼자 둬도 그냥 간다고 신기해 하면서 정말 머지 않아 무인자동차가 실용화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중간에 2번 정도 휴게소에서 쉬면서 6시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스포츠모드로 달리기성능을 테스트해 보지 않았고, 자동주차기능 등도 사용해 보지 않았는데, 차차 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면서 소소한 기쁨을 느껴봐야 겠습니다.

제네시스 G330(이하 "G330"이라고 합니다)을 시승할 때까지만 해도([시승기] 제네시스 G330) 특별히 배기량이 더 큰 차량을 살 필요는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제네시스 차량도 대부분 G330이기도 합니다. 제가 제네시스 G380(이하 "G380"이라고 합니다)을 타겠다고 했을때, G330과 G380은 배기량만 차이가 날 뿐이며 크기나 외관은 똑같은데 '굳이 G380을 탈 필요가 무엇이냐', '도대체 경차 1대값을 주면서 트림을 높일 이유가 있는 것이냐'라고 하는 것이 (마눌님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탱크냐 3,800cc를 타게?" 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들어볼 말은 다 들어본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 제가 "G330"이 아니라 굳이 "G380"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과 500km 정도 주행을 한 소감을 써보고자 합니다. 지름신을 영접하는데 논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 글을 보신 분이 나중에 지름신을 영접하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제네시스의 트림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 간단히 설명하고, 제가 G380을 선택한 이유, 인상적이었던 기능들을 써보고자 합니다.

(1) 제네시스의 트림

지금까지 현대자동차가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온 큰 이유 2가지를 들자면 첫번째가 "국내차"와 "수출용차"가 이름만 같지, 가격이나 성능 측면에서 "수출용차"가 뛰어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국내에서 돈 벌어서 외국에 퍼다 준다)는 것과, 소위 "옵션장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자동차의 어느 트림에서도 모든 옵션을 하나하나 선택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아니라 최신/선호도가 높은 옵션의 경우에는 최상위트림이 아니면 선택할 수 없게 해 놓아서, 굳이 최상위트림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사람도 최신/선호도가 높은 옵션의 선택을 위해서 (필요치 않은 옵션이 포함되어 있어 가격만 비싼) 최상위트림을 선택하게 트림과 가격표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제가 그 옵션장사의 마수에 걸려든 김에 화끈하게 걸려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현재 시판되는 제네시스의 트림은
G330 모던(46,500,000),
G330 프리미엄(52,550,000),
G380 익스클루시브(54,630,000),
G380 프레스티지(60,700,000),
G380 파이니스트에디션(69,200,000)
의 다섯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괄호안은 추가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기본금액). 모든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는 편의사양은 파노라마선루프, HTRAC(4륜구동), HUD이며, 이것이 상위트림으로 유인하는 요인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위트림은 선택할 수 없는데 상위트림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하 "차별화옵션"이라고 합니다)이 있으며,  차별화옵션이 바로 (배기량/출력 외에) 상위트림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330 프리미엄의 (G330 모던에 대한) 차별화옵션은 19인치 타이어(G330 모던은 18인치 타이어),  9.2인치 모니터(G330 모던은 7인치 모니터), 17개의 스피커(G330 모던은 7개의 스피커), 카드타입 스마트키 등입니다.

그리고 G380 익스클루시브의 (G330 프리미엄에 대한) 차별화옵션은 하나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입니다. 물론 G330 프리미엄에서 컨비니언스패키지를 선택하면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경우 G330 프리미엄 풀옵션과 G380 익스클루시브의 가격차이는 88만원(54,630,000원 - 53,750,000) 밖에 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이 단계에서 G330을 타느니 88만원을 더 들여 올어라운드뷰 시스템이 기본장착되어 있는 G380으로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G380 프레스티지의 (G380 익스클루시브에 대한) 차별화옵션은 듀얼 HID헤드램프(이전 트림은 HID 헤드램프), Full LED 리어콤비네이션 램프(LED턴시그널)(이전 트림은 LED 턴시그널이 없음), 7인치 TFT LCD 클러스터(이전 트림은 4.3인치 TFD LCD  클러스터), 스마트 후측방경보시스템(이전 트림 선택 불가),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이전 트림은 전후방주차보조시스템), 전동식트렁크(이전 트림은 수동식 트렁크), 고스트 도어 클로징(이전 트림 선택 불가) 등입니다.

