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7일 화요일

2021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2014년부터 벌써 8년째 계속되는 역사와 전통의 "내맘대로 무비 베스트 어워즈"를 선정할 12월이 돌아왔습니다.

2020년에 이어 영화관에서 관람한 영화 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으로 관람한 영화 또한 후보작으로 포함합니다. 

역대 1위 작품들입니다.

2014년 :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2015년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6년 :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2017년 : 토르 라그나로크

2018년 : 레디플레이어원

2019년 : 포드vs페라리

2020년 : 테넷


2021년 관람한 개봉영화(넷플릭스 포함) 중 후보작과 짧은 평입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소토자키 하루오) 4.5/진주인공 렌코쿠상

승리호(조성희) 4.0/와 말도 안돼 이정도의 CG가 가능하다고?

라스트레터(이와이 슌지) 3.5/편지대신쓰기 DNA 유전, 그러나 아역 여배우 두분(치트키임)이 하신다면 이의없음, 4월이야기 여주인공이 유리였다는 걸 영화후반에 알고 멘붕, 나카야마 미호를 이렇게 망카뜨려야 했냐~~~(김래원톤), 여자는 머리스타일 달리 하면 딴사람이 된다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리그(잭스나이더) 4.0/그렇지 아쿠아맨-슈퍼맨-원더우먼 콤보 우리가 원한 건 이런 거라구!!!(물론 플래시와 사이보그도 쩌리에서 격상했어 ㅜㅜ)

낙원의 밤(박훈정) 3.5 /양아치라 양사장이었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저스틴 린) 3.0/음 액션과 액션 사이에서 지루했던 건 나뿐인감? 우주는 뇌절이었음

새콤달콤(이계벽) 3.0/발견 채수빈!! 담배 맛있게 피우심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무라세 슈코) 4.0 / 근래 본 최고의 작화퀄리티-인물/메카 모두 그것만으로 별 네개를 줄만하다. 건담은 언제까지 비슷한 줄거리를 변주할 건지... 멈추지 않을지도

블랙위도우(케이트 숏랜드) 5.0/2021년 최고의 영화다 꼭 4dx에서 봐라

모가디슈(류승완) 3.0/음 예고편 이상은 없네 ㅡㅡ; 뻔한 이야기 이정도까지 끌고온 것도 잘한 것 같음

더 슈어사이드스쿼드(제임스 건) 3.5/정말 핵심빼고 다 죽였네 냠냠 만 기억에 남을 듯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다카포(안노 히데아키) 3.5/설명충 등판 이 얘기를 그렇게 있는 척하고 꼬고 떡밥뿌려 만든 거였어?

베킷(페르디난도 시토 필로마리노) 4.0 /역시 (존 데이비드 워싱턴) 형이야 - 그리스 경치는 멋지네

프리가이(숀 레비) 4.0/와우 기대한 만큼 뽑아놨네? 칭찬해~~~

위처: 늑대의 악몽 (한광일) 3.5 /난 위처 드라마보다 이게 더 나았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데스틴 대니얼 크리튼) 4.0/ Or,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007 노타임투다이 (캐리 후쿠나가) 3.5 / 아나 디 아르마스의 발차기로 난 만족해

듄 (드니 빌뇌브) 4.0 /진짜 시작일 뿐이네 ㅠㅠ

이터널스 (클로이 자오) 3.5 / 스케일 크고 좋은데 망작이란 평가는 뭐지????

강릉 (윤영빈) 3.0 / 낭만에 씨가 말랐구먼 장혁의 다산듯한 눈빛은 놀라왔음


5위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입니다.


일본에서 흥행한 이유가 있겠다 싶은 스피디한 전개와 액션이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아마도 일본의 정서는 열혈이랄지 복고랄지 이런 걸로 회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어쨌거나 소년의 성장과 극복의 스토리는 매력적이니까요.

4위는 "듄" 입니다.


스케일과 영상미 SF소설 고전의 현대적인 재해석 등 매력적인 요소가 흘러넘치지만.. 역시 드니 뷜뇌브 답게 너무나 정적인 액션은 살짝 아쉽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주인공이 이제 뭔가 해보려고 하는 찰라 끝... 2년을 어떻게 기다려~~~ 그래서 4위로 선정했습니다.

3위는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리그" 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3부작으로 나뉘어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공개된 것이기도 하고, 잭스나이더가 계속해서 감독을 맡아서 극장판으로 개봉하면서 이 3부작을 줄여서 만들면 조스웨던과 똑같이는 아니라도 욕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건 DC코믹스의 영화화에서 원했던 것은 이런 것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힝... 여기서 뿌린 떡밥으로 DC 유니버스가 확장되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현실은 ㅎㅎㅎㅎ

2위는 "블랙위도우" 입니다.


별점을 준 걸로 보면 5.0으로 가장 높지만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이유는... 별점을 줄 당시에 아마도 양질의 영화에 너무나 굶주려 있는 상태였던 나머지 너무 높은 점수를 준 것이라는 사후적 평가 때문입니다. 다른 슈퍼영웅들의 행성의 존망을 좌지우지하는 스케일에서 인간을 상회하는 히어로급의 액션이긴 하지만 몸으로 하는 액션이라서 더욱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4dx에서 보니 덩실덩실 실감나고 좋았다는 ㅎㅎㅎ

1위는 "기동전사건담 섬광의 하사웨이"입니다.


줄거리로만 보자면, 건담 시리즈의 전형적인 구도의 변주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전형적인 줄거리의 또 하나의 건담시리즈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로 보았던 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1위로 꼽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십년간 건담시리즈의 연출의 액기스를 총집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초고퀄리티의 작화+장면의 전환마다 적절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대형병기의 기동을 사람의 입장에서 보게 될 때의 시각과 청각을 너무나 잘 구현한 음향의 삼박자가 딱 들어맞은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재개봉하거나 섬광의 하사웨이의 속편이 극장에서 개봉한다면 전 100% 관람의사가 있을만큼 만족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의 진부함 때문에 별점이 1개 깎였지만, 나머지는 거의 완벽하다고 하고 싶네요.

