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8일 목요일

[책 소개] 소수의견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소수의견이라는 포스팅(소수의견)에서 책표지를 사용하면서 정작 그 책을 읽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서 구입해서 호로록 읽은 책입니다.

시사인이나 잡지에 기사 또는 칼럼으로 낸 내용을 묶어 낸 책입니다. 박권일은 전 시사인 기자, 칼럼리스트, [88만원 세대]라는 책의 공동저자로 유명한 사람이며, 한때 트위터 등 SNS에서도 셀레브리티급의 영향력을 보여주었던 분입니다.

박권일은 노동현장을 취재하여 기사를 쓰면서 젊은 세대의 미래를 팔아서 유지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88만원세대라는 책을 냈고, 이로써 우리 사회에 소위 "세대론"을 점화시킨 사람입니다. 아직 그의 문제의식이 발전적으로 해소되고 있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린 공로는 높게 평가해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약간의 현학적인 문장에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읽어 볼만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다음은 위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내 보기에 이명박 시대가 퇴행인 이유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마치 좋았던 시절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8면.

"2000년대 이후 거의 모든 대규모 촛불집회는 '축제와 탈진의 반복'이었다. 자기 삶이 구체적으로 변하지 않는 축제, 그것은 냉소와 탈정치만 낳을 뿐이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26면.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아무렇지 않게 팽개치는 집단이 어떻게 오랫동안 진보세력으로 행세하며 성장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이유가 배경을 댈 수 있지만 직접적인 이유를 꼽자면 세 가지다. 첫째,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패권주의적 조직문화. 둘째, 품성과 인간적 유대를 강조하는 조직 사업 풍토. 세째, 충성도 높은 조직원을 적극 활용애 운동권 내 다수파의 지위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 저 정도면 운동권 또는 소형 정당 내에서 강자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통진당사태, 이럴 줄 정말 몰랐나 중,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47-48면.

일반적 의미에서 평등주의는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갖는 건 불공평하다"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형 평등주의는 "나도 부자가 되어야 한다"이다. 자매품으로 "내 새끼도 서울대 가야 한다"와 "나도 MBA 따야 한다" 등이 있다. 즉, 일반적 평등주의는 '사회 전체의 비대칭성'을 문제 삼는 데 비해, 한국형 평등주의는 '부자와 나의 비대칭성'만 문제삼는다. 전자의 처지에 서면 필연적으로 부자가 가진 것을 일정 부분 빼앗아올 수 밖에 없다. 그래야 못가진 자에게 분배할 테니까. 그러나 후자의 처지에 서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부자들의 것을 빼앗는 것은 곧 자신의 숭고한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72-73면.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믿지 않는 것 같지만, 인간은 과거에도 지금도 '효용을 계산하는 기계'보다는 '수다 떨기 좋아하는 동물'에 더 가까운 존재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쁨을 느끼고 더 풍성해지는 존재인 것이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128면.

공화국 시민의 소양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시민으로, 또 인간으로 대접받고 행동할 때 비로소 생겨난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144면.

체 게바라의 여전한 인기는 혁명의 절박한 요구 때문이 아니라 티셔츠로 소비될 수 있어서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166면.

위키리크스가 보여준 건 세상이 굴러가도록 만드는 어떤 심오한 비밀이라기보다는 '그런 비밀 같은 건 없다'는 허탈한 진실이었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190면.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가 특히 '악질적'인 이유는 대체로 비정규직 일자리가 정규직으로 가는 '가교'가 아니라 '함정'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223면.

이대로 간다면 지금의 20대, 즉 '88만원 세대'는 역사상 가장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다. 불안정성과 획일성이 지배하는 '88만원 세대'에서 성장동력이 생겨날 리가 없다. 인재의 역량으로 먹고 사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특정 세대가 지나치게 가난해진다는 것은 모든 세대에게 치명적이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2012), 2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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