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9일 목요일

세금체납시 출국금지



신문기사를 보다가 "국세를 5,000만원 이상 체납하면 출국금지대상이 된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기사(작년 억대 연봉 60만명, 근로자 100명 중 3명 꼴" 중앙일보, 2016. 12. 29.자 기사/링크는 JTBC 기사인데, 계열사로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를 발견했습니다.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세징수법
 ① 국세청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5천만원 이상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국세를 체납한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출입국관리법」 제4조제3항에 따라 출국금지를 요청하여야 한다.  <개정 2013.1.1.>
② 법무부장관이 제1항에 따라 출국금지를 한 경우에는 국세청장에게 그 결과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 등을 통하여 통보하여야 한다.
③ 국세청장은 체납액 징수, 체납자 재산의 압류, 담보 제공 등으로 출국금지 사유가 해소된 경우에는 즉시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금지의 해제를 요청하여야 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출국금지 요청 등의 절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세징수법 시행령
 ① 법 제7조의4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이란 5천만원을 말한다.
② 법 제7조의4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관할 세무서장이 압류·공매, 담보 제공, 보증인의 납세보증서 등으로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고, 체납처분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말한다.
1.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국외로 이주(국외에 3년 이상 장기체류 중인 경우를 포함한다)한 사람
2. 출국금지 요청일 현재 최근 2년간 미화 5만달러 상당액 이상을 국외로 송금한 사람
3. 미화 5만달러 상당액 이상의 국외자산이 발견된 사람
4. 「국세기본법」 제85조의5제1항제1호에 따라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5. 출국금지 요청일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체납액이 5천만원 이상인 상태에서 사업 목적, 질병 치료, 직계존비속의 사망 등 정당한 사유 없이 국외 출입 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국외 체류 일수가 6개월 이상인 사람
6. 법 제30조에 따라 사해행위(詐害行爲) 취소소송 중이거나 「국세기본법」 제35조제4항에 따라 제3자와 짜고 한 거짓계약에 대한 취소소송 중인 사람
③ 국세청장은 법 제7조의4제1항에 따라 법무부장관에게 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체납자가 제2항 각 호 중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와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고 체납처분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전문개정 2011.9.16.]

5천만원의 국세체납과 가족이 해외에 살고 있거나, 해외에 자산이나 송금전력 등이 있는 경우에 국세청장이 출국금지를 법무부장관에 요청하면 출국금지가 될 수 있네요. 국세기본법에 따른 고액상습체납자(대표적으로 체납국세 3억원 이상)는 바로 출국금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6. 12. 27. 제정, 2017. 3. 28. 시행되는 지방세징수법에도 국세징수법과 거의 동일한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지방세징수법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5천만원 이상의 지방세를 체납한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출입국관리법」 제4조제3항에 따라 출국금지를 요청하여야 한다.
② 법무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출국금지 요청에 따라 출국금지를 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그 결과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 등을 통하여 통보하여야 한다.
③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즉시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금지의 해제를 요청하여야 한다.
1. 체납자가 체납액을 전부 납부한 경우
2. 체납자 재산의 압류, 담보 제공 등으로 출국금지 사유가 해소된 경우
3. 지방자치단체의 징수금의 징수를 목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권리(이하 "지방세징수권"이라 한다)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4.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출국금지 요청 등의 절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기사 중 눈길을 끄는 내용 중 하나는 소득이 너무 적거나 이것저것 공제받는 것이 많아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은 전체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46.8%, 810만명) 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으로 국세를 5,000만원 이상 체납하여 출국금지까지 당하는 것은 여간한 재력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2016년 내맘대로 MBA

2016년 내맘대로 MBA(Movie Best Awards)입니다.
(2014년 내맘대로 Movie Best Awards, 2015년 내맘대로 Movie Best Awards 참조).

올해는 작년 재작년에 비해서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특히 극장에서 보는 경우 방화(한국영화)는 선택하지 않는 편이라서, "뭣이 중헌디"가 TV에서 쉴새 없이 흘러나왔음에도 "곡성"과 같은 흥행 한국영화를 보지 않았고, 정우성이 안남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아수라"도 관람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 트친 중 한분이 자주 쓰시는 문구를 차용하자면, 이 리스트는 "투명하게 편파적"입니다.

작년/재작년에는 후보작 열편과 짧은 평, 그리고 Best 1, 2, 3위를 밝혔었는데, 올해는 후보작이 다섯편입니다. 만화원작 미국영화/흥행작 위주의 고루한 후보들이네요. 영화 좀 좋아한다는 분들이 올해의 영화로 꼽고 있는 "라라랜드"는 관람하지 않아 후보에 넣을 수 없었습니다.

후보작과 짧은 평/메타크리틱 평점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 : 굳이 몸싸움하는 마법사가 생소하지만.. "도르마무 거래하러 왔다" ㅋㅋㅋㅋ/메타크리틱 72점
스타트렉 비욘드(Star Trek Beyond) : 위대한 함장이 되기 위해서 함선 몇개쯤은 해먹어야 한다../메타크리틱 68점
부산행 : 굳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가 되는 한도 내에서 눈물을 쪽 뽑아주는, 한국형 좀비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Captain America Civil War) : 히어로물의 흥행공식이 궁금하다면 꼭 봐야 함/메타크리틱 75점
쥬토피아(Zootopia) : 기발한 설정+전형적인 성장드라마+귀요미 주인공+씬스틸러 나무늘보/메타크리틱 78점

3위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입니다.


