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6일 월요일

2018년 신조어 모음



2014년부터 인터넷 신조어를 알아듣기 어려워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요.

인터넷 신조어
[은어/속어] 20대가 많이 쓰는 용어 10개

겹치는 게 좀 있기도 하지만 2018년판을 트위터에서 보고 옮겨 봅니다.
발컨이나 현타, 케바케는 신조어는 아닌데 말입니다...

갑분싸 ➡️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혼코노 ➡️ 혼자 코인 노래방
롬곡옾눞 ➡️ 폭풍눈물
사바사 ➡️ 사람바이사람
케바케 ➡️ 케이스바이케이스
문찐 ➡️ 문화찐따
번달번줌 ➡️ 번호 달라고하면 번호 줌
이생망 ➡️ 이번 생은 망했다
팬아저 ➡️ 팬이 아니여도 저장
존버 ➡️ 존나버틴다
렬루 ➡️ real루
복세편살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괄도 네넴띤 ➡️ 팔도 비빔면
덕페이스 ➡️ 셀카찍을때 입술을 내미는 표정
애빼시 ➡️ 애교 빼면 시체
발컨 ➡️ 발로 컨트롤
할많하않➡️ 할말은 많지만 하지않는다
영고 ➡️ 영원한 고통
마상 ➡️ 마음의 상처
현타 ➡️ 현실 자각 타임
비담 ➡️ 비주얼 담당
톤그로 ➡️ 톤 어그로
법블레스유 ➡️ 법이 아니였으면 너는 이미 칼맞아 죽었다
엄근진 ➡️ 엄격,근엄,진지
TMI ➡️ 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

이걸 줄여야 하나, 생긴거 뒤집어 놓은 말을 해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새로 알게 된 것도 좀 있고 ㅎㅎㅎ
원출처는 여기입니다.
열심히 외워서 청소년(멀은 것 같죠? 조금 있으면 애들이 청소년됩니다)과 소통하도록 합시다. 커엽게 봐줄지도 모릅니다.







2018년 2월 21일 수요일

게으른 선의가 악의보다 나쁘다


게으른 선의가 악의보다 나쁘다, 중앙시가매거진 이코노미스트 1422호(2018. 2. 19.자) 칼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이 말만큼 장밋빛 미래나 허울좋은 포장 아래 정작 고려해야 할 것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잘 보여주는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2018년 2월 20일 화요일

[득템] 버클리 대학노트


지난 겨울 1년간의 미쿡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이 블로그의 독자임 ㅎㅎ) 제가 대학노트를 수집하고 있는 것을 기억해 뒀다가 UC 버클리의 노트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버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대학교로, 캠퍼스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기억에 남네요. 미국여행 갔을 때 버클리 교정을 둘러보고 부근의 남부가정식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방문한 대학의 노트를 수집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고, 다음날 LA로 복귀하는 길에 후드티 사러 들른 스탠포드의 대형문구점에서 기념품으로 뭐살까 고민하다가 대학노트를 샀던 것이 제 대학노트수집의 시작이었고, 지금껏 수집한 대학노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탠포드 대학노트
서울대 대학노트(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후디 포스팅)
연세대 대학노트
고려대 대학노트
숙명여대 대학노트
포항공대 대학노트

수집한 노트를 묵히는 것은 아까워서 매일매일 일상을 기록하는 노트로 사용하고, 다 사용한 노트들을 책상 한켠에 모아두고 있습니다. 원래 몰스킨 노트가 하던 역할을 이젠 수집용 대학노트들이 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회가 되면 와이프의 모교인 이화여대 대학노트도 수집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바쁜 유학 도중에 절 생각해서 버클리 대학노트를 구해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년 2월 6일 화요일

소설가에게 부러운 점(feat. 2009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지난번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에서 득템한 2009년 이상문학상 작품집(대상, 김연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을 읽으면서는, 소설가가 그리는 세상에 대해서 배우거나 나도 몰랐던 세상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소설가로서 다른 사람의 인생,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는 김연수라는 소설가가 어떻게 해서 소설가가 되었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김연수의 문학적 자서전(이 세상 그 누구도 대신 써주지 않는 15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신이 쓴 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이 김연수라는 소설가/작가에게 부러웠던 점이었달까요. 소설가 김연수([책소개] 소설가의 일 도 참조)가 2009년 현재 지금까지 자신이 쓴 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둠 속에 머물다가 단 한 번뿐이라고 하더라도 빛에 노출되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평생 그 빛을 잊지 못하리라. 그런 순간에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됐으므로, 그 기억만으로 그들은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을 시작한다. 과거는 끊임없이 다시 찾아오면서 그들을 습격하고 복수하지만, 그리하여 때로 그들은 사기꾼이나 협잡꾼으로 죽어가지만 그들이 죽어가는 세계는 전과는 다른 세계다. 우리가 빠른 걸음으로 길모퉁이를 돌아갈 때, 침대에서 연인과 사랑을 나눈 뒤 식어가는 몸으로 누웠을 때, 눈을 감고 먼저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몇 개의 문장으로 자신의 일생을 요약한 글을 다 썼을 때, 그럴 때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는 몇 번씩 그 모습을 바꾸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모습의 세계가 탄생했다. 실망한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 거대한 변혁의 시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살아갈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자! 그들에게는 그들의 세계가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그렇게 여러 겹의 세계이며, 동시에 그 모든 세계는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믿자! 설사 그 일이 온기를 한없이 그리워하게 만드는 사기꾼이자 협잡꾼으로 우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세계가 바로 우리에게 남은 열망이므로."

