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책 소개] 힐빌리의 노래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조선일보 선정 올해의 책10 에 들지 않았다면 집어들지 않았을 책입니다. "엘레지"라니 "엘레지의 여왕" 패티김 에 열광하는 세대도 아니거니와 러스트벨트의 백인노동자의 자서전적 이야기라니, 안 읽어도 나올만한 내용이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굳이 문유석 판사님께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면서 추천사까지 쓰시는데 "잘났건 못났건 같이 살자" 백인 노동계층의 진솔한 고백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떠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우리나라 시골에 사는 사람이나 생각하는 건 비슷하네(총기자유화 덕에 조금 더 과격한 걸 제외하면)" 정도의 감상입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이미 서평으로 잘 나와 있으니 곱씹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는 미국 명문 로스쿨생의 입장에서 로클럭 지원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여서 흥미있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에는 크리스마스 선물, 심지어 생일선물이 다른 친구들과 달리 항상 책이었고, 그게 불만이기도 한 적이 있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전형적인 화목한 가정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시는 것을 최우선으로 절 키워주셨던 부모님께서 마련해주신 환경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는 깨달음이 이 책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인상깊었던 구절 몇 개입니다.

과거 1970년대 누구의 말마따나 복지 제도에 기대 놀고 먹는 사람들이 "정부에서 돈을 받으며 사회를 비웃는다!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일터에 나간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라는 인식이 백인 노동계층 사이에 팽배해 지면서 공화당의 대선후보 리처드 닉슨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234-235면.

아이비리그는 다양성에 집착한다는 특성이 있지만, 흑인이든 백인이든 유대인이든 이슬람교도든 사실상 학교의 거의 모든 학생이 돈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온전한 가정에서 온 이들이었다.

-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329면.

사회적 자본이란 친구에게 당신을 소개해 주거나 과거의 상사에게 당신의 이력서를 건내주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어쩌면 그에 앞서, 사회적 자본은 친구들이나 동료, 멘토에게서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으리라.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354면.

다음은 내가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 알지 못했던 것들의 일부 목록이다.

구직 면접을 갈 때는 정장을 입어야 한다.
그러나 고릴라도 들어갈 만큼 펑퍼짐한 정장은 부적절하다.
버터 바르는 칼은 장식용이 아니다(버터 바르는 칼을 사용해야 하는 음식을 먹기에는 숟가락이나 집게손가락이 더 제격이긴 하지만)
피혁과 모조피혁은 서로 다른 재질이다
구두와 허리띠의 색깔은 서로 맞아야 한다
특정 도시 및 주의 취업전망이 더 밝다
좋은 대학에 가면 우쭐댈 권리 외에도 혜택이 따라온다
금융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산업 분야다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356면.

우샤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대개 책을 받았다. 보니는 열한 살 때 자기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 돈으로 미들타운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해 달라고 부모에게 부탁했다. 놀랍게도 이모와 이모부는 보니의 뜻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크리스마스라는 명절의 가치를 딸이 받는 선물의 가격으로 매기지 않았다.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40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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