기대없이 본 영화가 "어라" 하는 느낌? 워낙에 "워킹데드" 등의 좀비물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한국영화에서도 좀비물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딘가 허점이 많은 전개나 심각한 배우의존과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볼만한 영화가 된 것 같네요. 일본판 좀비물은 어떤가 궁금하신 분은 2015년작이지만 우리나라는 2016년에 개봉한 일본영화 "I AM A HERO"도 추천합니다.

2위는 스콧 데릭슨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입니다.


시간과 공간(차원?!)을 조정하는 능력을 영화적으로 보여주면서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를 각인시킨 영화입니다. 토르:다크월드와 어벤져스 인피니티워로 넘어가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성공적인 전개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와이파이 비번과 망토깃으로 보여주는 유머 같은 소소한 재미는 덤입니다.

1위는 루쏘 형제 감독의 "캡틴아메리카:시빌워" 입니다.


친구끼리 어깃장이 나니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싸우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메인빌런의 능력은 단 하나 "이간질"이라는 게 아쉬울 뿐, 히어로물 액션으로 더 이상을 보여주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의 폭망에 비추어보면, 히어로물을 성공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인데,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히어로들의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영화를 100% 즐기기 위해서는 MCU 계열의 영화들을 적어도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감상하기를 권합니다.

2016년 12월 27일 화요일

공정증서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의 관할


보통 소제기시 관할법원은 피고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인 것이 원칙입니다. 예외적인 경우 중 하나가 청구이의의 소의 경우 관할인데 민사집행법 제59조 제4항에서 공정증서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의 경우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법원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집행을 당하는 채무자가 원고이고, 집행을 하는 채권자가 피고가 되는데, 피고의 주소지 법원이 아니라 원고의 주소지 법원이 관할법원이 되게 됩니다.

 ①공증인이 작성한 증서의 집행문은 그 증서를 보존하는 공증인이 내어 준다.
②집행문을 내어 달라는 신청에 관한 공증인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그 공증인의 사무소가 있는 곳을 관할하는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결정으로 재판한다.
③청구에 관한 이의의 주장에 대하여는 제44조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④집행문부여의 소,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 또는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는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 다만, 그러한 법원이 없는 때에는 민사소송법 제11조의 규정에 따라 채무자에 대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법원이 관할한다.

2016년 12월 5일 월요일

[책 소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위드덤하우스(2016)

오랜만에 소설 한권을 읽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탄탄한 구성도 아니었고, 등장인물들도 (그 상황들에서)전형적이었으며, 뒷통수를 치는 반전도 없었기 때문에 별점을 준다면 별 다섯개에 두개에서 두개 반정도 라고 할까요. 생각해 보면 장강명 작가가 쓴 소설은 소설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충격적이었지([책 소개] 댓글부대 참조), 작가의 필력이나 등장인물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부분, 구성의 반전 등에서 나오는 소설적 재미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북한의 지도층이 붕괴될 경우, 미국과 중국의 적절한 힘의 균형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남한이 지면서 UN군과 남한군이 함께 진주하게 되는 북한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가장 이상적 상황인데, 그 이상적인 상황에서조차 북한의 주민들은 2류주민으로 격하되고, 마약밀매가 국가적 사업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작가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계 외국인인 롱 대위가 말하는 이 부분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지 않을까요.

"남한의 통일론자들이 통일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신문에서 몇 번 봤어요.  저로서는 납득할 수 없더군요. 특히 남한과 북한이 합쳐지면 내수시장이 커지고 북한의 싼 임금 덕분에 남한 기업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 그건 남한 자본이 북한 사람들을 노동자로, 소비자로도 이용해 먹겠다는 얘기죠. 북한 주민들이 말레이시아 사람들보다 인내심이 더 많을까요?
 그리고 북한에 이런저런 인프라 투자를 하면 몇 십년 뒤에 막대한 경제효과를 낼거라는 이야기도 눈 가리고 아웅으로 들려요. 다른 분야, 예를 들어 기초과학에 그만한 대규모 투자를 해도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거에요. 어느  편이 수익이 더 높을지는 모르는거죠. 게다가 누가 거둬 갈지도 모르는 몇 십년 뒤의 이익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는 거에요. 그런 사업에 투자를 하라고 하면 저는 사양하겠어요."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위즈덤하우스(2016), 333-334면.

이번 소설은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은 현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댓글부대"같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각각 너무도 유려하게 풀어져 나오니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자각이 너무 심해진 것이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네요.  소설적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죽여마땅한 사람들([책 소개] 죽여마땅한 사람들)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만, 어쨌든 근미래를 그리고 있는 소설일 뿐 아니라, 술술 막힘없이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도 아울러 밝혀둡니다.

2016년 12월 1일 목요일

자음줄임말!?!


2017 소비트렌드 관련 강연을 들었는데, 요즈음 20대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그들이 쓰는 카톡 자음줄임말을 보고 다시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ㅇㄱㄹㅇ ㅇㅈ?
ㅂㅂㅂㄱ, ㅃㅂㅋㅌ

이런걸 문자나 카톡으로 주고받으면서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입니다. 거의 암호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말이라고 합니다.

이거레알 인정?(이거 진짜야 인정하니?)
반박불가, 빼박캔트(반박할 수가 없다, 빼도박도 못하겠다)

찾아보니 이외에도 이런 자음줄임말이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ㅇㄷ - 어디야?
ㅎㄹ - 헐
ㅈㄱㄴ - 제목이 곧 내용
ㄱㅆ(ㅇ) - 글쓴이
ㄷㄱㅈ - 댓글 좀 달아주세요

20대 또는 청소년과 문자나 카톡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문화컬쳐(ㅋㅋㅋ)였네요.
매년 따라잡아야 할 신조어들이 갈수록 벅차가기만 합니다.