G380 파이니스트에디션은 풀옵션+@ 인데, G380 프레스티지 풀옵션과 기능상으로는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퍼들램프, 내장 무드램프, 스웨이드헤드라이닝 등이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G380 프레스티지 트림에 뒷좌석 관련 옵션 2개와 HTRAC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적용한 것입니다. 굴러다니는 제네시스 색상의 80% 정도는 검정색(오닉스블랙)이고 가끔 흰색과 푸른빛도는 회색이 보이는 정도인데 시승하러 가서 본 탠브라운이 맘에 들어서 색상은 탠브라운(외장)/브라운 투톤(내장)을 선택했습니다. 꽤 어두운 갈색이라 그렇게 튀어 보이지는 않습니다(사진에 있는 것과 같은 색깔입니다).

(2) 차별화옵션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

G330에서 G380 으로 트림으로 끌어올리는 차별화옵션이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이란 것은 이 옵션이 매우 매력있는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은 주차를 위한 전/후진시 전면 네비게이션 화면에 자동차 사방의 상황을 마치 하늘에서 보듯 표시해 주는 것입니다. 차가 움직이는 것을 굳이 고개를 돌리거나 거울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없이 화면만 보고 주차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간지각능력이 떨아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옵션입니다. 만약 기존에 타는 차에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이 있다면 이 옵션이 없는 다른 차를 타기가 힘들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후방 주차경고시스템(소리로만 경고) - 후방 카메라시스템으로 넘어올 때도 그랬는데요. 제 두번째 차(NF 소나타)는 후방주차경고시스템만 있었는데, 제 세번째 차(그랜져 TG)에는 후방 카메라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TG를 한참 몰다가 소나타를 몰아보면 가장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후방 카메라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제네시스에서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에 익숙해지면 같은 원리로 TG의 후방카메라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처음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았을 때 든 생각은 '허허 굳이 저렇게까지 봐야 될 필요가 있나?'였는데, 이젠 자동차 선택시 트림을 변경하는 이유가 되어 버렸지요. 제가 G330에서 G380으로 선택을 변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차별화옵션인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입니다. 마눌님께서도 주차시 화면을 보더니 편하겠다며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3) 연비/출력

G330을 시승할 때 가장 아쉬운 점은 차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굼뜨다는 것이었습니다. 차가 무거운 것을 감안하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죠. G330을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뭐 이정도면'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선택을 하는 와중에 홈페이지의 연비를 살펴보게 되었는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제 선택을 G330에서 G380으로 바꾸었습니다.

G330(2륜)의 연비는 복합 9.2km/l(도심 7.9km/l, 고속도로 11.3km/l)인데, G380(2륜)의 연비가 복합 9.0km/l(도심 7.7km/l, 고속도로 11.3km/l) 입니다(사륜을 적용하는 경우 차중량이 무거워져 연비가 더 떨어지게 됩니다). G330이나 G380이나 거의 차이가 없죠. 이유를 생각해보면 G330은 무거운 차를 움직이느라 더 힘을 많이 들여서 좋은 연비가 나오지 않는 것이고, G380은 큰 엔진을 사용하므로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기 때문에 생각보다 연비가 나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G330을 몰면서 차가 생각보다 안나가는 경우에 '아 엔진을 좀 크게 했더라면 힘이 부족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텐데'라고 후회하느니 G380을 몰면서 '이차는 원래 굼뜬 차라 어쩔 수 없어'라고 자조할 수 있는게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가격을 제외하고는) 제 선택이 괜찮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행거리 25km 정도의 길들이기도 안된 새차가 고속도로에서 시속 140km가 될때까지 rpm이 2000을 넘지 않습니다. 일반 차량으로 시속 100km가 되었겠다고 생각하는 느낌을 시속 140km가 되어서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속에서 차가 안정감이 있습니다. TG만 해도 시속 160km 정도가 제가 평상시 낼 수 있는 최고속도인데, 시속 160km에 가까워지는 순간 차의 떨림 등이 느껴져서 더 이상 속도를 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물론 전방에 차량이 없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km 정도까지는 낼 수 있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죠. 그런데 G380은 시속 160km까지 무리없이 속도가 올라가고 시속 180km가 되어도 (TG에서 느끼게 되던) 차량의 흔들림이 거의 없습니다. 무거운 차는 이게 좋더군요!! 그래서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전방에 차량이 없는 틈을 타 시속 200km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울산에서 서울로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동안의 연비도 측정해 보았는데, 트립컴퓨터상으로 11km/l 가 찍혔습니다. 저는 연비중심의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므로(예컨대, 추월은 오르막길에서 풀악셀로 합니다) 홈페이지에서의 제원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CO 모드를 켜고 발끝신공을 사용하면 더 좋은 연비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네요.

