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토요일

2024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매년 이맘때면 한해동안 본 영화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곤 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한해가 1달밖에 안남은 시점입니다.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연말이라 유독 빨리 간 한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역대 수상작을 일단 모아봅니다.

2014년 :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2015년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6년 :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2017년 : 토르 라그나로크

2018년 : 레디플레이어원

2019년 : 포드vs페라리

2020년 : 테넷

2021년 :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2022년 : 헤어질 결심

2023년 : 서울의 봄


2024년 관람작 중 후보작과 짧은 평입니다.


외계+인 2부/4.5 인생 뭐 있나 뜰앞의 잣나무지
위키드/4.0 날으는 빗자루의 탄생 Part.1 경쾌한 춤과 음악만으로 볼만하다
룩백/4.0 서정적인 작화와 네컷만화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에이리언 로물루스/4.5 오 리메이크 잘했다
데드풀과 울버린/4.5 오 이렇게 다양하게 보여주다니 기대이상 울버린 가면 쓸때 존멋!!!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4.5 조지 밀러형 리스펙!!
듄 : 파트2/5.0 너무 이르지만 올해의 영화


5위는 "룩백" 입니다.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장편영화 못지않은 서사와 감동을 주었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선사하는 선물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위는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입니다.


살짝살짝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프리퀄로 부족함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3위는 "위키드"입니다.


위키드라는 뮤지컬이 상당히 인기있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영화로 잘 옮겨놓기만 했어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는데, 오히려 예상을 뛰어넘는 매력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파퓰러" 도 주인공 엘파바의 "디파잉 그래비티"라는 넘버도 그 자체로 매력있는데다가 장면장면 공을 들인 티가 나서 영화화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보여주는 티가 났습니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이고 영화시간에 비추어보면 최고의 가성비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위는 "에이리언 로물루스" 입니다.


에이리언 시리즈 전체를 오마주 하는 프리퀄이라고 주장하는 속편입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들이 계속해서 나오지만, 그것을 보면서 "이게 에이리언이지!" 하고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연출이라서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와 서스펜스 액션을 버무른 종합선물세트같은 에이리언 영화! 강추합니다.

1위는 "듄 파트2" 입니다.


1월에 개봉했지만 이후로 이 정도로 스케일을 구현하면서 1편의 아쉬웠던 액션갈증을 해소하는 속편이 나오리라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올해의 영화로 확정지었던 듄 파트2 입니다. 올해 영화관에서만 2번 이상 본 유일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년보다 본 영화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퀄리티 높은 후속작의 많아서 즐거웠던 2024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남은 한달 이 리스트에 들어갈만한 영화가 개봉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2024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발표를 마칩니다.

2023년 11월 29일 수요일

2023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2023년도 이제 한달 남았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하던 연례행사를 올해도 해야겠다 싶어 거의 반년만에 이 계정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관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특히 마블 영화의 몰락과 함께 올해는 기록적으로 영화관을 간 횟수가 적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 와중에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편수가 늘지도 않아 올해의 영화 다섯편 꼽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라면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일단 역대 1위 작품들입니다.

2014년 :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2015년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6년 :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2017년 : 토르 라그나로크

2018년 : 레디플레이어원

2019년 : 포드vs페라리

2020년 : 테넷

2021년 :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2022년 : 헤어질 결심


2023년 관람한 영화 중 후보작과 짧은 평입니다. 


서울의 봄(김성수)/4.5 올해의 한국영화! 뭔가 부족한데 부족하지 않아


더 킬러(데이빗 핀처)/3.5 영상미만으로도 볼만


그란투리스모(닐 블롬캠프)/4.0 갬돌이의 감성이 폭발한다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3.5 나만 플로렌스퓨의 몸매에 실망한건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1(크리스토퍼 맥쿼리)/4.5 달릴 때 제일 섹시한 톰형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조아킴 도스 샌토스)/4.5 엉덩이가 조금 아픈걸 빼면(4dx) 흠잡을 데가 없음


던전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존 프란시스 데일리)/4.0 이런 초호화캐스팅이라니!!


더 퍼스트 슬램덩크(다케히코 이노우에)/4.0 영화관을 아재팬으로 꽉 채우는 기적ㅋㅋㅋㅋ 송태섭 이야기는 비교적 심심하구나 강백호 서사를 단 한번 빠르게 훑어주는게 젤 좋았음


제5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입니다.