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미결수용자 사복 착용에 관한 규칙


기사([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그들이 수의를 입지 않는 이유, 경향신문 2016. 11. 28.자)를 읽다가 '미결수용자 사복 착용에 관한 규칙'(법무부 훈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미결수용자가 재판출석이나 검찰조사, 국정조사 등으로 구치소 밖으로 외출하는 경우 수의와 개인 옷 가운데 선택해서 입을 수 있다고 합니다(위 규칙 제2조). 사복은 종류별로 1점(셔츠는 2점)만 반입할 수 있으며, 계절의 변화로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될 때에는 가족 등이 허가를 받아 교환할 수 있습니다(위 규칙 제3조/제4조, 여담입니다만, 제3조에는 오타도 보이고, 제3조와 제4조는 같은 내용의 조문인데 제목이 달리 붙어있어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피의자/피고인을 "미결수용자",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기결수용자"라고 합니다.

2016년 11월 25일 금요일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경우 소의 이익



가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 확정판결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나서도 집행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아무런 조치 없이 10년이 지나버리면 확정판결이 난 채권도 소멸시효에 따라 소멸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시멸시효의 중단을 위해서 다시 법원으로부터 판결을 받으면, 다시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10년의 소멸시효가 새로이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확정판결을 받고 8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동일한 판결을 구하는 경우 법원은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될까요.

대법원은 판결로 확정된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경우의 소의 이익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도과가 임박하여서 강제집행의 실시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다면, 그 이전에 강제집행의 실시가 가능하였던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시효중단을 위하여는 동일내용의 재판상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므로 확정판결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동일내용의 소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 내지 중복제소금지 규정에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다카1761 판결)

즉,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경우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의 도과가 임박하여 강제집행 실시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을 경우"라는 전제하에 재소금지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이의 반대해석상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의 도과가 임박하지 않은 시기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재소금지에 반하는 것이므로 소가 "각하"될 것입니다. 소멸시효기간의 도과가 임박한 시기는 실무상 소멸시효기간 도과로부터 2-3개월 전 정도까지로 보이고, 그 이전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판결을 구하는 소송은 각하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2016년 11월 24일 목요일

후디는 학교티로


학교 다닐 당시에는 학교 마크나 로고가 새겨진 티를 입고 다니는게 겸언쩍어서 그랬는지 학교 후드티를 사입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관악구에 일이 있어 다녀오는 길에 학교에 들러 후드티를 사봤습니다. 사무실에서 입던 가디건이 오래되기도, 작아지기도, 지퍼가 고장나기도 했기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옷을 벗고 와이셔츠만 입고 있기에는 춥고, 겉옷을 입고 있기에는 불편한 날씨에 딱인 것 같네요.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이기도 하였습니다. 학생회관 2층 기념품점에서 학생증검사 같은 것 없이 판매하니 생각 있으시면 부담없이 구매해도 좋은 아이템일 것 같습니다.

2016년 11월 23일 수요일

이동통신사의 문서제출명령 거부에 대한 과태료 결정







현직 판사님께서 본인이 담당하신 사건에서 피고 특정을 위해 문서소지인인 SK텔레콤에 문서제출명령(조회대상자의 이름과 이동전화번호 명의가 불일치한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휴대전화번호가 개통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재차 심문하였으나 이에 회신하지 않은 사안)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사안에 대해서 결정문과 함께 페북에 공유를 하신 것을 읽었습니다(관련 페이스북 피드/ 관련기사). 특히 "검사를 비롯한 수사기관에는 회신하는 통신자료를, 법원에도 회신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해석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라는 부분에서 판사님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네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면서 전화번호 밖에는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에 소송을 위해서 피고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조차 통신사의 비협조에 의하여 불가능하여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결론의 결정입니다. 법원이 점잖게 문서제출명령만 보내고 회신하지 않는 경우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으니 우습게 보는 경우가 있는 모양인데, 이런게 쌓이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통신사로서는 실무를 개선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16년 11월 15일 화요일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종료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가 생겼을 때 10,000원 정도를 충전해 놓은 기억이 있었는데, 어느덧 이 서비스가 돈이 안되는지 서비스 종료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가 관리하는 가상계좌에 실제 현금을 충전해 놓았다가, 온오프라인매장에 지급방법으로 사용하거나, 뱅크월렛카카오를 사용하는 친구 등에게 손쉽게 송금하는 용도의 서비스였는데, 온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결제는 신용카드/체크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고, 친구에게의 소액 계좌이체는 사실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또 뱅크월렛카카오라는 앱을 깔고, 인증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보였습니다. 물론 사용자가 많이 늘어나서 "나만 안쓰나"하는 정도로 성장했다면 모르겠지만, 특별히 이 서비스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편익이 크지 않다 보니 성장하지도 못했던 것 같네요. 어쨌든 충전해 두었던 돈은 반환받아야 겠습니다. 프리챌이 문 닫은 이후로, "하나의 (인터넷)서비스에 올인하지는 말라"는 표어는 상당히 타당한 걸로 판명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다쓰고 뱅크웰렛카카오 앱에 접속하여 계좌로 충전해 놓았던 돈을 다시 보냈는데 10,000원 충전해 놓았다고 생각했던 돈이 50,000원이었네요. 주의할 것은 자신이 쓰는 신용카드를 등록하여 구매에 사용하는 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 사용기 참조)와 뱅크월렛카카오는 다른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다음은 제가 받은 문자내용입니다.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종료안내 | [Web발신]
제 목 :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종료안내

안녕하십니까?