2021년 12월도 스파이더맨 홈커밍 을 비롯해 대작들의 개봉이 즐비하긴 한데, 개봉하긴 보겠지만 딱히 스파이더맨의 광팬도 아니고, 2021년의 NMBA는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2년에는 더욱더 재미있는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21년 9월 5일 일요일

듀얼모니터로 복귀


 

2013년경 회사에서 나와서 사무실 개업을 할 때 아이맥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듀얼모니터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싱글모니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듀얼모니터는 계약서 작업을 하면서 관련법령이나 이메일 또는 자료를 한쪽에 띄워두고 다른 한쪽에서는 문서작업을 할 때 상당히 효율적인 도구이긴 하지만, 송무변호사로 서면을 작성할 때에는 종이기록을 넘겨가면서 하나의 모니터에 서면을 쓰는 정도로 족했기 때문에 아이맥의 싱글모니터로 큰 불편이 없었고, 2016년초 아이맥을 동일한 스크린크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기종으로 바꾸고 나서 거의 5년동안 동일한 시스템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지난주 대전에 내려가는 큰넘을 고속터미널까지 데려다 주다가 15만원짜리 4K 27인치 모니터를 살 수 있다고 해서 가격에 혹해 충동구매를 해버리고, 모니터가 도착하니 모니터의 높이가 너무 낮은데 모니터암 같은 것도 없어서 높이를 아이맥에 맞추기 위해서 문서통(?)도 2개 구입하고 이번 주말까지 세팅을 마쳤습니다. 이제 컴퓨터세팅은 큰넘의 도움이 없으면 쉽지 않더군요. 

일단 기존 아이맥(2015 late)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27인치 모니터를 주모니터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맥에서 27인치 모니터에 화면신호를 보내기 위해 아이맥과 모니터를 잇는 케이블(미니DP to HDMI)이 필요했는데 이게 하이마트나 디지털프라자 같은 데서는 구할 수 없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는데, 처음 연결했을 때는 잘 되다가 접속불량이 나버렸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에 남부터미널 옆의 국제전자상가까지 가서 케이블을 오프라인에서 구입해서 다시 연결하는 우여곡절 끝에 듀얼모니터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7인치는 생각보다 광활해서 아이맥을 2분할해서 사용하던 것보다 넓은 화면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좋은 점이긴 한데, 모니터화면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한 단점입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아이맥 모니터의 각도를 틀어서 고개를 다 돌리지 않아도 아이맥 화면을 볼 수 있게끔 조절을 하기는 했는데, 각도조절한 뒷쪽의 공간이 활용되지 않는게 못내 마음에 걸리네요. 

두번째 아쉬운 점은 아이맥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너무 훌륭해서, 새로 들어온 4K 모니터의 화면조차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 화질의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예 아이맥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비슷한 수준의 선명도를 가진 모니터를 장만하려면 70-80만원, 애플의 모니터는 150만원 정도의 어머어마한 가격이 되어버리는데, 선명도를 위해서 추가비용을 그렇게 쓰는 건 무리죠.

M1 아이맥/또는 M1 맥미니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나 잠깐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사실 주요업무가 문서작업인 변호사에게 CPU와 연산속도의 증가는 큰 메리트가 없기도 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는 순간, 이미 집에도 컴퓨터가 2대로 포화상태로 처치곤란이 컴퓨터가 1대 늘어나는 결과가 될 수 있어서 듀얼모니터로 복귀하는 데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광활해진 모니터를 보면서 좀더 효율적으로 업무+취미생황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합니다.

2021년 8월 24일 화요일

상식선에서 알아야 할 정당방위


[이런법이] 먼저 멱살잡혔다고 때렸다간.... JTBC 뉴스 2021. 8. 22.자(위 사진 동영상 아님)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어디까지가 정당방위 인지에 대한 기사가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이 정 알고 있어도 충분할 것 같아서 링크를 가져와 봤습니다.

자신의 신체나 재산에 위협이 닥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방위행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 판례의 태도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그 이유는 정당방위의 요건이 침해가 현재적이어야 하고, 방어행위가 상당할 것까지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 대해서 기사에서 어느 정도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멱살 잡히는 정도의 폭행을 당했는데, 멱살잡힌 손을 뿌리치는데서 그치지 않고 (기분 나쁘다고) 상대방을 때리거나 밀치는 정도의 (자신이 생각하기에) 방어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쌍방폭행으로 의율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상식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를 방어행위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최근 법원에서 (과거의 판례와 달리) 성추행하면서 집어넣은 혀를 이빨로 자른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정도로 정당방위의 범위를 넓히고 있기는 하지만

성폭행 저항하려 가해남성 혀 자른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 2021. 2. 10. 여성신문 기사

정당방위 주장이 법원에 의해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므로, 혹시 있을지 모를 다툼 상황에서는 몸싸움이나 신체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2021년 7월 22일 목요일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른 경찰의 수사종결 후 절차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경 수사권조정이 입법화됨에 따라 검사의 일반 사법경찰리에 대한 수사지휘가 폐지되고,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이 인정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경찰의 수사종결 이후 절차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경찰 1) 송치결정(혐의인정)-사건 송치 --> 검사 보완수사요구(직접보완수사)-기소여부 결정

경찰 2) 불송치결정(그밖의 경우)-기록송부--> 검사 기록반환(재수사요청)

         2-1) 재수사-사건송치--> 검사 기소여부결정

         2-2) 재수사-통보(기존불송치결정 유지)--> 검사 예외적으로 송치요구(위법부당)

         2-3) 불송치결정 통지(기록송부로부터 7일 이내, 고소인 등에게)-->고소인등 이의신청(이의신청 제한기간 없음)-->사건송치--> 검사 기소여부결정

아마도 고소인 입장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은 경찰의 불송치결정 통지에 대해서 이의신청을 하면 기록만 검사에게 가 있는 상태에서 사건 자체가 검찰에 송치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경찰의 불송치결정 통지에 불송치 취지와 이유가 상세하지 않거나 예전에 비해 기소여부 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다거나 경찰의 업무부담 과중으로 수사가 부실화되거나 형사사건에 제출할 증거수집을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민사사건의 형사화"같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패하기 쉬운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제한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권을 약화시키는 것을 검찰개혁으로 포장하고 나니 실제 민생범죄에 대한 수사역량이 떨어져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가 될 것 같다는 우려가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2021년 7월 13일 화요일

[책소개] 법률문장 어떻게 쓸것인가

 


(유)법무법인 화우, 법률문장 어떻게 쓸것인가, 박영사(2016)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논문이 수록된 민사판례연구 37권을 사려고 보니 65,000원인 것이었습니다. 수록된 수십개의 논문중 1개를 확인하기 위해 박영사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려고 했는데, 결제과정에서 모래시계가 돌더군요. 잘되었다 싶어, 다른 입수방법을 찾아보니 서울지방변호사회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일주일간 5권을 대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더군요. 민사판례연구 외에 들어온 신간들이 뭐가 있는지 보다보니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는데 '법률문장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빌려와서 후루룩 3시간 정도 만에 다 읽었습니다. 물론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넘겨버릴 만한 것도 있었지만, 엇 이건 몰랐네? 하는 내용들이 많았고, 법률문장에 대해서 잔뻐가 굵으신 분들의 짤막한 에세이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깊이 들어간다면 실제 변호사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기도 하고, 변호사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뭐 이런 쪼잔한 사람들이 다 있나'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동종업계 선배님들의 조언은 몇번이고 되새겨도 계속 부족하겠지만요. 오랜만에 계속해서 책을 읽고 서면을 쓰고 자기자신을 갈고 닦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인상깊은 내용들입니다.