(4)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이것은 친구가 G330과 G380의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기에 (차량 주문 후에야 비로소) 저도 가격/제원표에 문언상으로만 다르게 표시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검색해서 알게 된 것인데, 간단히 말해서 G330과 G380은 깜박이를 킬 때 앞뒤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G380 프레스티지 이상의 트림과 G380 익스클루시브 이하 트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좌회전/우회전 깜박이를 켜면 G330은 앞부분의 두개의 전조등 중 안쪽에 있는 호박색 방향지시등이 점멸합니다. 그런데 G380은 데이라이트 부분(전조등 아래 눈썹같이 생긴 부분)이 점멸하게 되죠. 뒷부분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습니다(G380은 LED를 사용하는데, G330은 그렇지 않기 때문). 그래서 G330을 타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G380의 듀얼 HID램프를 추가시공하기도 합니다(관련 포스팅 참조). 만약 이걸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깜박이가 점멸하는 모습을 보고 저 제네시스가 G330이냐 G380이냐 구별해 내겠죠.  '참 쪼잔하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G330에 적용을 안해 놓느냐' 싶은 차이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G380 프레스티지 이상을 선택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이건 G330이든 G380 어떤 트림을 선택하든 옵션으로 넣으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G380 선택의 이유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심지어 신형 그랜져에도 이 기능은 적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5시간 정도의 첫 주행 중 가장 인상적인 기능이라고 한다면 전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꼽겠습니다. 자동차기술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매우 발전했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었는데요. 현재 시판 자동차에 존재하는 크루즈컨트롤은 3단계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냥 크루즈컨트롤은 "모닝"에도 적용될 만큼 일반적인 기능이 되었지요. 1단계 기본 크루즈컨트롤은 일정 속도가 되었을 때 그 속도를 계속 유지시키는 기능입니다. 즉, 정속유지기능이 크루즈컨트롤의 기본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 차가 있건 없건 정속유지를 하기 때문에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면 사람이 개입하여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해 주어야 합니다. 2단계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여기에 차간거리유지기능이 더해진 것입니다. 즉, 크루즈기능 선택시 차간 거리를 설정해 놓으면 차간거리가 가까워지는 경우 자동으로 속력을 낮추고 차간거리가 벌어지면 설정해 놓은 속도까지 속력을 높여주는 기능이 추가됩니다. 3단계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여기에 자동정차 및 자동출발(선행차량이 정차후 3초 이내 출발시) 기능이 더해진 것입니다. 즉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다가 앞차가 서더라도(매우 급정거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운전자는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ASCC를 켜면 엑셀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가는 것입니다. 정체구간이 곳곳에 발생하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도 크루즈컨트롤이 유용하게 되는 것이죠. 정체구간에서 엑셀 밟았다가 브레이크 밟았다가 하는 것이 운전하면서 가장 귀찮은 일 중 하나인데 그걸 없애주는 것입니다. 굳이 (저속주행하면서도) 옆차선으로 끼어들 생각이 없으면 최상의 선택입니다. 앞차와의 거리를 재는 센서의 정확도도 꽤나 좋고, 설정된 속도까지 서서히 속도를 높이거나 앞차가 브레이크등을 켜지 않고 속도를 줄이는 경우에도 이를 감지하고 속도를 줄이는 것은 일반 운전자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저속에서는 제가 발끝신공을 이용해서 엑셀을 밟는 것보다 스무스하게 차가 출발하고(제가 밟으면 덜컹덜컹 ㅜㅜ), 브레이크도 서서히 밟는 느낌이라 맘에 듭니다. 좌우에서 끼어드는 차량이 있을 때 제가 속력을 줄이는 타이밍이 좀 빠른 편이라서 ASCC가 줄이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어차피 운전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끼어들기 하는 차량이 있으면 안전하게 수동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ASCC를 켜는 식으로 3시간 넘게 잘 사용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km - 140 km 정도, 국도에서 80km - 100km 정도로 ASCC를 설정하고 달리면 적당합니다.