지금까지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해주셨던 고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는 은행권과 ㈜카카오가 제휴하여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올해 말로 제휴가 종료됨에 따라 부득이 서비스를 2016년 12월 30일자로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서비스를 지속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하여 깊이 사과드리며, 양해 부탁드립니다.

서비스 종료 관련 사항을 아래와 같이 안내하오니 참고해주시고, 기타 궁금하신 사항은 금융결제원 고객센터(1577-5500)나 뱅크월렛카카오앱의 고객센터 메뉴를 통해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고객센터 운영시간 : 평일 09:00~17:00

다시 한 번 그 동안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사랑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종료 안내]

1.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종료일 : 2016.12.30.(금) 0시
   * 단, 뱅크월렛카카오앱을 통한 뱅크머니 보내기 서비스는 12.23.(금) 0시부터 중단 예정

2. 뱅크머니 환불방법

 □ (서비스 종료전) 뱅크월렛 카카오 앱 이용

 □ (서비스 종료후) 간편형 : 뱅크월렛 앱 또는 PC웹사이트(www.bankwallet.co.kr/kakao)에서 서비스 해지시 자동환불
                         NFC형 : 서비스 종료 후 제공되는 대체앱(뱅크월렛 for NFC) 이용

3. 서비스 해지 방법        
                    
 □ (간편형 뱅크머니) 뱅크월렛카카오 앱 또는 PC 웹사이트*에서 해지가능

 □ (모바일현금카드 및 NFC형 뱅크머니) PC 웹사이트(www.bankwallet.co.kr/kakao)를 통해 해지신청 후 뱅크월렛카카오 앱의 해지메뉴를 통해 해지 가능

4. 서비스 계속 이용을 원하는 경우

 □ (간편형 뱅크머니) 뱅크월렛 앱을 통해 본인확인 후 기존 뱅크머니를 그대로 이용 가능
    * 뱅크월렛 앱 이용방법 : m.bankwallet.co.kr 참고

 □ (모바일현금카드) 기존 발급자에 한하여 뱅크월렛 for NFC 앱을 통해 CD/ATM 거래 서비스를 이용가능 (신규발급, 재발급 불가)

 ※ NFC형 뱅크머니는 모든 서비스가 종료되며, 서비스 종료 후에는 뱅크월렛 for NFC 앱을 통한 환불 및 해지만 가능  

5. ㈜카카오 제공 부가서비스 

 □ 2016. 12. 7.(수)부터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뱅크월렛카카오로 결제 불가
 □ 카카오 포인트, 카카오 선물하기 쿠폰 및 플러스친구 쿠폰 조회 등 카카오 제공 부가서비스는 카카오톡 앱을 통해 계속 이용 가능


 ※ 카카오 서비스 관련 기타 문의사항은 ㈜카카오 고객센터로 문의

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



서울-원주 54분 시대...제2영동고속도로 11일 개통, 연합뉴스 2016. 11. 3.자 기사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 고속도로)의 개통소식입니다. 토요일(12일)에 여주 근처의 골프장에 갈 일이 있어 새벽시간에 제2영동고속도로를 개통한지 만 하루밖에 안된 시점에서 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원래 제2중부고속도로를 타면 호법분기점까지 분기점이나 IC가 없는데, 네비게이션이 제2중부를 타다가 중간에 분기점이 있다며 안내하길래 "아 제2영동이 뚤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2영동고속도로는 왕복4차선의 제한속도 110km의 고속도로이며 도로번호는 52번입니다. 제1중부/제2중부고속도로 양쪽 모두에 제2영동 고속도로로 통하는 분기점이 있습니다. 원래 여주 부근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호법분기점까지 내려갔다가 영동고속도로(제1영동)를 타게 되는데, 여주 북쪽에 있는 골프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모양새가 됩니다. 북쪽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도로 접근하는 것이다 보니 고속도로로 돌아가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2영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여주 북부의 골프장들로의 접근시간이 아침시간에 10분 정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진 골프장으로는 이포CC, 양평TPC, 블루헤런CC, 신라CC, 스카이밸리, 오크밸리, 벨라스톤, 동원썬밸리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진보주의의 모순


좌파나 진보주의자연 하는 사람들의 언동을 볼 때 "왜 저렇게 교조주의적이지?"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로부터는 자신과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 특히 우파나 보수주의자들은 뭔가 모르기 때문에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이고, 자신이 먼저 알고 있는 "진실/정보/이념"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좌파나 진보주의자가 주장하는 사상의 근본만 생각해 보아도 그들의 교조주의적인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가 당연히 진보주의적 가치를 선점하고 있던 "힐러리"가 아니라 또라이에 성추행범 혐의까지 안좋은 이미지는 죄다 가지고 있던 부동산재벌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이유 중 하나가 저는 이러한 좌파의 교조주의적 태도에서도 기인하지 않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다음 칼럼을 읽었습니다(진보주의자들의 흔한 착각: "나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뉴욕타임즈에 2016. 5.경에 게재되었던 글인데 일독을 권합니다.