자료 속에 답이 있다. 당사자의 행동에, 말에, 태도에 답이 있다. -2면

일반적인 이론이나 판례로 구체적인 쟁점에 대한 논증을 대신해서는 안된다. -4면

법률문서는 품격이 있어야 하므로 품위있는 표현을 사용하고, 감정적이거나 인신공격적인 표현은 삼가야 한다. -6면

위대한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위대한 고쳐쓰기만 존재할 뿐이다.

-E.B. 화이트 -7면

사실인정에 관한 쟁점에서는, 쟁점사실과 관련된 증거로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그 중 채용하기 곤란한 증거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채용할 수 없는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로 인정되는 사실은 무엇인가를 차례로 논증하는 방법으로 주장을 전개하여야 한다. -14면

판례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판례의 유추, 간접 적용, 두서너 개 판례의 혼합, 아이디어 차용 등 다양한 응용과정을 거쳐야 한다. -18면

변호사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할 때에는 판례내용을 단순히 옮기기 보다는 판례가 언급한 법리의 구성요소를 분해한 다음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가 이러한 법리의 구성요소에 부합한다는 점을 순차적으로 밝혀나가는 방식을 활용함이 바람직하다 -21면

대법원 2015. 5. 10.자 2014모1234 전원합의체 결정

결정이나 명령은 일자 뒤에 '자'를 쓴다(헌법재판소 결정은 제외)- 22면

당사자 지위에 따라 임대인을 위주로 쓴 문장에서는 '임대보증금', 임차인을 위조로 쓴 문장에서는 '임차보증금'이라고 적는다.

대주를 위주로 쓴 문장에서는 '대여금'이라고 적고, 차주를 위조로 쓴 문장에서는 '차용금'이라고 적는 것이 좋다. -23면

전문가의 영역에서 모든 승부는 바로 이 '한 번 더, 조금 더'에서 갈라진다. -26면

한 문장에서 단어는 [주어-일시-상대방-목적물-행위]의 순으로 배열하는 것이 원칙이다. -29면

이렇게 켜켜이 쌓아 비대하게 만든 문장을 '시루떡 문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32면

다만 축약문구 형태의 제목이라 하더라도 "원고 주장의 부당성"과 같이 말하고자 하는 본문 내용의 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추상적 포괄적 제목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39면

판례번호를 기재할 때에는 각주보다 괄호를 사용한다. -42면

원칙적으로 문장이 세 줄을 넘어가면 문장을 나누어 써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50-51면

작은 따옴표는 내용을 강조할 경우에 쓰고, 큰따옴표는 직접 인용하였음을 나타내는 인용부호로 사용할 것 -55면

수식어는 가급적 세 단락 이내로 사용하고, 수식어를 연속하여 여러개 사용할 경우, (1) 긴 것을 먼저, (2) 수식어절을 수식어구보자 먼저, (3) 중요한 것을 먼저, (4) 연결성이 강한 것을 먼저 배열하는 것이 좋다. -61면

형사사건에서 사실오인을 다투기 위하여 상고하는 때에는, 원심의 판단이 논리법칙이나 경험법칙에 따른 자유심증우의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내용으로 상고이유를 잘 구성하여야만 상고이유의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97면

증인이 특정 장소에 가거나 틀정인을 만난 이유 등 증인이 사실관계를 경험하게 된 경위에 관한 질문은 증인의 신빙성을 높이는데 유용하므로 이 부분에 관한 질문을 빠뜨리지 않도록 한다. -99면

법관으로 하여금 증인이 주신문에 증언한 내용은 믿기 어렵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였다면 그것만으로도 반대신문은 성공한 것이다. -101면

전문가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사항은 전문지식에 대한 연구, 조사를 하여 전문가의 증언과 반대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끌어내는데 주력한다. -101면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한다면 최소한 어느 설이 보다 타당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의견과 그 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117면

법률가라는 직업은 모든 일이 글을 읽는 데서 시작하여 글을 쓰는 것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1면, 변동걸, 글쟁이의 꿈

변호사들은 자신이 전개하는 법리가 자신만의 법리가 아니라는 점을 가급적 많은 전거를 제시함으로써 재판부를 이해시키고, 그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201면, 정덕모, 소송서류 작성

변호사는 의뢰인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이를 법률적으로 가공하여 판사에게 제시하는 자이다. -210면, 손태호, 법률문장에 관한 몇가지 제언

법률문서에서 사용한 과공한 표현은 오히려 문서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212면 손태호, 법률문장에 관한 몇가지 제언

송무 변호사업을 3W 라고 한다. Writing, Walking, Waiting. 문서를 작성해야 하고, 법정까지 걸어가야 하고, 재판을 기다려야 한다. -216면, 이선애, 송무 문서의 집중력과 설득력에 대하여

송무 변호사로 존재한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나누어 짊어지는 삶을 계속 선택하고 있다는 실존에 다름 아니다. -218면, 이선애, 송무 문서의 집중력과 설득력에 대하여

법률문장은 정확한 문법이나 수려한 문체보다도 근거에 입각하여 쓰는 것이 중요하고, 이 점이 법률문장의 생명이다. -224면, 김철호, 법률문장, 어렵지 않다

팩트는 당사자가 만든다. 변호사를 만나기 전에 당사자들이 이미 '저질러 버린' 팩트를 변호사가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훌륭한 변호사는 달리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처음에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으로부터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고쳐 생각할 여지를 이끌어 낼 수도 있고, 심지어 '이게 맞다'라고 입장을 바꾸어 공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게 문장의 힘이다. 때론 장맛보다 뚝배기다. -228면,  안상현, 장맛보다 뚝배기

2021년 7월 1일 목요일

법정최고금리 인하


 

2021년 4월경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하여 종래 24%였던 법정최고금리가 2021년 7월 7일부터 20%로 인하됩니다. 기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소급하여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시행령 시행 이후 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하는 경우 적용됩니다.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5조 

       ② 법 제8조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율”이란 연 100분의 20을 말한다.  <개정 2017. 8. 29., 2017. 11. 7., 2021. 4. 6.>

③ 제2항의 율을 월 또는 일 기준으로 적용하는 경우에는 연 100분의 20을 단리로 환산한다.  <개정 2017. 8. 29., 2017. 11. 7., 2021. 4. 6.>

이자제한법 제2조 제1항의 최고이자율에 관한 규정

「이자제한법」 제2조제1항에 따른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0퍼센트로 한다.  <개정 2014. 6. 11., 2017. 11. 7., 2021. 4. 6.>

2021년 6월 3일 목요일

[하급심판결]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임대차계약의 해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급감이 사정변경으로 인한 임대차계약의 해지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하급심에서 해지사유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261441). 