(6) LKAS(Lane Keeping Assistance System)

주행 조향 보조시스템은 자동차가 자동으로 차선을 벗어나지 못하게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흰선이나 중앙선을 센서로 구별해서 차가 선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경우, 경고를 해주거나 핸들자체를 틀어서 차선 안으로 들어오게 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깜박이를 켜고 차선을 넘는 경우에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기능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결합하면 이론상으로는 일정 시간동안 무인조종이 가능합니다. 다음 동영상(Hyundai : Empty Car Convoy)이 상용화되어 탑재된 것입니다.

(7) 주차조향 보조시스템

이것도 시험삼아 사용해 봤는데, 직각주차나 평행주차시 주차공간을 확인하면 자동으로 휠을 돌려 주차를 돕는 것입니다. 1-2년 전부터 티구안 등의 차량의 셀링포인트였던 기능인데, 누가 저걸 쓰냐라고 생각했던 저였지만, 굳이 휠을 돌릴 필요없이 차가 알아서 돌려주니 편하긴 편하더군요. 게다가 직접 하는 경우 차가 약간 비스듬이 주차되거나, 좌우 공간이 비대칭적으로 남아서 한쪽에 탄 사람은 내리기 불편한 일이 종종 발생하였는데,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이런 일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많이 타면 주행능력/주차능력을 퇴화시킬 자동차 같습니다.

(8) 결론

음.. 물론 이런 핑계나 근거에도 불구하고 G380 프레스티지에 뒷좌석 관련 옵션을 제외하고 풀옵션을 감행해버렸기 때문에 "안써도 되는 돈을 썼다"고 마눌님의 타박을 받긴 하지만 "이번에 사는 차가 마지막 국산차니까 있는 옵션은 다 넣고 싶다"는 옵션성애자를 이해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타박은 일시적이나 옵션은 영원하다!!). 어쨌든 더이상 BMW 528i의 폭발적인 가속력과 속력은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러나 제 통근차량은 TG ㅎㅎㅎㅎ).  



2015년 6월 17일 수요일

밀크쉐이크


신세계백화점 고속터미널점 지하 식품관 푸트코트 옆에 쟈니로켓 이라는 패스트푸트점이 있습니다. 어쩐지 천조국의 삘이 흘러넘치지요. 서초동의 햄버거 3대장을 꼽는다면 브루클린 버거조인트의 "브루클린버거", 데블스도어(이것도 고속터미널 부근에 있습니다)의 "데블스버거", 그리고 여기 쟈니로켓의 "로켓버거"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쟈니로켓에서 더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밀크쉐이크입니다. 물론 콜라와 칼로리경쟁도 문제 없는 달달한 맛이 100kg을 향해 달려가는 제 몸무게에 좋지는 않지만서도, 일단 음식은 맛있고 봐야 하는게 아니겠느냐능(슈가보이가 왜 설탕을 음식에 팍팍 뿌려 넣겠습니까..) 하는 생각에 아직도 즐겨 찾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쟁할만한 밀크쉐이크는 폴바셋의 밀크쉐이크 정도인데, 폴바셋의 밀크쉐이크는 먹다보면 밀크즙(?)이 다 없어져 버리고 뻑뻑한 크림만 남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적어도 쟈니로켓의 밀크쉐이크는 다 먹을 때까지 촉촉한 느낌이 남아 있어서 맘에 듭니다. 신세계 고속터미널점에 가실 기회가 있으시면 즐겨보시길.

