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의 2015 '올해의 책 10' 키워드 ... 광속의 삶 속, 성숙과 성찰(조선일보, 2015. 12. 5.) 기사에서 전문가들이 올해의 책으로 가장 지지한 책입니다. 주제도 그렇고 표지도 편집도 딱 재미없게 생겼기 때문에 손에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기까지가 오래 걸리는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정도로 내용 자체는 굉장히 흡입력이 있습니다. 저자 이름이 묘하게 익숙해서 찾아봤더니 1년 전에 제가 읽은 책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의 저자였습니다([책 소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아무래도 올해 들어 건강하시던 아버지께서 북유럽여행을 가셨다가 무리하시자 몸에 이상이 생겨서 일찍 귀국하신후 예전같이 거동을 하시는데만도 4-5개월이 걸리는 걸 옆에서 지켜봤고, 작년에는 장인어른께서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시는 걸 지켜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가슴에 울리는 게 많았습니다.
저자 본인이 의사면서도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는데 의사가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를 하는 경우를 담담하게 이야기해주고, 노년의 삶이 불과 100년 정도 사이에 엄청나게 변화했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주거/요양원/서비스 형태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도 꼼꼼히 짚어줍니다. 비단 미국 뿐 아니라 현재 우리 부모님 세대 결국엔 우리 세대가 직면하게 될, 그러나 누구도 내놓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문제-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해결해 놓는게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아직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나 건강상의 문제, 친한 또래의 죽음 등만 보더라도 이 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의 끝에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게 단지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해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355-35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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