일단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이 '당사자 중 일방이 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상대방에 대해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한 후 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서

임차목적물이 명동에 위치한 매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통한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들의 입국이 제한되고 모든 해외입국자들에게 2주간 격리를 의무화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국내입국 여행자수가 99% 이상 감소했고,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 장기화됨에 따라 매출이 90% 이상 감소해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코로나19가 발생되고 장기적으로 지속하며 매출이 90% 이상 감소될 것이라는 사정은 당사자들이 예상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변경이며,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에서 정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이상 자신의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시하고, 계약해지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계약해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고도 하였습니다.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계속적 보증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판례가 형성되어 있으나, 임대차계약과 같이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일반적인 계약의 경우에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거의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사정변경이라고 인정할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급감을 사정변경으로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 그 범위가 넓어져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데, 법원이 판결-판례를 통해서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파장이 너무나 큰 판결이기 때문에 당사자 또한 항소-상고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판례가 될 것인지 향후 1-2년간 결과를 예의주시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21년 5월 28일 금요일

행정소송에서의 조정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ADR(대체분쟁해결절차)이 발달되어 있어서, 조정이나 화해 등의 형식으로 분쟁이 종결되고, 이 경우 법원이 작성한 조정조서/화해조서는 판결문과 동일한 집행권원으로서의 효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소송의 경우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의 조정제도와 같은 조정의 근거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행정법원(또는 행정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은 조정을 통해서 당해 사건을 끝낼 수 없으며, 다만 행정소송 중에서도 조세처분과 같은 금액의 다과를 다투는 것이 쟁점인 사건인 경우에 실제 처분된 금액보다 감경하는 내용의 행정처분이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서, 행정법원이 쌍방 당사자에게 "조정권고"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조정권고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행정법원은 행정처분을 전부 또는 일부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 있으므로, 행정법원의 판결내용이 조정권고와 다르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쌍방 당사자는 조정권고에 동의하고 분쟁을 종결하게 됩니다. 즉, 법에서 정해진 절차는 아니지만, 행정소송에서도 사실상의 조정제도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가 존재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민사소송에서의 조정절차와 달리 쌍방이 조정권고에 동의하게 되면 피고인 행정청이 조정권고안과 동일한 내용의 새로운 행정처분을 하고, 피고는 기존에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하여 분쟁을 종결하게 됩니다. 

따라서 행정소송에서 조정권고에 대하여 당사자 쌍방이 "동의" 의견을 밝힌 경우라도, 행정법원이 조정성립 과 같은 추가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고, 행정청이 새로운 행정처분을 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2021년 5월 26일 수요일

사람에게 침뱉는 것은 폭행죄의 폭행인가 (feat. 무죄판결)

 


사람을 폭행하면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폭행 이라고 하면 상당히 심한 정도로 고통을 주는 신체접촉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형법상 폭행의 범위는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넓습니다. 

기본적으로 폭행은 형법에서만 해도 4가지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죄의 폭행이냐에 따라서 달리 이해해야 합니다.

1) 최광의의 폭행 : 대상 불문 유형력의 행사- 소요죄, 다중불해산죄의 폭행

2) 광의의 폭행 : 사람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공무집행방해죄, 특수도주죄, 강요죄의 폭행

3) 협의의 폭행 :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폭행죄, 특수공무원폭행죄의 폭행

4) 최협의의 폭행 :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강도죄, 강간죄의 폭행

폭행죄의 폭행의 경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하는 방법은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형법교과서에서 열거되는 대표적인 폭행의 방법으로 이러한 것이 열거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

-뺨을 때리는 것

-침을 뱉는 것

-손이나 옷을 잡아당기거나 미는 것

-안수기도를 하면서 가슴과 배를 누르는 것

-모발이나 수염을 자르는 것

국선변호를 하는 사건 중에 실제로 차량을 몰고 가다가 끼어들기로 인해서 말다툼을 하던 중 차량의 열린 창문을 통해 피고인이 침을 뱉어 운전자가 자신의 팔에 침이 뭍었다는 이유로 신고를 해서 폭행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과서적으로 본다면 침을 뱉는 것 또한 폭행에 해당하기도 하고, 실제로 물컵에 든 물을 사람에게 뿌리면 폭행죄가 성립한다는 사례부터 인분을 대문 앞에 뿌린 경우에도 거주자에 대한 폭행이 성립된 사례까지도 있으므로 사람에게 침을 뱉은 이상 폭행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건은 아니었는데요.

일단 이 사건은 피고인이 운전자를 향해 침을 뱉은 것은 인정하는 사안이었지만, 침이 운전자의 팔에 뭍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사안이었습니다. 운전자는 침이 뭍었다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피고인의 침이 차창에 뭍은 사진이 증거로 제출되어 있었던 반면, 자신의 팔에 뭍었던 침은 바로 닦아버렸기 때문에 사진조차 찍어두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침이 신체에 뭍었다는 증거 자체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창에 뭍은 침이 조수석을 넘어 운전석까지 튀어 갔다는 것이 차창의 각도로 볼 때 가능성이 높지 않고, 피고인은 차창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전자에게 화가 나서 자신의 차에서 수차례 탔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차에다 침을 뱉은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법리적으로 사람에게 침뱉는 것이 폭행에 해당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폭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관계에 따라서 실제로 침이 뭍었는가, 침뱉은 사람이 폭행의 고의로 침을 뱉은 것인가 등에 따라 실제 사안에서는 폭행죄의 성립 여부가 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21년 5월 2일 일요일

섣불리 사건을 판단하면 안되는 이유

 


표면적으로 보면 정말 명백한 '음주운전'이나 '업무방해' 사건 으로 보여도, 사정을 조곤조곤 따져보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또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곳에 나올 만한 사건들이 종종 있습니다. 오늘 본 신문기사도 그런데요. 예전에 한 공용주택 주차장에서 차량을 입구에 세워두어서 업무방해로 차주가 처벌받게 되었다는 내용의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기소된 그 차주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뉴스를 오늘 확인했는데요. 차를 주차장입구에 방치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5시간 주차장 막은 벤츠의 반전...법원 '그럴만했다' 무죄선고, 조선일보 2021. 5. 2.자 기사

주차장 관련해서 감정이 좋지 않던 다른 입주자(엄밀히 말하면 입주자의 피고용인)가 벤츠 차주가 주차장에 병행주차를 해놓자,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고 신고를 해놓고, 차를 빼달라고 연락을 했고, 차를 빼던 벤츠 차주가 신고사실을 알고 더이상 운전을 하지 않고 차를 주차장 입구에 놓고 집에 올라가 버렸던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주차장 입구에 차를 놓아둔 것을 가지고 업무방해로 기소된 것이 이 사안이었다는 것이지요.

