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3일 화요일

직업병-호기심 해결



얼마전 급체가 와서 함께 하던 지인분께서 이쑤시개로 손가락을 따주신 일이 있었습니다. 검붉은 피가 나와서 조금 괜찮아지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오후 내내 고생하다가 12시간 정신없이 자고 나서야 나았었는데요.

지인들과 이날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손가락 따는 일'이 불법의료시술 이라는 농담이 나와서 쓸데 없는 직업병이 발동했습니다. 지인이 손가락 따주는 상당이 일반적으로 퍼져 있는 간단한 민간요법이 불법적인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법령에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것은 한의사자격이 없는 유명한 고령의 침술가(구당 김남수)가 침 시술을 하는 것이 의료법위반이 되는지에 대해서 다투어진 일이 있습니다.

지난 연말, 구당 김남수의 교육을 받은 뜸 시술에 대해서 허용된다는 2심판결에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서('뜸 시술' 구당 김남수 선생 제자동호회원 무죄 확정, 아시아 투데이 2018. 12. 5.) 수지침 에 이어 뜸 시술도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현재 판례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의료법 제27조 제1항(무면허의료행위의 금지)은 다음과 같이 규정함으로써 무면허의료행위가 의료법상 금지되어 있는 것은 맞습니다.

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1.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서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하는 자
2.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 종합병원 또는 외국 의료원조기관의 의료봉사 또는 연구 및 시범사업을 위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자
3. 의학·치과의학·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교의 학생

하지만 의료법에서 '의료행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해 놓고 있지 않아, 판례는 의료행위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방의료행위 특히 수지침에 대해서 일찌기 대법원(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은 무면허의료행위가 맞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수지침 시술행위가 광범위하고 보편화된 민간요법이고, 그 시술로 인한 위험성이 적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바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나, 수지침은 위와 같이 시술부위나 시술방법 등에 있어서 예로부터 동양의학으로 전래되어 내려오는 체침의 경우와 현저한 차이가 있고, 일반인들의 인식도 이에 대한 관용의 입장에 기울어져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과 함께 시술자의 시술의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개별적으로 보아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위 신문기사에서 뜸 시술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하더라도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단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한방의료행위 중 수지침과 뜸에 대해서는 불법이라거나 위법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손을 따는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 무면허로 남의 손을 따주는 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받는 위법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일단 '손을 따주는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손을 따는 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통해서 시행하는 것'이면서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두가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해도, 손따는 행위보다 더 복잡하고 전문적인 의료행위라고 할 수지침 시술행위와 뜸 시술행위 조차도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손따는 행위를 의료법위반으로 의율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뭐 뜬금없는 호기심해결이었지만, 직업병은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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