변호사라서 남기는 것은 무죄판결에 변호인으로 나와 있는 제 이름 정도일까요. 그래도 제 직업은 어딘가에 제 이름이 남아있을 수 있는 직업이기는 하다는게 조금의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서전을 쓸 수 있는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는 부럽습니다.

2018년 2월 4일 일요일

수용자의 서신은 검열할 수 있는가


저는 당연히 수용자(교도소,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의 외부로의 서신은 변호인과의 서신을 제외하고는 검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2013년에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수용자의 서신의 절대적 검열(변호인과의 서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봉상태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음)은 위헌이라는 결정(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마333 결정)이 나온 이후에 변경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사유가 있는 경우에, 수용자에게 검열사실을 통지하고 검열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관련조항입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① 수용자는 다른 사람과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서신의 수수금지 및 압수의 결정이 있는 때
2.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3.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②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같은 교정시설의 수용자 간에 서신을 주고받으려면 소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③ 소장은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에 법령에 따라 금지된 물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④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의 내용은 검열받지 아니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서신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는 때
2.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서신검열의 결정이 있는 때
3. 제1항제2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내용이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용자 간의 서신인 때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① 수용자는 서신을 보내려는 경우 해당 서신을 봉함하여 교정시설에 제출한다. 다만, 소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법 제43조제3항에 따른 금지물품의 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게 할 수 있다.  <개정 2013.2.5., 2017.9.19.>
1.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용자가 변호인 외의 자에게 서신을 보내려는 경우
가. 법 제104조제1항에 따른 마약류사범·조직폭력사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수용자
나. 제84조제2항에 따른 처우등급이 법 제57조제2항제4호의 중(重)경비시설 수용대상인 수형자
2. 수용자가 같은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다른 수용자에게 서신을 보내려는 경우
3. 규율위반으로 조사 중이거나 징벌집행 중인 수용자가 다른 수용자에게 서신을 보내려는 경우
② 소장은 수용자에게 온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개봉하여 확인할 수 있다.
[제목개정 2013.2.5.]
[2013.2.5. 대통령령 제24348호에 의하여 2012.2.23.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된 이 조 제1항을 개정함.]

 ① 소장은 법 제43조제4항제4호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용자가 다른 수용자와 서신을 주고받는 때에는 그 내용을 검열할 수 있다.
1. 법 제104조제1항에 따른 마약류사범·조직폭력사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수용자인 때
2. 서신을 주고받으려는 수용자와 같은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때
3. 규율위반으로 조사 중이거나 징벌집행 중인 때
4.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
② 수용자 간에 오가는 서신에 대한 제1항의 검열은 서신을 보내는 교정시설에서 한다. 다만,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서신을 받는 교정시설에서도 할 수 있다.
③ 소장은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이 법 제43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이를 개봉한 후 검열할 수 있다.  <신설 2013.2.5.>
④ 소장은 제3항에 따라 검열한 결과 서신의 내용이 법 제43조제5항의 발신 또는 수신 금지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발신서신은 봉함한 후 발송하고, 수신서신은 수용자에게 교부한다.  <신설 2013.2.5.>
⑤ 소장은 서신의 내용을 검열하였을 때에는 그 사실을 해당 수용자에게 지체 없이 알려주어야 한다.  <신설 2013.2.5.>
[제목개정 2013.2.5.]


일반적인 서신수수와 달리, 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서신수수의 검열은 원래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① 제41조제2항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와 변호인(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과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지 못하며 그 내용을 청취 또는 녹취하지 못한다.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미결수용자를 관찰할 수 있다.
②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제43조제4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서신은 교정시설에서 상대방이 변호인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열할 수 없다.

2018년 2월 1일 목요일

해지는 땅 형법이론의 비가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형법 과목의 이용식 교수님(가석방 포스팅 참조)께서 이번에 "형법총론" 교과서를 내시면서 쓰신 서문입니다.

로스쿨 도입시 가장 우려했던 것이 수험용 법학이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침식하게 된다는 점이었는데, 로스쿨 도입 후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대학도 사회도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왜소해지는 법학에 대한 뼈아픈 반어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책은 사야 겠네요.