차만 덩그러니 주차장 앞에 놓여 있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는 당사자 아닌 다른 사람들은 차주의 무개념만을 탓할 사안 안에 이런 속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무나 생각하기 어려운 사정이지만, 이런 게 세상 아닐까요. 

2021년 3월 23일 화요일

갱신요구거절의 주체는 종전 임대인


임차인이 기존 집주인(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갱신 의사를 밝혔다면 이후 주택을 매수한 새 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고 해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수원지법 2020가단569230 판결)([판결] 임차인이 종전 임대인에게 전세계약 연장 의사 밝혔다면, 법률신문 2021. 3. 22.자 기사)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인하여 변경된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적용범위에 대한 유의미한 최초의 판결로 보입니다. 물론 대법원 확정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일응 참고하면 될 것 같습니다.

관련조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으로 지난 12월에 시행되었습니다.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 ① 제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임차인이 2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3.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4.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轉貸)한 경우

5.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6.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7.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주택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주택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나. 건물이 노후ㆍ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8.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9.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문제가 된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 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데, 문제는 계약갱신을 할 수 있는 기간동안 임대인이 당해 주택을 매도하여 새 임대인은 목적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려 한다는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였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개정 법의 도입취지, 계약갱신요구권의 법적 성질, 실제 거주 사유라는 거절 사유의 특성을 고려하여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 가능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 임대인을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의문인 것은 법 제6조 제1항에 의할 때 주택을 양수한 새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는 경우에는 갱신거절이 가능하지만, 그 기간이 지난 이후에 갱신거절을 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실제 사안에서 신 임대인이 갱신거절의 통지를 한 시점이 법 제6조 제1항의 기간이 지난 상황이었다면 판결과 동일한 결론이 타당해 보이긴 합니다. 신 임대인의 실제거주 이유가 갱신거절 가능 기간 이후에 생긴 것이니까요.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 실제 판결문을 구해서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21년 3월 17일 수요일

[책 소개] 2021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승우 외, 2021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21)

한 5년 정도인가요... 딱히 가벼운 소설에는 손이 가지 않을 때 1년동안 우리나라에 나온 소설들을 모아서 읽을 수 있는 문학상 수상 소설집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블로그에 소개한 것만 해도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16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09 제3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렇게 되네요.

사실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작년에 이상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처우를 놓고 문학사상사의 처신이 문제가 되어 2020년 이상문학상은 건너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된 것은 수상한 작가들의 저작권이나 출판권을 제한하는 규정들에 대해서 수상작가들이 문제를 삼았기 때문인데, 1년여동안 예심문제부터, 작가들의 저작권, 출판권 관련 조항을 정비하고, 수상작과 우수작 상금을 인상하면서 올해 다시 작품집을 내놓게 되었네요(경과에 대해서는 '다시 돌아온 이상문학상은 환영받을 수 있을까', 한국일보 2021. 1. 5.자 기사).

하지만 제가 구입하게 된 경위는 고속터미널 지하 주차장의 주차요금이 1시간에 5만원으로 인상된 것이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식사를 하고도 5만원 지출에 부족해서, 반디앤루니스 에 가서 5만원 이상 지출을 하기 위해서 고른 책이 이 책이었으니까요. 하... 그러고도 주차시간은 1시간 반을 훌쩍 넘어서 추가 주차요금을 지불했다는 건 비밀...

대상 수상작인 이승우 작가의 '마음의 부력'은 이렇다할 사건사고가 있기 보다는 주인공 내면의 (느끼지 않아도 될) 죄의식을 어머니를 통해 드러내는 방식에서 점수를 얻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대상수상자는 자천 대표작을 한편 실을 수 있는데, 그 작품도 비슷한 분위기여서 기억에 남네요. 수상소감에서 이청준 소설가의 작품을 많이 읽고 첫 소설을 썼다는 걸 읽고, 중학교 겨울방학 때 읽었던 이청준 작가의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매잡이' 라는 제목의 소설이었는데 내용은 역시나 기억에 없네요). 

우수상 작품들 중에서는 박형서 작가의 '97의 시간'이 재밌었습니다. 시간이 무한루프 되는 배경 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살리려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무한루프 그 자체는 정말 장치일 뿐, 그 주제의식은 삶이 아무런 관련 없게 보이는 타인과 밀접하게 얽혀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해 주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네요.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1년간의 한국소설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집이 다시 복귀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21년 2월 24일 수요일

소액사건에서 소송대리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소액사건으로 소송을 하려고 하신다고 하기에, 민사소송의 당사자와 소송대리에 대해서 알려드렸습니다. 단독사건에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서 친족, 고용인 등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숙지하고 있었는데, 소액사건에서 특례가 있었다는 것까지 자세히 설명이 안된 것 같아 찾아보고 정리했습니다(소액사건 특례-이전포스팅도 있네요. 이때만해도 소액사건이 2,000만원까지가 소액사건이었네요).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에서 소송의 당사자 본인이 직접 소를 제기하거나 소송수행을 할 수 있고, 소제기나 소송수행을 소송대린에게 위임하여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습니다(민사소송법 제87조).

하지만 단독판사가 심리재판하는 사건 가운데 소가가 일정금액 이하인 사건(소가 1억원)에서는 법원이 허가를 하는 경우, 당사자와 밀접한 생활관계를 맺고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당사자와 고용계약 등으로 사무를 처리보조하는 사람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88조 제1항)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소액사건(소가 3,000만원 이하)에서는 당자사의 배우자, 직계혈족 또는 형제자매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8조 제1항). 소송대리인은 당사자와의 신분관계 및 수권관계를 서면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위임장에 가족관계증명서를 첨부하여 제출하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계이지만, 이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위 소송대리인에 대한 특례는 1심 에서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1심에서 친족이나 고용인이 소송대리인으로 절차를 진행한 사건도,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당사자 중 일방 또는 쌍방이 항소하여 2심에 들어서게 되면 1심의 소송대리인이 소송진행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때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당사자 본인이 소송을 진행하거나,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합니다. 

혹시나 본인소송을 진행하려고 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2021년 2월 5일 금요일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지난 며칠동안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삼권분립의 한축인 대법원장이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들의 독립이 아니라, 국회의원들 탄핵이나 걱정하는 시다바리에 불과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경위 또한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거짓말을 일삼다가 하루만에 인정하고 말뒤집기 하는 추태와 함께라서 충격이 더했습니다.