만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작화의 자연스러움에 놀랐지만, 강백호가 주인공이 아닌 슬램덩크 이야기가 얼마나 심심할 수 있는지로 그 한계까지 노출하는 단점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청소년기를 슬램덩크와 함께 보낸 아재에게 순위권 평가는 필수일 것 같습니다.


제4위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1" 입니다.



이제는 찍어낸다고 말해도 될 만한 전형적인 스토리이지만, 장르영화를 잘 찍어내는 것 또한 미덕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스파이물의 신고전파!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팬들의 톰형에 대한 기대치는 이제 왠만해서는 말릴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이 정도 퀄리티의 액션과 이야기가 한번 더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제3위는 "던전앤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입니다.


 MMORPG 를 좋아했다면 단숨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이전에 같은 이름으로 만들었던 영화들이 사람들의 게임에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버젓이 영화의 스토리와 짜임새있는 인물구성으로 제대로 된 재미를 주는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실사화 영화에 이 정도 수준의 초호화캐스팅을 갈아넣었다면 그 성의만으로도 충분히 인정해줘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속편이 나와도 충분히 즐기면서 볼만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제2위는 "오펜하이머" 입니다.


역시나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평타를 쳐주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입니다. 전기영화 분야에서도 이 정도 흡입력의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심심한(?) 이야기가 가진 한계 때문에 올해의 영화로까지 꼽기는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제1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영화 "서울의 봄" 입니다.


현실이 바로 스포일러 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화의 흡입력이 엄청났던 영화입니다. 12/12 사태가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참모총장을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을텐데,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가면서도 장면장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 중평일만큼 재미와 완성도 이슈메이킹 어느 하나 빠지지 않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개봉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을 듄2 정도 밖에는 이 영화를 꺾을만한 영화가 2023년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2022년 12월경에는 퍼스트슬램덩크가 개봉해서 올해 후보작에 넣었는데, 2024년에는 2023년 12월 개봉작 중에서 한두편 포함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년 연속 한국영화가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내년에 뵙겠습니다.






2023년 4월 7일 금요일

[책소개] 나는 대한민국의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인규, 나는 대한민국의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조갑제닷컴(2023)

거의 일년동안 특별히 책을 구입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유튜브+넷플릭스에 매몰되어 있다고 느끼던 중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한 책입니다. 이미 십년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한 오랜 기간에 걸친 비판, 비난, 매도가 있었지만, 그 반대편에 있었던 검찰의 입장은 전무하다시피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당시 검찰측의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책 내용 중 절반은 이인규 검사 자신이 맡아서 진행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처리과정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수사 전후 및 그 경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하나만 하더라도 책 한권은 충분할 것 같은데, 그 앞에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주요한 사건들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은, 그 주요한 사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인규 검사는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에 여야 가릴 것 없는 대선자금수사를 진두지휘한 실무자이면서 대선자금 주고받은 기업인, 정치인들을 상당수 감옥에 넣은 장본인이었습니다. 그 많은 정치적 사건들을 처리한 것들을 읽고 있자니... 거의 격동의 현대사의 산증인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인규 전 검사가 하고 싶은 말은 검찰 수사가 아니라 당시 노무현의 등을 떠미는 진보언론이 노무현을 자살로 몰아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사실관계 자체가 묻혀버리면서 노무현이 살아서 재판을 받고 진보진영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노무현의 자살로 진보진영이 기사회생한 경험은 정말 나쁜 선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진보진영은 자신의 모순된 행태를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된 행태가 드러난 정치인이 자살하거나(노회찬, 박원순), 모순된 행태가 드러나도 아예 사실은 함구/부정하고 선전선동하는 것을 우선하게 되었고(조국사태), 급기야 자신들의 범죄행위등을 감추고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국가기관의 힘을 빼고(형사수사권조정) 법제도를 뜯어고치는(검수완박) 형태로 흉물스럽게 변해버렸습니다.

물론 이인규 검사의 수사가 완벽히 불편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 책에서도 많이 드러납니다. 기업의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대선자금 뿐 아니라 당해 기업의 분식회계 등에서 드러난 약점을 물고 늘어져서 자백을 강요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은 엄밀히 말해 별건수사를 통해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 아닌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된 "논두렁시계" 사건이 검찰쪽에서는 공개할 생각이 없었으나 검찰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청와대쪽을 타고 국정원이 일부 조작한 정보로 선정적인 보도가 되어서 그 점에 대해서 이후로도 자료를 수집해서 확인하려는 노력을 하였더군요.

