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2일 수요일

피부과의사 인터뷰에서 느껴진 은하영웅전설


웹서핑 중 함익병씨가 주간경향과 한 인터뷰([유인경이 만난 사람]<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 책 펴낸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피부는 타고납니다 비싼 화장품 소용없어요" 주간경향 2015. 7. 21.자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피부에 돈 많이 쓰는 것은 가성비대비 좋지 않으니 보습크림과 자외선차단제 정도만 쓰면 된다."는 취지의 인터뷰였는데, 눈길을 끈 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저는 국민의 4대 의무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민주주의도 좋지만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면 공화국이 아니라 독재면 어떠냐, 그래서 국민을 풍요롭게 살게 해주면 안 되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아들과 대화하다가 제 오류를 깨달았습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면, 그 어떤 위대한 영도자나 리더라고 해도 그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분 아드님이 알려준 밑줄친 부분은 교과서를 보고서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나이 50이 넘으신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은 의사조차 자신의 아들과 최근에 이야기하기 전에는 알지 못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함익병씨의 아드님은 어떻게 저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저는 함익병씨의 아드님이 정치/경제학 전공이 아니라면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소설을 읽었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추정해 보았습니다.

은하영웅전설은 일본의 다나카 요시키 라는 소설가의 작품으로 제가 고등학생 때인 1990년경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죽하면 학교에 가져온 친구에게 1-4권을 빌려서 본 제가 5-10권은 직접 서점에서 사서 읽었을 정도였으니까요(최근에 양장본으로 다시 출판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는데 다시 사서 소장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 그때까지 읽었던 소설들과 달리 은하영웅전설은 독재국가와 민주주의 국가라는 정체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이 처음으로 그것도 알기쉽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에 그에 매료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꽤뚫은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최고의 선인에 의한 독재"와 "최악으로 부패한 민주주의"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것입니다. 거두절미하고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개인적으로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도 실력을 기준으로 중용하는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라는 독재자가 이끄는 은하제국군대와 매번 대중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허울뿐인 정책만을 남발하고 정적들을 제거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민생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그러나 선거에 의해 선출된 권력자들로 구성된 민주국가에서 군대의 통솔을 (타의로) 맡게 되는 "얀 웬리"라는 군인이 이끄는 민주국가의 군대의 전쟁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인하르트 폰 로엠그람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선군이라고 한들, 얀 웬리가 그에 가담하지 않고 부패와 무능으로 쩌든 민주국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은하제국군대에 대항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최악의 민주주의도 최선의 독재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민주주의가 그렇게 쉽게 타락해서 사람들이 오히려 독재를 희구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겠는가 했었는데, 우리 정치권을 보면 불가능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섯부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도 안 읽어 보신 분이라면 여름휴가 며칠은 시원하게 보내는데 도움이 될 친구로 "은하영웅전설"을 추천해 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