좌파나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자신의 삶에 체화해야 다른 사람을 점진적으로 설득하고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데, 그러한 가치는 오롯이 타인을 위한 것이기에 자신과 가족의 삶의 행복 증진에는 1/n(여기서 n은 작게는 지역공동체, 넓게는 나라/세계 전체가 되어버립니다)정도의 미미한 영향력 밖에 줄 수 없어서 자신의 신념과 행동으로 타인과 사회를 바꾼다는 사명감 없이는 유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엉망진창인 망나니짓보다 소수자의 보호를 외치는 힐러리가 퍼스트레이디 경력을 가지고 수년동안 강연료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 것에 대한 반감 내지 배신감을 느낀 미국인이 많았다는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민중/서민의 승리"와 같은 것으로 포장하여 정신승리하고 있다면 진보주의자가 세상을 바꾸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11월 10일 목요일

우주적 스케일


얼마전 아이유 신곡인가 하면서 처음 들었다가 중독(?!)된 노래가 있습니다. 볼빨간사춘기의 우주의 줄게 라는 노래인데요. 멜로디도 좋고, 가수의 음색도 좋고... 무엇보다 뜬금없는 우주드립("어제는 내가 기분이 참 좋아서 지나간 행성에다가 그대 이름 새겨 놓았죠")의 가사가 맘에 듭니다. 가사를 모르고 들으면 청해하기 어려운 "Cause I'm a pilot anywhere" 부분도 은근히 흥얼대도록 만드네요. 이제는 "우주가 도와줘야" 성공적인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걸까요. 연애감정에 우주적 스케일을 도입한 독특함에 한표 드립니다. 안들어보신 분은 많이 없겠지만 혹시 못들어본 분들을 위해 유튜브 링크 걸어 놓습니다(우주를 줄께). 



2016년 11월 8일 화요일

법과 정치


[중앙시평] 이 분노의 기원에 대하여, 2016. 11. 7.자 중앙일보

종종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님의 칼럼을 읽으면서 생각에 깊이가 있고 글을 잘 쓰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아왔습니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서 소위 '실용학문'이라는 법학의 한계를 절감하게 됩니다.  현재의 정치적 위기상황을 많은 사람의 이익이 되도록 해결하는 방법이 법에 정해진 방법인지에 대해서 상당한 의구심이 들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국가의 체제와 이념을 성문화한 헌법이 제정되어 있고, 헌법에 대한 분쟁을 다루는 헌법재판소/대법원이 존재하고 있기는 해도 사법소극주의라는 한계 때문에 헌법/법률이 정한 권한을 넘어서는 중요한 결정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학이라는 학문분야가 실제 국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어떠한 방식으로 결정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논리적 토양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시적 국가의 중대사를 헌법적/행정법적 체계 안에서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때가 떠오르네요. 여러 모로 사상적/철학적 깊이가 부러워지는 요즈음입니다.

2016년 11월 4일 금요일

형사재판의 피고인은 재판중 출국할 수 없는가

*가장 최근 출국금지 기사의 주인공이었던 안종범 전 청와대수석 사진입니다.

종종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 출국이 당연히 금지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출국금지는 형사재판과 관련없이 법무부장관이 내리는 행정처분인데, 중대한 범죄의 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에는 수사나 재판단계에서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불구속수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피고인에게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져 있지 않은 경우 당연히 출국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출국금지가 되어 있지 않다면, 재판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외국 출장을 다녀오면 됩니다. 그러나 출국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려 하는 경우, 검사에 의하여 바로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질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출국금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1호). 출입국관리법의 이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2015. 9. 24. 선고 2012헌바302 결정).

 ① 법무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국민에 대하여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개정 2011.7.18.>
1. 형사재판에 계속(係屬) 중인 사람
2. 징역형이나 금고형의 집행이 끝나지 아니한 사람
3.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벌금이나 추징금을 내지 아니한 사람
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국세·관세 또는 지방세를 정당한 사유 없이 그 납부기한까지 내지 아니한 사람
5. 그 밖에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 또는 경제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어 그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사람

자신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 출국금지가 되었는지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직접 조회를 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조세체납 등을 이유로 출국금지되는 경우 본인에게 통보가 되지만, 검사에 의하여 출국금지되는 경우 본인에게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2016년 11월 3일 목요일

현직 대통령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가

*정치에 입문하시자 교수시절 견해와 다른 입장이 문제가 되시는 정종섭 장관님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이슈가 온 나라를 휘감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이 자신의 위법행위 일부를 자인한 듯한 발표를 한 상황이 되자, 헌법학 교과서에서만 논의되던 "현직 대통령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수사를 하게 될 주체인 검찰 일각에서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조항의 해석상 수사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여러 법조인들에게조차도 자신이 공부한 헌법교과서의 내용에도 반하는 것이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문제되는 헌법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직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관한 학설이 있을 뿐인데, 헌법학 관련 저서들을 찾아보면 무엇이 다수설인지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적어도 제가 공부한 바에 따르면, 당시 수험생 상당수가 보았던 교과서는 권영성, 김철수 교수님의 헌법학원론, 헌법학개론이었고, 저도 두 교과서를 모두 보았지만 헌법 제84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통령은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을 뿐 수사의 대상은 되는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JTBC에서 2010년 이후 나온 헌법학교과서를 대부분 찾아서 헌법 제84조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였네요([팩트체크] 헌법으로 본 '현직 대통령수사 가능한가?', JTBC 2016. 11. 3.).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 책은 19권이었는데, 수사가능 3, 중립 4, 불가능 12 였다고 합니다. 검찰의 대통령 수사불가능 입장은 적어도 교과서를 집필한 헌법학자들 중 다수설에 따른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수사기관이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고려에 따르면 수사가능하다는 입장은 이상론에 가까운 것도 사실입니다(이 와중에 정종섭 장관님 저서의 견해는 수사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는 대통령 궐위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수사가능하다는 입장에서도 임의수사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게 됩니다.