마지막으로 노무현 전대통령 사건에 대한 개요 및 주요 증거에 대해서 부록으로 정리까지 해놓았고, 수사기록은 영구보존시켜 놓았다고 하므로 이인규 검사는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잘못되었다면 검증해 봐라 하고 작심하고 책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은 사자명예훼손죄로 이인규 검사를 고소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한다는 말이 "어디 함부로 고인을 입에 놀리느냐"(이재명) "파렴치한 행태 불순한 의도와 배경 궁금"(전해철) 등의 반응입니다. 사실관계를 다툰다고 하는 순간 아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때문에(논두렁 시계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ㅡㅡ) 별 언급하지 않고 묻으려는 의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대방의 구체적인 주장과 근거에 대해서 반증을 들거나 사실관계를 다투어서 확인하자는 말은 전혀 없고 상대방에 대해서 도덕적(인 것으로 보이는) 비난만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나아진 것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인규 검사의 억울함에 대한 토로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컴팩트하게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한 특수통 검사가 정리한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에 대한 사료로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논두렁 시계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을 보고싶다면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구속적부심 피의자 석방

 


2년여전 정도부터, 일반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 외에, 수사단계에서 영장청구가 되는 구속위험이 발생한 형사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제도가 생겨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일반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이 하는 것이 피고인에 대한 변호라고 한다면, 기소 전의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라고 해서 '피의자국선' 이라고 합니다.

피의자국선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역시 법원에서 지정하는데,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영장실질심사 전에 피의자를 접견하고,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피의자의 도주, 증거인멸우려 없음을 소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구속영장실질심사일 전날 팩스로 국선변호인선임을 통지해 주고, 당일 영장실질심사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전에 피의자와 접견한 후 영장실질심사에 바로 출석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피의자국선사건의 경우 범죄가 상당히 중하거나, 주거가 부정하거나,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많고, 제가 담당한 사건들 중에서도 80% 이상은 영장이 발부되는 것 같습니다. 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된 변호사는 구속된 피의자의 1심 재판 종료시까지 당해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변호활동을 하게 됩니다.

영장이 기각되면 피의자는 바로 석방되고,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역할도 종료되고 국선변호인 선임이 취소됩니다. 이 경우, 영장이 기각되었다고 하여 석방된 피의자에 대한 형사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피의자는 불구속상태에서 수사-기소-재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선임이 취소되기 때문에 이후의 수사-기소-재판 은 석방된 피의자 본인이 알아서 대응해야 합니다.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되는 경우에도, 구속이 적당한 것인지 한번더 살펴봐 달라고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구속적부심사청구(구속적부심)라고 합니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본인이 신청할 수도 있고, 피의자의 변호인을 포함해서 피의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청을 할 수 있는데, 특별히 영장실질심사에서와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구속적부심이 인용되어 피의자가 석방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구속적부심사에서 피의자의 출석을 보증하는 보증금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기소전보석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난주 초에 피의자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어 2명의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변호인으로 출석했는데, 그 중 한명의 사건이 특이했습니다. 피해자가 남편이고, 사건 전후로 이미 우울증,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는 정황이 있는 피의자의 사건이었는데, 피해자인 남편이 처벌을 원하는 사건이 아닌데 경찰이 사건이 중대하다고 판단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가족(=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이기도 합니다)는 피의자의 범행이 정신병증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을 원치 않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의 탄원서를 받아서 법원에 제출하면서 바로 제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원래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영장발부당시와 특별히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면 구속적부심사청구의 실익이 없다고 설명을 해주는 편인데, 피해자인 남편분이 병원치료를 받으시는 와중에도 구속적부심기일에 출석하셔서 의견을 밝히고 싶다고 하셔서, 주말에 잡힌 구속적부심사기일에 피해자분과 함께 나갔습니다.

피해자인 남편분이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피의자를 잘 보살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본인이 죄송하다고 하시고, 법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가 서로 미안하다며 울어버리시더군요. 두분을 떼어놓고 구속적부심이 끝나고, 그날 밤 보증금과 함께 석방취지의 인용결정이 났습니다.

신문에서도 대부분 구속적부심 기각 뉴스가 뜨는게 대부분이고, 인용 결정은 상당히 드문데,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의 구속결정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장발부와 다른 사정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구속적부심의 인용가능성이 생긴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직접 출석해서 다행히 그런 사정을 소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피의자가 석방되었기 때문에 일응 제 피의자국선 선임결정은 취소되고 더이상 저는 국선변호인이 아니어서 기록에 남겨봅니다. 변호사 생활 20여년 만에 처음 받아본 구속적부심 인용결정 후기였습니다.