해지는 땅 형법이론의 비가
-이론형법학 만가, 그 상여를 메고 부르는 슬픈 노래-

로스쿨 시대의 표준적 형법 교과서 내지 기본서는 어떠한 형태의 것이어야 할까? 단언건대 그것은 가장 얇은 것이다. 기존의 형법교과서는 학생들에게 형법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형법학자와 형법전문가들이 자신이 아는 형법학과 형법판례를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천 페이지 내외의 두꺼운 책들뿐이다. 이들은 지나간 시대의 교과서, 어제의 교과서, 학부시대의 교과서, 사법시험 시대의 교과서일 뿐이다. 이러한 두꺼운 교과서는 로스쿨 시대와 변호사 시험에는 전혀 맞지도 않고 불필요하고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백해무익하다. 기존의 교과서들은 정말로 수준 높은 학문적 연구서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교과서가 아니며 기본서가 아니다. 로스쿨 학생들이 이러한 흘러간 시대의 형법교과서나 기본서를 본다는 것은 「똑똑한 학생들의 멍청한 선택」이다. 조금의 미련도 갖지 말고 던져버려라. 본서는 이를 되돌려 놓기 위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본서의 학문적 가치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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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시대에 대응하는 형법공부는 어떤 것인가? 변호사시험을 위해서는 가장 얇은 교과서 한권과 가장 얇은 최근 3개년 판례정리집 한 권만 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 이상 보면 낙방한다. 변호사시험에서 답안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는, 알고 있는 것을 쓸 시간도 없고 답안지공간도 없다. 그저 조문과 판례의 「결론」만을 쓸 수 있다. 그러니까 판례는 이해할 필요가 없다. 이해하면 오히려 손해다. 판례는 결론만 암기하면 된다. 판례의 논거를 이해해 보았자 답안지에 쓸 시간도 공간도 없다. 판례를 열심히 공부하여 이해한 논거를 쓰려고 하면 변호사시험에 떨어진다. 판례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암기의 대상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것도 결론만. 그것도 최근 3개년 판례의 결론만. 변호사는 판례의 결론만 알면 되는 것이다. 판례형법이라는 이름하에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들은 거들떠보지도 말아야 한다. 판례는 해석을 하지 않는다. 판례는 규칙을 정한다. 정해진 규칙을 변경한다. 새로운 규칙을 정한다. 변호사시험은 정해진 규칙을 암기하는 것이다. 

형법이론은 닫혀진 텍스트를 열어, 거기에 감추어진 의미를 찾는 것이다(저자의 죽음-독자의 탄생)(입법자의 죽음-해석자의 탄생). 이론형법학은 말해진 것 속에서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을 찾는 작업이다. 사유 속에서 새로운 사유를 분만하는 것이다. 아직 사유되지 않은 것을 불러내는 것이다. 이론적 사유의 한계를 드러내고, 이론적 사유의 한계바깥을 사유하는 것이다. 형법이론학은 근본적으로 체계와 새로움에 대한 관심이다. 형법이론은 기존의 규칙을 근본적으로 다시 해석하고 새로운 법칙을 수립하도록 요구한다. 기존의 법칙의 전제에 대해, 그 법칙에 따른 추론과 결론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주문하는 어떤 이의제기의 원천이다. 이론형법학의 사유를 향도하는 것은 “우리의 앎은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는가?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새로워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자신의 한계에 도달한다는 것이고, 그 한계를 넘어 새로운 자기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형법텍스트는 끊임없이 해석되어야 한다. 완결될 수 없는 것,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움직이고 생동하는 것을 계속 논의하는 것이 이론형법학의 존재방식이다. 이러한 이론형법학이 사라졌을 때,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최근 3개년 판례외우기」이다. 「죽은 형법이론에 바치는 애도의 노래」가 「판례외우기」이다. 새로운 로스쿨시대에서는 형법을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형법모르기를 선택해야 한다. 

옛날이야기이다. 법학도들에게는 “왜 법학을 전공하려 하는가?” 하는 질문이 항상 있어 왔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항상 있어 왔다. 법과대학 입학식장에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라는 라틴어 문구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과 충격을 준다. 그런데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가 도대체 존재하는가? 단언건대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의는 그것을 사는 것(living)이다. 결국 정의는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경계선에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정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죽으러 로스쿨에 온다. 

나의 형법교수로서의 경력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최상위대학에 근무하고 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최상위대학의 공기조차 낯설다. 내가 일류 형법교수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나는 발전을 멈추지는 않았다. 형법공부를 계속했다. 형법을 배우는 게 좋다. 이 나이에도. 일생 일연구자(一生 一硏究者).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고, 자신의 한계 너머를 사유하고, 자신과 달라지는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만큼 많은 것을 견딜 수 있는가 얼마만큼 무거운 짐을 질 수 있는가. 이러한 형법아리랑을 나는 오늘도 부른다. 그것은 해지는 땅 형법이론의 비가이다. 이론형법학의 상여 그 죽은 시체를 메고 부르는 만가, 그 슬픈 노래이다. 이것이 새로운 로스쿨시대의 표준적 형법교과서이다. 


2018년 1월1일
독일 프라이부르그에서 
이 용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