2015년 6월 14일 일요일

서울둘레길 5코스

서울둘레길
서울둘레길 1코스
서울둘레길 2코스
서울둘레길 3코스
서울둘레길 4코스

역시 2번에 걸쳐 서울둘레길 5코스 관악산 코스를 완주하였습니다.

서울둘레길 5코스는 사당역에서 시작하여 서울대 정문 옆 관악산 등산로 입구까지의 5-1코스와 관악산 등산로 입구부터 안양석수역까지의 5-2코스로 나뉘는데, 개인적으로는 적절한 높낮이가 수시로 나타나면서도 곳곳에 쉴만한 의자와 산림욕장(?)이 많이 위치해 있고, 코스의 중간에 가파른 오르막 끝에 경치를 조망하면서 휴식하기 좋은 사찰(호압사)에서 쉬었다가 후반부 내리막이 많은 코스를 쉬엄쉬엄 내려가기 좋은 5-2코스가 더 맘에 들었습니다.

5-1코스와 5-2코스가 만나는 지점이 서울대입구인데, 번외코스로 서울대 안쪽을 산책하는 것도 좋은 코스입니다. 서울대 캠퍼스가 꽤 크기 때문에 순환도로 한바퀴 도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캠퍼스 곳곳에 쉴만한 곳/구경할 거리가 있어서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방문했더니 서점/문구점/기념품점이 모두 문닫아서 아들넘들 서울대 후드티 하나씩 사주려 했는데 그게 아쉽네요.

서울둘레길 덕분에 학교를 그리 오래(중간에 안 다닌 기간 포함하여 18년) 다녔으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인근의 낙성대와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 모두 가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코스였습니다.

2015. 5. 25. 서울둘레길 관악산 5-1코스
사당역 - 낙성대 - 서울대정문












서울둘레길 관악산 5코스 번외편 서울대캠퍼스 투어
경영대
 규장각
 사회대
 법대 (제가 알던 법대건물이 모두 가려지는 새 건물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법대 교수동
 자하연
 인문대
 본부
 아크로폴리스
 도서관
 사범대
 약대
 공대


2015. 6. 13. 서울둘레길 관악산 5-2코스
관악산등산로 입구 - 삼성산 성지 - 호압사  - 호암산폭포 - 안양석수역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책 소개] 공부논쟁


김대식+김두식,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의 공부논쟁, 창비(2014)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을 읽다보면 김대식+김두식 형제의 <공부논쟁>이라는 책을 인용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김두식 교수의 견해는 평소에 많이 접하는 주장이라면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인 김대식 교수의 주장은 약간은 과격한 듯하면서도 설득력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시민의 글쓰기특강을 읽다가 인터넷서점에 바로 이 책도 주문하였습니다. 좋은 세상인 것이 오전중에 주문하니 오후에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이 책 또한 술술 읽히는 책이어서 반나절도 안걸려 다 읽었습니다.

처음엔 김대식 교수의 주장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서 오는 판단을 가장 신뢰하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나 해법도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특목고 폐지와 학력고사 부활을 주장하는 그의 견해는 현재 우리 교육이 많은 문제점이 보이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는 것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발짝 물러서 살펴보면 김대식 교수는 평준화세대로서 학력고사를 통해서 대학에 입학한 세대이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한 평준화가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주장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특목고 영재고에 진학하는 아이들의 번아웃이론,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의 한계에 대한 지적, 국내 대학원이 자립하기 위한 학문적 동종교배의 필요성에 대한 성찰 등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번아웃되지 않게 놀게 좀 두라는 말씀은 초등학교 때까지 놀다가 중고등학교 때 수재-천재로 탈바꿈한 분이 하는 말씀이라 설득력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은 서민 교수의 평(<공부논쟁>을 읽고 김두식 교수를 배신하려 한다)도 재미있습니다. 전적으로 찬성할 수 없더라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누구라도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거기서 얼마만큼 벗어났느냐가 그 인물의 크기를 결정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42면.