JTBC의 위 보도 중 헌법 제84조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습니다. 헌법재판소 1995. 1. 20. 선고 94헌마246 불기소처분취소 사건에서 이와 관련하여 판시한 적이 있네요. 관련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국민주권주의(제1조 제2항)와 법앞의 평등(제11조 제1항). 특수계급제도의 부인(제11조 제2항), 영전에 따른 특권의 부인(제11조 제3항) 등의 기본적 이념에 비추어볼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헌법의 규정(제84조)이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일반국민과는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헌법 제84조의 규정취지와 함께 공소시효제도나 공소시효정지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비록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 헌법이나 형사소송법 등의 법률에 대통령의 재직중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명백히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위 헌법규정은 바로 공소시효 진행의 소극적 사유가 되는 국가 소추권행사의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므로, 대통령의 재직중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6년 9월 30일 금요일

공소시효의 정지


공소시효가 정지된 걸 모르고 귀국한 사람이 실형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내연녀 남편 살해 후 해외도피 40대, 항소심도 '징역 22년', 뉴스1 2016. 9. 29.자 기사). 일단 공소시효가 역수상 도과되면 사건이 종결처리되지만,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의 경우 처벌을 피하기 위하여 국외로 도피한 것이 인정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고 결국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  <개정 1961.9.1.>
②공범의 1인에 대한 전항의 시효정지는 다른 공범자에게 대하여 효력이 미치고 당해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  <개정 1961.9.1.>
③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공소시효를 만료시키려면 해외로 도피해서는 안되고 국내에서 피해다녀야 하는 것이었네요. 


2016년 9월 27일 화요일

[책 소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문유석 부장님([책 소개] 판사유감/[책 소개] 개인주의자 선언 참조)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체가 스티븐 핑커의 문체라 하기에,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검색했는데, 분량이 본문만 108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에, 정가 54,000원. 법서를 제외하고는 이런 분량과 가격의 책을 산 적이 없어 고민하다가 동네 도서관에 찾아봤더니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구비해 놓았기에 빌려서 읽었습니다. 대여기간이 2주였는데, 완독하는데 1주가 조금 넘게 걸리네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역사, 철학, 범죄사회학, 윤리학, 인류학의 연구성과를 해석하여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동안 인간의 폭력성이 우리 안의 악마(확신, 우세경쟁, 복수, 가학성, 군중심리)를 통제하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감정이입, 자기통제, 도덕 감각, 이성)를 이용하여 감소해 왔다"는 명제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논증하는 책입니다.

양의 방대함도 놀랍지만, 여러 학문분야를 종횡무진하면서 결론에 이르는 저자의 해박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베카리아(베카리아 참조)를 또 만나게 되었는데, 의외로 형법, 형사정책, 형법철학 관련하여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리학 분야의 "사피엔스"([책 소개] 사피엔스)를 본 느낌이랄 수 있겠네요. 책의 양에 겁먹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 분들에게, 스티븐 핑커 교수의 건전한 철학과 다방면의 해박함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인간이란 얼마나 괴물같은 존재인가! 얼마나 진기하고, 괴물 같고, 혼란스럽고, 모순되고, 천재적인 존재인가! 모든 것의 심판자이면서도 하찮은 지렁이와 같고, 진리를 간직한 자이면서도 불확실함과 오류의 시궁창과 같고, 우주의 영광이면서도 우주의 쓰레기와 같다.
-블레즈 파스칼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7면.

폭력적 죽음은 발생비율은 작더라도 적대 수치로는 저녁 뉴스를 채울 만큼 늘 충분히 일어나므로, 폭력에 대한 우리의 인상은 실제 비율과는 괴리되기 마련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5면.


이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여섯 가지 경향성, 다섯 가지 내면의 악마, 네 가지 선한 천사, 다섯 가지 역사적 힘에 관한 이야기 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8면


유월절(Passover)이라는 단어는 이때 사형 집행 천사가 이스라엘에게서 장남이 태어난 집은 건너뛰었던 데서 왔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40면.


오늘날 폭력과 낮은 사회 경제 지위가 상관관계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엘리트와 중간 계층이 사법 제도를 통해 정의를 추구하는 데 비해, 하류 계층은 폭력연구자들이 흔히 '자력구제(self-help)'라고 부르는 행동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65면.


게다가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에는 남자가 위계 서열에서 차지하는 위치자 평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평판은 성인기의 초기부터 투자해야 얻을 수 있고 그 후에는 그 보상을 평생 누릴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98면.


형벌제도가 제대로 작용하는 경우, 그것은 모든 합리적 행위자들이 빅브라더가 자신을 24시간 지켜보다가 부정한 이득이 눈에 띄면 당장 덮쳐서 이득을 상쇄하는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 떤 민주국가에게도 사회 전체를 스키너 상자로 만들 만한 자원이나 의지는 없다. 국가는 전체 범죄 중에서 몇몇 표본만을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다. 표본 추출은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체제의 정당성을 인식한다. 국가가 정당성을 얻는 핵심은, 누구든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적도 법을 어기는 순간 처벌 가능성에 시달리게끔 체제가 짜여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약탈, 선제공격, 사적 보복에 대한 금제를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2-233면.


1990년대에 성인이 된 X세대에 대한 상투적 이미지는 그들이 매체에 밝고, 냉소적이고, 포스트모던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태도를 가장할 줄 안다. 여러 스타일을 시도해 본다. 수상쩍은 문화장르들에 몰두하면서도 어디에도 지나치게 빠지지 않는다. ... 그들은 비주류 사람들의 겉모습을 흉내내지만 실상은 철저히 관습적인 생활방식을 따른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6면.


우리의 제1의 천성은 자연적인 삶을 다스리는 진화된 동기들로 이뤄져 있고, 제2의 천성은 문명 사회에서 내면화된 관습들로 이뤄져 있다. 제3의 천성은 그런 관습들에 대한 의식적 고찰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7면.