변호사로서 일해오는 동안 법원의 판결은 특히나 상고심까지 3번이나 다투었는데도 결론이 바뀌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 의뢰인에게 법원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판사들의 사건에 대한 파악정도나 법리에 대한 해박함이 다를 수는 있다고 해도, 적어도 사건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가장 타당한 결론을 내리는 바탕에는 판사들에게 일반인에게 없는 높은 도덕성과 성실함은 갖추어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주변에 판사직을 수행하는 친구/지인분들을 가까이에서 볼 때 대부분이 저의 기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의뢰인들에게 법원은 신뢰할 수 있다, 판사는 신뢰할 수 있다. 판결에 억울함이 있다면 항소/상고를 통해서 재판부에게 우리의 주장하는 바를 이해시키자고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훌륭한 판사님들의 정점에 서 있는 대법원장 이라는 사람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이런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가져야만 하는 수준인지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우격다짐으로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기소가 된 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받고, 옷을 벗고자 사표를 제출했더니, 그 사람에게 "국회에서 탄핵주장할 수가 없게 되어 자신이 곤란하다"고 사표를 받지 않았다니요. 기본적으로 대법원장이면 판사가 그러한 정치적 외압에 의해서 좌우되지 못하게 사법부의 독립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기본도 없는 사람 아니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미국의 로버츠 대법원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 반대 판결을 내린 순회법원 판사를 비난하면서 자신을 겨냥해 "당신은 오바마 판사들을 두고 있다"고 공격하자 "미국에는 '오바마판사'나 '클린턴판사'는 없다. 오직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 판사만 있을 뿐이다."고 받아쳤다고 합니다(매일경제, 2021. 2. 5.자 기사). 우리에게 이 정도 기개가 있는 대법원장을 바라는게 일개 변호사의 욕심일 뿐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게다가 대법원장에 대한 녹취록이 공개된 경위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애초에 임부장판사측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탄핵이 발의되자, 탄핵문제로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에서 "탄핵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를 해서, 임부장판사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아가려고 했습니다. 임부장판사는 녹취를 공개할 의사가 없었는데(사실 자신이 되려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릴 상황이 아니라면 녹취한 것이 떳떳한 것도 아니고 공개하지 않았겠죠), 대법원장이 되려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부득이 공개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뻔합니다. 대법원의 발표는 대서특필되고, 임부장판사의 주장은 소리소문없이 묻혔겠죠. 애초에 임부장판사가 왜 대화를 녹취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대법원장이 앞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뒤에서 딴말을 하는 것이 여러번이었는데, 증거가 없으니 대법원장 주장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고위법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녹음을 한 것입니다. 임부장판사에 대한 동아일보 기사 막판이 더 충격적입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앞에서 이 말하고, 뒤에서 딴말하고, 나한테 말한 그 정도 말을 기억 못한다면 대법원장을 하면 되겠나."

이 정도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땅바닥에 팽개쳤다면, 이 사람이 대법원장이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법원과 판결에 대한 무한불신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의뢰인에게 저 따위 사람이 대법원장으로 앉아 있는 법원의 판결에 무슨 권위와 설득력이 있냐고 반박을 들어도 어떻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항상 권력에 독립하여 판단하고 재판하지 못한 역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권력의 비위에 단죄를 내릴 도덕성과 정당성이 법원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사법부의 수장은 자신을 임명해준 권력에 눈치를 볼 생각 밖에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법원 전체 나아가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 이상 해치기 전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직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1월 25일 월요일

유언장, 내용 모두 자필로 안썼다면 무효

 

유언장, 내용 모두 자필로 안썼다면 무효, 법률신문 2021. 1. 25.자 기사

유언의 종류 중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유언장에 담긴 내용 모두를 유언자가 직접 써야 합니다. 민법 제1066조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별지 목록으로 재산목록을 첨부하면서 목록은 컴퓨터로 출력하여 간인한 경우도 유언자가 직접 쓴 것인지 문제된 사건에서, 컴퓨터로 출력한 부분은 자서한 것이 아니어서 그 유언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네요(서울고법 2020나2021150 판결) "다만, 컴퓨터 등을 이용해 작성한 부분이 부수적인 부분에 그치고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유언의 취지가 충분히 표현된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하고 있는데, 특히 이 건에서는 "컴퓨터로 작성된 것 부동산 목록의 기재 내용이 유언 당시의 실제 권리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점"이 상당부분 무효원인으로 고려된 것 같습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장을 작성할 때에 필수적으로 "자서"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 1월 15일 금요일

[책 소개] 민법학의 기본원리



권영준, 민법학의 기본원리, 박영사(2020)

동료 변호사님의 페북을 보다가, 극찬을 하시는 법서(?)가 있어서 구입해 읽어보았습니다. 민법 관련해서는 워낙 기본 교과서(곽서 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더군요)에서 기본원리에 대한 논쟁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들어있는 편이었고, 그에 기반해서 신진학자(양창수, 이은영 교수님이 비교적 신진학자였는데, 현재는 이분들도 원로급이 되어버리셨네요)들이 이에 대한 활발한 비판과 이론전개를 지켜보는 정도였는데, 민법을 관통하는 기본원리들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실제 사안과도 연결하는 저서를 보게 되다니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점을 이분법에 기반하여 명쾌하게 설명하면서도, 사전에 그 약점이나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를 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술도 깔끔합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설명은 충분히 친절하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습니다.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직역 종사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적인 부분들입니다.

법관의 사실인정의 본질은 당사자들의 불완전한 주장과 증거를 소재로 하여 경험칙에 기초한 평가작용을 함으로써 사실을 규범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데에 있다는 것이 더 솔직한 고백인지 모른다.-26면.

불법행위법에서의 법리는 다른 민법 영역의 법리에 비하여 그 강고함과 정교함이 떨어지는 대신 이익형량적 사고가 지배한다.- 29면.

영국에는 법의 수호자로서 법관을 신뢰하고 법관에게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전통이 존재하였다. 독일에는 법관에 못지 않게 법학자의 권위가 높고 이들을 통해 법의 내용이 상당 부분 정리되어 나가는 전통이 존재하였다. 프랑스에는 법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하여 법관을 "법률을 말하는 입"으로 바라보며 입법자를 우위에 두는 전통이 존재하였다.-44면.

가령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매우 커졌지만 중국 법제는 보편성과 합리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그 법제의 장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다수 국가의 대표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개인의 역량도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48면.

