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8일 금요일

징역형의 무게


신문기사 댓글이나 트위터 등에서 어떤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징역 0년으로 나왔다는 결과와 관련하여 (저런 천인공노할 놈을) 고작 징역 0년에 처했다고 분개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특히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런 범죄자에게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 정도의 형을 선고해야 마땅한 것인양 분개하시는 것을 보면, 그래도 직업상 법원의 판단을 많이 지켜본 사람으로서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위의 트윗의 사안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인데, 위 사건의 피고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약자인 제자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은 맞습니다만, 살인/강도와 같이 신체나 목숨을 위협하는 범죄와는 그 죄질을 함부로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살인/강도와 같은 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경우에도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징역 3-4년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성범죄의 경우 초범인 경우에는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 사안은 실형을 선고했다는 것만 해도 엄한 처벌에 속합니다. 법원의 이런 처벌에 대해서 "고작"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징역형"이 얼마나 무거운 형벌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징역형에 앞서 미결구치소에서 수개월을 보낸 만화가가 그린 교도소일기(링크) 를 읽어보면 실제로 수감되는 범죄자에게 징역 1년이라는 형조차도 엄청나게 무겁고 무서운 형벌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또한 실제 판사들이 범죄자에게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생각하면 저렇게 쉽게 법원과 판사를 비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문유석 부장님의 엄벌주의와 필벌주의 - 징역 1년의 무게 참조). 법원은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가지고 있는 양형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고, 각 사건의 특별한 정황을 감안해서 양형의 기준에서 가감해서 선고형을 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에 난 몇가지 자극적인 기사의 논조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십중팔구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 쉽습니다. 적어도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는 어떠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판결문을 구해 읽어보고,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이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하고 있는지 안 연후에 저런 비난을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관련하여 비슷한 포스팅을 쓴 적이 있네요. 신문(인터넷) 기사를 읽는 자세 포스팅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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