인도의 영국군 사령관이었던 찰스 네이피어는 지역민들이 순사의 폐지에 불평하자 이렇게 대꾸했다. "과부를 태워 죽이는 게 당신들의 풍습이란 말이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풍습이 있습니다. 우리는 남자들이 여자를 산 채로 불태우면, 그 남자들의 목에 밧줄을 걸어 매답니다. 장작더미를 맘껏 쌓으세요. 내 목수들이 그 옆에서 교수대를 지을테니까요. 당신들은 당신들의 풍습을 따르고, 우리는 우리의 풍습을 따릅시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52면.


우리는 자신의 불행을 남들의 탓으로 돌리려는 본성까지 없애지는 못했지만, 그 유혹을 폭력적으로 분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점에서는 조금씩 성공을 거두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58면.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은 밀라노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자였던 체사레 베카리아였다. 그가 1764년에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범죄와 처벌]은 볼테르, 드니 디드로,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 등등 모든 중요한 정치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베카리아는 최초의 원칙으로부터 이야기를 전개했다. 사법제도의 목표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원칙이다(나중에 제러미 벤담이 이 표현을 공리주의의 표어로 채택했다). 그렇다면 처벌은 사람들이 스스로 입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남에게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쓰일 때만 타당하다. 따라서 처벌은 범죄가 주는 피해에 비례해야 한다. 무슨 신비로운 우주적 정의의 저울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유인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사회에 끼치는 피해가 서로 다른 두 범죄에 대해서 동등한 처벌을 내린다면, 사람들이 최대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 가급적 최대의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또한 냉철한 시각으로 사법적 정의를 바라보면, 처벌의 가혹함보다 확실성과 신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72-273면.


그런 나라들 중 일부는 최근 들어서야 노예제를 법적으로 폐지했다. 카타르는 1952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은 1962년에, 모리타니는 1980년에 폐지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80면.


민주주의는 비록 제한적이기는 해도 종교 재판, 잔인한 처벌, 전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을 규정해 두었고, 그 영역이 스스로를 확장할 수단도 포함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93면.


생일 역설
한 방에 최소 23명이 있을 경우, 그중 2명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50퍼센트가 넘는다. 이 사실을 알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란다. 57명이라면 확률은 99퍼센트로 높아진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365면.


130년 동안 벌어진 전쟁들의 사망자 중 77퍼센트를 두 세계대전이 차지한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392면.


많은 지도자는 국가적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 혹은 유토피아 이데올로기를 실천하기 위해서, 혹은 자국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불공평했던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약간의 번영쯤은 기꺼이 희생한다(약간이 아닐 때도 많다). 국민들도 그런 지도자를 따르곤 한다. 심지어 민주국가에서도.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495면.


혐오감은 원래 신체 분비물, 동물의 신체 일부, 기생곤충과 벌레, 질병 매개체를 보았을 때 유발된다. 덕분에 사람들은 오염된 물질, 오염된 것처럼 보이는 물질, 그런 물질과 접촉했던 물질을 뱉어낸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3면.


차별, 추방, 폭동, 집단 살해의 희생자 중에는 중개업에 전문화한 사회, 민족 집단이 많았다. 소련, 중국, 캄보디아의 다양한 부르주아 소수 집단, 동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인도인, 나이지리아의 이보족,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중국인, 유럽의 유대인이 그랬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8면.


대니얼 치롯은 사회 심리학자 클라크 매콜리와 함께 쓴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주의 종말론은 사실 기독교 교리의 모방이었다. 태초에 사유 재산도, 계급도, 착취도, 소외도 없는 완벽한 세상이 있었다. 에덴의 정원이다. 그러다 사유 재산의 발견이라는 죄가 왔고, 착취자가 창조되었다. 인류는 에덴에서 추방되어 불평등과 결핍을 겪었다. 이후 인간들은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다시 자본주의 형식으로 일련의 생산 방식을 실험했고, 계속 해답을 갈구했으나 찾지 못했다. 이윽고 진정한 예언자가 구원의 메세지를 갖고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카를 마르크스였다. 그는 과학의 진리를 설교했다. 그는 구원을 약속했으나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그와 밀접했던 사도들만이 진리를 간직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종교적 선민인 당 지도자들이 진정한 믿음의 담지자인 프롤레타리아를 개종시킬 것이고, 그들은 함께 더 완벽한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 최후의 끔찍한 혁명이 자본주의, 소외, 착취, 불평등을 쓸어낼 것이다. 역사는 막을 내릴 것이다. 지구는 완벽해졌을 테고, 진정한 신자들이 구원되었을 테니까.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8-569면.


1세기에 타키투스는 이렇게 썼다. "소수의 사악한 선동, 좀 더 많은 사람의 축복, 모든 사람의 수동적 묵인 속에서 충격적인 범죄가 저질려졌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71면.


1944년까지만 해도 영어에는 집단 살해를 뜻하는 단어가 없었다. 그해에 폴란드 법학자 라파엘 렘킨은 나치의 통치에 대한 보고서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라는 말을 처음 썼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76면.


하프는 오히려 (집단살해의) 다른 여섯 가지 인자를 발견했다. 이 인자들은 전체 사례의 4분의 3에 대해서 집단 살해를 수반하는 위기와 수반하지 않는 위기를 구분지었다. 첫째는 그 나라의 과거의 집단 살해 역사였다. ... 두 번째 예측인자는 근래의 정치적 불안정성이었다. ... 세번째 인자는 통치 엘리트가 소수 민족 집단에서 나온 상황이다. ... 나머지 세 예측인자는 우리가 자유주의 평화 이론에서 익히 보았던 것들(민주주의의 부족, 무역에 대한 개방성 부족, 배타적 이데올로기)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85-587면. 