2022년 11월 30일 수요일

2022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2022년에는 고변의 신변잡법 블로그가 거의 개점휴업상태였습니다.

그래도 해마다 한번씩 하는 연례행사를 빼먹고 싶지는 않네요.

올해에도 상당한 수의 영화를 보기는 했기 때문에 5편의 영화로 무엇을 뽑으면 될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일단 역대 1위 작품들을 모아봅니다.

2014년 :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2015년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6년 :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2017년 : 토르 라그나로크

2018년 : 레디플레이어원

2019년 : 포드vs페라리

2020년 : 테넷

2021년 :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2022년 관람한 개봉영화(넷플릭스 포함) 중 후보작과 짧은 평입니다.

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댄콴)/4.0 : 정신없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구먼. 새끼손가락 유니버스 웃겼음 ㅎㅎㅎㅎ

아웃핏(그레이엄 무어)/4.0 : Classic

애드 아스트라(제임스 그레이)/4.0 : 근미래의 사실적 설정이 인상적

헤어질 결심(박찬욱)/4.5 : 애플워치 녹음기능의 새로운 발견

헌트(이정재)/4.0 : 흠 멋지긴 한데... 너무 북한쥐락펴락이잖음(대사는 좀더 잘들리면 좋겠다)

그레이맨(루소 형제)/4.5 : 아따 액션 시원하다

외계+인 1부(최동훈)/4.0 : 왔다갔다 정신없긴 한데 재밌는데? 대사만 깔끔히 들리면 더 좋겠다

탑건: 매버릭(조셉 코신스키)/4.5 : 우앵 다 살아돌아와서 둘이 포옹할 때 울었잖어 ㅠㅠ

범죄도시2(이상용)/4.0 : 딱 기대한 그만큼!

애덤 프로젝트(숀 레비)/4.0 : 타임 패러독스가 뭐죠? 먹는 건가요?

더 배트맨(맷 리브스)/4.5 : 투박하게 밀어붙인다

극장판 주술회전 제로/5.0 : 저주라니 "순애"다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존 왓츠)/3.5 : 삼파이더맨 본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5위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그레이맨" 입니다.


주연배우들 모두 물오른 액션연기를 보여주고, 007 마지막 시리즈의 본드걸 아나 디 아르마스를 다시 보는 맛이 있습니다. 올해 개봉한 액션영화들 중 총기액션-맨몸격투-자동차체이싱 모두 합격점 이상이 나오는 유일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딱 한가지 단점이라면 모두 어디선가 본듯한 전개라는 점인데, 이 정도 배우-액션에 독창성까지 더해진다면 아카데미상도 모자라겠죠.

4위는 이정재 배우의 감독입봉작 "헌트" 입니다.


한국영화라 한껏 기대치를 낮춘데다가 이정재 배우가 감독이라니 추가로 더 낮아진 기대치를 매우 상회하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정우성도 수상하고 이정재도 수상하고... 픽션이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렇게 북한에 좌지우지 되는 나라였나? 하는 정도를 빼고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3위는 역시 넷플릭스에서 아무 기대 없이 보았던 "아웃핏" 입니다.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 영화라고 하는데, 초반의 살짝 지루함을 지나면 양복점이라는 한 장소에서 이런 서스펜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하게 되는 수작입니다. 

2위는 톰 크루즈의 멱살캐리 "탑건 : 매버릭" 입니다.

살아돌아오는 과정에 억지가 살짝 끼어들어갔지만, 매버릭이 살아돌아와 주는 감동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희생해 줍시다.

1위는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최초로 한국영화 "헤어질 결심"이 차지했습니다.


원래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젠 저도 나이가 들었나 보네요. 진정한 사랑과 결혼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이렇게 뼈아프게 강조할 필요가 있나... 먼산을 바라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인생의 쓴맛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의 수월성이 완숙한 경지에 이른 박찬욱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역시 2022년 12월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에 대작이 개봉될 것 같지만, 작년과 같이 11월 정도까지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2022년 연말 개봉작이 수작이라면 2023년 어워즈에서 다뤄보겠습니다.


