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8일 목요일

연하장 보내기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연말연시가 되면 책상에 앉으셔서 수십장의 연하장을 써서 지인분들께 보내곤 하셨습니다. 어린 마음에는 직장이나 친구, 친지들 만나는 모임에서 뵙는 분들께 새삼스레 또 뭘 보내시나 만났을 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게 기억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설사 모임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정작 함께 이야기나누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고, 심지어 친했던 친구들이나 친척들도 2-3년 이상 못보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대학교때 친구들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만난 적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에 용건없이는 전화나 문자도 하지 않는 친구나 친지, 지인분들에게 연말연시인사라는 핑계를 대고 안부를 묻고 전하는 데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매우 좋은 수단입니다. 작년과 올해 연하장을 보내면서 새삼 이걸 느꼈습니다.

물론 연하장 속지에 만년필로 글씨를 쓰는 것이 생각외로 시간이 많이 들고, 평소에는 전화번호밖에 모르는 친구들의 주소를 알아내어(그런 측면에서 법조인인 친구들의 주소는 알아내기 쉬워 다행입니다) 엑셀로 정리하여 봉투에 붙일 라벨로 출력하는 게 번거로운 것도 사실입니다만, 옛친구들의 근황을 찾아보는 기회가 되니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재작년 포스팅(크리스마스카드와 우표)에서 언급한 귀차니즘의 벽을 2년 연속 뛰어넘은 것은 셈이기도 합니다.

사실 카톡이나 문자로 명절무렵 인사들을 받기 때문에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도 요새는 거의 없지요. 그래서인지 요새 연하장을 받으신 분들은 희소성에 더 잘 기억하시는 것도 같습니다.
또 평소에는 연락이 없었지만 연하장을 받아보았다는 것을 문자나 카톡으로 알려주는 친구나 친지들과 몇마디 문자나 통화로 이야기나눌수 있어 요며칠 즐거웠습니다. 혹시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분 중에 제가 연하장을 보내드렸어야 마땅한 분들이 있으실 수 있는데, 못 받으셨더라도 제 부족함을 너그러이 혜량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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