법률행위와 같이 매우 중요한 대륙법계 국가들의 법 개념이 영미법계 언어로는 쉽게 번역하기 어려운가 하면, 약인과 같이 매우 중요한 영미법계 국가들의 법 개념이 대륙법계의 언어로 완전히 정확하게 옮겨지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72면.

이론은 법의 자양분을 제공하고, 법리는 법의 주된 모습을 형성하며, 실무는 사건과의 맥락 아래에서 법을 구체화한다.-75면.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론, 법리, 실무의 기능을 요약하면 "안정화(이론)"-> "최적화(법리)"->"정당화(이론)"로 정리할 수 있다.-78면.

실무는 법리의 존중 위에서 행해지는 것이지만, 이는 맹목적 복종이 아니라 비판적 존중 내지 성찰적 추정이어야 한다.-78면.

민법의 3대 기본원리라고 일컬어지는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 사적 자치의 원칙, 과실책임의 원칙은 대체로 개인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려는 사상적 기초 위에 서 있다.-89면.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종전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였다.-134면.

뉴질랜드의 1972년 사고보상법은 국가는 모든 인신사고에 대하여 가해자의 과실 유무를 불문하고 피해자의 손해(의료비와 재활비, 일실이익의 80%, 27,000뉴질랜드 달러를 상한선으로 하는 비재산적 손해, 기타 필요비용 상당)를 보상해주는 제도를 그려내고 있다. 이는 공동체책임의 이념에 의거하여 국가의 재원에 의하여 손해를 전보해 주는 것이다. 한편 그 범위 내에서는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금지된다. 이는 공적 부조제도가 불법행위법의 기능을 떠맡게 된 대표적인 예이다.-185면.

특히 형사재판이 민사재판보다 훨씬 엄껵한 절차와 원리에 따라 제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한 사적 제재의 용인은 민사재판을 통한 형사절차원리의 회피문제를 야기한다.-197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불법행위의 효과로 손해의 전보만을 인정하는 우리 민사법 체계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는 형벌적 배상으로서 우리나라 공서양속에 반할 수 없어 승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로 서울지법 동부 판 1995. 2. 10., 93가합19609 참조. 이 사건의 항소심판결(서울고판 1996. 9. 18. 95나14840)과 상고심 판결(대판 1997. 9. 9., 96다47517)애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명시적 언급 없이 1심 판결을 그대로 지지하였다.-198면.

합리적인 법은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것을 강제한 뒤 이를 지키지 못하였다고 하여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다.-211면.

국가기관이 지키라고 한 것을 모두 지켰는데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행위자를 위축시킨다.-212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소유권의 보호범위가 그 소유물의 위치정보 통제에까지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236-237면.

저작권의 보호기간은 1710년 영국의 앤 여왕법에서 출판일로부터 14년간이었던 것이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늘어났다.-238면.

오늘날의 독일의 소유권개념이 로마적 소유권관념과 게르만, 독일적 소유권관점이 서로 맞서는 긴장영역에서 성립하였다고 하는 점은 대체로 요즈음도 역시 학식 있는 법률가의 법사학적인 기초지식에 속한다.-257면[양창수 역, 게르만적 소유권개념의 이론에 대하여(칼 크로쉘) 중]

오히려 법률해석은 자연적인 상태의 법률 텍스트를 경쟁적인 여러가지 관점의 각축장 속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상태로 부활시키는 고도의 규범 가공 작용이다.-315면.

법관은 언어를 다루는 자로서 세상사의 이치와 운영 규칙을 담고 있는 문언의 해석을 통하여 인간의 법적 운명을 좌우한다. 법은 곧 말을 둘러싼 다툼이다.-317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324면.

비유하여 이야기하자면, 민법은 앞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숱한 일들에 흔들림없이 고고하게 안방에 앉아 있으면서 집안을 좌우하는 중대사에 대해서만 조언을 해주는 안주인 같은 법이다.-332면.

이 판결 이후인 2007. 5. 17. 신설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1조의2는 교통사고 입원환자의 외출 또는 외박에 대한 의료기관의 관리(외출 등의 허가, 기록관리, 보험사업자 열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397-398면.

사후적 관점은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이 나쁜 선례가 될 위험성을 감수하고, 사전적 관점은 좋은 선례를 정립하기 위해 해당 사건에서의 불편한 결과를 감수한다.-403면.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상장회사들은 준거법으로 캘리포니아주의 법보다 뉴욕주의 법을 현저하게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뉴욕주의 법은 구두증거 배제 법칙 및 명백성 원칙을 중시하여 사전에 예측가능한 계약해석을 선호하는 반면, 캘리포니아 주는 문언 이외의 다양한 맥락들을 참조하여 사후적으로 공평타당한 계약해석을 선호하기 떄문이라는 것이다.-408면.

법관은 해당 사건에 관한 한 어떤 정책가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해당 사건의 재판에 관한 한 법관의 판단은 가장 높은 권위를 획득한다.-413면.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판결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관련 사건에 연루되었을 떄 비로소 관련 판결은 거인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413-414면.

수많은 가치와 이익이 각축하는 규범의 전장에서 법관은 한편으로 법의 이상을,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마주하며 양자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법관은 사회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전문적 분쟁을 실무적으로 능숙하게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이면서도, 근본적인 이론이나 가치 체계, 일반적인 법리에 정통하여 세부 문제들을 하나로 '통합'해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라야 한다.-425면.


2021년 1월 14일 목요일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며칠 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법률신문 2021. 1. 11.자 기사가 났습니다. 마침 제가 맡고 있는 2심 국선변호 사건에서 다투고 있던 쟁점이었기 때문에 찾아보았더니, 거의 동일한 쟁점이더군요.

제 사건은 원래 1심 국선변호 사건(사기) 이었는데, 피고인이 피해금액을 상당부분 변제한 상황이었고, 관련사건에 대해서 실형을 복역하고 나온 상황이어서 특별히 또 실형선고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되었고, 1심판결의 결론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였습니다. 그런데 집행유예에는 거의 대부분 사회봉사명령이 추가되고, 이 판결에도 사회봉사명령이 붙어 있었는데, 특별준수사항으로 "피해자에게 3개월 내에 잔여 피해금액을 변제할 것"이 부과되어 나왔습니다.