2022년 8월 12일 금요일

2022 여름휴가-3 : 전주에 왔으니 한옥마을은 가봐야지

 


휴가 세째날은 원래 변산반도 해수욕장이나 채석강에 가볼까 생각했었는데, 전주 한옥마을에 숙소를 잡아놓고 한옥마을 관광은 하지 않아도 되느냐? 는 의견이 있어서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이틀동안 상당히 이동을 했었기 때문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 인근에서 전주비빔밥으로 아점을 해결하고, 한옥마을 관광을 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가족회관 에서 비빔밥을 먹으려 했는데, 아직 개시를 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어서 인근의 성미당으로 다시 변경했습니다. 일요일 점심 전이라서 그런지 특별히 사람이 많지 않았고, 육회비빔밥과 전통비빔밥, 삼계탕을 시켜서 먹어보았습니다. 초복이라서 그랬는지 삼계탕 먹는 것도 괜찮은 선택 같았거든요. 식사후 한옥마을 공용주차장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한옥마을 관광을 하려 했는데... 아뿔사 한옥마을을 너무 얕봤습니다. 이미 공영주차장은 만차... 그래서 약 3km 떨어진 대성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로 다시 한옥마을로 되돌아왔습니다.



한옥마을 가운데 4층 정도 우뚝 솟은 전망 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눈에 띄어서 일단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정오에 34도를 넘는 기온이어서 걸어다니면서 관광을 하는 것 자체가 극기훈련이라 의기투합했다고나 할까요. 역시 에어컨 빵빵하고 한옥마을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어서 좋았습니다. 커피마시면서 역시 와이프와 첫째는 가전기구 토론 삼매경에 빠져 있었고, 그동안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치즈케익을 먹으면서 1시간을 버텼습니다. 


하지만 날이 덥다고 마냥 카페에 있다가 그냥 가는 것도 뭐해서 한옥마을 반대편 끝에 있는 전동성당은 찍고 가기로 했습니다. 전동성당 갔다오는 길에 경기전도 있고, 한옥마을의 큰 골목 2개 정도는 완주하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한옥마을 내부 길들은 걸어다니기 좋게 포장되어 있었고, 전동자전차(?) 같은 것을 빌려서 타고다닐 수 있도록 해 두었습니다. 차없는 거리라서 숙박/영업을 위한 차량을 제외하고는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걸어다니기 편한 평지입니다. 전동성당은 지난 겨울 수리를 했다는데 수리가 끝나서 멋진 모습이더군요. 실제로 미사도 열리고 안쪽에 들어가서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습니다. 옆에 고풍스러운 성당부속건물도 구경하고 관광은 클리어...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대성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근데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정류장 의자 위에 버튼을 누르면 5분간 에어송풍기에서 바람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와... 정류장에 선풍기가 달려있는 셈!!! 셔틀버스가 올때까지 10분 정도의 시간동안 정류장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앉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와.. 한옥마을 인프라 짱짱맨을 외치며 3km 떨어져 있는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의 원격시동을 켰습니다. 여행하는 내내 차에 탑승하기 5분 정도 전에 미리 원격시동을 걸어서 에어컨을 가동시켜두어서 차를 타면 시원한 느낌이 들게 한 것이 여행을 꽤나 쾌적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일년에 10번이나 쓸까 말까한 기능이긴 하지만 혹서기나 혹한기 여행에 적절히 사용하면 만족감 200%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전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큰넘을 기숙사에 떨궈주기 위해서 대전으로 출발하기 전에 미리 보아두었던 전주에서 가장 싼 주유소(리터당 1735원)에서 기름을 가득채웠습니다. 전주에서 장성, 영암, 해남, 장흥, 화순을 거쳤지만 주유소는 전주가 가장 저렴하더군요.

대전에 도착한 시간은 4시경이었는데,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영화는 한산: 용의 출현 과 외계+인 1부 중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둘다 보았기 때문에 열심히 가족들을 설득해서 외계+1인 1부를 보았습니다. 대전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였는데, 대전롯데백화점 1층에 성심당이 엄청 크게 들어와 있더군요. 그러나 저녁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튀김소보루는 패스(아 아깝당...)

외계+인 1부를 본 첫째는 시간여행을 저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하냐면서 슈타인즈게이트 를 보지 않은 눈을 사고 싶다는 얘기를 했지만... 한산: 용의 출현을 보았다면 더 심한 혹평을 하였을 것이라고 응수해 주었습니다.

