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0일 월요일

용시보 전설


현직 부장판사가 술값시비하다가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현직 부장판사, 술값 시비 끝 술집 종업원 경찰 폭행, 경향신문, 2014. 3. 21.자)이 올해 초에 있었는데, 1심판결이 선고되었네요('술값난동' 전 부장판사 벌금 500만원, 연합뉴스, 2014. 10. 30.자). 10년 전만 해도 판검사를 경찰이 입건하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었는데, 세태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전에는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지휘하기 때문에 상하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강했고, 법원은 수사내용을 가지고 기소를 하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곳이기 때문에 경찰이 판검사들을 입건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십년 전에는 지방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에 늦자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비행기를 뜨지 못하게 했다는 "용시보"의 무용담이 법조인들 사이에 농반진반으로 전해 내려왔었습니다. 시보는 판검사로 임관되기 이전의 사법연수생 등에게 붙이는 명칭인데, 법원/검찰에서 실무수습중이던 용시보라는 분이 수습지 지방공항에서 뜨려던 비행기를 세웠다는 것이지요. 구전으로 전해오던 용시보 전설의 주인공은 용태영 변호사라고 하는데(제가 인터넷에서 검색으로 찾아낸 것은 서울공고 홈페이지의 용태영 변호사 소개 정도인데, 시보때 소문날 기행을 하기는 하셨네요), 아쉽게도 비행기를 세운 에피소드가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현직 판검사조차도 경찰에게 입건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매우 공정한 사회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조인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가 점점 떨어져 간다는 생각에 일견 씁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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