특별준수사항 이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준수사항을 붙이는 근거법령을 찾아보았는데, 그 근거법령은 보호관찰법 제59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39조, 제19조입니다. 사회봉사명령에는 보호관찰법상 특별준수사항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지요. 시행령 제1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9조(특별준수사항)  제32조제3항제10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말한다.  <개정 2021. 1. 5.>

1.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까지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 운전을 하지 않을 것

2. 직업훈련, 검정고시 등 학과교육 또는 성행(性行: 성품과 행실)개선을 위한 교육, 치료 및 처우 프로그램에 관한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를 것

3. 범죄와 관련이 있는 특정 업무에 관여하지 않을 것

4. 성실하게 학교수업에 참석할 것

5. 정당한 수입원에 의하여 생활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에게 제출할 것

6.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소지 또는 보관하거나 사용하지 아니할 것

7. 가족의 부양 등 가정생활에 있어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것

8.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준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개선ㆍ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

위 제8호가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순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여기에 피해금액을 변제하는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하는 것이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물론 특별준수사항으로 변제를 명하는 것, 특히 기간을 정해서 변제를 명하는 것은 피고인의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특별준수사항을 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항소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2심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면 그 국선변호인께 이런 쟁점으로 항소하는 것이 맞겠다고 의논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항소를 하신 다음 2심 재판부에 저를 2심에서도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을 하셨더군요. 이런 경우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의 국선변호인을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2심 재판부가 저를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취지로 항소이유서를 냈는데, 재판 내내 피해자는 수차례에 걸쳐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계속해서 엄벌을 탄원했고, 피고인은 재판기간동안도 계속해서 피해금액을 소액이나마 변제하면서 선처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을 보고, 우리 사건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집행유예 판결은 유지하되 특별준수사항이 부과된 부분은 과도하고, 2심 재판기간동안에도 계속 변제노력을 한 점과 가정형편을 고려해서 사회봉사명령도 부과하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우리가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법원은 사회봉사명령이나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는 권한을 법과 시행령에 의해서 부과받았지만, 그 권한행사에 있어서 과도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항소절차를 통해서 이를 바로잡고, 자신에게 부과된 권한의 한계 또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결론을 수시로 내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피고인의 인권이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 바로 신뢰의 원천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놓치고 살면 안될 것입니다.

2021년 1월 8일 금요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변화

 


2021년이 되면서 형사절차에서 크게 바뀐 것이라면 검경의 수사권조정으로 인해서, 수사절차가 종전과 달라진 것입니다. 크게는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경찰에 대한 지휘권이 삭제되고, 검사가 기소/불기소에 관한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하였으나, 2021년부터는 경찰이 '사실상의 불기소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 달라지는 점이라고 하네요. 형사변호사 로서 업무와도 관련이 있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개괄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법과 사건] 검경 수사권 조정, 내년부터 이렇게 달라진다, 이코노믹 리뷰, 2020. 10. 12.자 기사 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기존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찰의 지휘를 받으며, 경찰 스스로 혐의 가 있다고 인식하여 수사를 개시, 진행하는 경우에도 검찰의 지휘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했는데(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제3항),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와 경찰에게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대한 협력의무를 규정하고, 고(법 제195조), 검사와 경찰의 수사권을 별개의 조항에서 규정(법 제196조, 제197조)하였습니다.

달라진 형사절차의 흐름을 살펴보면, 

-기소의견 송치의 경우는 종전과 동일하지만

-불기소의견인 경우에는 불기서이유서와 관계서류 및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지만, 사건 자체는 송치 하지 않습니다(위 신문기사에서 사건을 모두 송치해야 하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하고 있는데, 법조항을 살펴보면 불기소의견인 경우 경찰은 기록을 "송부"하기만 할 뿐 사건 자체를 "송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합니다).

이 경우 경찰은 송부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 등에게 송치하지 아니하는 취지와 이유(불기소이유)를 통지해야 합니다. 종전에는 불기소통지는 검사만 하였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은 불기소통지를 경찰단계에서도 하게 된 점이 변경된 부분입니다.

경찰이 불기소통지를 하는 경우, 고소인 등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법 제245조의7 제1항), 이 경우 경찰은 검찰에게 사건을 "송치"하면서 처리결과와 이유를 다시 통지해야 합니다.

또한 불기소의견으로 기록송부를 한 건에 대해서 검사가 의견이 다른 경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기존에는 지휘였지만, 요청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찰은 재수사를 해야 합니다(법 제245조의8 제1항, 제2항). 하지만 경찰이 재수사결과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지 않고 불기소의견인 경우, 경찰은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불기소이의견으로 기록만 검찰로 송부하게 됩니다. 이 경우 검사가 강제로 사건을 송치시킬 수는 없고, 경찰에 대한시정조치요구-사건송치요구-수사경찰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통해야만 하게 됩니다(법 제197조의3).

종전에는 불기소처분을 검찰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서 항고/재정신청 등의 불복절차만 거치면 되었는데, 이제는 경찰이 불기소의견일 경우 불기소통지를 경찰 단계에서부터 받게 되고, 이에 대한 불복수단은 경찰에 대한 이의신청이며, 이의신청이 있는 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 검사가 기소/불기소처분을 하게 됩니다. 이의신청이 있는 사건에 대하여 경찰은 사건종결(불기소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의 종결권은 불기소결정을 한 이후, 고소인 또는 검사의 이의신청 또는 재수사요구 가 없는 경우에만 가능한 '사실상의 불기소권'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크게 달라진 부분 중 하나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검찰청법의 개정으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검찰이 수사개시할 수 있는 사건이 제한됩니다.

사기, 컴퓨터등사용사기, 공갈, 특수공갈, 횡령, 배임,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의 경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만 검사의 수사개시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 눈에 띄네요.

2021년 1월 7일 목요일

[판결] 레깅스 뒷모습 몰카도 성적 수치심 유발


[판결] '본인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 첫 인정, 법률신문 2021. 1. 6. 기사

대법원이 레깅스 뒷모습 몰카에 대해서 유무죄가 갈렸던 사안에 대해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1. 7. 선고 2019도16258).

눈에 띄는 점은 위 죄의 보호법익에 대해서 설시한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카메라 등 이용찰영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유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하고,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므로, 피해감정의 다양한 층위와 구체적인 범행상태에 놓인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고려해 성적 수치심이 유발되었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취지는 공감합니다만, 객관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하는지가 범죄성립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서 범죄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을 하는 것이 인격권 침해가 되기는 하지만(그래서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만) 이를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그 인격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그 침해행위에 대한 보호정도를 침해행위를 금지해서 범죄로 할 만큼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특정한 신체부위에 대한 동의 없는 촬영에 있어서는 그 침해행위에 대한 보호정도를 침해행위를 금지해서 범죄로 할 정도이고, 그 보호법익 이라고 하는 것이 성적 자유라고 하는 것은, "성적 자유"는 "인격권"과 달리 절대로 침해당해서는 안되는 상위의 권리 로 인정해 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 아닐까요.

대법원의 판시에서 단순히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보호법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에서 나아가, 그 보호법익이 우리 헌법체계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다른 보호법익과 비교하여 더 보호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단순히 그러한 행위로 인해 '여성이 기분나쁘다'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아쉬워하는 것이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