변호사 직업은 '천수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처럼 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안되면 당장 굶어야 하거든요. ...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를 평가할 떄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건을 얼마나 많이 수임했느냐 하는거죠.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60-61면.

우리 과학이 그랬어요. 자기 집을 짓지는 못하고 미국의 지도교수가 집을 짓는 데 가서 구멍 나는 곳의 돌멩이만 채워준 거에요. 남의 집 짓는 데 가서 남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 해줬을 뿐이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75면.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의 몇가지 병리적인 면 중에서 두드러지는 게 싸움을 무서워하고 할 줄도 모른다는 거예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89면.

1등이란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제압하는 거에요. 테니스나 공부나 나중에는 정신력 싸움이니까요. 멘탈게임으로 일종의 문화를 만드는 거죠. 누가 1등인지 자리가 잡히고 나면 다른 애들은 '해도 쟤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 때부터는 1등을 유지하기가 쉬워져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96면.

오히려 인도에서 유학온 학생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한국 인프라로 노벨상을 받으면, 그게 우리나라 과학자이고 한국의 노벨상인거죠.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34면.

대학교수는 우리 나라에서 매우 괜찮은 직업에 속해요. 의사는 처가만 좋고, 변호사는 친가만 좋고, 교수는 자기만 좋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52면.

생물학적 자식들은 미국에 맡겨서 살리고, 방학 때마다 한국의 학문적 자식들은 방치해서 다 죽이는 거잖아!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54면.

일본처럼 제 때에 다른 나라 책이 번역되어 나오기만 해도 해외유학의 필요성을 훨씬 줄어들 거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72면.

우리나라는 조선의 과거제도가 일제강점기의 고등문관시험을 거쳐서 거의 그대로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로 계승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73면.

우리나라 교수는 선비에요. 선비들은 공부를 통해서 더 높은 관직에 올라가려고 해요. 공부에 뜻을 둔 학자들도 나이가 들면 관직을 탐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74면.

우리 대기업이 어떤 씨스템이냐 하면 독일, 일본의 대학과 같아요. 센 놈만 올라가는 정말 잔인한 씨스템이야.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189면.

전혀 꽂히는 게 없는데 100점만 계속 맞아온 사람은 전형적으로 장원급제 DNA만 있는 사람이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01면.

문제는 커리어리즘이에요. 자기 커리어를 하나하나 높여가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인 커리어리스트들이 너무 많아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05면.

평소에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그렇게 욕하면서 왜 전교 1등의 성적, 수능 수석의 실력은 그대로 믿는지 모르겠어요. 여기에 모순이 있는 겁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09면.

왜 창의성이 떨어지냐?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에요. 그냥 열심히 산 게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힘이 다 빠진 거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10면.

대부분의 천재니 영재니 하는 애들은 집안의 뒷받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천재'들입니다. 만들어진 천재는 번아웃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12면.

입시를 통해 전국민을 한줄로 세운 부작용을 의대가 거의 다 흡수해 주고 있어요. 이건 좋은 일입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19면.

