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2일 목요일

운항과 운전


*사진은 음주운전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노홍철씨입니다.

다음 기사("조현아, 법정에서도 '슈퍼 갑질'이냐", 프레시안 2015. 1. 21.자 기사)를 읽으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일 어떤 재벌 총수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걸렸다고 하자. 경찰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했다"고 처벌하려 하자, 유력 변호사들을 동원해 "도로법에 따른 도로가 아니다"는 주장으로 이 재벌 총수가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도로교통법상 도로'에는 주차장도 포함시키도록 포괄적인 도로교통법상 관련규정이 버젓이 있는데도 말이다.

기사를 시작하는 이 문단을 보면 마치 도로교통법상 '도로'에는 "도로가 아닌" 주차장도 포함시키도록 하는 포괄적인 도로교통법상 관련규정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씌여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술을 먹고 운전을 하더라도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그래서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게 아닌가 하여 일단 도로교통법의 관련법규정을 찾아보았습니다.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 관련 도로교통법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제44조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으로서 다시 같은 조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한 사람
2.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제44조제2항에 따른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사람

제44조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혈중알콜농도가 0.2퍼센트 이상인 사람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2. 혈중알콜농도가 0.1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인 사람은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상 500만원 이하의 벌금
3. 혈중알콜농도가 0.05퍼센트 이상 0.1퍼센트 미만인 사람은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①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 제45조, 제47조, 제93조제1항제1호부터 제4호까지 및 제148조의2에서 같다)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6. "운전"이란 도로(제44조·제45조·제54조제1항·제148조 및 제148조의2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던 도로교통법과 다른 부분이 발견됩니다. 즉 2011년 1월 1일 시행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위에 강조된 부분이 추가되어 도로교통법상 운전의 개념이 음주운전과 관련된 제44조의 경우  도로가 아닌 곳에서의 음주운전도 처벌대상이 된 것이더군요.

이전에는 판례에 따라 음주운전은 운전을 한 장소가 "아파트 주차장"인 경우에는 도로가 아니므로 처벌불가능, 운전을 한 장소가 "아파트 단지 내 도로"인 경우에는 도로에 해당하므로 처벌가능과 같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2011년의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아파트 주차장이 비록 도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도 처벌대상이 된 것이었습니다[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면허취소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라는 논리로 면허취소의 대상인 음주운전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술 먹고 'APT단지 내' 운전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법률신문 2013. 10. 18.자 기사)]

어쨌든 위 기사를 쓴 기자의 지적대로 항공보안법상 "운항중"의 정의는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하는 것이어서(항공기보안법 제2조 제1항), 당시 항공기가 운항중이었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재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조현아씨가 변경한 것이 "항로"인지 여부이므로 "항로"에 대하여 법에 특별히 규정이 없는 한 이를 다툴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2011년 이전의 도로교통법상 도로라는 개념에 아파트 주차장과 같은 곳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그리고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 음주운전 관련 도로의 정의가 수정되었던 것은 모르고 있었던) 저 같은 사람에게는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게 느껴졌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현행법을 그것도 개정된지 4년이나 된 법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의 고백이 되어버렸네요.

오늘의 교훈은
1. 뭔가 이상하면 기본으로 돌아가 법률규정을 찾아봐야 한다.
2. 법도 계속해서 바뀌는 것으므로 꾸준히 follow up 해야 따라잡을 수 있다.
는 정도로 정리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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