휴가 마지막 저녁은 김형제 고기의 철학 대전엑스포점 에서 삼겹살을 구웠습니다. 이 고기집의 좋은 점은 고기를 옆에서 직원분이 구워주신다는 것입니다. 김치찌개 나 잔치국수 같은 사이드메뉴를 시켜서 함께 먹으면서 휴가 마지막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9시가 넘어서 큰넘을 기숙사에 내려주고 서울로 출발!!
서울까지 2시간 정도 중부고속도로는 막히는 구간 없이 잘 뚤리더군요. 그래서 12시 전에 귀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계획은 상당히 숭숭 비어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은근 많은 일정을 소화해낸 여름휴가 3일차 후기였습니다.

2022년 8월 11일 목요일

2022 여름휴가-2 : 암 여행은 역시 케이블카지



여름휴가 둘째날은 역시나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부모님께서 시골집에 계시다가 토요일 오전에 서울로 귀경하신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서 시골집에 들러 부모님을 읍내에 모셔다드리고 여행일정을 소화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날 오전에는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영암의 독천식당에 아점(?) 먹으러 가는 것 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살짝 가족들의 기상시간을 두시간 정도 당겨서 장성의 시골집에 들렀습니다. 


부모님을 버스시간에 맞춰서 읍내에 모셔다 드리고나서 11시 반 정도에 영암으로 출발했습니다. 영암은 낚지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독천식당이 유명한데, 아예 독천식당이 있는 골목을 낙지거리로 조성해 버렸더군요. 




문제는 여름철에 낙지가 너무 작아서 낙지볶음 (중)을 시켜도 (소)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가격은 중자 가격). 수량도 부족하다네요. 어쨌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어 낙지볶음(중) 연포탕, 갈낙탕 하나씩 시켜서 먹었습니다. 낙지볶음은 양이 적었지만 뭐 양념에 밥비며먹으면 되는 것이고, 낙지의 씨알이 말도 안되게 작았지만 뭐 감수하기로 한 것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제철에 가까운 봄가을에는 좀더 낫다고 하니, 영암에 낙지 먹으러 온다면 다음부턴 봄가을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힘을 내서 오후 관광예정인 해남 두륜산케이블카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영암과 해남은 인접해 있어 1시간 정도만에 넉넉히 도착했습니다. 한낮기온이 34도 정도의 폭염에 케이블카 내부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아 더웠지만, 케이블카 터미널과 전망대에는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서 견딜만 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 정상에 도착해서 10여분 정도 목조 산책로를 오르면 해남 읍내로도, 저 멀리 바다쪽으로도 탁 트여있는 전망대에서 전망을 구경하게 됩니다(왕복 대인 11,000원). 전망대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20여분 정도, 날이 더워 인근의 사찰을 산책할 수 있었지만, 해남읍내에 가볼만한 커피집을 검색해서 1시간 정도 쉬었습니다. 첫째와 와이프는 로봇청소기가 어디 것이 좋은지, 샤오미의 로봇청소기 브랜드 중에서 뭐가 어떤지 삼매경에 빠져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더군요.


둘째날 저녁은 장흥의 취락식당입니다. 이미 2018년경에도 가족여행길에 와본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장흥읍내 전체가 고요하고 한적한 느낌이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물놀이축제를 한다면서 천변에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고, 젊은이들이 이곳저곳에서 물놀이차림으로 걸어다니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장 놀랐던 것은 장흥에서 볼 수 없었던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었던 것이었는데 거의 20층 높이 이상의 건물을 보고서 놀랐네요.




취락식당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주시는 고기의 양이 상당히 줄었더군요. 5년 전에는 4인분에 고기 한접시, 키조개 한접시 이렇게 주셨는데, 이번에는 같은 크기의 쟁반에 고기, 키조개, 버섯이 모아져 담겨져 있습니다. 양이 거의 1/3 수준으로 줄었달지...  아쉽긴 했지만 추가로 더시키지는 않고 마무리로 된장국에 공기밥 한공기로 배를 채우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전주숙소로 돌아가는길... 장흥에서 나가는 도로가 엄청 넓은 고속국도로 바뀌었더군요. 20여년전 한창 장흥-서울 주말부부할 때 차를 몰고 다녔던 길이 이젠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는 길에 커피보급해야 한다고 스타벅스 화순DT점에 들러서 커피 한사발 하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광주부근에서 전주까지 가는 길도 호남고속도로가 아닌 다른 신규 고속도로가 생겼는데, 정말 생긴지 얼마 안되었는지 고속도로에 가로등도 없어서 상향등을 켜고 한참을 달린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새로난 고속도로 달리기가 은근 재미있었던 여름휴가 둘째날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