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5일 월요일

[책 소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위드덤하우스(2016)

오랜만에 소설 한권을 읽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탄탄한 구성도 아니었고, 등장인물들도 (그 상황들에서)전형적이었으며, 뒷통수를 치는 반전도 없었기 때문에 별점을 준다면 별 다섯개에 두개에서 두개 반정도 라고 할까요. 생각해 보면 장강명 작가가 쓴 소설은 소설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충격적이었지([책 소개] 댓글부대 참조), 작가의 필력이나 등장인물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부분, 구성의 반전 등에서 나오는 소설적 재미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북한의 지도층이 붕괴될 경우, 미국과 중국의 적절한 힘의 균형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남한이 지면서 UN군과 남한군이 함께 진주하게 되는 북한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가장 이상적 상황인데, 그 이상적인 상황에서조차 북한의 주민들은 2류주민으로 격하되고, 마약밀매가 국가적 사업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작가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계 외국인인 롱 대위가 말하는 이 부분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지 않을까요.

"남한의 통일론자들이 통일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신문에서 몇 번 봤어요.  저로서는 납득할 수 없더군요. 특히 남한과 북한이 합쳐지면 내수시장이 커지고 북한의 싼 임금 덕분에 남한 기업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 그건 남한 자본이 북한 사람들을 노동자로, 소비자로도 이용해 먹겠다는 얘기죠. 북한 주민들이 말레이시아 사람들보다 인내심이 더 많을까요?
 그리고 북한에 이런저런 인프라 투자를 하면 몇 십년 뒤에 막대한 경제효과를 낼거라는 이야기도 눈 가리고 아웅으로 들려요. 다른 분야, 예를 들어 기초과학에 그만한 대규모 투자를 해도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거에요. 어느  편이 수익이 더 높을지는 모르는거죠. 게다가 누가 거둬 갈지도 모르는 몇 십년 뒤의 이익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는 거에요. 그런 사업에 투자를 하라고 하면 저는 사양하겠어요."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위즈덤하우스(2016), 333-334면.

이번 소설은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은 현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댓글부대"같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각각 너무도 유려하게 풀어져 나오니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자각이 너무 심해진 것이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네요.  소설적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죽여마땅한 사람들([책 소개] 죽여마땅한 사람들)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만, 어쨌든 근미래를 그리고 있는 소설일 뿐 아니라, 술술 막힘없이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도 아울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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