우리나라는 주입식 교육의 힘으로 이 정도 발전을 이뤄냈어요. 일본도 주입식 교육으로 줄줄이 노벨상을 받고 경제성장도 했어요. 주입식 교육은 무조건 잘못된 거라고 앵무새처럼 떠들며 그 틀을 다 무너뜨린 게 잘못이었어요. 현행 입시에서 고교생들에게 논문을 쓰라고 시키는 게 말이 됩니까? 과거와 똑같은 분량의 공부를 하고 있는 애들에게 논문 쓰는 부담만 늘린 거에요. 부모가 능력이 되는 집은 부모가 대신 써주고, 돈많은 집은 학원이나 입시 전문가들이 대신 써주고 있잖아요. 고등학교는 고등학교 대로 평준화가 완전히 무너져서 중학교가 입시지옥이 됐고, 이른바 명문대학들에서는 특목고 출신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는데, 이게 정상인가요? 특목고를 당장 없애고 대학입시는 학력고사 하나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32-233면.

특목고 뿐만 아니라 입시제도 자체가 불평들을 강화하고 있어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38면.

뭐든지 잘하는 사람은 미리 정해져 있고, 그게 누군지는 15세만 되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미숙한 거에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44-245면.

우리나라 입시제도 아래에서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좀 심하게 말하자면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에요. 창의적이지 못하고 체제 순응적일 수록 좋은 성적을 거둬요.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45면.

훌륭한 과학자를 만들려면 기초과학에 폭넓은 투자를 하고 어린애들은 좀 놀게 놔둬야죠.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69면.

서울대는 학부에서 1등을 포기하는 대신 대학원 1등, 연구분야의 1등을 놓치지 않기로 마음먹어야 합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77면.

애 키우기가 힘든 게 아니라 애를 명문대 보내기 힘든 시대일 뿐이에요. ... 애를 명문대 보내겠다는 욕심만 버려도 애 낳아서 키우는 게 훨씬 덜 힘들 겁니다.
-김대식+김두식, 공부논쟁, 창비(2014), 282면.

2015년 6월 11일 목요일

[책 소개]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생각의길(2015)

같이 일하는 변호사님께서 괜찮다고 하셔서 출근하는 길에 고속버스터미널 반디앤루니스(반디앤루니스가 기존의 장소에서 메가박스(이것도 리모델링 중) 옆 푸드코트 자리로 옮겼네요)에서 사서 휘리릭 다 읽어버린 책입니다.

제가 파악하기로 유시민씨가 말씀하시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상론 : 생각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방법론 :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독해력이 좋아야 하며, 발췌요약을 시작으로 많이 써봐야 한다.
기교론 : 단문을 위주로 쓰되, 주의/강조/전달의 목적으로 복문을 사용한다.

자신의 경험 및 글들을 이용하여 예를 들어주는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저는 읽다가 큭큭큭 많이 웃기도 했는데, 옆방의 변호사님께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큭큭거리는 제가 특이하다고 하시네요. 어쨌든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일독을 권합니다.

다음은 제가 인상깊었던 대목들입니다[저도 항소이유서 명문으로(!!!) 대신 써주고 감사해하는 의뢰인이 있었으면 ㅋㅋㅋㅋ].

논증하지 않고 주장만 하면 바보 취급을 당하게 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6면.

논증없는 주장으로는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설득과 공감은 고사하고 기본적 소통과 교감도 하기 어렵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31면.

누군가의 의견에 반감이 들 때는 논리적 반박으로써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 다 안다. 하짐반 그렇게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35면.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59면.

잘 쓰고 싶다면 누구나, 해야 할 만큼의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1면.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2면.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거의 100퍼센트 발췌요약'이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3면.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5면.

주어진 텍스트를 독해하고 핵심을 찾아 요약하는 글쓰기 훈련법은 내가 40년쯤 전 학회라는 '지하대학'에서 한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8면.

독해력과 문장구사력 그리고 요약능력은 서로를 북돋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68면.

텍스트요약은 단순한 압축기술이 아니다. 요약하는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반영하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70면.

블로그에 정치, 영화, 축구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첫문장은 이렇게 쓰는 것이 좋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단문으로 일단 내지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단 내지르고 난 다음에 차분히 설명하면 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84면.

<항소이유서>는 항소심 재판장이 보라고 쓴 글이었다. 피고인 대신 변호인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돈명 변호사가 나더러 직접 쓰라고 했다. 내가 쓰지 않으면 변호인들이 써야 하는데, 무료 변론을 맡아준 변호인들에게 그것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85면.