히틀러는 1913년에 마르크스를 읽었다 비록 그는 마르크스식 사회주의에 질색했지만, 그의 국가 사회주의는 유토피아를 향한 변증법적 투쟁 이데올로기에서 계급을 인종으로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88면.


존 케리는 2004년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할 때 어쩌다 방심한 상태에서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테러리스트가 삶의 중심이 아니라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는 법률을 집행했던 몸으로서, 우리가 매춘을 근절하기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불법 도박 근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조직 범죄를 줄여서 상승세를 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일상을 매일같이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과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 자체가 위태로운 것은 아닙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95면.


이런 청년들을 관찰하여 그들이 누구를 우상화하는지, 어떻게 조직되는지, 무엇으로 결속되고 추진되는지를 보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코란이나 종교의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친구들의 눈앞에서 명예와 존경을 보장하는 짜릿한 대의와 행동의 유혹입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613면.


남성을 위한 포르노는 시각적이고, 해부적이고, 충동적이고, 현란한 난교를 추구하고, 맥락과 인물이 없다. 여성을 위한 성애물은 훨씬 더 언어적이고, 심리적이고, 반성적이고, 연속적 일부일처 관계를 추구하고, 맥락과 인물이 풍부하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691면.


전문가들은 세가지 이유에서 체벌에 반대한다. 첫째는 체벌이 아이의 나중 인생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공격성, 범죄, 공감 결핍,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두번째 이유는, 체벌이 아이에게 잘못한 내용을 설명하고 꾸짖음이나 타임아웃과 같은 비폭력적 조치를 쓰는 것에 비해 나쁜 짓을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스트라우스는 절대로, 결코 아이를 때려서는 안되는 세번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체벌은 가장과 사회에서 비폭력을 추구하는 이상에 모순된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739-740면.


마틴 루서킹은 유니테리언파 목사이자 노예제 폐지론자였던 시어도어 파커가 1852년에 쓴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나는 도덕적 우주를 이해하는 척할 마음이 없다. 그것은 기나긴 호를 그리며 뻗어 있고, 내 눈은 겨우 짧은 거리만 닿는다. 나는 눈으로 그 곡선을 내려다보고서 계산으로 숫자를 완성할 능력이 없다. 나는 다만 양심으로 내다본다. 그리고 양심의 눈으로 본 바 확신하건대, 그 곡선은 정의를 향해 굽어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812-813면


샤일록은 인간의 보편적 특징들의 목록에서 복수가 클라이맥스라고 말했고, 1파운드의 살점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물고기 밥으로 쓰지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해도, 내 복수심은 채워줄 것이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896면.


사과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말로만 떠드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진심이 아닌 사과는 사과하지 않는 것보다 피해자를 더 격분시킨다. 최초의 피해에 두 번째 피해, 즉 복수를 피하려는 냉소적인 책략까지 덧붙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18면.


완곡어법은 여러 이유에서 효과가 있다. 어떤 단어들은 뜻이 같지만 감정의 색채가 다르다. 날씬함과 깡마름, 뚱뚱함과 풍만함이 그렇다. 야한 단어가 있는가 하면 좀 더 점잖은 동의어도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59면.

가장 중요해 보이는 세 번째 요소로는 불완전한 정의이다. 사회는 원한을 일일이 갚으려 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위해에 일정한 선을 긋고, 대대적인 사면을 허락해야 한다. 명백한 주모자들과 일부 불량한 추종자들만을 고발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처벌도 피의 복수가 아니라 평판, 체면, 특권에 타격을 입히는 형태여야 한다. 배상도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의 회복 가치도 실제 금전적인 것이라기보다 감정의 장부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에 더 가깝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25면.

학살 지도자들은 군대, 암살대, 관료 등의 조직을 교묘하게 구성함으로써 누구도 자기 개인의 행동이 학살에 꼭 필요하거나 충분한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61면.


우리 내면의 다섯 악마에게는 각각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리는 막 그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알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자신의 성공가능성을 지나치게 확신한다. ...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개인과 집단의 우세를 놓고 경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백과 상대의 악의를 과장하는 계산법 떄문에 복수를 추구한다. ...
사람들은, ... 혼자서나 동료들과 함께 폭력에 탐닉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가학성을 발휘한다.
또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지지하지 않지만 남들이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어떤 신념을 지지할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65-966면.


마음 읽기는 사실 두 능력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생각을 읽는 능력이고(자폐증은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감정을 읽는 능력이다(사이코패스는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76면.


감정이입(emphathy)이라는 단어는 만들어진 지 100년도 안 되었다.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치너가 만들었다고들 하는데, 그는 1909년 강연에서 처음 그 말을 썼다. 그러나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영국 작가 버넌 리가 1904년에 그 단어를 썼다고 나온다. 두 사람 모두 그 단어를 독일어 아인퓔룽(Einfuelung 속을 느껴본다는 듯)에서 가져왔고, 일종의 심미적 감상을 뜻하는 표현으로 썼다. 그들에게 그것은 '마음의 근육을 느끼거나 행사한다'는 뜻으로, 가령 우리가 마천루를 보면서 내 자신이 그것처럼 곧고 높게 서 있다고 상상하는 경우를 말한다. 1940년대 중반부터 영어로 씌어진 책에서 그 단어의 인기가 높아졌으며, 그 사용 빈도는 금새 의지(willpower)나 자기통제(self-control)와 같은 빅토리아 시대 덕목들의 사용빈도를 앞질렀다(의지는 1961년에, 자기통제는 1980년대 중반에 앞질렀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97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