남에게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혼자 움켜쥐고 있으면 글이 늘지 않는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88면.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00면.

무엇보다도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08면.

우리나라 대학이 교수를 채용할 때 영어 강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지나치게 우대하는 것은 어린이 영어몰입교육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09면.

글을 쓸 때도 번역을 할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15면.

실컷 놀아도 허무하거나 자책감을 느끼지 않는 놀이 또한 독서만한 것이 없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23면.

우리 말이든 영어든, 자주 쓰는 단어 몇백개와 몇 가지 형태의 문장만 잘 구사하면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35면.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찬탄하게 만드는 글도 훌륭하지만, 이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는 글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43면.

밀은 아무리 심오한 철학이라도 지극히 평범한 어휘와 읽기 쉬운 문장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45면.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67면.

'적'은 일본말 발음이 '데키'인데, 받침이 없는 일본말에서는 말의 운율을 살리는 장점이 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72면.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187면.

가끔씩 서너 달 전에 쓴 것을 읽어 보면 열에 아홉은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문장이 유치하고 묘사가 서툴고 논리가 엉성해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축하할 일이다. 글이 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30면.

글은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잘 쓰기'가 어렵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31면.

민간 중소기업에서부터 육군본부와 대통령 비서실까지, 조직사회에서는 읽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분량을 정하는 게 정답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35면.

글을 압축하려면 단문을 기본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 복문을 쓴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37면.

어렵기로 악명 높은 <<순수이성비판>>에서 에마누엘 칸트는 먼저 시간과 공간 같은 보통명사까지 독자적인 정의를 내린 다음 자기의 논리를 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49면.

인생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감정이 여럿 있는데, 허영심도 그중 하나다. 허영심은 아주 고약한 감정이다. 허영심에 빠진 사람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며 의미 없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 글을 쓰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허영심은 지식과 전문성을 과시하는 욕망이다. 이 욕망에 사로잡히면 난해한 글을 쓰게 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50면.

써야 해서 쓰는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면 쓰고 싶어 쓰는 글도 잘 쓸 수 있으며 그 역도 성립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64면.

우리 세대는 국가, 정부, 사회, 정의 , 평등, 민주주의 같은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중대 범죄가 되는 세상에서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 나는 스물 아홉 살이 되어서야 말할 자유, 글 쓸 자유를 얻었다. 이 자유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잘 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2015), 271면.

2015년 6월 10일 수요일

한자어 中樞





지인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다가 건물 관리사무소장님께서 붙여놓은 공고문이 한자투성이라 마치 고시공부 처음 시작할 당시 "곽서"를 보는 듯하였다는 소회가 문득 곽서에서 보았던 한 단어를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4-5학년때부터 신문을 탐독하였었기 때문에(당시는 국한문 혼용이라 한자를 모르면 신문을 읽을 수 없었음) 대학교 입학 당시 왠만한 한자는 다 읽을 수 있었는데, 1학년 겨울 곽서를 읽으면서 "앗 내가 모르는 한자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한자를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中樞(중추)이 글자였던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민법총칙에서였을 텐데, 어떠한 제도 내지 개념이 "...에 있어서 中樞" 라는 취지의 문장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문장은 홀랑 기억이 안나고 단어만 어려웠기 때문에 바로 읽지 못하고 표시해 두었다가 옥편에서 찾아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시공부 이후 거의 방치하다가 이번에 큰맘먹고 장만한 "곽윤직/김재형 공저 민법총칙 9판, 물권법 8판"책은 갑, 을, 병을 제외한 모든 표현을 한글로 바꾸고 가끔 개념이나 중요용어만 괄호 안에 한자를 혼용하는 정도로 한자 사용이 줄어들었습니다. 어떠한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 나아가 정보를 독점하였던 시대에서 모든 사람이 너무 많은 정보에 어쩔줄 몰라하는 시대로 너무도 빨리 숨가쁘게 변해왔구나 하는 소회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